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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06화 (106/375)

106화

‘대체 저 무기가 뭐라고!’

6급 몬스터 라라는 생전 처음 보는 짧은 단도의 위력에 혀를 내둘렀다.

아니, 그 전에 그걸 제멋대로 휘두르고 있는 인간은 더 말이 안 되게 강했다.

가장 앞장서서 공격하던 인간은 삼지창으로 상처를 낸 뒤, 무음파 공격으로 정신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그놈을 제압했으니 나머지 한 인간을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그 인간이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

동료가 제압되자마자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 세상 만난 악귀처럼 마구 날뛰며 라라를 궁지로 몰았다.

라라는 이 인간의 정체가 궁금했다.

30센티 정도 되는 짧은 단검에선 끊임없이 뇌전이 뿜어져 나왔고, 삼지창을 맨손으로 막아내는 이놈의 이간은 막대한 화염과 섬뜩할 정도의 냉기까지 쏟아냈다.

무려 세 개의 속성.

라라가 이 호수의 결계를 유지하는 중심축이 된 이래로 수백 년이 지났지만, 세 개의 속성을 한 인간이 사용하는 건 처음 봤다.

아스루나 대륙 최고의 마법사로 추앙받던 ‘엘로이’조차 속성은 단 두 개밖에 사용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마법사도 아니고, 몸으로 싸우는 무투파 전사가 세 가지 속성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니.

라라는 자신이 가진 최강의 공격을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꺼져라, 인간!”

끼아아아아아악

뇌전을 사방으로 뿜어내는 단검을 향해 강력한 음파 공격을 날렸다.

터엉! 텅텅텅텅!

동심원을 그리며 주변의 모든 걸 다섯 번 연속으로 튕겨 내는 라라의 음파 공격에 한수호는 뒤로 세 걸음 물러나야 했다.

‘어? 뭐야? 아직 이런 힘이 있었어?’

한수호는 살짝 놀랐다.

아무리 그가 삼 할의 마나력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는 하나, 그가 지금 손에 쥔 단검은 단일 코스트로는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는 로크였다.

그저 쥐고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몇만 볼트를 우습게 뿜어내는 단검, 로크.

물의 정령에 가까운 세이렌들에게 있어서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무기가 바로 이 로크였기에 손쉽게 라라를 쓰러뜨릴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중첩된 음파 공격을 이용해 로크의 뇌전을 밀어냈다.

영어로 말까지 할 수 있는 몬스터라 제압해 놓은 뒤, 아스루나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시간을 끌면 안 될 것 같았다.

‘더 시간을 끌 필요가 없겠어.’

라라가 말을 한다고 해도 몬스터는 몬스터.

각성석이나 특성석 같은 특별한 보상도 없는 것 같으니, 길게 살려둘 필요는 없었다.

한수호는 얼음불 특성을 거두고 대신 벽력권의 힘을 끌어올렸다.

빠지지지직-

단검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시퍼런 뇌전이 번쩍하더니,

째재재쟁.

유리 깨지는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수천 조각으로 분리된 로크.

그 수많은 조각은 빠르게 재조합되며 오른손을 완전히 뒤덮기 시작했다.

빠지짓. 빠지지지직.

묵직한 은빛의 건틀릿으로 변한 로크가 뇌전을 줄기줄기 뻗어 냈다.

정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건틀릿.

한수호는 은빛 건틀릿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앞을 바라봤다.

그곳엔 라라가 두 개의 삼지창을 하나로 합쳐 만든 무식하게 큰 도끼를 들고 서 있었다.

그런데 한수호의 건틀릿를 본 라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크게 경악한 표정.

한수호는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덤벼, 괴물.”

한수호는 작게 중얼거리며 왼손 검지를 까딱거렸다.

먼저 덤비라는 도발.

이에 라라가 뭔가 결심을 한 듯 혼신을 다해 마나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끼아아아아아악!

전보다 두 배는 강력한 음파 공격을 뿜어내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거대한 몸으로 한수호를 짓누를 듯 쇄도한 라라는 굵고 뾰족한 가시가 박힌 꼬리로 공격했다.

시잇. 시시시시싯.

창보다도 뾰족한 꼬리에서 한수호를 꿰뚫기 위해 십여 개의 가시가 엄청난 속도로 쏘아졌다. 하지만 그건 한수호를 무시한 처사였다.

콰득.

한수호가 은빛 건틀릿을 더욱 강하게 거머쥔 순간,

콰지지지지지지직.

어마어마한 뇌전이 폭발하듯 뿜어졌고 가시들은 근처에 닿지도 못한 채 일제히 폭발해 버렸다.

그 직후, 라라가 온 힘을 다해 한수호를 쪼갤 기세로 도끼를 내리그었다.

한점을 향해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는 도끼.

한수호는 그 도끼를 향해 건틀릿을 낀 주먹을 힘차게 뻗어 냈다.

후웅.

묵직한 음파가 흘러나온 순간,

퍼엉!

한수호의 주먹이 소닉붐까지 일으키며 도끼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쩌어엉-

충돌지점을 중심으로 커다란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후아아아아아악.

사방으로 강력한 파장이 퍼져 나가며, 섬 주변을 둘러싼 호수의 수면까지 크게 뒤흔들었다.

콰직

도끼의 무지막지한 힘에 한수호가 서 있는 자리가 움푹 꺼졌다.

하지만 튕겨진 것은 라라였다.

그녀가 굳게 쥐고 있던 도끼는 산산이 부서졌으며 반탄력을 버티지 못한 라라는 20여 미터를 날아 바닥에 나뒹굴었다.

쾅.

한수호가 땅을 박차고 날아들었다.

승기를 잡은 이상 이번에 끝장낼 생각이었다.

단숨에 라라의 코앞까지 날아든 한수호는 한껏 젖혔던 어깨를 앞으로 튕겼다.

콰아아아아.

엄청난 풍압이 라라를 향해 밀어닥쳤다.

그걸 본 라라는 두 손을 활짝 펼쳐내며 비명처럼 소리쳤다.

“잠깐! 잠깐 멈춰 보라고!”

애처로움이 가득 담긴 외침에도 한수호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퍼엉.

또다시 소닉붐이 터졌고, 주먹은 끝까지 뻗어 나갔다. 그리고,

꽈가가가가가강-

가히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을 정도의 강력한 힘이 섬의 한쪽을 파괴하고 호수를 가르더니 저 멀리 결계까지 날아가 부딪쳤다.

쩌어어어엉

폭발 지점에서부터 시작된 하얀 빛의 물결이 결계 전체로 퍼져 나갔다.

피슈우우우우.

건틀릿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다시 조각조각 흩어졌다가 단검으로 되돌아갔다.

한수호는 단검 로크를 허리의 착용구에 다시 꽂아 넣었다.

“그래서…. 할 말은?”

한수호는 허튼짓을 했다 간 당장 죽여버릴 듯한 눈으로 라라를 내려다봤다.

그곳엔 방금 전까지의 거대 몬스터 라라는 없었다.

붉은 머리를 한, 14살 정도 나이밖에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세이렌이 하나 있을 뿐.

갑자기 어려진 라라는 겁먹은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녀 바로 옆에서부터 뒤쪽 끝까지가 통째로 사라지고 없었다.

한수호가 마지막 순간에 타격점을 틀지 않았다면 방금의 한방에 라라는 가루도 못 남기고 사라지고 말았으리라.

“미, 미친!”

라라는 경악했다.

이게 어찌 한 인간이 만들어 낸 충격적인 광경이란 말인가!

“할 말은 그게 끝인가?”

한수호가 한 발 다가서며 손에 화염을 일으켰다.

“아니, 아니라고! 한 가지…. 제안을 하겠다.”

라라는 벌벌 떨면서도 정확한 영어 발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몬스터 따위한테 받을 제안은 없을 것 같은데?”

“난 달라! 날 다른 몬스터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건, 여왕에 대한 모욕이자 물의 요정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발언이야!”

“지랄.”

한수호는 가볍게 욕을 내뱉고는 다른 손에 극한의 냉기를 응축시켰다.

“날 살려라. 그러면 넌 강력한 조력자를 얻게 될 것이다.”

“조력자? 내 공격 한 방도 막아내지 못하는 몬스터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이, 이건 불공평하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아서 그렇지, 내가 성체가 되면 너 따윈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파란 눈을 치켜뜨며 분노하는 라라.

한수호는 그런 라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가볍게 훑어봤다.

“아직 미성숙한 개체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긴 한데….”

그 말에 라라가 급히 상체를 손으로 가렸다.

“어, 어딜 보는 것이냐!”

“됐고, 이거나 걸쳐.”

한수호는 소형 아공간 주머니에서 예비로 챙겨온 후드티 하나를 꺼내 던졌다.

“이건….”

“관심은 없다만, 나도 철컹철컹은 싫거든.”

“철컹…. 뭐?”

갑자기 한국어를 쓰니 라라가 이해를 못 했다.

“아무튼, 네가 성체가 되면 날 이길 수 있다 이거야?”

“그렇다! 그 이상한 단검만 쓰지 않는다면 적어도 대등한 대결을 펼칠 수 있다고!”

라라는 후드티를 후다닥 걸쳐 입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꼿꼿이 섰는데도 라라의 키는 한수호의 가슴팍에도 못 미쳤다.

”너…. 내 무기를 알아보는 것 같던데?”

한수호는 라라가 건틀릿을 보고 크게 놀라는 걸 분명히 봤다.

그건 단순한 놀람이 아니었다.

“…. 안다.”

“어떻게 알아?”

“라그나로크. 네가 지닌 무기의 이름이다.”

“…!”

이건 한수호도 몰랐다.

자신의 검에 라그나로크라는 이름이 있었을 줄이야.

그 이름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과연 연관성이 깊었다.

집념의 검, 라뮬.

희생의 검, 그랑.

용맹의 검, 로크.

아직 얻지 못한 검, 나샬까지.

라뮬과 그랑, 나샬의 이름 앞 글자를 따고 마지막에 로크를 붙이면 바로 라그나로크가 되는 것이다.

“라그나로크는 아스루나의 대영웅, 아스의 검이다. 네 개의 검으로 이루어졌고, 네 개의 특별한 무기로 변할 수 있지. 그리고 마지막은…. 크흠. 아니다.”

라라는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만으로는 이 몬스터를 살려줘야 할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발자크를 아나?”

한수호의 질문에 라라가 몸을 크게 떨었다.

“모…른다.”

“그럼 죽어.”

한수호가 대뜸 불길을 일으켰다.

이에 라라가 물러서며 손을 내저었다.

“잠깐! 알아, 발자크를 안다고!”

“그거 뭐 하는 놈이야?”

불길이 사라지자 라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아스루나를 멸망으로 이끈 존재이자 대영웅의 손에 봉인된 마족의 왕.”

라라의 말에 한수호는 아스루나가 정말 멸망했으며, 발자크가 봉인되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발자크가 지금 이 던전에, 아니, 너한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고?”

“발자크가 나를?”

라라도 거기까진 모르는지 어리둥절해했다.

“아무튼 그 발자크 때문이라도 널 살려 두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내가 너에게 복종을 맹세하면 발자크의 관심을 돌릴 수 있을 거다!”

“뭐야, 왜 갑자기 그런 게 가능해져?”

“발자크가 나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건, 아마도 내 운명의 끈을 소유하기 위해서 일 거다. 그러니 내가 너한테 복종의 맹약을 하면 운명의 끈도 사라질 거고 발자크도 관심을 끄겠지.”

뭔가 믿기 힘든 말이었지만 라라의 눈빛은 더없이 진지해 보였다.

“복종의 맹약을 하면 운명의 끈이 사라진다? 그래서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지?”

“보상. 어디서도 받기 힘든 훌륭한 보상을 주겠다.”

“무슨 보상?”

라라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한수호도 관심이 생겼다.

무엇이 되었든 보상이라는 건 달콤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첫째, 이 던전을 발자크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 주겠다.”

라라는 영특했다.

한수호가 걱정하는 것이 발자크의 봉인 해제라는 걸 눈치채고 던전의 독립을 보상으로 내놨다.

“그리고?”

“둘째로, 정신력을 보상으로 주겠다. 한 달에 한 번뿐이긴 하겠지만 네가 이곳에 오면 아무 조건 없이 정신력 수치를 높여주겠다 이거지.”

“정신력이라….”

이건 좀 구미가 당긴다.

다른 마공사들도 이 던전의 중앙 섬에서 48시간을 버텨내게 되면, 공략 성공으로 인정되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보상은 매우 허접했다.

수치로 10도 안 되는 극소량의 마나력을 보상으로 받거나 일시적으로 정신력을 높여주는 1회용 포션을 받는 게 대부분.

그런데 라라는 한수호에게 정신력 수치를 직접 높여줄 수 있다고 하니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수치가 얼마나 되느냐였다.

“네가 높여주는 수치가 얼마나 되는데?”

“2다.”

“2?”

뭔가 애매한 수치.

한 번에 정신 스탯 2가 오르는 건 상당한 이득이지만, 한 달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으니 그다지 높다는 생각이 안 든다.

“그럼 보름에 한 번은 어때?”

“그건 불가능하다. 너에게 정신력 보상을 주게 되면 난 절반의 마나력을 봉인 당한 채 한 달을 버텨야 한다. 그런데 주기까지 줄이게 되면 두 번 다시 보상을 줄 수 없게 되지.”

보상으로 인해 페널티가 있는 거라면 한수호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2는 너무 짜다.

“그럼 보상 수치를 4로 하는 건?”

“….”

라라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바로 거절하지 않은 걸로 보아 잘하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잠시 후, 라라가 떨떠름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3. 그 이상은 내 능력 밖이다.”

4까지는 아니었지만 3도 괜찮았다.

“그건 오케이. 다른 보상은 더 없고?”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라라도 한숨 돌렸다고 생각하는지 조금씩 뻣뻣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한수호는 그런 라라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노려봤다.

“너 포인트가 뭔지도 알고 있지?”

정신력 수치를 보상으로 내놓는 거 보니, 어쩌면 포인트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겠다 싶었다.

“포인트? 그게 뭐지?”

“이 던전은 포인트를 가지고 있더군. 난 그 포인트를 흡수했고, 위험도가 상승했지. 그로 인해서 네가 깨어났다고 하던데?”

한수호의 말에 라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뭔가를 떠올렸는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네가 말한 포인트는 아무래도 이 던전을 유지하는 결계 에너지를 말하는 것 같다. 그 에너지는 던전이 마나 폭발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네가 결계 에너지를 흡수했기 때문에 던전이 위험해졌고, 그 위험에서 던전을 지켜내기 위해 잠들어 있어야 할 내가 깨어난 거로 보인다.”

라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뭔가 아귀가 맞춰지는 느낌이다.

포인트는 뜬금없이 한수호 편하라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었다.

결계 에너지.

즉, 던전이나 게이트 같은 곳을 발자크에서 지켜내기 위해서 보호막 같은 역할을 하는 게 바로 결계 에너지였고 포인트였던 것.

“그럼 네가 이 던전을 발자크에게서 독립시킨다고 했으니 결계 에너지가 약해져도 문제가 없다는 건가?”

“그렇진 않다.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네가 에너지를 흡수한다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 던전을 발자크에게서 지켜 내는 건 어렵다.”

“흐음. 그건 좀 아쉽네.”

아쉽긴 해도 아직 한 번은 더 포인트를 흡수해도 된다는 뜻.

한수호는 한 달 뒤 다시 이곳에 왔을 때, 7급 던전의 포인트를 왕창 흡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라라가 한수호에게 복종을 맹세한다면 이곳의 세이렌을 잡아다가 얼마든지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한수호의 속내를 읽기라도 했는지 라라가 선수를 쳤다.

“너에게 복종의 맹세를 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 하나다. 이곳의 내 백성들까지 마음대로 부려 먹을 생각은 하지 마라. 만약, 네가 또다시 내 백성을 죽일 경우엔 내 스스로 이곳을 폭발시켜 발자크의 먹이로 던져버릴 테다!”

“뭐? 지금 협박이냐?”

“아니…. 부탁이다.”

라라는 발끈하던 표정을 지우고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태도엔 진심이 가득했기에 한수호도 세이렌을 잡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지우기로 했다.

“뭐, 좋아. 그런데, 네가 나에게 복종한다는 건 무슨 수로 믿지?”

“노래로 맹약을 하겠다.”

“노래?”

한수호가 의문 부호를 찍고 있을 때, 라라가 똑바로 선 자세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아아아. 아~~~~.

너무도 감미롭고 아름다운 음성.

라라의 노래는 한참 동안이나 호수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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