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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00화 (200/375)

200화

한수호의 눈이 주변을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마공 아카데미별로 띄엄띄엄 관중석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

한수호는 그 학생들 속에서 이대성을 찾고자 눈에 불을 켰다.

모든 감각이 일반인에 비해 몇 배로 늘어난 덕분에 1천 5백이나 되는 학생들 속에서 원하는 목표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저 슥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단번에 낯익은 얼굴 셋을 찾아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진무현이었다.

그는 서산의 마공 아카데미 학생 신분으로 이곳 마공돔에 자리하고 있었다.

19살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수호대라는 비밀기관의 소속 요원으로서 목숨을 건 임무를 수행 중인 진무현.

지난번 잠진도에서의 사건 이후, 아직까지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진무현과 그의 동료들은 미래에 벌어질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에서 큰 힘을 발휘할 인물들임에 틀림이 없었다.

원래 진무현이 차지했어야 할 라뮬검을 한수호 자신이 한발 먼저 빼돌렸음에도, 진무현은 체질 개선이라는 엄청난 특성을 얻어 빠르게 강해지는 중이었다.

지금만 해도 못 본 지 불과 2주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는데도 평균 86이었던 신체수치가 120까지 올라 있었다.

그 사이 진무현도 체질 개선 1단계를 두 번째까지 사용한 모양.

800을 살짝 넘기고 있던 마나력이 1,500을 넘긴 걸로 봐서는 엄청난 기연이라도 만난 듯했다.

어쨌든 마나력만 봐서는 진무현의 마공사 등급은 이미 궁급에 이르러 있었다.

‘회귀 전의 세상에서도 진무현은 모두가 인정하는 영웅이었으니 이 정도는 약과로 봐야 하나?’

한수호는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홀로 조용히 앉은 채, 경기장만을 응시하는 진무현에게서 시선을 뗐다.

다음으로 한수호의 시선을 끈 인물은 다름 아닌, 우태범.

회귀 전의 삶에서 졸업반이 되었을 때 한수호와 싸우다 목숨을 잃었던 그의 얼굴이 유난히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전과 다름없이 핼쑥해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소속은 전과 동일하게 제주도에 위치한 마공 아카데미였다.

제주 마공 아카데미는 꽤나 독특한 곳이었다.

다른 아카데미에 비해 학생 수가 유독 적었음에도 서울 본교 아카데미에 버금가는 강력한 실력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제주 마공 아카데미였다.

1학년 학생 수는 고작 32명.

그중 절반 이상이 본교 아카데미 B반 학생들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나머지는 A반 학생들과 맞먹는다.

특히, 저 허약해 보이는 우태범과 그의 여자친구로 여겨지는 여학생의 실력은 장한설이나 이하윤에 비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상대의 능력을 스캔할 수 없었던 회귀 전에도 한수호는 우태범의 실력을 본능적으로 느꼈었다.

그래서 졸업 시험이나 마찬가지였던 마지막 시합에서 한수호는 우태범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이었고.

‘우태범의 숨이 멈췄을 때, 날 죽이겠다고 달려든 여학생도 그대로구나….’

그 여학생의 악귀 같은 얼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도 그 여학생은 제주 마공 아카데미 학생들이 모여있는 관중석에서 우태범 옆에 딱 붙어서 생글거리고 있었다.

슬쩍 두 학생의 신체 수치를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 진급을 훨씬 넘긴 상태였다.

우태범은 장한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 둘이 대결을 벌이면 누가 우위를 차지할지 가늠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다만, 우태범은 회귀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몸 상태가 좋지 못한듯 했다.

유독 가슴 수치가 낮아 30에 불과했는데, 신기하게도 마나력은 900을 넘고 있었다.

‘심장에 병이 있는 게 분명해.’

한수호는 이번 삶에서는 우태범을 시합에서 만나더라도 그가 죽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할 생각이었다.

우태범의 강함도 인류를 멸망에서 구할 수 있는 중요한 히든카드로 사용될 수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한수호의 시선에 마지막으로 걸려든 인물은 다름 아닌 이대성이었다.

충주 마공 아카데미 학생들 틈에서 유난히 돋보이고 있는 인물, 이대성.

그는 마치 이곳에 소풍이라도 온 듯 즐거운 얼굴로 친구들과 대화 중이었다.

분명, 수개월 전에 자신의 손에 죽었음에도 버젓이 살아서 마공돔에 나타난 이대성을 보니, 한수호는 사그라들었던 분노의 감정이 다시금 치솟는 걸 느꼈다.

‘이대성….’

자신이 죽인 이대성과는 분위기도, 표정도 다르다.

지금 저기서 빙글거리며 웃고 있는 이대성이야말로 회귀 전의 세상에서 자신의 팔을 자르고 심장에 검을 꽃은 그 이대성이 분명했다.

조금 길게 자란 머리카락 때문에 이마에 그 상처가 존재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한수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곳에 있는 이대성이 진짜 이대성이라는 사실을.

‘그때 내 손에 죽은 이대성은 대체 누구였던 거지?’

엉뚱한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같은 건 없었다.

그때 한수호 손에 죽은 이대성도 분명 죽어야 할 악인임에는 틀림이 없었으니까.

한수호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이대성을 보게 되자 자기도 모르게 살심이 치밀어 올랐다.

그 기운을 느낀 것일까?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 중이던 이대성이 표정을 살짝 굳히더니 한수호가 있는 관중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본교 아카데미 학생 중에서도 A반이 있는 쪽을 정확히 살폈다.

그러다 한수호와 아주 짧게 시선을 마주쳤다.

이대성의 시선은 아무렇지 않게 한수호를 지나쳐 다른 곳으로 향했다가 거두어졌다.

하지만 한수호는 이대성의 눈빛을 통해 그가 자신을 확실히 알아봤다는 사실을 느꼈다.

‘역시, 날 알아보는구나.’

회귀 전의 기억이 없다면 지금의 삶에서 한수호를 본 적이 없으니 낯설어하는 것이 정상.

그러나 이대성의 눈빛이 스쳐 갈 때, 한수호는 미세한 떨림과 함께 이대성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마나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로써 지금의 이 세상에서는 이대성과 그의 집안이 인류의 적으로서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게 거의 확실해진 셈이다.

서령그룹의 회장이자 이대성의 할아버지인 이재춘.

그리고 이대성의 아버지인 대한맹의 부맹주 이자성.

거기에 마공사를 죽임으로써 상대의 특성까지 빼앗을 수 있는 이대성까지 더해진다면, 이보다 더 골치 아픈 존재가 또 있을까?

한수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돌려 다시 친구들과 대화를 시작한 이대성을 노려봤다.

“저 말끔하게 생긴 녀석과 무슨 원수라도 졌냐?”

한수호의 살기를 느꼈는지 옆에 앉은 백윤후가 묻는다.

생명 코어가 700을 넘어서게 된 백윤후는 사실상 한수호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마나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본체인 백윤후의 마나만 해도 거의 800에 이르고 있으니 생명 코어의 마나까지 합치면 1,500이 넘는다.

마나력만 따지면 라라와 거의 동급.

그래서인지 한수호의 감정 변화를 기가 막히게 캐치했다.

“저놈 이름은 이대성이야. 잘 기억해 둬야 할 거다. 조만간 지독한 악연으로 마주하게 될 테니까.”

한수호는 말을 곱씹듯이 내뱉고는 몸에 가득 밀어 넣었던 힘을 서서히 빼냈다.

“저 녀석 말고도 조심해야 할 놈들이 꽤 보이는데?”

백윤후는 눈짓으로 주의해야 할 인물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이대성과 그 주변에 모여있는 세 사람을 비롯해, 우태범과 그 주변의 학생들, 그리고 서산 아카데미의 진무현까지.

백윤후도 그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넌 이번 시합에서 눈에 띌 필요 없어. 그러니까 적당히 해라. 만약 저 녀석들하고 시합에서 마주치더라도 절대 전력을 쓰지 말고.”

“저놈들 전부 너하고 악연인 거냐? 뭔 적이 이렇게 많아?”

“다는 아니야. 서산 아카데미 쪽에 있는 잘생긴 녀석은 한편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나마 다행이군.”

한수호와 백윤후는 수많은 학생이 떠들어 대는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 조용히 대화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그때, 관중석의 한 칸 앞에 앉아 있던 최지혁과 양소혜가 고개를 휙 돌렸다.

“너희 둘, 너무 친하게 구는 거 아니야? 이러다 브로맨스 커플 나오겠다?”

양소혜의 스스럼없는 말에 백윤후의 얼굴이 벌게졌다.

“무, 무슨! 난 남자한테 조금도 관심 없다!”

괜히 찔려서 소리치는 백윤후의 시선은 두 칸 앞에 앉은 신소이의 뒤통수를 향하고 있었다.

“뭔 농담도 못 하냐? 반응이 그러니까 더 의심스러운데?”

“야, 양소혜! 정의국 국장님 아들 혼사길 망칠 생각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

최지혁이 시원하게 한마디 하자 백윤후는 속으로 최지혁 파이팅을 외쳤다.

“뭐, 알았다고! 근데, 너도 이상하다? 원래는 나보다 네가 더 이상하게 여겨야 하는 거 아니야? 장태산이는 원래 백윤후보다 너랑 더 가까웠잖아? 요즘 둘이 별로 친하게 지내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지. 둘이 싸웠냐? 냉전 중이야?”

“또 이상한 데로 샌다! 됐으니까, 딱 거기까지. 그보다, 태산아. 이왕 다른 아카데미 학생들까지 전부 모인 김에, 우리 본교의 자존심을 좀 세워봐야 하지 않을까? 시합 시간은 5분이지만, 그 시간 다 쓰고 심판 판정으로 이기는 건 좀 창피하잖아?”

최지혁의 말에 다른 친구들도 모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수호 옆쪽에 나란히 앉아 있던 장한설과 이하윤까지 최지혁을 바라봤다.

“그래서, 뭐 어쩌자고?”

“뭘 어쩌긴 어째? 타임어택으로 승부를 내자는 거지.”

최지혁이 음흉한 미소를 그리며 한 말에 장한설이 손뼉을 탁 쳤다.

“그거 마음에 든다! 결승전에 누가 오르냐, 이런 내기는 다 때려 치고, 누가 가장 빨리 시합을 끝내는지로 내기하는 게 어때?”

“언니. 지금 기존에 했던 내기 질 거 같으니까 바꾸려는 거지?”

이하윤이 눈을 가늘게 뜨며 한마디 하자 장한설이 어색하게 웃는다.

“아하하! 그, 그럴 리가. 아무튼, 그게 더 긴장감 있을 거 같지 않냐?”

“난 찬성. 내가 단언하는데, 난 최고로 시간 당기면 2분 안에 끝내는 거 가능할 거 같다.”

최지혁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당차게 내기를 걸자, 다른 친구들 모두 의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양소혜가 말했다.

“흥! 난 1분 30초도 가능해.”

“거기서 10초 더 당겨주지!”

“기필코 1분 안으로 끊어주겠어!”

장한설과 이하윤까지 내기에 가담했다.

이에 신소이도 귀신 같은 머리카락을 축 늘어트린 모습으로 고개를 스윽 돌리며 한마디 했다.

“…. 55초에 걸게.”

다들 대진표를 보고 자신의 첫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이처럼 자신만만하게 타임어택 내기를 할 수 있었다.

“백윤후, 너는?”

양소혜가 묻자 백윤후는 콧잔등을 살살 긁다가 대답했다.

“3분?”

“우와! 백윤후 너 너무 노골적으로 신소이 밀어주는 거 아니야? 1초라도 당겨보겠다고 어필하지는 못할 망정, 그냥 이번 내기를 포기하겠다고?”

“이보세요. 저 대진표를 보고 말하시던가요. 내 첫 상대가 저기 제주 아카데미 애들 중 하나인 거 안 보여?”

다들 대진표로 시선을 돌려보니 백윤후의 첫 상대는 제주 아카데미의 공형모라는 학생이었다.

제주 아카데미 학생들의 실력이 본교 A, B반 학생들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제주 애들은 별나기로 소문나 있으니까. 그렇게나 강한 녀석들이 왜 본교 입학을 거부했는지 이상할 정도라고 하더라.”

“그러게 말이야. 나도 얼마 전에 그 소문 듣고 놀랐다니까?”

“소문은 다 들은 모양이네. 제주 아카데미 1학년 학생들이 게이트까지 폐쇄시켰다는 소식.”

마지막 말은 최지혁이 한 말이었다.

최근 놀라운 소식이 아카데미 학생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갔었다.

그건, 제주 아카데미의 학생들 만으로 이루어진 레이드 팀이 아카데미의 정식 허락을 받고, 제주도 서귀포 시에 발생한 8급 게이트를 전격적으로 폐쇄했다는 소문이었다.

학생팀만으로 구성된 레이드 팀이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매우 안정적인 전투를 통해 게이트를 폐쇄했다는 건 실로 엄청난 성과였다.

비록 8급 게이트이긴 했지만, 각성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학생들끼리 그 일을 해냈으니 소문이 빛처럼 빠르게 퍼지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백윤후가 타임어택을 3분으로 잡은 건 인정해 줘야지.”

“그건 그래.”

“나도 인정.”

친구들의 말에 백윤후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데 다들 한 사람의 대답을 빼먹고 있었다.

애초부터 내기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인 걸까?

누구도 한수호에게 타임어택 시간을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자 한수호가 알아서 시간을 말했다.

“어차피 우리 중에선 내 시합이 가장 뒤쪽에 있으니까, 난 가장 빠르게 끝난 사람을 기준으로 그보다 10초 일찍 끝내….”

“스탑! 이번 내기에서 장태산은 제외니까 그렇게 아셔.”

양소혜가 한수호의 말을 막아버렸다.

“나 왕따냐?”

“너 끼면 내기에 긴장감이 없어져! 다른 애들이 1분 컷이냐 2분 컷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넌 몇 초 컷 할거냐로 고민할 거잖아.”

“몇 초 컷이라니? 내 상대도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

한수호가 대진표를 바라보자 모두 시선을 돌렸다.

대진표를 보니 한수호의 상대가 된 학생의 이름은 이재룡이었다.

그런데 그 이름 옆의 소속에 ‘제주’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백윤후와 마찬가지로 한수호의 상대로 제주 아카데미 학생이었던 것.

하지만 한수호의 친구들은 곧바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아무리 제주라도 장태산을 상대로는 1분을 못 넘길걸?”

“아무렴. 천재가 범재들 틈에서 못난 척해봐야 우릴 놀리는 꼴밖에 더 되겠어?”

“그건… 맞는 말이야.”

양소혜부터 장한설, 신소이까지 모두 한수호의 강함에 대해선 논외로 치기로 합의라도 한 모양이었다.

“자, 어쨌든 내기는 정해졌으니까 각자 내 계좌로 입금들 하셔. 이 내기에 2등은 없다! 1등한테 몰아주는 혜자스러운 내기니까, 준비들 잘하라고! 후훗!”

장한설은 손바닥까지 비비면서 사냥감을 노리는 여우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가로 세로가 모두 20미터가 넘는 8개의 경기장엔 관중석 쪽으로 공격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투명장벽이 쳐져 있었다.

그 경기장 위로 학생들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관중석의 소란스러움도 순식간에 고요함으로 바뀌었다.

총 8개의 경기장.

그 위에 올라선 16명의 학생.

중앙의 높은 곳에 마법처럼 둥실 떠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5], [4], [3], [2], [1]…. [0]

스크린의 숫자가 0을 가리키는 순간, 마공돔 전체로 커다란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이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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