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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79화 (79/375)

79화

콰앙!

촤르르르륵.

빛이 번쩍하며 뭔가가 튕겨 10여 미터를 미끄러졌다.

놀랍게도 이번엔 한수호가 아니었다.

두 발과 두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미끄러진 건 다름 아닌 월이었다.

월은 바로 자세를 바로 하더니 머리를 갸웃거렸다.

[주인. 갑자기 세졌다.]

“푸하하. 얌마. 내가 한 번 당하지 두 번이나 당할 줄 알았냐? 그리고 갑자기 세진 게 아니라 난 원래부터 셌거든?”

한수호의 말에 월의 눈동자가 기계음을 내며 좁아졌다 넓혀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눈으로 이상한 말을 했다.

[최고 출력 866.]

“….뭐?”

자신을 눈으로 훑고 나서 하는 말이 최고 출력 866이라니.

한수호는 바로 월에게 물었다.

“최고 출력이 뭔데?”

[주인이 낼 수 있는 최대 파워다. 월의 출력은 400이 한계다.]

그 말에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설마, 너 마나량을 읽어낼 수 있는 거야?”

[이것이 마나량인가? 월은 스캔 기능으로 주인의 출력을 확인한 것뿐이다.]

“스캔 기능?”

[이번에 월이 새로 추가한 기능이다.]

“허. 이놈 보게. 정말 엄청난 놈이잖아!”

한수호는 월을 와락 껴안았다.

보물도 이런 보물이 없다.

한수호에겐 상대의 신체 능력을 볼 수 있는 특성이 있었고, 월에겐 이제 마나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

이 조합이면 어떤 적을 마주하더라도 한발 앞선 정보력으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월은 원래부터 엄청났다.]

월이 한수호의 말투를 흉내 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한수호는 웃었다.

이로써 월의 쓰임새가 더욱 늘었다.

진급 마공사에 달하는 신체 능력에 한수호의 절반에 해당하는 마나력까지 지닌 절대적인 협력자.

그게 바로 월이었다.

‘이제 이 녀석한테 쓸 만한 마나 코어 하나만 챙겨주면….’

마나 코어를 떠올리자 돌연 한 가지 물건이 생각났다.

염마갑의 코어.

부모가 남긴 액자 속에 감춰져 있던 물건이자, 염마갑이라는 마화기에 끼워지는 코어.

하지만 마화기에 쓰이는 코어라 이걸 월에게 줬다가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몰랐다.

한수호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용마검 팔찌와 염마갑의 코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개조 특성으로 정보를 살폈다.

전과 다름없는 내용이 등장했다.

용마검은 7대 마화기 중 하나라는 내용에 정신력이 약하면 마화기에 먹힐 수 있으니 사용을 금한다는 주의사항이 있었다.

반면, 코어에는 불 내성이 약하면 신체가 녹을 수 있다는 경고만 보였다.

‘월한테 불 내성이 있으려나?’

불 내성이 있다고 해도 섣불리 코어를 월에게 주는 건 아닌 듯했다.

잘못 줬다가 월이 대마왕으로 진화해 버리면 무슨 수로 막을까.

‘마화기에 대한 내용은 정보 수정이 안 되려나?’

지금 한수호에겐 14만이 넘는 LP가 있었다.

이 정도 수치면 뭐라도 변경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으로 용마검의 정보에 살짝 손을 대봤다.

‘마화기에 먹힐 수 있으니’라는 문구를 ‘마화기에 먹힐 염려가 없으니’로 변경해 본 결과, 무려 5백만 LP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떴다.

이는 염마갑의 코어도 마찬가지.

어떡하든 부작용이 없게 수정해 보려고 했지만 필요한 LP는 3백만 아래로 내려가질 않았다.

‘역시…. 평범한 아티팩트가 아니라 소모되는 LP도 엄청나구나.’

한수호는 혹시나 싶어 코스트도 수정해 보려고 했다.

그거라도 된다면 아공간 주머니에 담아서 안전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코스트 수정은 아예 불가능했다.

다른 아티팩트들도 코스트만은 수정할 수가 없었다.

‘후. 이거 참 문제네.’

한수호는 이런저런 테스트를 하느라 쭉 꺼내놓은 무기와 아티팩트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라뮬, 그랑, 로크는 이번에 듀라한을 통해 그 위력이 확실히 증명되긴 했지만 항상 차고 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공간 주머니에 넣자니 코스트가 너무 높아 들어가지도 않는다.

용마검 팔찌와 염마갑의 코어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나마 코어는 코스트가 낮은 편이어서 암즈와 유엽비도와 함께 주머니에 넣는 게 가능했지만 그렇게 되면 여유 코스트가 12밖에 남지 않는다.

소용량 주머니는 최대 코스트가 25라서 간단한 물건밖에 넣을 수가 없는 상황.

‘무기들을 한데 묶었을 때 코스트만 합쳐지지 않으면 참 좋을 텐데.’

그건 한수호의 바람이었다.

지난번에 이미 해 봤지만 한수호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선 상자에 담더라도 무기든, 아티팩트든 코스트가 전부 합쳐지고 만다.

‘이런 가방에 다 때려 넣고 코스트는 한 30만 나오면 좀 좋아?’

한수호는 투덜거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암즈와 유엽비도, 라뮬, 그랑, 로크를 가방에 다 담아봤다. 그리고 정보를 확인해 보니,

[로크, 라뮬, 그랑과 암즈, 유엽비도가 들어 있는 가방]

-코스트: 326

-다양한 무기가 들어 있는 가방입니다.

-내구도가 약해 쉽게 찢어질 수 있으니 취급에 주의하세요.

예상대로 모든 무기의 코스트가 전부 합쳐졌다.

그런데, 뭔가 이름이 엄청 길어서 보기에 뭔가 굉장히 불편했다.

‘이름은 줄일 수 있으려나?’

한수호는 괜한 호기심에 이름이라도 바꿔보기로 했다.

‘로크, 라뮬, 그랑을 단검 세트로 바꾸고 암즈랑 유엽비도는 그냥 무기로 바꿔볼까?’

대충 생각나는 대로 이름을 바꿔본 순간이었다.

>>수정된 사항을 저장하겠습니까? 저장에는 5,000LP가 소비됩니다.

YES/NO

‘어라? 되네?’

수정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것도 고작 5천 LP만으로.

‘포인트도 별로 안 높잖아?’

당연히 몇만 포인트 이상이 소비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낮은 포인트였기에 바로 실행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름이 바뀌면 코스트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묘한 기대감을 가지고서.

그래서 포인트가 좀 더 싸게 먹히는 이름이 있나 테스트해봤다.

무기들 이름을 싹 다 하나로 몰아 ‘각종 무기가 들어 있는 가방’으로 수정해 본 결과는 의외였다.

‘2만 LP? 오히려 더 오르네?’

이름을 너무 압축해버리면 소요되는 포인트도 늘어나는 모양.

그래서 그냥 이전 이름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단검 세트와 무기가 들어 있는 가방]

이 상태에서 YES를 선택한 순간,

>>해당 내용으로 명칭을 수정할 경우, 종합 코스트에 변동이 생깁니다. 코스트 변경 후에 포함되는 물건 목록이 변경되면 수정 내용 또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대로 진행하겠습니까?

YES/NO

“뭐?”

한수호는 육성으로 놀라고 말았다.

아티팩트들을 한데 묶어놓고, 그 이름을 변경하면 정말 코스트가 바뀌는 모양이었다.

코스트가 상승하는지, 감소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해볼 만한 실험이었다.

‘이왕 할 거면 필요한 데에다 해야겠지?’

한수호는 NO를 선택하고 무기들을 한데 묶을 재료를 따로 준비했다.

가장 먼저 라뮬과 그랑을 끼우는 엑스반도와 로크를 착용할 수 있는 허벅지 착용구를 꺼냈고, 공사에 쓰려고 준비해 둔 고급 나무 재료들도 챙겼다.

우선 착용구의 재봉선을 전부 뜯어버린 뒤 다른 형태로 자르고 덧대어 다시 재봉질했다.

거기다 나무를 적당히 잘라 50센티 길이의 단검 두 개와 30센티 정도의 단검 두 개를 담을 수 있는 납작하고 기다란, 더불어 딱 봐도 멋져 보일 만한 모양의 나무 칼집을 만들어 붙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건 허리띠 형식으로 찰 수 있으며, 허리 좌우로 칼 두 개씩을 찰 수 있는 착용구였다.

나무 칼집 측면엔 버튼을 하나씩 만들고, 거기에 용수철을 연결했다.

그 버튼을 누르면 용수철이 튀어 올라 단검의 검막이를 때림으로써 검만 튀어 나갈 수 있는 장치를 한 것.

그리고 네 개의 나무 칼집 측면에는 작은 주머니를 달았다.

첫 번째 주머니엔 용마검 팔찌를, 두 번째 주머니엔 염마갑의 코어를 넣었고, 세 번째와 네 번째 주머니는 비워두었다.

‘여긴 예비 공간으로 두고.’

착용구를 완성해 놓고 보니 상당히 그럴듯하다.

물론 모든 과정에서 월의 도움을 크게 받았지만 한수호가 직접 만든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에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수호는 단검들을 나무 칼집에 끼우고 직접 허리에 착용해 봤다.

흘러내리지 않게 바짝 조이자 허리 좌우로 나무 칼집 네 개가 비스듬하게 늘어지며 굉장히 멋진 모습이 갖춰졌다.

그 상태로 점프도 해보고, 빠르게 달려보았지만 움직임에 걸리적거리지도 않는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월이 눈으로 한마디 했다.

[주인. 멋져 보인다.]

엄지까지 척 들어 올린 반응에 한수호는 씨익 웃어주었다.

한수호가 정성을 들여 만든 새로운 착용구의 코스트는 고작 2.

마나가 깃든 물건이 아니라서 굉장히 낮게 책정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 착용구는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아무래도 좋았다.

한수호는 모든 단검을 끼우고, 팔찌와 코어까지 주머니에 담은 상태로 착용구의 정보를 확인해 봤다.

[용마검의 팔찌와 염마갑의 코어, 그리고 로크, 라뮬, 그랑을 담고 있는 착용구]

-코스트: 463

-다양한 무기와 특별한 아티팩트가 들어 있는 착용구입니다.

-굉장히 질긴 재질이라 오랜 전투에도 내구성이 좋습니다.

-궁급 마공사의 정성이 깃들어져 있습니다.

예상대로 지금은 모든 코스트가 합쳐져 있었다.

한수호는 미리 생각해 두었던 이름으로 수정했다.

[예쁜 팔찌와 쓸 만한 코어, 그리고 단검 세트를 담고 있는 착용구]

두루뭉술한 단어들로 대체한 결과 이름 변경에 필요한 LP는 1만으로 나타났다.

‘1만 LP면 나쁘지 않아.’

1만 LP 소비해서 코스트를 확 줄일 수만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한수호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YES를 선택했다.

>>해당 내용으로 명칭을 수정할 경우, 종합 코스트에 변동이 생깁니다. 코스트 변경 후에 포함되는 물건 목록이 변경되면 수정 내용 또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대로 진행하겠습니까?

YES/NO

어김없이 추가 확인 메시지가 등장했고, 한수호는 머뭇거림 없이 다시 YES를 선택했다.

순간,

파아아아아앗-

착용구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덜그럭. 덜그럭.

단검들이 끼워진 나무 칼집이 심하게 흔들렸지만 금방 멈췄다.

그리고 드디어 원하던 메시지가 등장했다.

>>착용구의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한수호는 곧바로 코스트를 확인해봤다.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제발 코스트가 일부라도 줄어들었길 바라며.

한수호가 착용구의 코스트를 확인했을 때,

-코스트: 17

“해냈다!”

한수호는 만세를 불렀다.

성공도 그냥 성공이 아니었다.

대박.

로또에 당첨이라도 된 것마냥 한수호는 기뻐했다.

코스트가 엄청나게 줄어버렸다.

이젠 이 착용구를 고스란히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놓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수호는 기꺼운 마음으로 라뮬과 그랑이 끼워진 칼집의 버튼을 꾹 눌러봤다.

티잉-

용수철이 퉁겨지며 두 자루 정글 도가 앞을 향해 팍 튀어 나갔다.

한수호는 그걸 가볍게 낚아챘다.

화르르르륵.

라뮬에선 화염이 뿜어졌고.

쑤아아아아.

그랑은 시린 냉기를 한껏 뿜어냈다.

단검을 착용구에서 분리한 상태로 다시 코스트를 확인해 봤다.

[용마검의 팔찌와 염마갑의 코어, 그리고 로크를 담고 있는 착용구]

-코스트: 302

착용구의 구성품이 달라지니 명칭도, 코스트도 다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다.

한수호는 두 단검을 다시 칼집에 끼웠다.

그러자 착용구의 코스트는 다시 17로 바뀌었다.

‘나중에 구성이 바꿀 필요가 있으면 그때 또 이름을 변경시키면 되지 뭐.’

이름 변경에 필요한 LP는 1만 좌우이니 부담될 것도 없었다.

착용구를 풀러 대용량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봤다. 당연히 아무 문제 없이 수납된다.

이제 필요한 걸 다 주머니에 담아도 여유 코스트가 상당하다.

한수호는 감격한 얼굴로 주머니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시선을 돌려 전투 영역의 남은 체류 시간을 확인했다.

[00:04:07]

4분 뒤면 사용 종료였다.

‘남은 시간 동안 뭘 해야 하나?’

가장 마음에 걸리던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도 가볍다.

‘월 녀석한테 보상으로 책도 전해줬고, 코스트 문제도 해결…. 어? 맞다! 보상!’

갑자기 떠오른 단어, 보상.

한수호는 듀라한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면서 여러 가지 스탯 상승을 보상으로 받았고, 추가로 ‘포인트석’도 분명 받았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포인트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젠장. 내가 그때 정신만 제대로 차렸어도.’

고통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게 컸다.

그 귀중한 포인트석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다니.

‘내일 저녁에라도 그 던전이 있던 장소에 들러야겠는데?’

혹시라도 보상이 그곳 어딘가에 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포인트석에 대한 건 잊기로 한 한수호는 남은 시간이 어정쩡 해서 그냥 나가기로 했다.

그 전에 월을 불러들였다.

[월은 바쁘다. 할 말 있으면 빨리할 것.]

월이 투덜대며 다가오자 한수호는 피식 웃었다.

“짜식. 안 그래도 지금 나갈 거야. 그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보려고.”

[말해라.]

“너 혹시 너랑 비슷한 몬스터 봇 가져다주면 데리고 일 시킬 수 있겠냐?”

한수호는 공사를 좀 더 빨리 진행 시키기 위해 다른 몬스터 봇을 구매해 이곳에 가져올 생각을 했다.

월처럼 자아를 갖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월이 그 봇을 개량하면 쓸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몬스터 봇? 이왕이면 덩치가 큰 놈으로 부탁한다. 월이 업그레이드시켜서 써먹을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은 두 기 정도가 한계다. 그 이상은 월에게 맡겨봐야 소용없다.]

두 기라도 그게 어딘가.

한수호는 무릎을 탁 쳤다.

“오케이. 그럼 내가 네 부하로 쓸 몬스터 봇 두 마리 데려오마. 아, 물론 네가 필요한 코어도 조만간 챙겨 줄 테니 걱정 말고.”

[알았다. 용건은 그게 끝인가?]

“어, 그래.”

월은 잠시도 시간을 놀리지 않았다.

어느새 안전모까지 챙겨 쓴 월은 다시 공사 현장으로 내려갔다.

“나 간다! 내일 보자!”

한수호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전투 영역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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