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10화 (10/375)

10화

다음 날.

한수호는 섬을 떠났다.

하루에 한 번 섬에 들러 식자재를 가져다주는 박 씨 아저씨의 통통배를 타고 뭍으로 향했다.

스승 부부와는 집에서 충분히 작별 인사를 했는데도 한수호의 눈길은 자꾸 섬으로 향했다.

‘섬에서의 10년. 저는 조금도 그 세월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을 거고요.’

한수호는 그렇게 다짐하며 장한구가 만들어 뒀다는 가짜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성명: 장태산]

[생년월일: 2033.02.13]

장한구의 성에 주태란의 이름 첫 자인 태, 그리고 이들의 인연이 지리산에 시작된 것을 기념하는 뜻으로 산을 붙여서 만들어진 이름이 바로 장태산이다.

게다가 2월 28일은 한수호가 회귀하여 스승 부부를 만난 그 날이었다.

‘쓸데없이 꼼꼼하시다니까….’

새로 만들어진 신분증을 보자니 괜히 웃음이 난다.

그러다 문뜩 떠나기 직전 스승 장한구가 당부한 말이 떠올랐다.

‘수호야. 네가 세상 어디를 가도 좋지만, 반드시 피해야 할 자들이 있다. 새한교. 거기 사람들하고는 상종도 하지 말거라. 사대광마나 황도 13궁보다도 더 흉악한 놈들이 잔뜩 모인 단체가 바로 새한교니까.’

그의 말에서 한수호는 약간의 의구심을 품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이름, 새한교.

이곳은 종교단체로 게이트가 열린 시점부터 갑자기 크게 부흥했다.

교주 박새한이 창단했는데, 한수호가 회귀하기 전에는 단순히 사이비 종교 정도로만 유명했을 뿐이었다.

그곳에 대한 정보도 많이 접하지 못했고, 특별히 마공특무부와 마찰을 일으키지도 않아서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장한구는 그곳이 사대광마나 황도 13궁보다 무섭다고 평가하고 있으니 이상할 따름.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는 곳이거나, 지금은 회귀 전과 상황이 달라졌거나 둘 중 하나겠지.’

어쨌든 피해서 나쁠 건 없었다.

아직은 정체도 모르는 단체와 엮이는 건 피해야 할 시점이었으니까.

한수호가 뭍에 오르기까지는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통통배가 워낙 느린 것도 있지만, 도착 장소를 먼 곳으로 잡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섬에서 가장 가까운 부둣가는 화성이었지만, 태안으로 향했다.

입학 테스트를 받으려면 우선 가장 가까운 아카데미에 들를 필요가 있었고, 태안 옆 서산에 지방 마공 아카데미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안의 한 부둣가에서 내린 한수호.

그는 거기서 곧장 번화가로 향했다.

10년을 외딴 섬에 갇혀 살았기 때문에 옷도,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모두 낡았다.

사람이 아무리 잘나고, 외모가 뛰어나도 옷차림이 후줄근하면 대우를 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제대로 정리도 안 된 덥수룩한 머리에 낡은 옷을 입고 있기에 그것부터 바꿔야 했다.

돈은 충분했다.

스승 부부가 흔쾌히 5백이라는 거금을 주었고, 그 돈이면 마공사 전문 샵에서 공법폰과 기본 무기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

한수호는 비교적 큰 읍내에서 미용실을 찾았다.

차림새가 볼품이 없어서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한수호를 힐끔거렸지만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저기가 좋겠다.’

길 건너편에 ‘유니 미용실’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미용사로 보이는 여인이 바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처음이신… 가요?”

그녀의 눈이 한수호의 몸을 훑는다. 곧바로 찌푸려지는 표정.

“요즘 유행하는 머리로 부탁드립니다.”

“아, 네. 그거야 문제없어요. 그런데…. 어선이라도 타시나 봐요?”

지금 한수호의 모습은 원양어선을 타고 긴 시간 바다에서 살아가는 어부와 다를 게 없었다. 몸에선 바다 비린내까지 나고 있었다.

“섬에 살아서요.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손님이 얼마 없었기에 바로 한수호의 차례가 왔다.

미용사는 한수호가 자리에 앉자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얼굴로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덥수룩한 머리에 가려져 있던 한수호의 본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미용사의 표정이 급변했다.

“어머. 굉장한 미남이셨네요? 머리 좀 다듬었다고 얼굴에서 광이 나요, 광이!”

그녀가 호들갑을 떨자 머리를 감고 있던 손님부터 염색 중이던 손님과 다른 미용사들까지 한수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들도 탄성을 흘렸다.

“진짜 미남이네!”

“어머. 어머. 지금 몰카 찍는 거예요? 흙 속에 묻힌 진주가 따로 없네요!”

“어디서 영화 촬영 나오셨나? 우리 동네에서 볼 외모가 아닌데?”

미용사의 손길이 조심스러워졌다.

마치 대작을 완성해가는 화가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그리고 세심하게 한수호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렇게 한수호의 머리 손질이 모두 끝났을 때, 미용사는 잠시 넋을 잃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얼굴.

강인한 사내의 느낌에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린 모습까지 한꺼번에 갖춘 매력 만점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시,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죠?”

“열아홉이요.”

“어쩐지, 너무 앳되어 보인다 했어요.”

왠지 미용사의 말에서 실망의 기색이 느껴졌다.

“아직 어린 학생이었네.”

“아깝네, 아까워. 세 살만 더 먹었어도 내가 어떻게 해보는 건데.”

“이 여편네가 정신이 나갔나? 네 딸년보다도 어린 학생한테 무슨 소릴 지껄여?”

미용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다 끝난 건가요?”

“네? 아, 네. 머리만 감으면 돼요.”

한수호의 머리는 알바생의 손에 맡겨졌고, 잠시 후 아이돌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외모가 완성되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기 비용이요.”

한수호가 돈을 내밀자 미용사가 갑자기 손사래를 쳤다.

“돈 안 받을게요! 대신 저랑 사진 한 장만 찍어 줄래요?”

“아, 네. 그럴게요. 대신 돈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한수호는 미용사와 사진까지 찍은 뒤에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미용실에 들른 이후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해서 한수호를 향했다.

하지만 이젠 시선의 의미가 달라졌다.

놀라움과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들.

한수호는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용모의 소유자였다.

* * *

의류 매장에서 옷까지 구입해 차려입자 사람들의 시선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그저 편한 면바지에 티셔츠, 바람막이용 점퍼를 걸쳤을 뿐인데도 한수호를 향해 휙휙 돌아가는 시선이 가득했다.

처음엔 그저 그러려니 했던 한수호도 너무 노골적인 관심에 불편해졌다.

‘회귀 전에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그건 당연했다.

회귀 전의 한수호도 상당한 미남이었지만 지금의 한수호는 그 이상이었으니까.

그 이유는 성장 과정에 있었다.

그저 무식하게 몸만 단련했던 예전과 달리, 회귀한 이후엔 육체의 단련과 마나력의 단련을 꾸준히 병행했다.

그 덕에 우락부락한 근육은 피부 밖이 아닌 안쪽으로 응축되었고, 외모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후드티라도 입어야겠네.’

한수호는 바로 후드티를 사서 입었고, 그제야 뜨거운 시선이 사라졌다.

다음 목적지인 마공사 전문 샵으로 향한 한수호.

그곳에서 무려 삼백만 원을 들여 공법폰과 세라믹 나이프 하나를 구매했다.

공법폰은 마공사 라이선스 번호를 입력하면 각종 게이트 정보와 마공사들에 대한 정보, 거기에 수많은 마공 단체에 대한 내용까지 자세히 찾아볼 수가 있었다.

또한 게이트가 등장하면 통보가 떠서 즉시로 그 장소를 찾아갈 수도 있었다.

다만, 지금의 한수호는 아직 마공사 라이선스를 받지 못했기에 일반 폰 기능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공법폰을 산 이유는, 일반 폰보다 마공사에 대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서산으로 가자.’

대충 준비가 되자 한수호는 터미널로 향했고 거기서 서산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가 서산에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도 채 안 걸린다.

그 사이 폰을 이용해 현시점의 정보를 최대한 흡수해야 했다.

섬에서는 수련을 위해 아예 TV와 인터넷조차 관심을 끊고 살았기에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을 알지 못했다.

이미 겪었던 시대이긴 해도 모든 것을 자세히 기억할 수는 없었고, 회귀 전과 달라진 상황도 있을 수 있기에 만전을 기해야 했다.

버스 좌석에 편하게 기대앉은 한수호는 폰을 켜고 정보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치기 시작했다.

특히, 마공특무부와 정의국에 대한 정보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그리고 회귀 전과 달라진 일이 거의 없다는 걸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 * *

서산시 풍전리.

서산의 마공 아카데미가 있는 곳.

풍전 저수지를 끼고 넓게 세워진 아카데미는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함이 느껴졌다.

유명 대학교의 지방 캠퍼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한수호의 입학을 반기는 듯했다.

‘옛날 생각나네.’

한수호가 졸업한 아카데미는 서울의 특수 마공 아카데미지만, 아카데미라는 장소 자체가 향수를 떠올리게 만든다.

온 가족을 잃은 아픔으로 인해 아카데미에서조차 흔한 친구 하나 없이 아싸로 살아야 했던 한수호.

워낙 분위기가 어둡고 말수도 없었던 터라 먼저 나서서 한수호에게 다가오는 학생들은 없었다.

그나마 한수호에게 말을 걸어줬던 사람이 바로 이대성이었고.

이대성을 떠올리자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넌 조만간 죽여주마.’

가족을 찾기 위한 준비만 끝마치면 곧바로 이대성부터 찾아갈 생각이었다.

‘일단 원서부터 내자.’

교내의 안내 표지판을 따라 움직이자 5층의 큼직한 건물이 보였다.

그 건물 1층에 교무과가 있었고, 거기서 인지대와 입학원서를 내면 바로 테스트가 진행된다.

때마침 입학 시즌이어서 교무과는 원서를 내려는 학생들로 꽤 붐볐다.

나이는 대부분 20세에서 24세 사이.

실력만 된다면 나이가 어리든, 많든 상관없이 아카데미 입학이 가능하다. 다만 나이가 많은 경우엔 아카데미 적응이 어렵기 때문에, 25세가 넘어가면 아카데미 대신 정의국이나 대한맹 산하의 기관으로 직접 찾아가는 편이었다.

아주 드물게 19세 이하의 어린 나이에도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들은 이른바 튜토리얼 없이 자연 각성을 한 천재적 재능충들이거나 규모가 큰 마공 단체의 후예들이라는 엄청난 배경을 둔 금수저들이었다.

한수호는 교무과 접수처에서 입학원서를 받아 자신의 가짜 신분을 세세하게 기재했다.

이 장태산이라는 가공의 인물은 장한구와 주태란을 부모로 둔 시골 학생이었다.

뒷조사가 들어올 것에 대비해 스승 부부가 모든 서류를 철저히 준비해놔서 걱정할 것도 없었다.

이름과 나이, 출신을 적고 희망 테스트 항목에는 ‘타격’ 부문으로 기재했다.

“울도? 어머, 굉장히 외딴곳에서 살았구나?”

접수처 여직원이 한수호의 원서를 대충 보고는 살짝 놀라워했다.

후드티를 푹 눌러쓴 상태라 외모가 잘 보이지 않았고, 원서에 붙어있는 사진도 덥수룩한 머리 그대로 찍은 거라 굉장히 촌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19살에 아카데미 입학원서를 낸 데다가 언뜻언뜻 보이는 얼굴이 꽤 분위기가 있어 함부로 대하기는 어려웠다.

사진과 실물을 대충 살핀 직원은 인지대를 받고 서류를 작은 통에 휙 던져 넣었다.

“저기 저 안쪽에 있는 대기실로 가서 기다려. 곧 입학 심사가 시작될 거야.”

입학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1년 중 단 2주.

그 기간 동안에는 매일 같이 심사원이 이곳에 출근해 학생들의 실력 테스트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서울 아카데미로 보내는 것이다.

서울 아카데미에서는 테스트 결과를 보고 서울로 데려올 학생이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지방에서 테스트를 받는 경우는 십중팔구 서울 아카데미로 배정받지 못한다.

서울 아카데미로 배정받을 수 있는 자격은 정의국이나 대한맹에 소속되어 있는 마공 가문들의 아이들한테나 주어지기 때문.

한수호는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너무도 잘 안다.

그 자신도 회귀 전에는 유대룡의 입김으로 별다른 테스트도 없이 서울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으니까.

한수호는 직원이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체육관처럼 생긴 그곳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40여 개의 의자가 거의 꽉 차 있는 걸 봐서는 한수호가 오늘 테스트의 마지막 순번인 듯했다.

구석에 비어있는 의자에 앉을 때까지 그 누구도 한수호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다들 별말 없이 앞쪽에 설치된 무대 같은 곳을 살피거나, 우측 벽에서 재생 중인 유명 마공사들의 게이트 공략 영상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5분쯤 흘렀을까?

무대 뒤쪽의 철문이 열리고 몇 명이 등장했다.

그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은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였는데, 뺨에 흉측한 상처가 도드라져 보이는 인물이었다.

함께 온 사람들은 무대 아래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그 흉터 사내만 무대에 올랐다.

“자자, 다들 바쁘니까 빨리빨리 끝내자고. 난 오늘 너희들의 테스트를 맡아줄 감독관, 조명학이다. 내가 마공사라는 건 다들 알 테고. 테스트 방법에 대해서는 다 숙지하고 왔겠지?”

“네!”

“좋아. 호명하면 여기로 올라와서 본인이 희망한 테스트 방법을 진행하면 되니까 어려울 건 하나도 없다. 다만, 타격 부문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괜히 높은 급으로 설정했다가 병신이 되는 수가 종종 있으니까. 알았나?”

“네!”

학생들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어디 보자…. 오늘은 다른 때보다 인원이 적네? 41명이라…. 금방 끝나겠군. 음? 19살짜리는 뭐냐? 학교 안 가고 여긴 왜 왔어?”

조명학이 본 건 가장 마지막 순번에 들어있는 한수호의 원서였다.

“19살짜리가 입학원서를 내는 건 이례적인데.”

입맛을 몇 번 다시던 그는 원서의 사진과 같은 얼굴을 찾아 학생들을 둘러봤다.

그러다 후드티를 깊게 눌러쓴 학생을 하나 발견했다.

“어이, 거기 학생! 여기선 모자나 후드 쓰면 안 되는 거 모르나?”

“아, 죄송합니다.”

한수호는 바로 후드를 벗었고, 그의 눈부신 외모가 확연히 드러났다.

때마침 모두들 한수호를 바라보는 상황이었고, 그들의 표정엔 똑같이 놀람의 감정이 담겼다.

“와, 뭐야. 모델이야?”

“아이돌인가?”

“마공사 말고 그냥 연예인 해도 되겠다.”

여학생들은 물론, 남학생들까지도 한수호의 용모에 감탄사를 흘렸다.

“다들 집중. 마공사는 얼굴로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잘난 얼굴 때문에 고급 마공사에 오르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많지. 그러니 외모엔 신경 끄고, 실력 향상에나 관심을 쏟도록.”

“네!”

조명학은 자신의 얼굴에 나 있는 흉터 때문인지 잘난 얼굴을 가진 사람을 보면 괜히 짜증부터 솟구쳤다.

‘저런 곱상한 얼굴로 무슨 마공사를 하겠다고.’

속으로 투덜댄 그는 학생들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동우.”

“넵!”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학생은 덩치가 상당히 좋았다.

오랜 시간 동안 트레이닝을 해왔는지 딱 달라붙는 티셔츠에 근육이 울룩불룩 솟아오른 것이 훤히 보였다.

“희망 테스트 부문이 방어라고?”

“맞습니다.”

“평급에 도전하는 게 맞나?”

“물론입니다.”

“불합격하면 입학 취소야. 수련급으로 내리는 걸 추천하마.”

“괜찮습니다.”

자신감이 철철 넘친다.

그 말에 조명학이 피식 웃어 보였다.

“좋다. 뭐, 원한다니까.”

그가 손짓하자 아래쪽에 대기하고 있던 사내 하나가 랩톱을 조작했다. 순간 무대 중앙이 갈라지더니 위로 초록색 피부를 지닌 2미터의 거구 몬스터가 등장했다.

“와우! 오크다!”

“영상으로 본 것하고 똑같은데?”

“평급 도전에서는 오크가 등장하는구나. 엄청난데?”

이 오크는 실물과 똑같은 모습, 똑같은 골격, 똑같은 피부로 제작된 몬스터봇이었다.

이 몬스터봇은 마나가 담긴 몬스터의 심장, 일명 마나 하트를 이용해 작동이 가능했다.

“이 오크는 네 몸통을 향해 총 세 번의 공격을 가할 거다. 세 번 모두 버티면 평급. 두 번이면 수련급. 한 번이면 기본급이지.”

“알고 있습니다!”

“준비되면 네 발 앞에 있는 버튼을 꽉 밟아라.”

“넵!”

조명학이 물러서자 장내에 잠시지만 긴장감이 일었다.

이동우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을 향해 알통을 자랑하고, 가슴 근육을 튕겨 보이더니 브이 자까지 그렸다.

그리고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 있는 2미터의 오크와 마주 섰다.

“특급도 가능한데, 평급이 대수냐? 흐흐.”

혼자 제 자랑을 하던 이동우는 온몸의 근육을 꽉 조였다. 그리고, 발 앞에 놓인 버튼을 힘껏 밟았다.

“와라!”

오른발을 뒤로 빼고, 상체를 살짝 숙이고는 두 팔을 겹쳐 몸통을 보호했다. 순간.

-크롸락

오크가 괴이한 울림을 토해내더니 멀리뛰기 하듯 크게 한발을 내디디며 머리통만한 주먹을 휘둘렀다.

꽝 하는 폭음이 터졌다. 그리고.

“컥!”

거구의 이동우가 답답한 신음을 터트리고는 그대로 하늘을 날았다.

우당탕탕.

무대 밖으로 튕겨 나간 이동우는 바닥을 나뒹굴다가 입에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렸다.

그때 무대 위쪽에 설치된 전광판으로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도전자: 이동우]

[결과: 실패]

[조치: 조용히 귀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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