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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60화 (60/375)

60화

고형태는 상당히 고전했다.

원래는 백윤후가 전방에 서서 오크 봇들을 상대해 주면, 자신이 후방에서 서포트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백윤후는 3분이 훨씬 넘어갈 동안 전혀 공격에 나서질 않고 있었다.

오크 봇이 공격해 들어오면 설렁설렁 피하기만 할 뿐, 모든 반격은 고형태 혼자 도맡아 하는 중이었다.

고형태의 마공사 등급은 평급.

자신과 동급인 오크 봇 3기의 합공을 제대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퍼억

“헉!”

오크 봇이 휘두른 뭉툭한 나무 도끼에 등을 맞았다.

고형태가 충격으로 바닥을 나뒹굴자 다른 오크 봇이 달려와 발로 밟기 시작했다.

이를 가만히 지켜만 보던 백윤후는 대련장 후방의 전광판 시계를 힐끗 보더니 씨익 웃었다.

“어이쿠야. 하도 용감하게 날 지목하길래 D반 짱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그냥 쭉정이잖아? 남의 등에 올라타서 평가 점수를 날로 먹으려던 대가라고 생각하라고, 쭉정이.”

놀리듯 중얼거린 백윤후는 바닥을 쿵 찍더니 날렵한 몸놀림으로 오크 봇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뻐억. 퍼버벅.

무기도 없이 맨손, 맨발로 오크 봇을 두드려 팼다.

쿵쿵쿵.

3기의 오크 봇이 충격에 밀려났다. 하지만 큰 충격이 없는지 멀쩡했다.

“뭐야? 이걸 버틴다고?”

백윤후도 의외였는지 조금 당황해했다.

그때 오크 봇 3기가 일제히 나무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바닥에 고형태가 쓰러져 있는 데다가, 세 방향에서 오크 봇이 달려들자 백윤후의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그의 특성은 진급이지만 마나력은 특급을 갓 넘은 수준이었기에 평급 오크 3기의 합격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결국 오크 봇의 양손 공격으로 중심이 크게 흔들린 상태에서 다른 오크 봇의 횡단 공격으로 옆구리가 열렸다.

그곳으로 세 번째 오크 봇의 강력한 발차기가 파고들었다.

퍼억

“크윽!”

버틸 만한 충격이었지만 뒷걸음질 치다가 고형태의 몸에 발이 걸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이런 제길!”

벌떡 일어선 그는 창피를 당한 것에 분통을 터트리며 허리에 차고 있던 목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 검으로 특성 ‘폭렬검’을 발현하려고 했다. 그때,

“그만. 5분 경과다.”

홍수빈이 전투를 중단시켰다.

대련장 후방의 전광판 시간은 어느새 0이 되어 있었다.

“교수님! 1분만, 아니. 30초만 더 주시면 전부 바닥에 눕혀버릴….”

“시간을 허비한 건 너지, 내가 아니다.”

홍수빈은 냉철했다.

아무리 백윤후의 백이 좋고, 떠오르는 유망주라고 해도 무턱대고 봐주는 성격이 아니었다.

백윤후는 모든 것이 고형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대련장을 나서면서 그를 무섭게 노려봤다.

조교들의 부축을 받아 내려오던 고형태는 그 시선을 느끼고 몸을 움찔 떨었다.

이를 본 양소혜가 한마디 했다.

“어우, 재수 없어. 5분 버텼으면 적어도 감점은 아닌데, 왜 저런 눈으로 사람을 노려본데? 솔직히 고형태가 더 열심히 싸우지 않았냐? 내가 교수였으면 백윤후보다 고형태한테 점수 더 주겠네.”

들으라고 한 소리라 백윤후도 그 말을 들었다.

그런데 백윤후의 표정이 한순간 확 돌변했다.

무서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온화하고 순진한 얼굴로 돌아왔다. 마치 자신의 잘못을 책망하듯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양소혜를 향해 고개를 꾸벅했다.

그 모습에 D반 학생들의 표정이 바로 풀렸다.

“역시, 광검백가 백진성의 아들답네.”

“금방 실수를 인정하는구만.”

“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 인성도 괜찮은데?”

D반 학생들은 고형태가 처했던 상황은 금세 잊고 바로 백윤후를 좋게 평가했다.

양소혜도 의외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한수호는 백윤후의 표정이 완벽한 거짓 연기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미안한 듯 우울해 보이는 표정 뒤로 상대를 비웃는 차가운 조소가 겹쳐 보였다.

‘이거…. 상처만 꿰뚫어 보는 게 아니라 표정까지 꿰뚫어 볼 수 있네?’

우연히 획득한 감지 스탯으로 생긴 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다음 조 나와라.”

홍수빈 교수의 말에 장한설과 양소혜가 대련장 위로 올라섰다.

조교들은 다시 오크 봇을 준비시켰고, 바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두 사람의 전투는 살벌했다.

시작과 동시에 양소혜가 뛰쳐나갔다. 그녀는 시간을 질질 끌 생각이 없는지 곧바로 오크 봇 한기를 향해 돌격하며 눈부신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파캉-

오크 봇의 머리가 뒤로 확 젖혀지며 나자빠졌다.

때를 같이해 장한설도 움직였다.

그녀의 특기는 부친인 귀부암왕 장현오의 현룡강기였다.

무기를 들고 이 기술을 사용하면 훨씬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맨손으로 펼쳐도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장한설은 머리를 향해 내리꽂히는 도끼를 어깨 뒤쪽으로 흘렸고 몸을 빙글 돌리면서 순식간에 오크 봇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빠르고 짧게 반대쪽 팔꿈치로 오크 봇의 복부를 찍었다.

빠각.

오크 봇이 크게 움찔하더니 그대로 쿵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남은 건 단 한기.

놈은 가까운 곳에 있던 장한설을 노리고 붕 날아올랐다.

허공에서 두 차례 도끼를 휘돌리자 붉은빛의 기운이 엑스자로 날아들었다.

신형 오크 봇에 프로그래밍 된 ‘도끼술’이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장한설이다.

그녀는 수석이라는 이름답게 오크 봇의 공격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공격에 맞으면 충격이 상당할 텐데도 아랑곳없이 사정권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바닥을 탁 찍어 차며 뒤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후웅

그림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오크 봇이 뿌려낸 거친 기운이 뒤로 젖힌 장한설의 상체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공중제비를 돌며 올려 찬 발에 오크 봇의 턱이 걸려들었다.

퍼억

거구의 오크 봇이 1미터 높이로 떠올랐을 때, 양소혜도 뛰어들었다.

떠오른 오크 봇의 허리를 양팔로 덥석 잡아채더니 그대로 상체를 뒤로 눕혔다.

오크 봇의 머리부터 바닥에 내리꽂혔다.

꽈앙

오크 봇의 목이 충격으로 부러지며 머리통이 튀어 올랐다.

그 머리를 향해 장한설의 강력한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퍼엉!

머리통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돌려차기를 한 자세 그대로 우뚝 선 장한설과 머리를 잃은 오크 봇의 몸통을 휙 내던지며 벌떡 일어선 양소혜.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잠시 얽혔다.

“우와아아! 멋지다!”

“역시, 장한설!”

“D반도 꽤 하는데?”

“흥! 저 양소혜는 바로 우리 D반의 자랑이라고!”

학생들이 환호했다.

순식간에 오크 봇 세 기를 완벽하게 처리한 장한설과 양소혜는 학생들의 환호성에 환한 미소를 그려 보였다.

그때, 지평학 교수가 한마디 했다.

“둘 다 너무하는구나. 적당히 좀 하지 아끼는 오크 봇 꼴이 이게 뭐냐?”

나무라는 말이었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흥분했나 봐요. 수리비는 지불하겠습니다.”

장한설이 머쓱해 하며 한 말에 양소혜도 지지 않았다.

“좀 과하긴 했죠? 헤헤. 제가 두 마리 박살 냈으니 두 마리 값 치를게요.”

“오크 봇 두 기 값은 제가 내겠습니다.”

이번엔 장한설이었다.

“넌 머리통만 날렸잖아? 몸통 박살 낸 건 나니까 내가 책임져야지.”

“애초에 오크 봇을 오작동시킨 게 나니까 내가 낼게.”

“마나하트는 몸통에 있지 머리에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 마나하트를 부순 내가 내는 게….”

두 여학생이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한수호가 모두 들으라는 듯 최지혁을 향해 한마디 했다.

“그냥 각자 두 개씩 책임지면 되는 거 아닌가?”

“그 말이 맞네, 뭐. 꼭 세 개만 사서 기증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네 개면 좋고, 다섯 개면 더 좋은 거지.”

두 사람의 대화에 장한설과 양소혜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방금 자신들이 한 행동이 두 사람에겐 저 잘났다고 떠드는 걸로 보였다는 걸 깨달은 것.

“허허허. 둘 다 괜찮다. 수업 중에 생긴 일인데 학생한테 책임을 지우면 쓰나? 훌륭한 마공사를 양성하는 일에 몬스터 봇 몇 개 박살 난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단다. 아무튼, 둘 다 수고했다.”

“네….”

지평학이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자, 그럼 다음 조를 불러볼까? 최지혁, 손미영 학생?”

호명에 따라 두 사람이 빠르게 대련장 위에 올랐다.

최지혁과 손미영은 비슷한 성격인 듯했다.

둘 다 숫기가 없어 서로 인사도 하지 못해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바로 시작하겠다.”

홍수빈의 말과 함께 전광판의 시계가 작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굉장히 스펙터클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

우물쭈물하던 최지혁은 전투 시작과 동시에 저돌적으로 변했다.

오크 봇 둘을 상대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난투극에 가까운 장면을 만들어 냈다.

손미영도 의외였다.

오크 봇이 달려들자 꺅꺅 소리를 지르며 무서워했지만, 정작 행동은 반대였다.

근접마법형 마공사라 그런지 손과 발에 강한 마력장을 형성시켜 오크 봇을 개 패듯 두드려 팼다.

둘의 전투 케미도 나쁘지 않았다.

중간에 최지혁의 공격에 튕긴 오크 봇이 손미영 쪽으로 향하자, 그녀는 ‘꺄악! 저리 꺼져!’를 연발하며 16연타를 날려버렸다.

그 충격에 튕겨난 오크 봇을 최지혁이 낚아채 무기처럼 휘둘러 다른 오크 봇을 후려 패는 장면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4분여가 흘렀을 때, 오크 봇 세 기는 모두 바닥에 드러누웠다.

전투가 끝난 직후 두 사람은 방금 전까지의 타오르는 투지를 씻은 듯이 지워내고는 쑥스러워하며 자리로 되돌아갔다.

“쓸 만한 합격술이었다. 다음 조는…. 이하윤, 장태산 학생인가?”

홍수빈 교수의 호명에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이하윤은 대련장 위로 올라서야 한수호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이에 한수호도 가볍게 알은척을 했다.

그사이 오크 봇은 다시 새 걸로 교체되었다.

“혹시나 해서 말한다. 삼 할의 힘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적을 구 할의 힘으로 쓰러뜨리는 건 멍청한 마공사나 하는 덜떨어진 짓거리다. 둘 다 이점을 유념하도록.”

홍수빈이 장한설과 양소혜를 멍청한 마공사라고 돌려 깠다.

한수호와 이하윤에게서 특별히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대답을 요구한 말이 아니었기에 홍수빈은 바로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00:04:59]

전광판 시계가 흐르기 시작했을 때, 한수호가 먼저 움직였다.

그런데 이번엔 오크 봇들이 시작과 동시에 전투 기술을 펼쳐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좀 전처럼 맥없이 당하지 않게 교수들이 오크 봇의 대응 절차를 살짝 손본 모양.

세 방향에서 일제히 뛰어오른 오크 봇들이 엑스자 형태의 기운을 뿜어낸 순간, 한수호는 그 틈을 아무렇지 않게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앞선 곳에 있는 오크 봇의 등 뒤로 돌아가 발을 걸어 차며 앞으로 툭 밀쳤다.

“정면.”

작은 목소리였지만 이하윤은 그 말을 알아들었고 중심을 못 잡아 휘청거리는 오크 봇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마치 짠 듯이 자연스럽게 뛰어올라 머리통을 올려 찼다.

오크 봇이 붕 떠올랐을 때 한수호는 이미 다른 오크 봇의 옆에 붙어 있었다.

“11시.”

오크 봇의 옆구리로 파고들며 팔을 밀쳐 올리고 겨드랑이를 발끝으로 콕 찍어 찼다.

“꾸위이익!”

오크 봇이 괴이한 비명을 지르면서 펄쩍 뛰었다. 로봇인데도 리얼리티가 정말 제대로 살아 있었다.

그런데 교묘하게도 오크 봇이 뛰어든 위치는 이하윤이 서 있는 곳에서 정확히 11시 방향이었다.

이에 이하윤은 머뭇거림 없이 달려들며 뒤돌려 차기로 오크 봇의 몸통을 후려 찼다.

퍼억-

강력하진 않지만 평급의 오크 봇을 바닥에 쓰러뜨리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이하윤은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나자빠진 오크 봇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때 한수호는 세 번째 오크 봇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실로 엄청난 움직임.

멀리서 이들의 전투를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그냥 좀 빠르게 움직이는구나 생각할 정도였지만, 실제로 함께 전투에 임하고 있는 이하윤이 체감하는 속도는 엄청났다.

지금껏 이하윤이 본 건 한수호의 잔상뿐이었다.

“2시.”

한수호의 중얼거림이 들린 순간, 마지막 오크 봇이 앞으로 휘청하며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오크 봇이 공격하려고 몸을 트는 절묘한 찰나에 한수호가 아주 가볍게 놈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친 것이다.

이하윤은 마치 어서옵쇼를 연상케 하며 2시 방향으로 알아서 굴러오는 오크 봇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바닥을 찍어 날아오른 그녀는 오크 봇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아 무릎으로 찍어버린 것.

콰직

안 그래도 납작했던 오크 봇의 코가 푹 함몰되면서 뒤로 쿠웅 하고 자빠졌다.

[00:03:28]

전투가 시작된 지 2분도 지나지 않아 전투가 끝났다.

대련실이 잠시 침묵에 빠졌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본 장면에 얼이 빠진 듯 멍한 표정이었다. 놀라움은 A반 학생들이 특히 심했다.

“이하윤이 직접 몸을 썼어?”

“타격력도 꽤 좋잖아?”

“원거리마법형 마공사가 근접전투를 왜 이렇게 잘해?”

그들이 놀란 건 이하윤이 원거리마법형 마공사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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