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이하윤은 게이트 앞에 선 한수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이거…. 엄청나다.”
너클팽을 만지작거리는 이하윤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전력을 쓴 것도 아니고 마나력의 4할 정도를 실었을 뿐인데도 너클팽의 파괴력은 상당했다.
이런 대단한 아티팩트 무구를 아무렇지 않게 넘겨주다니.
한수호의 배포가 굉장히 크거나, 아니면 이것보다 더 엄청난 무구를 잔뜩 갖고 있던지 둘 중 하나이리라.
“뭐, 대단하긴 하네.”
말은 별거 아닌 듯했지만, 솔직히 한수호도 놀랐다.
코스트 14짜리인 너클팽이 이 정도 파괴력을 가졌다면, 코스트가 16인 유엽비도나 21인 암즈는 얼마나 더 대단하다는 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키아아악.
게이트의 파란 면이 출렁이며 네이롤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이하윤이 움찔하며 뒷걸음질 칠 때, 한수호는 전혀 놀라지 않고 놈의 목을 콱 움켜쥐었다. 그리고.
푸욱.
나이프로 목을 찔러버렸다.
“이건 게이트가 아니라 던전 같다. 일정 시간마다 네이롤을 토해내는 것 같고. 여기 있는 네이롤들은 그동안 이 던전이 뱉어낸 놈들이 쌓이고 쌓인 결과일 테지.”
한수호는 게이트, 아니 던전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게 던전…. 이라고?”
이하윤은 던전을 처음 봤다.
보기엔 게이트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한수호가 던전이라고 하니 던전이구나 할 뿐이었다.
“서둘러야겠어. 아무래도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한수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작게 말했다.
그는 지금 던전의 정보를 읽었고, 그 정보는 상당히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7급 던전 ‘네이롤 퀸의 둥지’]
-보유 포인트: 35,000LP
-위험도: ★★★★☆☆☆☆☆☆
-아스루나 대륙의 6급 몬스터 네이롤 퀸의 둥지입니다.
-네이롤 퀸의 생명력을 이용한 마나 폭발이 진행 중입니다.
-진행율: 79%
-발자크가 이곳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포인트를 흡수하면 던전의 위험도가 상승하여 클리어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포인트를 흡수하겠습니까? YES/NO
지난번 네크로맨서의 던전에서 본 것과 유사한 내용이었다.
위험도는 별 네 개로 같고, 마나 폭발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또 발자크로군.’
두 번째로 보게 된 발자크라는 이름.
무엇의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한 존재라는 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 던전이 마나 폭발로 터져버리면 지난번처럼 발자크가 먹어버리고 봉인의 틈새가 더 벌어지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폭발 전에 막아야 해.’
한수호는 바로 던전에 뛰어들려다가 이하윤을 돌아봤다.
“여기선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일부러 겁주는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었다.
7급 던전이지만 지난번처럼 운이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특히 이런 던전을 처음 겪어보는 이하윤에겐 더욱 위험했다.
“각오했어.”
이하윤이 의외로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눈에는 반드시 이 던전을 폐쇄하겠다는 각오가 실려 있었다.
“절대 한눈팔지 마라.”
“응. 신경 쓰이지 않게 할게.”
걱정이 돼서 한 말인데 이하윤은 방해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한 모양.
한수호는 굳이 그 차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그럼…. 간다.”
한수호가 먼저 던전 입구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이하윤도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던전 속으로 사라진 그곳엔 네이롤들의 처참한 사체들과 피 냄새만이 가득했다.
* * *
캬아아악.
한수호는 통로에 나타나자마자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네이롤 한 마리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개구리 같은 얼굴로 입을 쩍 벌린 채 녹색 액체를 내뱉은 네이롤.
자칫 뒤따라올 이하윤에게 액체가 튈까 봐 피하지 않고 나이프로 액체를 후려쳤다.
치이이익.
액체에 닿은 세라믹 나이프가 순식간에 타들어 갔다.
그는 그걸 들고 있지 않고 네이롤을 향해 집어 던졌다.
쐐애액.
이제 막 벌렸던 입을 다물려던 네이롤은 때맞춰 날아든 나이프에 입속을 관통당하고 말았다.
그대로 머리부터 뒤로 넘어간 놈은 진득한 액체를 흘려내며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 씨. 깜짝이야.’
그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한수호.
그는 빠르게 주변을 훑어봤다.
던전의 구조는 매우 간단했다.
폭 10미터의 사각형 형태로 길게 나 있는 통로가,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건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건물의 형태가 꽤나 익숙했다.
‘또 신전이네.’
벌써 세 번째 보는 신전이다.
삼척 게이트의 지하 유적지에 있던 신전과 부모가 포함된 15명의 단체 사진 속 배경의 신전, 그리고 지금 마주한 또 하나의 신전까지.
아무래도 이 신전은 뭔가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뭘 그렇게 봐?”
어느새 이하윤도 통로에 들어와 있었다.
“저곳에 우리 목표가 있는 것 같군.”
“저 건물이 네이롤들의 둥지라는 거야?”
“아마도.”
“어? 또 온다!”
신전에서 네이롤 한 마리가 뛰쳐나와 곧장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가자.”
한수호가 뛰었고, 이하윤도 덩달아 달렸다.
중간 지점에서 만난 네이롤은 한수호가 꺼낸 두 번째 세라믹 나이프에 목이 뎅겅 날아갔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신전을 향해 달려갔다.
신전은 지하 유적지에서 본 것과 거의 흡사했다.
수많은 굵은 기둥들에는 여러 몬스터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높게 이어진 계단을 오르고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문을 열자 신전의 내부가 훤히 보였다.
그곳엔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신전 중앙엔 거대한 몬스터 하나가 굵은 쇠사슬에 몸 이곳저곳이 관통된 채로 정육점의 고기처럼 대롱대롱 걸려 있었다.
크기와 생김새로 보건대 아무래도 저 몬스터가 바로 네이롤 퀸인 것 같았다.
바닥으로 길게 늘어뜨린 놈의 꼬리 같은 것이 계속 꿈틀거리며 큼직한 알을 토해냈다.
주변엔 알들이 상당했다.
대략 40여 개 정도.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 몬스터의 머리 바로 위엔 고치처럼 보이는 물체 일곱 개가 거미줄 같은 것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모두 사람이었다.
그것도 머리가 없는, 몸통만 남겨진 사람의 시체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잘린 목에서는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핏물은 몬스터의 입으로 흘러 들어갔다.
아마도 그 피를 양분 삼아 끊임없이 알을 낳게 하는 기이한 마법이 운용 중인 듯했다.
하지만 누가, 왜, 무엇을 위해 네이롤 퀸을 매달아 놓은 걸까?
그 답은 네이롤 퀸의 뒤쪽에 있었다.
그곳엔 제단이 있었는데, 로브로 온몸을 가린 누군가가 제단 위에 정좌한 자세로 눈을 감고 앉아 양손을 합장하고 있었다.
살짝 드러난 얼굴은 코가 굉장히 높고 눈이 쑥 들어가 있어 서양인처럼 보였다.
한수호는 로브 사내의 몸을 훑었다.
‘평균 85에, 가슴만 93?’
전체적으로 전에 해치운 쉘턴 헷지보다 강하다. 특히 마나력을 담고 있는 가슴 부위의 수치가 높다.
‘대체 이런 놈들이 왜 던전 안에 들어와 있는 거지?’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쉘턴 헷지도 그렇고, 눈앞의 로브 사내도 마찬가지.
둘 다 서양인이었고, 괴이한 던전 안에서 주인처럼 행세하고 있었다.
그때 로브 사내가 눈을 떴다.
파란 눈동자에 짜증의 빛이 깃들며 한수호와 이하윤을 살핀다.
“너희들은 매번 다른 놈들을 보내는군. 내 대답은 전과 같다. 원하는 걸 얻으려면 좀 더 기다려라.”
로브 사내는 한수호와 이하윤을 다른 누군가로 착각한 듯했다.
게다가 엑센트가 좀 독특한 영어라서 이하윤은 정확히 알아듣지도 못했다.
이에 한수호가 기지를 발휘했다.
“정확히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지?”
놈이 착각한 걸 이용해 좀 더 정보를 빼내고자 연기를 시작했다.
“이프리트, 네놈들은 하나같이 버르장머리가 없구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더럽게 예의가 없어.”
“….”
한수호는 말을 아꼈다.
대신 이프리트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새겨넣었다.
“융통성이 없는 것도 다 똑같고 말이지.”
“답만 들으면 우린 바로 가겠다.”
로브 사내가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기에 거기에 맞는 말을 꺼냈다. 그런데, 놈의 표정이 갑자기 확 변했다.
“우린…. 가겠다?”
그의 말투에서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한수호는 마나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한수호가 아닌 이하윤을 노려봤다. 그러다 피식 웃었다.
“이런…. 내가 단단히 착각을 했군. 너무 자연스럽게 여길 들어와서 당연히 거기서 나온 녀석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가 자세를 풀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제단 아래로 미끄러지듯이 내려섰다.
“저기 걸려 있는 것들이 뭔지 아느냐?”
로브 사내의 태도가 바뀌었다.
몸에선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눈빛은 잡아먹을 듯 무섭게 빛났다.
“그들은 지금껏 둘이 와서 한 명만 돌아갔지. 한 명은 나에게 제물로 남겨져야 했으니까.”
마지막 말을 내뱉는 순간, 사내의 눈이 번쩍했고, 동시에 사라졌다.
슈욱
꺼지듯 사라진 사내는 어느새 이하윤의 등 뒤에 나타나 있었다. 반 박자 늦게 이하윤이 알아채고 급히 회피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사내의 비쩍 마른 팔이 촉수처럼 쭉 늘어나며 이하윤의 머리를 향해 집요하게 날아들었다.
놈의 손끝은 송곳과 같았다.
날카롭게 벼려진 뾰족한 손톱이 송곳처럼 하나로 뭉쳐져 이하윤의 머리를 꿰뚫으려 했다. 그때,
푸욱-
어느새 달려든 한수호가 나이프로 사내의 팔목을 찍어버렸다.
더불어 열화기를 일으켜 나이프에 밀어 넣었다.
푸하아악
놈의 손이 활활 불타올랐다. 하지만 그는 크게 고통스럽지 않은지 그저 인상을 살짝 찌푸리기만 했다.
“짜증 나는군.”
그의 눈이 다시 빛나는가 싶은 순간, 그의 팔에서 강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냉기는 순식간에 열화기의 화염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한수호의 심장을 향해 백색 광선을 뿜어냈다.
근접한 거리에서 벌어진 공격이라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쩌엉-
한수호의 가슴 앞으로 두꺼운 얼음 방패가 나타나 광선을 튕겨냈다.
빙염기였다.
이를 본 로브 사내가 눈을 크게 떴다.
“불과 얼음을 한꺼번에 쓴다고?”
그의 놀라움 가득한 중얼거림에 한수호가 씨익 웃음을 그려 보였다.
“그거 말고도 더 있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놈의 팔을 꿰뚫고 있던 나이프에서 뇌전이 번쩍했다.
빠지직
퍼억-
강력한 벼락의 힘에 팔이 끊어져 나갔다.
“크윽!”
이번엔 고통이 상당했는지 로브 사내가 황급히 물러섰다.
한수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돌진하면서 파랑격을 날렸다.
촤좌좌좌좌
바닥을 휩쓸며 날아간 검의 파도가 로브 사내를 덮쳤다.
그의 회색 로브가 갈가리 찢겨나갔다. 그리고 드러난 그의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네이롤이 인간의 모습이었다면 바로 눈앞의 사내와 같으리라.
얼굴만 제외하고 모든 신체 부위가 네이롤과 흡사했다.
허리 아래로 달린 무수히 많은 발. 그리고 양팔은 길쭉하게 늘어져 끝에 송곳 뭉치를 달고 있었다.
끔찍한 모습의 사내가 메마른 호수 바닥처럼 쫙 갈라진 음성으로 소리쳤다.
“죽. 여. 주. 마!”
사내의 입이 쩍 벌어지며 녹색 액체를 한 움큼 쏘아냈다.
그것은 네이롤의 독액과 완전히 똑같았다.
엄청난 속도였지만 한수호는 놀라운 반응속도로 완벽하게 피해냈다. 빗나간 독액은 애꿎은 네이롤 퀸에게 날아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내가 노린 것이다.
잠시의 틈을 얻은 그는 하나 남은 손으로 커다란 원을 그려냈고, 그 원은 곧장 마법진으로 변하며 허공에 수많은 구멍을 만들어 냈다.
거기서 엄청난 숫자의 송곳들이 튀어나왔다.
슈슈슈슈슈슉.
검은 송곳은 한수호를 향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뒤덮는 범위가 너무도 광범위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한수호는 할 수 없이 얼음불 특성을 발현시켰다.
화르르르륵.
그의 앞을 강렬한 불길이 가로막았고, 그 뒤에 두꺼운 얼음벽이 형성됐다.
콰과과과과곽
검은 송곳은 불길에 뜨겁게 달궈진 상태로 얼음벽에 박혀 버렸다.
하지만 끝이 없었다.
계속되는 송곳의 소나기는 불과 얼음의 벽마저 조금씩 갉아먹었고 마침내 균열을 만들어 냈다.
그때, 그의 뒤로 몰래 돌아간 이하윤이 사내를 향해 붕 날아올랐다.
그리고 놈이 방심한 틈을 이용해 너클팽을 착용한 주먹으로 뒤통수를 후려쳤다.
콰직.
주먹이 막혔다.
사내는 잘려져 나간 팔을 들어 뒤쪽으로 뻗었고 거기서 뿜어진 핏물이 마법진을 만들어 방어막을 펼쳐낸 것이다.
투우웅. 투우웅.
마법 방어막에 꽂혀 든 주먹에서 수차례 충격파가 퍼져나갔지만 끝내 방어막을 뚫어내지 못했다.
안간힘을 쓰던 이하윤은 섬뜩한 느낌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위잉.
그녀의 머리 위에도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등장한 수많은 구멍.
거기서 무수한 송곳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그걸 본 이하윤은 이를 꽉 앙다물며 특성 ‘원격제어’를 발휘했다.
우두두둑.
송곳들이 보이지 않는 힘에 붙잡힌 것처럼 허공에 그대로 멈춰 섰다. 구멍들은 계속해서 송곳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어느 하나도 원격제어의 힘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하윤의 힘이 달렸다.
머리 위의 거대한 송곳 뭉치가 조금씩 하강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몇 초 안에 원격제어가 깨져버릴 상황.
한수호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하윤이 당하는 걸 내버려 두고 좀 더 확실한 기회가 왔을 때 광폭화를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지금 광폭화를 사용해 이하윤을 구해낼 것이냐를.
‘라뮬만 가져왔어도….’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단순히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는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라뮬, 그랑, 로크 중 어느 하나도 챙겨오지 않았다.
그중 하나만 있었어도 지금처럼 곤란한 상황은 겪지 않았으리라.
‘어쩔 수 없나.’
자신의 앞을 막아주고 있는 얼음벽은 이미 박살 나기 일보 직전.
혼자 남아 기회를 보는 것보다는 이하윤을 구해 함께 빠른 승부를 내는 편이 그나마 이득이었다.
결정을 내린 한수호는 단숨에 광폭화 3단계를 사용했다.
푸하아아악.
그의 몸에서 마나력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머리카락이 위로 치솟아 올랐고, 온몸으로 붉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눈에는 핏줄이 섰으며 근육이 응축되어 밀도를 급상승시켰다.
쿠드득.
몸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기세에 대리석으로 된 바닥이 버티지 못하고 퍽 부서졌다.
“…?”
이를 본 사내가 흠칫 놀라 했다.
그는 한수호가 지닌 마나력이 엄청나게 상승했으며, 그 강함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걸 감지한 것이다.
아직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기에 전력을 쓰지 않았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었다.
“이노옴-!”
그 또한 모든 마나력을 그러모았다. 그리고 모든 힘을 있는 힘껏 방출시켰다.
쿠아아아아앙
허공에 떠 있던 수많은 검은 구멍이 커다란 하나의 구멍으로 변하더니 그곳에서 신전 기둥 세 개를 합친 것만큼이나 거대한 송곳 두 개가 튀어나왔다.
한수호와 이하윤을 향해 날아가는 두 개의 거대 송곳.
그 순간, 광폭화 발현을 마친 한수호가 움직였다.
가장 먼저 자신의 눈앞으로 날아드는 거대 송곳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직-.
송곳이 움푹 함몰되며 천장으로 튕겨 나갔고.
콰앙!
바닥을 박차며 뛰쳐나가자 대리석 바닥이 폭격을 맞은 듯 터져버렸다.
그리고 이하윤의 몸통을 꿰뚫기 직전인 두 번째 송곳의 옆면에 왼 주먹을 박아넣었다.
쾅!
묵직한 충격에 송곳은 반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그 상태로 날아간 한수호는 신전의 기둥을 발판 삼아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왔다.
그가 쏜살같이 날아가는 곳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괴물 사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