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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82화 (182/375)

182화

스읍

펀치가 뻗어 나가는 소리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과연 저런 약한 힘으로 더미 인형이 흔들리기나 할까 걱정이 될 정도.

그런데,

파캉!

한수호의 주먹에 맞은 인형이 생각보다 크게 휘청거렸다.

삐빅

[100]

계측기에 찍힌 숫자는 100.

그걸 본 사람들의 표정이 여러 가지로 갈렸다.

몇몇은 ‘이게 뭐야?’하는 표정으로 상황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고, 대부분은 ‘오, 그래도 타격치는 100에 맞췄네?’라며 살짝 놀라워하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A반 에이스들의 표정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하는 표정이었다.

‘30의 힘으로 100의 결과를 냈어?’

‘3배나 높였다고? 이게 가능해?’

‘투입 마나가 100이었으면 200에 맞추는 건 우습다는 거잖아?’

그들은 한수호가 보여준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했다.

첫째로, 투입하는 마나 수치가 얼마가 되었던 목표치가 정해지면 그 목표치에 타격 수치를 정확히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고,

둘째로, 투입된 마나 수치가 100이었다면 200이든 300이든 얼마든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직접 증명해 보인 것이다.

하지만 A반 에이스 학생들도 놓친 것이 있었다.

오직 한 사람, 지평학만이 한수호가 정말로 보여주려고 한 것이 무엇인지를 눈치챌 수 있었다.

‘장태산…. 마나압축만으로 쉽게 3배를 만들어 냈으니, 4배는 물론이고 5배까지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냐!’

지평학의 눈에서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사실 그가 이 마나압축법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가르친 건 적을 상대할 때 가장 효과적인 마나 활용법을 알려주어 미래에 닥칠 세계적인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100의 마나로 100의 타격밖에 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궁급의 마공사라고 해도 마나 소진으로 인해 금방 탈진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100으로 200의 타격을 줄 수 있다면 마나를 두 배는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버틸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걸 아는 마공사와 모르는 마공사의 차이는 삶과 죽음을 가를 정도로 클 수밖에 없기에 지평학은 학생들에게 이 마나압축법을 가르치고자 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수호는 달랐다.

그는 30으로 100을 만드는 마법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에게 마나압축법은 그저 단순한 응용기술에 불과한 것임을 모두에게 보여줬다.

본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3배는 물론이요, 4배 혹은 5배까지도 마나를 압축시킬 수 있다는 의미였고, 지평학의 마나 회로를 완벽, 그 이상으로 이해했음을 말하고 있었다.

‘정말 기가 막힌 녀석이로구나. 장태산, 저 녀석은 재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천재, 그 자체였어.’

지평학은 이제야 한수호가 지닌 천재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요.”

한수호는 권갑을 벗어 조교에게 넘겼다.

천천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은 한수호. 그런데 왠지 그의 표정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보였다.

‘이 마나압축의 마나 회로를 다른 특성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수호는 지금 몇 발자국 더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각성자들이 갖고 있는 특성은 일정량의 마나력을 소모함으로써 강력한 공격이나 방어, 또는 마법 현상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만약 마나압축법을 그 특성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면, 활용도는 더욱더 엄청나지는 것이다.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다. 과연 마나압축법의 마나 회로를 특성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한수호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옆엔 백윤후와 최지혁이 놀란 토끼 눈을 뜬 채로 한수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보냐?”

“그럼 안 보게 생겼어? 네 녀석이 방금 한 짓이 있는데.”

최지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뭘?”

“이 자식, 시치미 떼는 실력이 아주 수준급이네? 너 인마, 방금 교수님의 마나압축법을 3배로 업그레이드시켰잖아?”

“그런데?”

“원래 교수님이 알려준 설명대로 하면 2배가 최선이야. 근데 넌 뭔 수로 그걸 3배로 바꿨냐 이거지. 너 교수님한테 미리 개인 교습이라도 받은 거냐?”

그게 아니라는 건 최지혁도 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가르쳐주지도 않은, 교수가 알려준 것보다도 한 단계 높은 마나 회로를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인지를 말이다.

“보이니까.”

한수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보이긴 뭐가?”

“마나 회로.”

자신이 마나 회로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미친놈.”

하지만 최지혁은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띠리리리리링!

그때, 수업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렸다.

학생들 앞에서 오늘 수업에 대한 총평을 내리고 있던 지평학은 웃으며 말했다.

“…. 이주 뒤에 기말 평가니까 그사이 열심히 마나압축법을 연마해 보도록. 그럼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그럼, 이것으로 수업을 마치겠다.”

지평학이 자리를 뜨려 할 때,

짝짝.

짝짝짝짝!

작은 손뼉 소리가 점차 크게 번져 수련실 전체를 울렸다.

학생들은 오늘 지평학이 가르쳐 준 마나압축법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싸랑해요!”

“훌륭한 마공사가 되겠습니다!”

학생들은 지평학을 향해 진심이 가득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 *

수련실을 나서던 한수호는 기감에 걸려든 괴이한 기운에 흠칫 놀랐다.

‘설마?’

끈적거리고, 으슬으슬한 기운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감에 걸려들었다기보다는 불길한 느낌이 전해지며 팔에 소름을 돋게 만든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이 정체불명의 기운에 좀 더 가까이 갈 필요가 있었다.

‘2학년 전용 수련실 쪽인가?’

이 기분 나쁜 기운이 향하는 곳은 그리 멀지 않았다.

“너희들 먼저 가라. 난 잠깐 교수님 좀 뵐 일이 있어서.”

일부러 지평학 교수를 팔아 친구들과 헤어졌다.

만약, 지금 아카데미에 스며든 기운의 주인이 정말 요마 지소연이라면 친구들이 말려들게 하면 안 된다.

한수호는 지금 이 모습으로 지소연을 상대할 것이 아니었기에 친구들이 없는 편이 훨씬 좋았고, 궁급의 지소연에게 친구들이 당하는 걸 두고볼 수도 없었으니까.

“그래? 너, 아까 그거 어떻게 한 건지 우리한테 알려주기 싫어서 도망치는 건 아니지?”

양소혜가 눈을 얇게 뜨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원하면 나중에 자세히 알려줄게. 물론 공짜는 아니고.”

“쳇! 내 그럴 줄 알았다. 친구끼리 꼭 그렇게 계산적이어야 하겠냐?”

“난 너희들처럼 금수저가 아니라서.”

한수호가 웃으며 한 말에 양소혜가 뜨끔했다.

“넌 꼭 사람을 그렇게 난처하게 만들어야겠냐? 에이. 알았다. 내가 보답 확실하게 해 줄 테니까 나중에 꼭 알려주는 거 잊지 말고. 가자, 얘들아.”

“나도 꼭 알려줘, 장태산!”

“나, 나도….”

장한설과 신소이도 한수호의 마나압축법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했었나 보다.

그때 이하윤이 슬쩍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 보여준 게 다가 아니라는 거 알아. 어떻게 하는 건지, 나한테도 꼭 알려주길 바랄게.”

이하윤은 환하게 웃어 보이고는 다시 마스크를 착용했다.

흉터가 거의 사라진 이하윤의 미소는 꽁꽁 얼어버린 얼음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고, 예뻐 보였다.

“내가 오늘 그 마나 회로 완벽하게 분석해 내고 만다! 내일 보자고!”

최지혁은 갑자기 뭔가에 꽂혔는지 서둘러 달려나갔다.

다들 멀어져 가는데 백윤후만 머뭇거리고 있었다.

감각이 발달한 도플갱어라 그런지 그도 한수호처럼 뭔가를 느낀 모양.

물론, 백윤후의 감정 상태는 고스란히 한수호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대상의 감정이 ‘묘한 불안감’에 물들고 있습니다.

한수호는 백윤후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그만 불안해하고, 쟤네 2학년 수련실 쪽으로 가지 못하게 막기나 해.”

“역시, 뭔가 무서운 놈이 오고 있는 거지?”

“아마도. 괜히 궁금하다고 근처에 오진 마라. 너하곤 급이 다른 존재야.”

“넌 괜찮겠냐?”

“아까 봤잖아. 그거 내 실력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거야.”

“허풍은 그쯤 해라. 아무튼 알았으니까, 조심하고.”

백윤후도 지금 이 근처로 다가오고 있는 존재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었기에 괜한 오지랖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네가 애들 데리고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주면 더 좋고.”

“노력은 해 보지.”

그렇게 백윤후 마저 자리를 떴다.

한수호는 재빨리 수련실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화장실로 향한 뒤, 거기서 잽싸게 전투 영역으로 들어갔다.

어제 SUV차량을 안에 넣고는 고니까지 깜빡 잊고 있었다.

‘내 정체를 숨기려면 고니가 필요해.’

전투 영역에 들어가니 바로 SUV가 보였다. 고니는 그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고니야. 임무다.”

한수호가 부르자 고니는 폴짝 뛰어 품에 안겼다.

“어제처럼 안면 마스크로 부탁한다.”

캬르릉.

고니는 두말없이 바로 모습을 변형시켰다.

촤르륵. 철컥!

한수호의 눈 아래부터 목까지가 단숨에 회색의 안면 마스크로 완전히 가려졌다.

“뭐야? 왜 오늘은 회색이냐? 게다가….”

안면 마스크를 살짝 들어 올려보니 이번엔 독특한 해골 문양까지 그려져 있다.

[It’s Fashion.]

고니가 한수호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을 띄워주었다.

“패션? 에휴. 알았다. 기능만 제대로면 뭐가 문제겠냐.”

[Ghost skill.]

“응? 유령 스킬이 뭐?”

[Use It.]

“그 유령 스킬을 써라? 너 그런 스킬도 있었어?”

[Addition.]

“추가됐어?”

한수호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뭐. 한번 써볼게. 우선 실행해 봐.”

한수호의 대답이 나오자마자였다.

피잇-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더니 한수호의 시야가 확 변했다.

마치 메트릭스의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주변의 모든 사물이 녹색의 숫자 행렬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신의 손을 바라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옆에 세워진 SUV차량 창문을 봐도 자신의 모습이 비쳐 보이지 않는다.

“오. 이거 죽이는데?”

[Ghost skill.]

“그래, 알아. 이게 유령 스킬이다 이거군. 기척도 숨겨져?”

[Yes.]

“이거, 국수대 대원들이 사용하는 스텔스 로브 따라 한 거지?”

[Upgrade.]

“하하. 그래, 그래. 버전업 했다 이거네. 그런데…. 저 녀석들은 뭐 하는 거냐?”

한수호는 40%쯤 완료된 진입 차단벽 너머로 보이는 월과 범이, 살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차단벽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인데, 고니의 유령 스킬을 쓰니 벽 너머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한수호의 말을 들었는지 벽 뒤에 숨어 있던 월이 모습을 슥 드러냈다.

한수호가 유령 스킬을 거둬들이자 월이 성큼성큼 다가와 눈으로 말했다.

[요즘 얼굴 보기가 힘들다.]

“어제도 봤잖아.”

[그건 말 그대로 그냥 보기만 한 거다. 대화는 전혀 없는.]

월의 말에서 왠지 서운함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월과 범이, 살이한테 좀 무관심했던 것 같다.

“미안. 이번에 급한 일만 끝나면 자주 와서 함께 시간을 갖도록 할게.”

[알았다. 그런데, 지금도 급한가?]

“어. 바로 나가봐야 해. 있다 저녁때 들를 테니까 여기 잘 부탁한다.”

[사실 말할 게 있….]

월이 거기까지 글자를 띄웠을 때, 한수호는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져 있었다.

“갔네. 갔어. 내 말은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한수호가 사라지자마자 육성으로 투덜거리는 월.

“야, 범이. 네가 저 차에 박아 넣은 아크로 버전이 몇짜리라고?”

월이 인상을 쓰며 묻자 범이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2.74버전입니다, 대장.]

이젠 범이까지 눈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2.74? 그나마 다행이네. 3.0 이상으로 박았으면 넌 짜샤, 나한테 뒤졌어. 그리고, 살이. 주인이 아직 눈치채지 못한 거 같으니까, 얼른 차 외장 작업 다시 해라. 지금 차체로는 2.74 버전의 아크로를 못 버티니까 보강을 해야 해. 1시간이면 문제없겠지?”

[가능합니다.]

살이도 눈으로 말을 하더니 바로 SUV차량에 붙어섰다. 그리고,

촤륵. 철커덕!

살이의 양어깨 위로 기다란 기계 팔이 튀어나오더니 커다란 SUV차량을 번쩍 들어 올렸다.

살이는 그 아래로 들어가 열심히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살이를 바라보던 월은 자신보다 세 배는 큰 덩치를 가진 범이의 어깨 위로 폴짝 뛰어오르더니 머리를 꽁 쥐어박았다.

“마! 너 때문에 주인이 아끼는 SUV 날려먹을 뻔했잖아! 저거 개조해서 점수 좀 따려고 했더니만, 아주 심장을 쫄리게 만들어요. 앞으로는 제멋대로 하지 말고 조심해라. 알았냐?”

월의 말투는 마치 후배를 혼내는 선배의 말투와 같았다.

그 말에 범이가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다시 눈으로 말했다.

[월 선배님. 그럼, 음성기능은 물 건너간 겁니까?]

“그건 보류. 나도 지금 음성기능이 생겼다는 걸 주인한테 말 못 했는데, 너희들까지 음성으로 말하면 어떨 거 같냐? 그건 상황 봐서 추가해 주든지 할 테니까 잠자코 기다려.”

[네, 선배님.]

범이가 실망한 듯 고개를 푹 숙이자, 월은 그런 범이의 머리를 툭툭 쳐주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힘내라. SUV에 온갖 기능을 추가해 뒀으니 주인이 엄청 기뻐할 거야. 그때 기회 봐서 다 말할 거니까 좀만 참고. 오케이?”

[넵!]

범이는 차려자세를 하며 눈으로 힘차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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