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86화 (86/375)

86화

교문 앞은 학생들로 바글바글했다.

조교수들이 통제에 나서고 있었지만 혈기왕성한 학생들이 쉽게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20분 만에 각반별로 인원 파악이 끝났다.

그 뒤로 모든 학생과 교수, 조교수들은 대형 버스에 올라 어디론가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학생들은 이번 중간 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전달받은 게 전혀 없었다.

오직 한수호와 그 친구들만이 지금 여의도 게이트를 향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뿐.

한국에 발생한 게이트 중, 섬 형태로 등장한 곳은 총 10군데.

그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섬 타입의 게이트가 바로 여의도 게이트였다.

재미있게도 여의도에 발생한 게이트는 여의도와 비슷한 크기의 섬이었다.

게이트 등급은 8급.

섬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는 하이에나를 무척이나 닮은 이족보행의 몬스터인 ‘놀’이었다.

이 놀이라는 몬스터는 떼로 뭉쳐 다니며 교활한 방법으로 먹이를 공격하고, 먹이가 속한 군락을 불태워 버릴 만큼 잔악하다.

하지만 한 마리만으로는 큰 위험이 없어서 평급 마공사라해도 혼자서 두세 마리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여의도 게이트 안의 섬에는 이런 놀들이 항시 50여 마리 정도 머무른다.

그 이상으로 숫자가 늘면 수시로 마공사들이 투입되어 숫자를 줄이는 것이다.

이 게이트를 폐쇄하려면 섬에 있는 몬스터 개체 수를 10마리 이하로 만들면 등장하게 되는 알파 개체에 해당하는 대장 몬스터를 해치워야 한다.

하지만 특무부에서는 이 게이트가 학생들이나 신입 마공사들의 훈련장으로 이용하기 좋다는 명목으로 폐쇄 대신 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학생들을 태운 버스 여섯 대가 마포대교 쪽으로 향하자, 그제서야 학생들은 목적지가 여의도 게이트라는 걸 눈치챘다.

몇몇 눈치 빠른 학생들은 이번 평가 방법이 생존 서바이벌인 것 같다며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잠시 후, 버스는 예상대로 여의도에 멈춰 섰다.

그때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조교수가 큰 소리로 외쳤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게이트로 향한다. 머뭇거리거나 대열을 이탈하는 학생은 바로 감점 조치에 들어가니 주의하도록. 지금 바로 하차!”

마치 군대 훈련소에 온 것 같은 딱딱한 조교수의 음성에 학생들은 잠시 웅성댔으나 바로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움직였다.

버스 문이 열리자 한 조교수가 앞장을 섰고, 그 뒤를 학생들이 일렬로 따라갔다.

이곳은 여의도에서도 가장 구석에 위치한 곳으로 몇 걸음만 가면 바로 한강이었다.

여의도 게이트는 바로 이곳에 위치해 있었다.

게이트 주변은 대응부대가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는데, 미리 절차를 밟아둔 덕분에 학생들은 곧바로 게이트에 진입할 수가 있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작정 학생들을 데리고 게이트로 달려가는 조교수들.

학생들은 이미 중간 평가가 시작된 것 임음을 느끼고 모두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게이트 바로 앞에는 문처럼 생긴 전신 스캔 장치가 있었는데, 그곳을 통과할 때 소리가 울리면 바로 조교수에 의해 몸수색이 진행되었다.

‘아티팩트나 무기 같은 게 있는지 검사하는 건가?’

한수호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공평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아티팩트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게 맞기에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

그런데 회귀 전에는 이렇게까지 심하게 검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살짝 마음에 걸렸다.

‘전투 영역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난 위험하면 얼마든지 전투 영역에 들어가서 내 무기를 가져올 수 있으니까.’

한수호는 모든 무기와 아티팩트를 월에게 맡겨놓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한수호가 스캔 장치를 통과할 순서였다.

그런데 한수호 바로 앞의 학생이 지나자마자 경고음이 울렸다.

조교수는 바로 학생을 수색했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찾아냈다.

그 학생은 휴대폰을 빼앗기고서야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휴대폰도 반입이 안 되는 거였어?’

한수호는 문을 통과하기 전에 자기 손으로 폰을 꺼내 조교수에게 넘겼다.

생각해보니 이 휴대폰엔 해킹 방지 스티커가 붙어 있어 아티팩트에 속하기도 했다.

괜히 들고 들어갔다가 감점될 뻔한 것이다.

“자진 반납이라. 잘 생각했다. 다음!”

한수호는 무사히 문을 통과했고 바로 앞에 있는 게이트로 걸어 들어갔다.

그 사이 조교수는 한수호가 준 공법폰에 ‘D반 장태산’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커다란 금속 상자에 집어넣었다.

* * *

총 181명의 학생이 해변가에 배치된 책상 겸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곳은 게이트 너머의 세상, 뉴에르다.

여의도보다 조금 큰 규모의 섬이었다.

학생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반경 100미터 정도가 철책으로 완벽히 둘러싸여 있었다.

해변을 포함한 360도 모든 방향으로 철책이 세워져 있는 이곳엔 약 50명가량의 중화기 부대가 주둔 중이었다.

학생들은 조금은 살벌해 보이는 이곳에서 시험을 보고 있었다.

터치 한 번으로 화면이 10인치까지 확장되는 단말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중간 평가 점수의 30%를 차지하는 필기시험 중인 것이다.

학생들은 필기시험을 치르는 한편, 이번 시험이 어떻게 치러질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는 A반 담당 교수 홍수빈의 목소리에도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그러니 안전을 걱정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필기시험을 마치는 대로 전송 버튼을 누르면 누구든 먼저 나갈 수 있다. 팀을 이룰 수 있는 건 최대 5명까지. 2명도 좋고, 3명도 좋다. 팀 구성은 지금 너희들이 시험을 치고 있는 그 단말기를 이용해 가능하다. 저 입구를 벗어날 때 총 네 개의 물건을 가지고 나갈 수 있다. 첫 번째가 바로 그 단말기인데 안에 내장된 어플을 이용해 팀 구성을 위한 방 개설, 팀 가입 신청, 팀 탈퇴까지 모두 가능하다. 그 단말기로 원하는 사람과 채팅도 가능하지. 하지만 시험 중에 그걸로 쓸데없는 채팅을 하며 놀 녀석은 없을 거라고 본다.”

여기까지는 장한설이 권열에게 얻어낸 정보와 동일했다.

그런데 조금씩 의외의 내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5일간 이 섬에 머물면서 끝까지 생존하는 것이 목표다. 그 안에 섬에 사는 놀을 잡아 점수를 획득할 수가 있는데, 놀을 한 마리만 잡아도 팀 전원이 3점씩 동시에 획득한다. 막타를 친 학생은 2점이 추가로 주어지고, 놀의 심장을 수습하면 축적된 마나량에 따라 최소 5점에서 20점까지가 더 주어지게 되지. 더불어 너희들끼리도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하다. 다른 학생을 공격해 리타이어 시키면 명당 5점이 주어질 것이고, 리타이어를 당하는 학생은 탈락과 동시에 감점 10점이 적용된다.”

학생들은 필기를 치르랴, 교수의 설명을 집중해서 들으랴 혼돈 그 자체였다.

홍수빈은 그런 학생들을 훑어보다가 눈을 살짝 좁혔다.

그녀는 각 반의 에이스들을 하나하나 살피고 있었다.

“리타이어시킨 학생에게서 몬스터의 심장을 빼았는 것도 가능하며, 리타이어 된 학생이 가진 점수 중 10%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팀워크만 좋으면 몬스터 사냥과 동급생 사냥도 모두 수월하다는 얘기지. 하지만, 제약이 있다. 각 반의 에이스 5명. 그 단말기에 에이스로 표시되는 인원들은 한 팀에 두 명까지밖에 함께할 수 없다. 에이스를 리타이어 시키면 가산점으로 10점이 주어진다.”

예상외의 내용이었다.

이하윤이 걱정했던, 에이스들끼리 뭉쳐서 팀을 만드는 걸 이런 식으로 차단한 것이다.

게다가 에이스 리타이어시 가산점이 있으니 많은 학생에게 타겟이 되는 건 당연했다.

권열이 별다른 제약이 없을 거라고 했다더니 순 뻥이었다.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 너희들 모두는 저 입구에서 특별히 제작된 가슴 보호대와 무기를 지급받게 될 거다. 무기는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지만, 너희 인원수에 맞는 숫자밖에 없으니 늦어지면 원치 않는 무기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이점을 꼭 유념하도록.”

홍수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이 크게 서두르기 시작했다.

늦어지면 검을 주무기로 삼는 학생이 창이나 도끼, 활 같은 걸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너희들에게 지급되는 가슴 보호대는 특별히 제작된 거라 지급되는 무기로는 절대 상처를 입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대신 공격에 성공하게 되면 가슴 보호대에 내장된 칩이 타격 수치를 계산하여 상대의 상태를 결정하게 된다. 그 수치가 낮으면 아무 영향이 없지만, 10을 넘어가면 이속이 감소하고, 30을 넘으면 마나력까지 떨어지게 된다. 50을 넘게되면 이속감소 한 시간에, 마나력 20% 감소. 60을 넘으면 하루 동안 이속 저하에 마나력 30% 감소다. 그리고 70을 넘기면 리타이어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신경 쓴 티가 나지만, 이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공포심을 야기했다.

공격을 허용하게 되면 몸은 아무렇지 않은데 아티팩트에 묶여 이런저런 제약이 걸리는 것이니 섬뜩하게만 느껴졌다.

“가슴 보호대에는 블랙박스가 심어져 있다.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게 되면 녹화 기록 검증을 통해 탈락으로 직결될 것이니 특히 주의하도록. 그러니 절대 가슴 보호대가 망가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보호하기 바란다. 지급된 무기가 아닌 다른 무기로 동급생의 몸에 상해를 입히면 50점 감점이다. 또한 팀으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 팀킬을 해도 마찬가지로 50점 감점이고.”

홍수빈의 설명이 끝을 향할수록 학생들의 손은 빨라졌고, 눈동자는 쉼 없이 흔들렸다.

“이제 마지막이다. 끝까지 생존하는 학생에겐 100점 보너스 점수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최종 점수를 집계한 다음 순위에 따라 반 편성을 다시 할 것이다. 50위까지가 A반, 100위까지는 B반, 150위까지는 C반이지. 그 나머지는 떨거지 반이 되는 것이고.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하겠지?”

홍수빈의 말은 학생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떨거지 반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생존해서 많은 점수를 따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아, 한 가지 더. 너희들이 마지막으로 챙길 물건은 보급 가방이다. 보급 가방엔 야영을 위한 기본 도구들과 간단한 식기들, 그리고 이틀 분량의 식량이다. 이틀이 지난 후에는 이 섬에서 자급자족해야 하니 판단을 잘해야 할 것이다. 자! 내 설명은 여기까지다. 질문은 받지 않는다. 생존 서바이벌에 기어들어 온 너희들을 마음 깊이 환영하는 바이다. 부디 성공적으로 평가를 마치고 너희들의 협동심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우리 교수들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전장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동료뿐이라는 걸 절대 잊지 말도록!”

그 말이 신호였다.

어느새 필기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답안지를 발송했고, 단말기를 챙겨 입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로 나선 건 당연하게도 장한설이 있었다.

그 바로 뒤가 백윤후였다.

D반을 제외한 다른 반의 에이스들은 선두를 놓칠세라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학생들은 빠르게 물건을 챙겨 철책 밖으로 사라져 갔다.

그런데 D반 학생들은 이상하게 꼼짝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한수호가 요지부동인 채로 팔짱을 끼고 앉아 있자, 양소혜와 최지혁 또한 움직이지 않았고, 다른 D반 학생들도 그대로 앉아 있기만 했다.

그들 말고도 뛰어나가지 않는 학생이 하나 더 있었다.

이하윤.

누구보다도 빠르게 필기시험을 마쳤지만 답안지를 제출하지도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듯 꼼짝을 안 했다.

이를 본 홍수빈이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쳤다.

“필기시험 종료까지 15분 남았다. 시간 안에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으면 탈락이라는 거 알고는 있겠지?”

“네. 당연히 알죠.”

“압니다, 교수님!”

D반 학생들은 묘하게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허, 참. D반 녀석들은 무슨 깡으로 저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홍수빈은 옆에 있는 지평학에게 묻고 있었다.

이에 지평학은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그리며 허허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어느새 10분이 지났다.

남은 시간은 불과 5분.

이제라도 움직여야 했다.

다른 반 학생들은 벌써 모든 장비를 갖춘 채로 빠르게 팀을 구성하고 있었다.

몇몇 팀들은 주변에 숨어서 D반 학생들이 뭣도 모르고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기까지 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수호를 비롯한 D반 학생들은 하품까지 해 가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4분이 남았을 때, 이하윤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기시험을 마치기 전에는 학생들끼리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한 표정이 되어 입구로 향했다.

보급 가방과 단순한 모양의 활을 챙긴 그녀는 가슴 보호대를 착용한 뒤, 밖으로 향했다.

이하윤이 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장한설이 나타났다.

그녀는 이미 세 명의 팀원을 이끌고 있었다.

그들과 합류한 이하윤은 시험장을 돌아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사라져 갔다.

드디어 1분이 남았을 때, 한수호를 시작으로 D반 전원이 거의 동시에 답안지를 제출했다.

하지만 누구도 성급하게 달려 나가지 않았다.

한수호와 양소혜, 최지혁이 가장 앞에 섰고 그 뒤에 다른 학생들이 차례로 줄을 섰다.

한수호는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

입구에서 물건들을 챙기고, 무기로는 간단히 정글도를 골랐다.

앞서 이곳을 떠난 학생들 대부분이 장검이나 양손 대검, 또는 활 같은 무기를 골랐기에 남은 무기는 다루기 어려운 것뿐이었다.

대부분이 짧은 단검이나 정글도, 혹은 사용하기 어려운 창이나 채찍 같은 무기였다.

재미있는 건 양소혜의 주무기인 너클과 최지혁의 주무기인 비도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

이는 다른 반 학생들이 이 둘을 노리고 일부러 너클과 비도를 쓸어갔다는 의미였다.

한수호의 주무기가 뭔지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글도가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이고.

한수호는 보급 가방을 등에 메고 입구를 나섰다.

하지만 10여 미터 정도 움직인 뒤에 멈춰 섰다.

그 뒤로 양소혜와 최지혁 등이 우르르 나와 하나로 뭉쳐 섰다.

모두 말은 없었다.

한수호는 그 상태에서 단말기의 어플을 켰다.

어플엔 여러 가지 기능이 있었다.

채팅 기능이 있어서 단말기를 가지고 있는 학생 누구와도 채팅이 가능했고, 팀을 짜기 위한 방 개설, 팀 가입 신청, 팀 탈퇴 등의 부가 기능도 모두 존재했다.

어플의 여러 기능 중 랭킹 메뉴와 에이스 메뉴가 눈에 띄었다.

랭킹은 181명의 학생을 점수에 따라 순위를 매겨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메뉴였다.

에이스 메뉴에는 각 반의 에이스 5명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한수호를 비롯한 양소혜, 최지혁의 이름도 그곳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메뉴가 보였다.

‘스캔?’

스캔 메뉴는 항목만 있지 비활성화되어 있어서 사용이 불가능했다.

대충 예상하기로 주변을 스캔하는 기능으로 보이는데, 사용을 못 하는 상황이라 뭔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한수호는 팀 현황을 살폈다.

예상대로 장한설은 이하윤을 팀에 끌어들여 A반 5명으로만 한 팀을 만들었다.

백윤후도 이미 5인 팀을 꾸린 상황이었는데, 웃기게도 녀석은 B반의 1위 에이스와 편을 먹었다. 그리고 A, B, C반의 6위를 모조리 끌어들인 상태.

전력만 봐서는 백윤후의 팀이 가장 강력했다.

B반이나 C반 에이스들도 비슷한 구도로 팀을 갖추고 있었다.

그걸 확인한 한수호는 최지혁과 양소혜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말 대신 채팅으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한수호>>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양소혜>>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다고.

최지혁>>근데 이렇게 해도 되나 몰라? 마나 전음을 이런 데 써먹을 줄은 나도 몰랐거든.

그랬다.

D반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었던 건 바로 마나 전음 덕분이었다.

한수호는 이번 실기 평가가 장한설의 말과 여러모로 다르다는 걸 알아채자마자 최지혁에게 마나 전음을 보냈다.

D반 전원에게 마나 전음을 써서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협조를 구하라고.

그리고 이 시험의 허점과 진짜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곰곰이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한수호>>이번 시험의 목적은 전투가 아닌 것 같아.

양소혜>>그럼 뭔데? 몬스터 사냥으로 점수 따고, 동급생 리타이어 시켜서 밟고 올라서면 되는 거 아닌가?

한수호>>협동과 생존. 그 두 가지만 끝까지 지키면 D반 모두 A반으로 올라설 수 있어.

최지혁>>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최지혁은 가능하냐는 질문 대신,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다.

그는 한수호가 그렇게 말한 이상 그의 말이 틀림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수호>>이제부터 내가 말하는 방법대로 팀을 운영하면 될 거다.

한수호는 잠시 동안 많은 내용을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

단말기 채팅 창을 보는 양소혜와 최지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지만 한수호를 믿었고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잠시 후, 방 개설 창에 총 12개의 방이 신설됐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11개의 방은 D반의 2위부터 12위까지가 방장이었고, 심지어 D반 최고의 문제아이자 누구도 가까이하길 원치 않는 ‘신소이’라는 학생까지 방 하나를 만들었다.

이렇게 12개의 방이 개설되자 사방에 퍼져 있던 학생들과 교수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방들은 순식간에 팀원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12개의 팀은 하나같이 5인 팀을 이루지 않았다.

11개의 팀은 똑같이 4인으로 마감했으며, 신소이가 만든 팀은 달랑 두 명뿐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신소이의 팀을 우습게 볼 수 없었다.

그녀의 팀에 팀원으로 들어온 인물은 다름 아닌 한수호였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