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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73화 (173/375)

173화

한수호는 오중현의 검술을 바로 알아봤다.

사방을 뒤덮는 검의 꽃.

10년 전 그때, 자신을 향해 펼쳐졌던 가면인의 검술과 오중현의 검술은 완전히 동일했다.

당시보다 몇 배는 강력해진 위력.

하지만 제아무리 대단한 검술이라도 그랑의 방패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중현의 매화만개를 모조리 튕겨낸 한수호는 그대로 앞으로 뛰어들었다.

“꺼져!”

오중현이 다시 검을 휘둘렀지만.

타캉

방패에 막힌 검에서는 엄청난 반동이 전해질 뿐이었다.

한수호는 검을 옆으로 튕겨내고는 오중현의 왼팔 옆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매의 발톱처럼 오중현의 왼 팔뚝을 움켜쥐었다.

“감히!”

오중현이 다시 특성을 일으켜 매화만개를 펼쳐냈고, 백여 개의 검화가 한수호를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그랑의 방패는 너무도 단단했다.

꽈가가가가강

무시무시한 폭발과 함께 한수호가 뒤로 튕기듯 날아갔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핏물이 뿜어졌다.

“크아아악!”

오중현이 자신의 왼팔을 붙잡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한수호는 오중현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면서도 왼팔을 움켜쥔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매화만개의 강력한 파괴력과 그랑의 방패가 지닌 막강한 반탄력이 부딪친 순간, 모든 힘이 오중현의 왼팔에 집중된 것이다.

결국, 오중현의 왼팔은 몬스터에게 물린 듯 완전히 뜯겨나가고 말았다.

한수호는 뜯겨 핏물을 뚝뚝 흘리는 오중현의 팔을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밟아 짓이겨 버렸다.

“이제 시작이다, 오중현.”

살기 가득한 음성에 오중현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의 머릿속엔 지금 여길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다들 뭘 하는 것이냐! 당장 이놈을 죽여라! 모든 화력을 집중시키란 말이다!”

오중현은 팔 한쪽을 잃은 고통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도주를 위해 몸을 날렸다.

그의 외침이 퍼져나가자 주변에 산재해 있던 양복 사내들은 한수호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다

꽝. 꽈과광.

총탄이 쏟아지고, 화염이 날아들었다.

한수호가 움직이는 방향에 흙벽이 세워지는가 하면.

우르르릉

땅은 지진이 난 것처럼 크게 흔들거렸다.

한수호는 땅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어느새 검의 형태로 되돌아온 그랑검을 도망치는 오중현의 등 쪽으로 힘껏 휘둘렀다.

쑤아앙

새파란 검기가 허공을 가르며 쏘아졌다.

이대로 오중현을 놓칠 수는 없기에 검에 상당한 마나를 실었다.

“죽음으로 각주를 보호하라!”

“천갈궁의 영광을 위하여!”

양복 사내들은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한 눈빛이 되어 한수호가 뿌린 검기를 향해 제 몸을 내던졌다.

촤아악

서걱

파가가가각

검기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이 잘려나갔다.

그들이 전력으로 펼쳐낸 마나 방어막은 유리처럼 깨어져 나갔고, 그들이 휘두른 무기는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팔다리가 날아다니며 허공을 붉게 물들였다.

무려 여섯 명이 목숨을 도외시하고 몸을 내던진 탓에 그랑검의 검기는 힘을 상당히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여력을 실어 오중현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는 오중현의 목뒤로 검기가 파고드는 그 순간,

카앙!

누군가가 오중현의 등 뒤로 나타나 검기를 쳐냈다.

한수호는 오중현의 목숨을 구한 사내를 노려봤다.

마공가문의 마공사들이 즐겨 입는 편안한 무복을 걸치고, 한 손에 기다란 장검을 쥐고 있는 중년의 사내.

평균 신체 수치가 154나 되는 그는 바로 당채룡이였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오중현에게 한마디 했다.

“먼저 가서 부상부터 치료하게.”

중국어였지만 대충 뜻을 알아들은 오중현은 바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수호는 곧장 옆으로 튀어 나가며 오중현을 향해 다시 검기를 날렸다.

쓰아아아악

당채룡이 아닌 오중현을 향해 커브처럼 휘어져 날아가는 검기.

하지만 당채룡은 이를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훌륭한 검기다.”

당채룡은 감탄의 눈빛을 보이며 검기를 향해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꽈아앙!

좀 전보다 더욱 커다란 폭발음.

당채룡은 그 충격에 세 발이나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한수호의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중현이 도망치는 방향을 그대로 쫓아가며 그랑검에 마나력 7할을 담아 계속 검기를 쏘아냈다.

그랑검이 지닌 지독한 한기와 한수호의 마나가 어우러지며 궁급에 이르는 강력한 검기가 뿜어졌다.

하지만 당채룡도 만만치 않았다.

제독당가의 2대 사부로 추앙받는 강자였기에 그 또한 강력한 검기를 뿜어낼 수 있었다.

꽈아아앙!

꽈가가강!

당채룡은 한수호가 뿌려낸 검기를 정확히 쳐냈다.

튕겨진 검기가 나무를 베고, 바위를 박살 냈지만 단 하나도 당채룡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결국, 한수호는 오중현을 놓치고 말았다.

“대단하군, 대단해. 한국에 이 정도의 젊은 고수가 있을 줄이야.”

한수호가 추격을 멈추자, 당채룡도 10미터 앞에 멈춰 섰다.

깨끗했던 그의 무복은 여기저기 찢기고, 바스러져 있었다.

담담했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검을 굳게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수호는 저 멀리 숲속으로 모습을 감춰버린 오중현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토해내고는 당채룡에게 시선을 돌렸다.

“덕분에 놓쳤네요.”

정확한 중국어를 말하는 한수호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오중현의 사지를 잘라내고 싶었지만, 당채룡이 앞을 막아서고 있는 이상은 불가능했다.

괜히 무리해서 놈을 때려잡으려다가는 자칫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지도 모르기에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어(漢語)를 할 줄 아는군.”

당채룡은 한수호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하자 더욱 놀란 표정이었다.

“당가의 귀인이 천살궁과 붙어먹기도 하는데, 제가 중국어를 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할까요.”

“날 귀인으로 봐주다니, 이거 영광인데?”

“계속 그러고 서 있을 겁니까?”

한수호는 살아남은 양복 사내들이 전부 이윤철 쪽으로 달려가자 마음이 다급해 졌다.

가급적이면 당채룡과는 붙고 싶지 않았다.

당채룡을 물리치려면 전력을 다해야 했고, 그럼 정체를 들킬지도 모르기 때문.

“네가 거기에 있으면, 나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냥 떠나준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거 같지는 않구나.”

“그럼 잘됐네요. 난 이대로 떠나겠습니다. 그러니 제 일행도 그냥 보내주는 거로 하죠?”

한수호는 이윤철과 그의 팀원이 살아남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자 당채룡이 난처한 듯 씁쓸하게 웃었다.

“나야 그러고 싶다만, 내 동료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는군.”

당채룡은 반대쪽 숲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을 따라 한수호가 고개를 돌린 그때,

콰앙!

숲 안쪽에서 강력한 폭음이 터지더니 한 사내가 튕겨 나왔다.

그 뒤로 이윤철과 임향기, 최민우 또한 뭔가에 얻어맞은 듯 불안정한 자세로 튕겨졌다.

이윤철은 가장 먼저 안전하게 착지한 뒤, 바닥을 나뒹군 현에게 달려갔다.

“현! 괜찮나?”

“으으…. 네.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현의 방탄 헬멧이 반쯤 부서져 있었다.

그의 방탄 방검복도 군데군데 찢겨 있었는데, 그 자국이 마치 뱀이 훑고 지나간 것 같았다.

현은 재빨리 일어났고, 숲 쪽을 경계했다.

임향기나 최민우도 잔뜩 긴장한 상태로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들 어디 소속이니? 남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온 것도 봐주기 힘든데, 물건까지 훔쳐 달아나면 더욱 더 용서하기 힘들단다. 좋은 말로 할 때 내놓으렴. 그럼 고통 없이 보내줄 테니까. 호호호!”

깔깔거리며 숲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박혜리였다.

그녀는 한 손에 검고 기다란 채찍을 휘말고 있었는데, 채찍엔 엄청난 숫자의 칼날이 박혀 있었다.

한수호는 박혜미의 채찍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반 이상이 박살 난 헬멧.

그 너머로 보이는 젊은 사내의 얼굴.

그 얼굴을 본 순간 한수호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진무현? 저 사람이 진무현이였어?’

어쩐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든다 싶었는데, 이제 보니 현이라는 사내가 바로 진무현이였다.

서산에서 마공 아카데미 입학을 위한 테스트를 받았을 때, 짧게 마주쳤던 진무현.

그가 어떻게 비밀 조직의 대원이 되어 이곳에 있을 수 있는 걸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한수호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회귀 전의 세상에선 라뮬검의 원래 주인이자, 수많은 게이트를 폐쇄하며 영웅으로 대접받았던 인물.

한수호가 라뮬을 선점함으로써 그의 영웅적인 행보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진무현은 여전히 천갈궁과 척을 지고 있었고, 그들을 물리칠 방법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어가며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한 번 영웅은 끝까지 영웅이라는 건가?’

그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전설의 검 라뮬 덕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라뮬이 없음에도 진무현은 약하지 않았다.

궁급을 훌쩍 넘은 마공사인 박혜리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부상하나 없었으니 몸 하나는 엄청나게 튼튼한 모양.

“자네가 혼자 떠나고자 한다면, 난 막을 생각이 없네. 허나, 일행과 함께 가려고 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야.”

“이왕 마음 쓰신 김에 저 아줌마까지 설득해 주면 어떻겠습니까?”

한수호는 일부러 박혜리가 들으라고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중국어였지만, 박혜리라면 아무 문제없이 알아들을 수 있었으니까.

“허허. 젊은 친구가 욕심이 많군. 날 귀인으로 봐주는 것이 고마워 자네에겐 손을 대지 않으려는 것인데, 이건 선을 넘은 것이 아닌가?”

당채룡이 신사라도 되는 양 인심 쓰듯 하는 말에 한수호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나와 오중현의 일에 끼어든 순간, 그쪽에서 먼저 선을 넘은 겁니다만.”

“꼭 끝을 보겠다, 이건가?”

당채룡의 눈빛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 주위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뭉실뭉실 피어올랐다.

당채룡이 힘을 끌어모으자 그의 신체 수치도 함께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평균 154에 이르렀던 수치가 160을 넘기더니 175까지 상승했다.

단순 수치만 따져봤을 땐, 한수호보다도 높아진 상태.

당채룡 역시 마공가문의 고수로 마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호흡법을 익히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한수호는 잠시 상황을 가늠했다.

혼자서야 얼마든지 도주할 수 있지만, 이윤철과 진무현 등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생명의 존엄성? 약자를 위한 강자의 아량?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선의의 마음?

한수호는 그딴 이유로 저들을 도우려는 게 아니었다.

이윤철과 진무현이 소속된 조직의 힘이 필요했다.

회귀 전, 이 시기에는 특무부를 비롯해 정의국과 대한맹 모두 황도13궁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윤철과 진무현이 속한 조직은 이미 천갈궁의 비밀기지를 찾아냈고, 그들이 중국의 제독당가와 일을 꾸미려 한다는 것까지 파악해 냈다.

이 정도면 한수호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터.

이들을 살려서 그 조직이 스스로 돕게끔 상황을 끌어낼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내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건데….’

평균 수치가 175까지 치솟은 당채룡과 평균 121의 박혜리까지 한꺼번에 상대하면서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강력한 한 방으로 탈출로를 뚫어낸 다음 놈들이 쫓아올 수 없는 곳으로 빠르게 숨어드는 것.

그러려면 이윤철 등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했다.

한수호는 조금씩 뒤로 물러서며 이윤철에게 마나전음을 흘려보냈다.

‘지금부터 제 말을 잘 들으세요. 살고 싶다면 무조건 제 말을 따라주셔야 합니다.’

뇌를 직접 파고드는 음성에 이윤철이 흠칫 놀랐다가 한수호를 힐끔 바라보고는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한수호는 이윤철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고, 진무현이나 다른 팀원들에게도 그 말이 전해지기를 기다렸다.

그런 한수호를 바라보는 당채룡은 굉장히 의외라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당채룡의 지금 모습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사왕오패의 궁급 마공사들이라 해도 당채룡이 뿜어내는 강력한 기운을 목도한다면 적잖이 당황하게 될 터.

하지만 한수호는 별거 아니라는 듯 너무도 담담한 반응이었다.

‘설마 날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당채룡의 기준에서 한수호의 능력은 정말 놀라웠다.

목소리를 봐서는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인 것 같은데, 궁급을 코앞에 둔 오중현을 너무도 쉽게 이겨버렸다.

하지만 당채룡은 한수호가 지닌 강함의 대부분은 그가 지닌 무기에서 기인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가문의 비전 심법을 활용해 전력을 다하기 시작한다면 무기의 이점이 사라지게 되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싸움을 이미 자신의 승리로 보고 있었다.

그가 한수호를 잠시 붙잡아 놓기만 해도 박혜리의 손에 나머지 일행은 순식간에 처리가 될 터.

그러면 한수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도망칠 게 뻔했으니까.

물론 당채룡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한수호를 쓰러뜨려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믿음이 가지 않는 천갈궁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고스란히 드러내야 했기에, 그 상황을 원치 않을 뿐이었다.

‘또 다른 변수가 생기기 전에 끝내야겠군.’

당채룡은 자신의 뜻을 마나전음에 담아 박혜리에게 전달했다.

한수호를 묶어둘 테니 최대한 빨리 네 명을 처리하라고.

박혜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채찍으로 바닥을 거칠게 후려쳤다.

“이제 흥미가 떨어졌으니 장난은 여기까지만 하자꾸나.”

박혜리는 단숨에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그때였다.

한수호가 돌연 두 주먹을 불끈 쥐더니 온몸의 근육에 힘을 잔뜩 불어넣었다.

부우욱!

그의 근육이 풍선처럼 확 부풀어 올랐다가 빠르게 가라앉았고 전신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걸 본 당채룡이 적잖이 당황했다.

한수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당채룡도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거대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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