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권갑으로 변형까지 된다고?’
권존으로 이름을 날렸던 김무성에겐 정말 딱 알맞은 무기였다.
“너도 정보를 봤으니 알 거다. 그게 혼돈의 무구 중 하나라는 건, 그와 비슷한 무구들이 더 있다는 말이니 정말 놀라운 일이지.”
“다른 무구들은 찾지 못하셨나요?”
“혹시나 싶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게이트를 뒤지고 다녔지만 같은 행운은 또 찾아오지 않더구나.”
이 순간 한수호는 자신에게도 혼돈의 무구 중 하나인 혼마흑갑이 있다는 걸 말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이제 막 신뢰를 쌓고 모든 것에 솔직해지는 시점에 숨기는 게 늘어나면 언제 이 신뢰가 깨질지 모르는 것이기에.
하지만 한수호는 끝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훌륭한 무구네요. 잘 봤습니다.”
한수호는 두 손으로 혼마귀부를 김무성에게 건넸다.
“보면 볼수록 놀랍구나. 그걸 손에 쥐고서도 조금의 탐욕도 보이지 않다니….”
김무성은 이 대단한 무구를 접하고도 조금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한수호가 신기하기만 했다.
“혼마귀부보다 더 뛰어난 무구가 있으니까 당연하죠.”
미소를 띤 채, 진담을 농담처럼 하는 말에 김무성도 함께 웃었다.
“설사 그렇다 해도, 사람의 욕심은 만족이라는 걸 모르는 법이다.”
김무성은 혼마귀부의 손잡이를 톡 건드렸고, 순간 커다란 도끼가 사라지고 다시 자그마한 코어가 되었다.
그걸 시계에 잘 끼워 넣은 김무성은 다 식은 커피를 끝까지 들이켰다.
“둘 다 잘 듣거라. 난 더 이상 명예를 따질 생각도 없고, 명성을 드높이겠다는 욕심도 없다. 그저 지금과 같이 평범한 삶이 언제까지고 쭉 이어지길 바랄 뿐이지.”
김무성이 진지하게 하는 말에 두 사람은 자세를 바로 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곧 등장할 거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로 보이는구나. 그렇다면 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네, 맞습니다. 이제는 스승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실 때입니다!”
최지혁은 괜히 혼자 흥분해서는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김무성은 그런 제자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내 말은 내가 선불 맞은 노루처럼 앞장서서 뛰어다니겠다는 말이 아니다. 모든 건 너희 둘에게 맡길 것이야.”
“네? 맡기다니요?”
최지혁은 의아해했지만 한수호는 김무성의 뜻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나와 최지혁을 앞세우고 어르신은 뒤에서 지원만 하겠다는 뜻인가?’
한수호의 예상은 거의 들어맞았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 여기저기 방방 뛰어다닐 생각은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로운 시대를 여는 건 바로 너희들 같은 젊은이들 이어야겠지.”
“스승님!”
“지혁아. 넌 내일부터 특훈에 들어간다.”
“…?”
최지혁이 눈을 멀뚱하게 뜨자 김무성이 그의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
“지금 네 실력으로는 태산이한테 걸림돌밖에 되지 않는다. 당장 내일부터 내 모든 걸 전수할 테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따라와야 한다. 그래야 방금 보여 준 혼마귀부가 네 것이 될 수 있을 터이니. 알았느냐?”
“네에? 호, 혼마귀부를요?”
최지혁도 이건 상상도 못 했는지 입을 떡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김무성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할 말만 계속했다.
“지혁이를 준비시키는 동안은 장태산, 너한테 부탁하마.”
김무성의 부탁이라 함은 7개의 열쇠와 다른 무구들을 찾는 일을 의미하리라.
“앞으로 김명중 회장과는 어떡하실 겁니까?”
“최소한의 공조. 그거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제 나름대로 할 일을 하겠습니다.”
“그래.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하거라.”
“물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은 저 문짝부터 어떻게….”
한수호는 자리에서 일어선 김무성을 향해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 녀석아. 문은 네가 부숴놓고 뒤처리는 나한테 맡기는 것이냐?”
“좋은 인연을 맺게 된 선물이라 생각하시죠.”
넉살 좋게 꺼낸 말에 김무성도 더는 뭐라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김무성이 향하는 방향이 현관이 아니라 문짝이 부서진 방 쪽이다.
“어르신? 나가실 땐, 정상적인 길로 가셔야죠?”
“음? 아, 이런. 귀소 본능도 아니고, 내 정신 좀 보게? 허허허. 어쨌든 잘 쉬거라. 난 이만 가보도록 하마. 크흠.”
김무성, 아니 이젠 다시 지평학으로 돌아온 그는 양반걸음으로 당당히 현관 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 뒤를 최지혁이 쪼르르 뒤따랐다.
최지혁은 한수호를 향해 한마디 하는 걸 잊지 않았다.
“특훈을 한다고 해도 짬을 못 내는 건 아니니까, 언제든 콜 해.”
“너 왕따 시킬까 봐 그러냐? 걱정도 팔자다. 잘 가라.”
“흐흐. 뭐 그런 거지.”
그렇게 지평학과 최지혁이 밖으로 나가자 한수호는 혼자 조용히 미소를 그렸다.
‘마공전뇌 이산이라는 패를 잃은 대신, 권존 김무성의 패를 쥐게 되었구나.’
한수호 입장에선 김무성 패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한수호가 샤워를 마치자마자 손님이 찾아왔다.
기숙사 사감과 가구 업체 직원이었다.
미리 지평학 교수로부터 상황 설명을 들은 것인지 사감은 조금 못마땅한 표정만 지을 뿐, 문짝이 왜 이 지경이 됐냐고 따지지 않았다.
가구 업체 직원은 부서진 문 조각들을 잘 정리하더니 새로운 문으로 바꿔 달았다.
20분도 안 되서 모든 게 끝났고, 사감은 앞으로 조심하라는 말만 남긴 채 직원과 함께 돌아갔다.
한수호는 새것으로 교체된 문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나도 참 바보지. 처음부터 돌파 2단계를 썼으면 그냥 관통할 수 있었는데, 뭐 하러 1단계를 써 가지고…. 에휴.’
새로 얻은 특성 ‘돌파’는 이미 2단계까지 올린 상태였고, 2단계 효과에는 사물 관통이라는 놀라운 효과가 붙어 있었다.
어제 지평학 교수에게 달려들었을 땐, 미처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한 채로 돌파를 사용해서 문을 박살 내고 말았다.
‘앞으론 잘 좀 하자, 한수호.’
한수호는 제 머리를 꽁 쥐어박고는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강의실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머리는 다소 복잡했다.
운 좋게 권존 김무성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지만, 자신의 모든 걸 솔직하게 밝히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자신이 한철형, 이태희 부부의 둘째인 한수호이며, 2058년도에서 2041년도로 회귀한 회귀자라는 사실을 모두 숨겼다.
7대 마화기 중 용마검과 염마갑의 코어를 가지고 있으며, 혼마흑갑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도 밝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권존 김무성을 굳게 믿는다고 해도 그의 속마음까지 완전히 알지 못하는 데다가 활의 열쇠 중 하나인 김무성이 언제 이산과 손을 잡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까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한수호는 김무성을 상대로 약탈[2]를 사용할까도 생각했다.
약탈[2]는 반경 20미터 안에 있으면 누구라도 신체를 빼앗는 게 가능했으니, 김무성의 신체를 약탈해 그의 모든 기억과 진심을 읽어내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약탈[2]를 사용하려 하니, 약탈이 가능한 대상으로 최지혁 한 명 밖에 표시되지 않았다.
‘능력이 강한 상대는 아무리 약탈이라고 해도 내 마음대로 빼앗을 수 없다는 거잖아?’
이건 약탈[2]의 특성 정보에도 나와 있지 않은 제약 사항이었다.
그래서 약탈[2]를 김무성에게 사용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단둘이 있었다면 모를까, 최지혁까지 있는 상황에서 약탈[2]를 사용했다면 한수호 자신은 정신을 잃게 되기 때문에 그걸 본 최지혁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었다.
약탈에 당한 사람은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나중에 최지혁으로부터 당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면 김무성과 모처럼 쌓게 된 신뢰에 금이 가게 될 것이었다.
‘약탈[2]는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 시험해 보자.’
시험에 가장 적당한 인물은 바로 이산.
이하이는 신체 능력이 자신보다 뛰어났으니 약탈[2]를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산은 마나력만 높을 뿐, 다른 신체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기회가 된다면 이하윤한테도 사용해 보고 싶은데….’
아버지에게조차 버림받고 죽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불쌍한 아이, 이하윤.
그녀가 정말 살의 열쇠로 지목돼야 할 만큼 악한 심성을 지녔는지, 아니면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살리고 싶어 하는 또 다른 누군가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나저나, 회귀 전에는 이하윤이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지?’
회귀 전의 삶에서 이하윤은 아카데미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전에 이미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후의 날까지 살아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꽤나 의외였다.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땐 이산도 이하윤이 적을 살릴 거라는 걸 몰랐기에 이하이처럼 쭉 곁에 두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정말 김명중이 말한 대로 미래가 흘러가게 될까?’
한수호도 보지 못했던 인류의 최후를 김명중과 이산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답답했다.
‘어쨌든 58년 2월에 날 죽이게 될 이대성이 사라졌으니, 이번 삶에서는 나도 최후의 날에 함께할 수 있겠구나.’
한수호는 자신의 미래가 틀어진 이상 다른 사람의 미래도 충분히 틀어지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이프리트의 진짜 수장이 누구인지를 찾는 일이었다.
‘백진성. 현재로서는 그가 가장 유력해.’
가면인의 한 명을 백윤후의 검술선생으로 들였으며, 염마갑으로 인해 화상을 입고 성형한 과거가 있는 백진성.
그가 백윤후를 통해 자신에게 무언의 초대장을 보내고 있었지만 준비된 함정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한수호는 반대로 그를 밖으로 끄집어내 스스로 정체를 밝힐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오늘 서은채, 그 녀석이 날 만나러 오려나?’
서은채는 화요일인 오늘, 한수호에게 줄 대가를 들고 찾아오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는 거로 봐서는 약속이 불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오면, 아공간 주머니도 없는 거지 뭐.’
오늘 서은채를 만나게 되면 코스트 100짜리 아공간 주머니를 넘겨주려 했었다.
한수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삐링
공법폰으로 칙톡이 날아왔다.
서은채>>저예요, 은채. 오늘 저 만나는 거 안 까먹었죠? 6시까지 아카데미 정문 앞으로 갈게요! 맛난 거 사줘야 해요? (활짝 웃는 이모티콘)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서은채로부터 연락이 왔다.
“하여튼, 이놈의 세상은 머피의 법칙에 완벽하게 지배되고 있다니까?”
육성으로 투덜거렸지만 속으로는 서은채가 과연 어떤 대가를 가져올지, 자신의 부탁은 제대로 들어줬을지를 기대하고 있었다.
* * *
지루한 이론 수업이 이틀째 이어졌다.
오후 실습수업은 다음 주부터 재개된다고 하니 이번 주는 하루를 풀로 이론수업만 받아야 했다.
한수호는 어제보다 더 바짝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광폭화 5단계를 패시브로 적용 중이라서 까딱 잘못해 졸기라도 하면, 꾸벅거리다가 책상을 부술 위험이 있었다.
어제도 아주 잠깐, 찰나적으로 졸았을 뿐인데 쥐고 있던 팬이 가루가 되는 일이 벌어졌었다.
교단 앞에 선 지평학은 한수호를 비롯해 졸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몇몇 학생들을 살펴보며 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커서 인류의 멸망을 막는 영웅으로 거듭난다면 좋으련만….’
지평학은 내심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김명중의 말에 의하면 2055년도에 세계 곳곳에 재앙급 게이트가 발생하게 되면서 상당수의 젊은 마공사들이 희생된다고 했다.
그리고 2057년도에 이르러서는 젊은 마공사의 숫자가 훨씬 더 줄어든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네가 조금이라도 미래를 바꾸어주길 기대하마.’
지평학은 마지막에 한수호에게 시선을 두었다.
이제 시위는 당겨졌다.
그 자신을 비롯해 한수호와 최지혁 모두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어둠을 물리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처럼 이유와 원인을 따지지도 않고 마지막 결과만을 바꾸겠다고 이하윤같이 어린 학생의 생명을 빼앗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모든 결과는 수많은 과정이 만들어내는 단순한 종착점일 뿐.
그 과정을 다르게 한다면 도착하는 종착점 역시 달라질 거라는 게 지평학의 생각이었고, 한수호와 최지혁이 함께 추구하는 바였으니까.
딩동댕동!
드디어 수업 종소리가 울렸다.
지평학은 어느새 눈동자를 빛내며 가방을 챙기기 시작한 학생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화요일 수업은 이것으로 마친다. 내일은 수업 시간에 졸지 않게 다들 일찍 일찍 취침에 들도록. 그럼 잘들 쉬거라.”
지평학이 수업 종료를 선언하고 밖으로 나가자 강의실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우아악! 이제 화요일이었어! 금요일 아니고?”
“난 방금 주말에 놀러 가는 꿈까지 꿨는데….”
“으어어… 나한테 시간 포탈 능력이라도 있었으면 당장 사흘 뒤로 갔을 거라고!”
볼멘소리들이 가득한 가운데, 오늘은 한수호가 유난히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양소혜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쟤 봐라? 맨날 거북이 사촌마냥 뭉그적거리기만 하던 놈이 오늘은 웬일로 쾌속 열차래?”
“응? 그러게? 하는 폼이 딱 데이트 약속 있는 사람 같은데? 하윤아. 오늘 너 장태산이랑 약속 있니?”
장한설이 눈치도 빠르게 넘겨짚으며 이하윤을 불렀다.
“아니. 난 약속 없는데.”
이하윤도 살짝 의외라고 생각하는지 어느새 강의실 문까지 이동한 한수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최지혁이 모두의 시선을 가로막으며 앞으로 나섰다.
“니들 눈엔 장태산밖에 없냐? 으이구. 엉뚱한데 신경 쓰지 말고 폰이나 확인들 하셔.”
최지혁은 그 말만 툭 던져놓고 한수호에게 달려가 어깨동무를 하고는 함께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폰? 갑자기 뭔 폰?”
양소혜는 얼른 공법폰을 꺼내 확인해 봤다.
파란색 바탕에 노란 풍선이 그려진 이모티콘 한쪽에 붉은색 글씨로 ‘2’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칙톡에 미확인 메시지가 도착해 있다는 표시였다.
칙톡을 열어보니 한수호와 최지혁이 주고받은 대화가 등장했다.
한수호>>내일 저녁에 다들 내 컨테이너 하우스로 초대하마. 마음은 가볍게, 두 손은 무겁게. 알지? 특별히 우리 백씨 왕자께서 한턱낸다고 하니까 다 같이 맛난 거 먹으면서 영화나 한 편 때리자고. 콜?
최지혁>>당근 콜.
“어라? 장태산이 웬일이래? 근데 백씨 왕자라면….”
양소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신을 하려는 그때,
삐링
백윤후>>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여기에 적어놔. 한 사람당 2가지까지는 사전 접수 받아준다.
백윤후의 톡이 툭하고 끼어들었다.
“이 톡방에 백윤후도 있었어?”
장한설이 묻자, 신소이가 괜히 헛기침을 하더니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모두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갔고, 거기엔 강의실 뒤쪽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손으로 브이자를 그려 보이는 백윤후가 있었다.
그 즉시, 양소혜가 칙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양소혜>>한 사람당 2개? 쳇. 더럽고 치사해서 안 간다.
부정적인 메시지를 본 백윤후의 표정이 곧바로 어두워지자 바로 다음 메시지가 떴다.
양소혜>>3개면 모를까.
그제서야 백윤후의 얼굴이 확 펴졌다. 그는 바로 답신을 달았다.
백윤후>>4개까지도 콜.
백윤후의 시원한 대답에 장한설과 신소이의 손가락이 바빠졌다.
장한설>>탕슉에 양장피. 양념반 프라이드 반하고 참치 김밥까지.
신소이>>순대, 떡볶이. 아니, 라볶이. 그리고 어….
칙톡 화면에는 음식 이름들이 잔뜩 올라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