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180화 (180/375)

180화

‘양파 같은 놈.’

한수호는 인챈트 스톤을 받아가는 백윤후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알고 보니 백윤후는 지금까지 한수호에게 커다란 비밀 한 가지를 숨기고 있었다.

그건 바로 도플갱어 종족이 지닌 특수성이었다.

도플갱어는 뱀파이어 이상으로 목숨이 질기고, 그 어떤 몬스터들 보다 오래 산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생명 코어라는 존재 덕분이긴 하지만, 그것 말고도 도플갱어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

그들 종족에게만 주어지는 세 가지 고유 특성이 존재했다.

도플갱어의 고유 특성.

그 특성들은 헌터들이 갖게 되는 특성과는 궤를 살짝 달리한다.

고유 특성 세 개가 모두 공격형이 아니라 완벽한 보조형 특성이라는 것.

백윤후가 지닌 고유 특성은 다음과 같았다.

마나 회복, 상처 회복, 정신 회복.

마나 회복은 전투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마나를 소모하게 되면 특성을 사용하여 빠르게 소모된 마나를 회복하는 효과를 지녔다.

상처 회복은 말 그대로 상처를 빠르게 치료하는 효과였고, 정신 회복은 어떤 충격을 받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빠지거나 정신 공격을 받았을 때 이를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는 효과였다.

즉, 백윤후는 이 세 가지 고유 특성에, 원래 백윤후가 가지고 있던 ‘폭렬검’이라는 특성까지 총 네 개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수호가 물어보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넘어가려 했던 백윤후.

한수호는 크게 화내지 않았다.

괜히 화를 냈다가 훌륭한 특성을 얻을 기회를 날려버릴까 봐 최대한 조심했다.

한수호가 백윤후에게 요구한 특성은 ‘상처 회복’ 특성이었다.

마나 회복은 비슷한 효과를 지닌 ‘마나력 베터리 코어’가 있었고, 정신 회복 또한 정신 스탯을 14까지 올린 상태라 딱히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기회가 된다면 이 세 가지 특성 모두 인챈트 스톤에 새겨 흡수할 생각이었다.

백윤후는 한수호가 내민 인챈트 스톤에 곧바로 특성 ‘상처 회복’을 새겨주었고, 그걸 인심 쓰듯 넘겨 준 후 신나는 발걸음으로 강의실을 향해 가버렸다.

아마도 그의 머릿속은 한수호가 준 ‘쇄혼’ 특성을 흡수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터였다.

그런 백윤후가 사라질 때까지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던 한수호.

그는 손에 쥔 상처 회복 특성석을 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다 누가 볼세라, 얼른 인벤토리 안에 넣어버렸다.

‘오늘도 할 일이 산더미로구나.’

한수호는 상처 회복 특성을 습득하는 것도 저녁으로 미뤄야 했다.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나무 그늘에 앉아 있던 한수호는 곧 오후 강의가 시작될 시간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공법폰에서 벨이 울렸다.

“네, 형.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전화를 건 사람은 김재우였다.

이틀 전, 김재우에게 이프리트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 뒤로 처음 하는 통화였다.

-네가 말한 흡정마들 말이다. 셋 중에 둘은 위치 파악이 됐거든?

“와, 벌써요? 빨라서 좋네요.”

-내가 신경 좀 썼지. 누구 부탁이라고 그걸 대충 처리하겠냐? 아무튼, 두 놈의 위치 파악은 됐는데 좀 걱정이 돼서 말이다.

김재우는 한수호의 부탁대로 현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흡정마인 세 명의 위치를 추적했고, 그들 중 둘의 위치를 파악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무슨 일인데요?”

-전희지는 어디로 숨었는지 당최 위치 파악이 안 되고 있다만, 지소연하고 박인범은 일산에 같이 있더구나. 알다시피 지소연은 궁급이고, 박인범도 거의 궁급에 가까운 진급이라 내 팀만 가지고는 처리가 어려울 것 같거든.

“네? 설마, 형이 직접 그들을 잡으려고 했어요?”

-응? 네가 흡정마들을 찾은 이유가 놈들을 때려잡기 위해서가 아니었어?

김재우가 이번에도 좀 앞서나간 모양.

한수호는 흡정마들의 위치만 파악해서 알려달라고 한 말이었는데, 김재우는 아예 그들을 때려잡으려고 했나 보다.

“안 돼요. 지금 형이 나서면 큰일 납니다. 그냥 놈들 위치만 파악해 두고 멀리서 지켜만 보세요. 절대 접촉하지 말고요.”

-흐음. 네 말은 알겠는데, 그놈들은 흡정마야. 분명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 거라고. 그토록 찾기 힘든 놈들의 위치를 알아냈으니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내가 너한테 연락한 거는 그 두 흡정마의 위치를 유대룡 본부장님한테 보고해서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할 거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건 한수호도 미처 생각을 못 했다.

김재우는 정의로운 사람이고, 헛된 희생자가 생기는 걸 그 무엇보다도 싫어 한다.

악이 눈앞에 있으면 일단 처단부터 하려고 하지, 한수호처럼 앞뒤 다 재보고 신중하게 처리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형. 그러지 마요. 지금 유대룡 본부장한테 이걸 알려봐야 특무부 요원 몇 명 더 붙여서 쉽게 해결하라고 할 게 뻔하다고요. 이 시점의 유대룡 본부장은 다른 일 때문에 정신이 없을 거란 말입니다.”

이 시기의 유대룡은 미국의 유명한 투시 마공사 ‘나스타샤’를 한국에 불러들이기 위해 대외적인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수호는 이를 잘 알기에 김재우가 이번 일에 나서지 않기를 바랐다.

-본부장이 정신이 없을 거라는 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뉴스 안 봐요? 8월에 있을 용인의 2급 게이트 폐쇄 작전을 위해 특무부에서 미국의 유명한 마공사를 초대할 계획이라는 소식 못 봤냐고요.”

-그건 나도 알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유대룡 본부장이 그 일 때문에 흡정마 소탕하는 일을 대충 처리하진 않을 거 같은데?

“아무튼, 형이 이번 일에 앞장서서 나서는 건 제가 반대합니다. 이미 말했죠? 이프리트로부터 시작되는 멸망의 시나리오를 바꾸려면 형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그러니 형은 그전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있어야 한다 이겁니다.”

한수호는 이렇게라도 말해서 김재우가 영웅심을 발휘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김재우의 마음을 돌리는 건 쉽지 않았다.

-하. 그 더럽고 추악한 흡정마들의 위치를 알고도 가만히 있으라는 거냐? 인류의 멸망을 막는다는 대의 때문에, 지금 당장 눈앞에서 흡정마에게 죽어가는 시민들을 그냥 내버려 두라고? 난 그렇게 못 한다.

한수호는 답답했다.

말로는 김재우를 말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한수호의 머릿속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저기, 형. 잠깐만요. 요마 지소연하고 혈괴수 박인범이 일산에 같이 있다고요?”

-그래. 그 둘이 같이 있을 거라고는 나도 생각을 못 했네.

“그들의 위치를 어떻게 발견했죠?”

-내 팀원 중 하나가 CCTV를 확인하다가 우연히 발견해 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긴 했다만, 멍청하게 턱스크를 한 채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얼굴이 드러났지. 운이 좋았다.

한수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쉬워도 너무 쉽다.

마치 자신들이 여기 있으니 얼른 와서 잡아보라고 광고하는 느낌.

그동안 흔적도 없이 도망 다니며 사람들을 죽인 흡정마가 이렇게 쉽게 위치를 들키다니.

‘함정일까?’

특무부 요원들을 끌어들여 그들에게 쓴맛을 보여주려는 함정이거나, 아니면 모두의 이목을 일산 쪽으로 주목시키고 다른 곳에서 몰래 뭔가를 행하려는 시선 돌리기의 느낌이 진하게 난다.

“지소연 옆에 다른 여자아이는 없었습니까?”

-여자아이? 내가 본 화면에는 딱 둘밖에 없었다. 지소연과 박인범. 그 둘 말이야.

이것도 이상하다.

한수호는 황가련의 가족을 해치운 것도, 황가련을 데려간 것도 지소연일 거라는 가설을 세웠었다.

황가련이 이미 각성했을 거라는 건 거의 확실하니 그녀를 제어할 수 있는 지소연이 곁에 계속 붙어 있어야 할 터.

지소연 옆에 황가련이 없다면, 이건 가짜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뻔히 들여다보이는 연극을 하는 걸까?

‘뭔가 급한 일이 터졌고,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급하게 특무부의 시선을 돌려야 했다는 건가?’

그렇다면 굳이 일산을 택한 이유는 뭘까?

일산에서 뭔가 일을 벌이려고 하는 함정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말이 된다.

특무부 요원들을 대거 일산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은 다른 곳에 대한 방비를 소홀하게 하기 위함일 터.

자체적으로 엄청난 방어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는 은평구의 특무부 본부를 노리는 건 아닐 테니, 오히려 일산과 정반대 쪽이 목표일 가능성이 높다.

“형. 잠깐만 전화 끊어봐요.”

한수호는 김재우와의 통화를 끊고 곧바로 서울 지도를 폰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 일산과 은평구를 잇는 선을 긋고, 그대로 직선을 그려 반대쪽 지역을 훑어봤다.

그러자 한 곳이 그 직선상에 딱 걸려든다.

‘아카데미?’

그랬다.

일산과 특무부 본부를 잇는 직선을 좀 더 길게 그리면 서울 아카데미가 일직선상에 놓이게 된다.

‘설마, 지소연과 황가련이 아카데미를 목표로 삼았다고?’

말도 안 되는 가정.

하지만 과연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한수호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졌다.

‘정말 지소연의 목표가 여기라면, 특무부가 일산으로 움직여야 모습을 드러내겠지?’

그럼 김재우로 하여금 일산에 있다는 지소연과 박인범을 잡기 위한 작전이 실제로 펼쳐져야 했다.

한수호는 모험을 걸기로 했다.

지소연이 이곳에 나타나면 그녀와 함께 있을 황가련을 제압해 이곳에 붙들어 놓기로.

아무리 지소연이라고 해도 이 아카데미에 있는 수많은 마공 교수들과 각성한 학생들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다.

분명 은밀하게 움직일 것이고, 정체가 발각되면 곧바로 도망칠 확률이 높다.

그러니 그 기회를 잘만 이용하면 황가련을 제압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권존께서 여기 계시니 위급 상황엔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한수호는 지소연과 황가련이 이곳에 올 확률을 거의 70% 이상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아카데미를 목표로 삼았냐는 것.

‘김무성 어르신의 정체가 발각된 건 아닐 테고…’

그랬다면 오히려 이곳에 올 생각을 못 할 것이다.

지소연이 아무리 궁급의 마공사라고 해도 권존 김무성을 혼자 상대할 배짱은 없을 테니까.

‘일단 그녀들이 여길 온다는 가정하에 준비를 해 둬야겠다.’

급히 김재우에게 전화를 건 한수호.

“형. 일단, 형이 계획한 대로 하세요. 대신, 형은 앞에 나서면 안 됩니다. 지휘 요원이 앞에 나서봐야 전투 요원들에게 방해만 된다고요.”

-허, 그놈 참. 팩트로 때리니 할 말이 없네. 뭐, 알았다. 네 말도 틀린 건 아니니까. 그래도 내 팀이 위험하면 나도 얼마든지 돕기 위해 나설 거야.

“정 나설 거면, 투명화 반지 꼭 사용하시고요.”

-당연하지! 내가 뭘 믿고 이렇게 나대는데? 그 반지 없었으면 후방 작전실에 처박혀서 꼼짝도 안 했을 거다.

한수호는 김재우에게 투명화 반지를 괜히 줬구나 잠시 후회했다.

“그럼 나중에 결과 알려줘요. 문자나 칙톡도 괜찮으니까 아무 때나.”

-그래, 알았다.

김재우와 통화를 마친 한수호는 수업 시작 5분을 남겨 놓고,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안에서 문을 잠근 뒤, 상처 회복 특성석을 꺼내 마나를 끌어 올렸다.

‘혹시 모르니 이 특성까지 흡수해 두자.’

[특성석]

-보유 포인트: 30,000LP

-백윤후의 고유 특성, ‘상처 회복’이 새겨져 있습니다.

>>특성을 흡수하고 포인트를 획득하겠습니까? YES/NO

바로 YES를 선택하자 특성을 흡수할 때 발생하는 특유의 이팩트가 터지며 특성석이 와그작 깨져버렸다.

한수호는 눈앞에 떠오른 특성석 흡수 메시지를 확인했다.

>>특성을 획득합니다.

>>특성: 상처 회복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획득 포인트: 30,000LP

도플갱어의 고유 특성이라 그런지 나오는 포인트가 만만치 않다.

한수호는 곧바로 특성에 대한 설명창을 살펴봤다.

[상처 회복]

-3초간 상처 재생력을 극도로 높여준다.

-효과: 찰과상 회복, 타박상 회복

-치유류 아티팩트를 흡수하여 유지 시간 및 재생 효과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쿨타임: 5분

백윤후가 특성을 인챈트 하면서 적합도에 맞춰 다운그레이드되어서 그런지 효과가 찰과상과 타박상 회복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걸로 끝나는 건 아니라 다행이네.’

인벤토리 특성처럼 치유류 아티팩트를 흡수하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

가벼운 상처 정도는 쉽게 치료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수업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3분.

여기서 실습실까진 1분이면 되기 때문에 아직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치유류 아티팩트면…. 성수액도 해당되는 거 아닌가?’

마침 한수호에게 사보텐더 성수액이 3개나 있었다.

어차피 별로 쓸 곳이 없어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싶었는데 마침 잘됐다.

한수호는 성수액 하나를 아공간에서 꺼내놓은 뒤, 상처 치료 특성으로 그걸 흡수시켰다.

순식간에 성수액이 사라졌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하나로는 안되는 건가?’

성수액 하나를 더 꺼내서 또다시 흡수를 진행했다.

후욱

이번에도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이걸로도 안 되면 일단 다음으로 미뤄야지 뭐.’

마지막 성수액을 꺼내서 특성으로 흡수를 진행한 순간,

후아악!

성수액이 사라지자마자 한수호의 눈앞에서 폭죽 같은 것이 펑펑 터졌다. 그리고,

>>특성 ‘상처 치료’가 성수액을 흡수하여 진화하였습니다.

고맙게도 특성 진화에 성공했다.

한수호는 급한 마음에 서둘러 변화된 특성을 살펴봤다.

[상처 회복]

-5초간 상처 재생력을 극도로 높여준다.

-효과: 찰과상 회복, 타박상 회복, 자상 회복, 절상 회복

-치유류 아티팩트를 흡수하여 유지 시간 및 재생 효과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쿨타임: 5분

눈이 번쩍 뜨였다.

재생력 유지 시간이 늘고, 자상과 절상 회복이 추가됐다.

‘이거면 됐다!’

한수호는 훨씬 번듯해진 상처 회복 특성을 바라보며 속으로 예스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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