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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4화 (24/375)

24화

“그만. 거기까지.”

안서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자 송혁이 직접 대결을 멈춰 세웠다.

송지문의 주먹이 안서윤의 눈앞에서 딱 멈췄다.

훅 하는 바람이 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했다.

단 15초.

아무리 상대가 송지문이라고 해도 15초 만에 이 꼴이 되다니.

그래도 그녀는 조훈보다는 나았다.

5분 전에 끝난 송지문과 조훈의 대결은 시작과 동시에 끝났다.

동생 송유나에게 파렴치한 짓을 하려 한 이현승 때문에 송지문은 그의 사형제나 다름없는 조훈과의 대결에 악감정이 실렸다.

21살의 나이로 이미 진급 마공사에 오른 송지문이 시작부터 전력을 쏟아붓자 조훈은 방어조차 하지 못했다.

시작종이 울리고, 신속하게 달려든 송지문.

잔뜩 긴장하고 있던 조훈은 주태란에게 배운 뇌력을 끌어올려 공격을 차단하려고 했다. 한데 송지문이 눈앞에서 귀신처럼 사라졌다.

뒤를 잡혔다고 생각한 조훈은 그대로 몸을 돌리며 팔꿈치를 휘돌려 쳤지만.

후웅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속았다고 생각한 조훈이 급히 회피 동작을 취하려는 순간.

빠악

허공에서 송지문의 발이 날아들었고, 그대로 조훈의 얼굴을 후려쳤다.

꽈당

머리부터 바닥에 꼬꾸라진 조훈은 눈까지 까뒤집은 채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렸다.

그게 바로 5분 전의 일이었다.

때문에 잔뜩 긴장한 채 대결에 나선 안서윤은 최대한 버티자는 생각으로 쾌검의 수법을 이동기로 사용하며 피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고작 15초뿐이었다.

순식간에 구석에 몰린 안서윤은 몸을 꽉 옥죄는 강한 기세에 꼼짝을 못했고, 코앞으로 날아드는 주먹을 피할 수 없자 눈을 질끈 감았다.

송혁이 대결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면 주먹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도 남았을 상황.

조훈에 이어 안서윤도 처참한 결과를 보이자 장한구와 주태란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떠올랐다.

하지만 재밌게도 전혀 아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보인 실망감은 가르쳐준 마나공법을 제대로 활용도 하지 못하는 제자들을 향한 것이었다.

안서윤은 대결이 끝나자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떴다.

조훈도 진작 떠난 상황인지라 이제 이곳엔 여섯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제자들 실력이 기대에 많이 못 미치죠? 나름 열심히 가르친다고 했는데, 저나 남편이나 스승으로서의 자질이 많이 부족한가 보네요.”

주태란은 제자의 실력이 부족한 걸 자신들의 탓으로 돌렸다.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그래도 마나력을 다루는 솜씨만큼은 훌륭해 보이는군요. 그것만 봐도 좋은 스승을 뒀다는 건 확실히 알겠습니다.”

송혁이 예의상 한 말이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저흰 괜찮습니다. 굳이 예의 차리실 것 없습니다.”

“허허허. 제가 한 말은 진심입니다.”

스승 부부와 송혁이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동안, 이번엔 한수호가 경기장에 올라섰다.

말없이 올라서서 목을 살짝 푼 한수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는 송지문을 잠시 응시했다.

‘왼쪽 다리만 빼고 죄다 70 이상이로군.’

송지문은 이미 진급 마공사로서 인정받은 강자였다.

17살에 강제 각성에 성공했을 정도로 탁월한 재능을 가졌고, 각성 후 4년 만에 진급에 오르는 쾌거를 보이기도 했다.

‘송지문의 특성이…. 웅혼기였던가?’

패도송가의 후계자라 그런지, 그가 얻은 특성 또한 패도에 가까웠다.

웅혼기.

특성을 발휘하면 긴장감이나 두려움 같은 것이 사라지고, 호전적으로 돌변하며 신체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확 증가한다.

쉽게 말해 시각, 청각, 후각이 극도로 상승하며 육감 또한 강화되어 반응 속도라든지, 판단력 같은 게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게 변한다.

거기다 파괴력까지 30% 이상 강화되어 웅혼기를 사용하는 동안은 강화 인간으로 돌변하는 수준이다.

‘안 그래도 재능충인데, 그걸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주는 특성이라니. 개 사기지.’

송지문 또한 회귀 전 세상에서 사왕오패의 뒤를 이을 영웅 중 하나였다.

함부로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인물이라 회귀 전에는 한 번도 손을 섞어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 괜히 기대가 된다.

“무기를 쓸 건가?”

송지문이 물었다.

그의 시선은 한수호가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단검들을 향해 있었다.

“테스트에 무기는 무슨. 필요 없다.”

한수호보다 두 살이 많지만 상대가 마음대로 말을 놓는데, 굳이 존대를 써줄 이유는 없었다.

송지문도 그런 것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

“비돈마마의 벽력권을 익힌 모양이던데.”

아까 한수호가 보호막을 부술 때 그의 손에서 뇌전이 일어나는 걸 봤기에 하는 말이었다.

“자식이 부모 능력을 이어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설마…. 파랑격도 익혔다고?”

송지문은 한수호의 말에서 뭔가를 눈치챘다.

엄마의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능력을 이어받았다는 건 두 사람의 능력을 모두 배웠다는 말.

“내가 쭉 봐왔는데, 혀가 길면 꼭 바닥에 먼저 눕더라고.”

“….”

놀리는 말에도 송지문은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대신 행동으로 기분을 대신했다.

콰직

그냥 마나력을 끌어올렸을 뿐인데 경기장 바닥이 푹 꺼졌다.

이에 송유나가 대뜸 끼어들었다.

“오빠! 이거 테스트야, 테스트! 비각성자를 상대로 마나력을 6할 이상 쓰는 건 너무 치사하잖아?”

그 말에 송지문이 피식 웃더니 힘을 살짝 뺐다.

그래도 한수호가 위험에서 구해줬다고 금세 그의 편을 드는 동생이 귀엽게 느껴진 것이다.

“자자. 준비됐으면 시작합니다~”

송유나가 밝은 목소리로 대결 시작을 알렸고.

때엥-

벨이 울리자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리고 허공에서 두 사람의 손과 발이 정신없이 맞닥뜨리며 타격음이 마구 튀었다.

이 둘의 대결은 앞선 대결과 판이하게 달랐다.

어느 하나가 크게 밀리는 모습 없이 거의 대등한 양상을 보였다.

마치 미리 손발을 맞추기라도 한 듯 절도 있는 타격과 방어가 번갈아 가며 이루어졌다.

일권을 지르면 그걸 손바닥으로 막아내고 비틀어낸 뒤 반격을 가했고, 반격을 받으면 그걸 되받아쳐서 간격을 벌렸다.

보는 사람이 아찔할 정도의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수십 번도 더 나왔다.

날카롭게 휘둘러진 손날에 머리카락이 스치고, 마나력을 담은 손과 발의 예기에 스친 옷깃이 찢어졌다.

한수호와 송지문은 경기장 전체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끊임없이 공방을 날렸고, 몸에서 나온 땀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막상막하.

송지문은 한수호의 실력에 적잖이 감탄하고 있었다.

‘내 4할의 마나력을 버티다니. 상당한 실력인데?’

송지문은 적어도 한수호에겐 악감정이 없었다.

동생을 구해준 장본인이니 오히려 호감이 있다고 봐야 했다.

건방진 말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서울의 마공 아카데미에 다니는 3학년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9살에 이 정도라….’

솔직히 2년 전 자신보다는 아래였지만 꽤 미래가 있어 보이는 녀석이었다.

그래서일까?

송지문은 한수호의 진짜 무력이 어디까지일지 가늠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마나력을 조금씩 높이기 시작했다.

‘우선 5할로.’

4할에서 5할은 불과 숫자 하나 차이였지만, 파괴력은 크게 차이가 난다.

송지문의 주먹을 팔뚝으로 막아낸 한수호는 정신이 번쩍 드는 충격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쭈, 마나력을 높였어?’

신체 수치는 그대로인데 몸에 들어오는 타격감이 크게 달라졌다.

이에 한수호도 상대가 높인 수준에 맞게 마나력을 높였다.

‘그럼 난 4할.’

한수호가 방금 전까지 사용하던 마나력은 3할의 수준.

그걸 4할로 높이자 대결 양상에 변화가 생겼다.

빠지직

한수호의 주먹에 뇌전이 맺히기 시작했다.

송지문이 모든 타격을 정확하게 막아내고는 있지만 뇌전에 노출되면서 근육에 피로도가 쌓이기 시작했다.

주먹에 닿을 때마다 움찔거렸고 움직임에 걸림돌이 생겼다.

송지문은 크게 놀랐다.

‘이것 봐라? 움직임 자체에 뇌전을 담고 있다고?’

딱히 특별한 마나공법을 운용한 것 같지는 않은데, 공격 한방 한방에 뇌전이 일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

송지문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나력을 6할로 높였다.

꽈강

이젠 두 사람의 주먹과 다리가 허공에서 얽힐 때마다 천둥 치는 소리가 터졌다.

부딪치고, 튕겨 나가고.

빈틈을 노려 파고들었다가 반격에 몸을 뒤틀며 물러선다.

일진일퇴를 반복하는 두 사람의 대결은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화려했다.

특히 한수호의 스승 부부는 그들이 키운 아이가 대영웅 송혁의 자식과 호각지세로 싸우는 모습에 감격하고 있었다.

장한구와 주태란은 특무부나 정의국, 대한맹 같은 주류에 속하는 마공사가 아니었기에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과 손을 섞어본 사람들은 안다.

이 부부의 실력이 궁급에 달하지는 않았지만 궁급 마공사와 붙어도 쉽게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그걸 알아본 인물이 바로 송혁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더욱 놀라는 중이었다.

15년 전, 그는 원치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오해로 인해 이들 부부와 한바탕 붙어야 했고, 그 와중에 이들의 실력에 상당히 놀라고 말았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알고 지냈다.

그래서 10년 전 제자를 키워 자신에게 소개해주면 아카데미에 추천장을 써주겠노라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건 오해에 대한 작은 보답이었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고 있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장한구와 주태란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그들이 황도 13궁과 손을 잡고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소문.

그럼에도 송혁은 그때의 약속을 깨지 않았다.

이현승과 조훈, 안서윤을 봤을 때만 해도 오늘을 끝으로 이들과의 인연을 접으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이들 부부의 아들인 장태산이라는 청년이 패도송가의 떠오르는 태양인 송지문을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상대하고 있는 모습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딸 송유나를 위험에서 구해줬을 때는 어린 나이치고는 쓸만하다는 평가였지만, 지금은 대단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평가가 바뀌었다.

분명 각성 전일 텐데 지니고 있는 마나력도 보통이 아니다.

‘두 분 다 대단하시구려. 10년 만에 이런 엄청난 인재를 키워내시다니.’

비돈귀살 부부를 향한 송혁의 눈에는 감탄의 빛이 역력했다.

바로 그때,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일이 일어났다.

꽈아앙

유난히 큰 충격파가 터지며 누군가가 튕겨 나가더니 보호막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송지문이었다.

그는 경악한 얼굴로 한수호를 바라보며 입에서 피를 줄줄 흘렸다.

손을 들어 한수호를 가리키던 그는 이를 뿌드득 갈며 중얼거렸다.

“너…. 흡정귀….?!”

그 말을 끝으로 송지문은 풀썩 쓰러졌다.

“지문아!”

“오빠!”

송혁과 송유나가 황급히 보호막을 끄고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스승 부부도 경기장에 올라 한수호에게 다가갔다.

“수호야! 대체 무슨 일이냐?”

“너 뭘 한 거야?”

한수호에게 설명을 요구했지만, 그로서도 황당하긴 마찬가지.

한수호는 멍하니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다가 퍼뜩 떠오르는 게 있어 개조 특성을 불러냈다.

그리고 설명창 하단에 새겨진 글자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보유 포인트: 5.2NP

어이없게도 포인트가 또 늘어나 있었다.

그것도 무려 4포인트나.

* * *

방금 전 상황은 한수호도 전혀 예상을 못 했다.

포인트를 빨아들이는 현상은, 마나 하트나 아크로를 사용하는 몬스터봇을 벽력권으로 가격했을 때만 생기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마공사한테도 통했다.

별생각 없이 송지문과의 대결 중에 벽력권을 일으켰고, 타격이 있을 때마다 뇌전이 팍팍 튀는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그때마다 송지문의 마나력을 빨아들였다. 그로 인해 송지문의 마나력이 빠르게 고갈된 것이다.

그래서 일정 시간이 지나자 송지문의 몸은 급속도로 약해졌다. 그러다 결국, 4분쯤 지났을 땐 한수호의 일격을 막아내지 못할 정도가 되고 말았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하고 흡정귀로 오해받을 상황이었다.

설명을 하라면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러려면 개조 특성에 대한 걸 말해야 했고, 어쩌면 자신이 이미 두 개의 특성을 가졌다는 것 또한 밝혀야 했다.

‘난감한데?’

송지문이 흡정귀라는 말까지 내뱉고 기절한 상태라 스승 부부는 완전 당황한 상태다.

제대로 설명 못 하면 흡정귀로 낙인찍힐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다.

‘후…. 개조 특성에 대한 걸 밝힐 수밖에.’

흡정귀로 오해받는 것보다는 그걸 밝히는 게 차라리 나았다.

그때.

눈앞에서 뭔가가 번쩍하더니, 어느새 송혁이 날아와 한수호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었다.

“반항하지 마라. 네가 흡정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면.”

송혁의 눈에서 광망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그 짧은 시간에 송지문의 마나력이 무려 2할이나 갉아 먹혔다는 걸 파악했고, 그 범인으로 예상되는 한수호를 잡아챘다.

한수호는 송혁의 접근을 이미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손을 뿌리치고 이 자리를 피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송혁이 자신의 몸을 구속한 뒤 마나력으로 샅샅이 훑으려고 한다는 걸 알기에 그대로 순응했다.

콰아아아아

송혁의 손으로부터 엄청난 마나력이 밀려들어 왔다.

그 힘은 한수호의 온몸을 빠르게 훑었다가 다시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한수호는 몇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온몸을 불로 지지는 듯한 뜨거운 고통을 느껴야 했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옷은 순식간에 땀에 푹 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수호는 송혁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활활 타는 듯한 눈빛.

마치 거대한 산이 찍어 누르는 것 같은 압박감에 몸이 벌벌 떨렸지만 끝끝내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잠시 후, 한수호의 몸에 밀어 넣었던 마나력을 회수하던 송혁이 눈을 크게 떴다.

“너…. 몸에 무슨 괴이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냐?”

뭔가를 눈치챈 송혁이 한수호의 몸을 뒤져 작은 진홍빛 돌멩이를 꺼내 들었다.

흡정석.

그걸 본 한수호의 머리로 이 난관을 쉽게 타개할 묘안이 번쩍하고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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