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268화 (267/297)

# 268

현질 전사

-11권 20화

정대식이 던진 마괴결이 모래 폭풍 거인의 가슴 쪽으로 끌려 들어갔고, 곧 검은 핵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갑자기 정대식을 휘감아 들이던 회오리가 약해졌다.

'먹혔나!'

정대식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검은 핵에 균열이 일었다.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거기에서 눈부신 마력의 푸른빛이 솟구치더니, 결국 핵이 산산이 조각나 부서지고 말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더불어 핵을 깨부수고 뛰쳐나온 정대식의 마력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날뛰었다.

그것은 모래 폭풍 거인의 몸을 이루고 있던 모래를 모조리 날려버리다 못해 사막을 파괴해버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그 아수라장 속에서 정대식은 모래 폭풍 거인이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검은 구슬을 보았다.

그게 아마도 마정석일 것이라 생각해 정대식은 소리를 질렀다.

"엔트로피, 보상을 가져와!"

엔트로피가 즉시 나타나 몰아치는 마력의 기류 속으로 뛰어들어 그것을 낚아채 아공간 안으로 집어넣었다.

정대식은 몸을 돌려 던전을 빠져나가려고 입구로 향했다.

그러자 던전 안이 완전히 아수라장인 것이 보였다.

사막이 무슨 폭풍이 일어난 바다처럼 뒤흔들리고 있었고, 캄캄해진 하늘에 뜬 세 개의 해가 당장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 진동하고 있었다.

정대식은 그 광경을 보고 발길을 멈추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던전을 아작내 버릴 참이었다.

그는 허공에 이번에는 세 개의 마괴결을 한꺼번에 만들었다.

마력이 그의 몸을 휘감아 돌며 요동치는 게 느껴졌으나 결코 마력이 전부 소모되지는 않았다.

마기전이 자동으로 주위의 마력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마력 소모가 극심하던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이게 여신급 아이템의 힘이란 말인가!'

정대식은 새삼 감탄하며 허공에 완성된 세 개의 마괴결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허공에 뜬 검은 달처럼 보였다.

정대식은 그것을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 있는 세 개의 해 쪽으로 쏘아 보냈다.

해일처럼 일어난 모래 더미에 가려 캄캄한 하늘 위로 마괴결이 사라졌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먼지에 가려 흰 쟁반처럼 보이던 세 개의 해가 분열되는 조짐이 보였다.

정대식은 지체 않고 몸을 돌려 던전 입구를 통과했다.

탈출하는 그의 등 뒤로 세 개의 해가 한꺼번에 폭발해 오르면서 던전을 구성하고 있던 차원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Chapter 67. 협력

"후우."

던전 밖으로 뛰쳐나온 정대식은 새벽 공기의 신선한 냄새가 맡아지는 것을 느끼고 한숨을 쉬었다.

조금 전까지 지옥도가 펼쳐진 곳에 있다가 별안간 멀쩡한 현실 세계로 나오니까 긴장이 탁 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정대식은 별안간 귀청을 찔러오는 경보 소리를 듣고 멈칫했다.

왜애애애애애애애앵----------------------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대피를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몬스터 재난 경보 1급이 발동되었으니, 시민 여러분께서는 지금 즉시 대피소로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리겠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지금 즉시 대피소로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실제상황입니다. 몬스터 재난 경보 1급이 발동되었으니.......>

반복되는 알림 속에서 정대식은 던전 입구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키르르르르!"

"끼르르르륵!"

놈들은 조금 전에 던전에서 뛰쳐나온 몬스터들이었다.

주로 코볼트들이었는데, 경보를 듣고 귀를 움찔거리다 뒤늦게 정대식을 발견하고 이를 드러냈다.

"캬아아아아!"

정대식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한 손을 휘둘렀다.

파바바바밧!

그가 내쏜 마력이 일종의 칼날과 같은 형태로 코볼트들을 휩쓸고 지나쳤다.

놈들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정대식은 엔트로피를 보고 말했다.

"광필두는?"

<여기 있습니다.>

광필두는 엔트로피의 등에 짐짝처럼 매달린 상태였다.

정대식은 그의 상태를 한번 확인하고 시가지 쪽으로 달려갔다.

가는 도중에 몬스터를 계속해서 마주쳤다.

온 사방이 던전에서 뛰쳐나온 몬스터들이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로군! ......몬스터 브레이크가 일어났으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달려가던 정대식은 문득 신음을 들었다.

"으으으윽!"

정대식은 즉시 몸을 돌렸고 그곳에서 트롤에게 잡혀 있는 청년 하나를 보았다.

그의 손에는 식칼이 들려 있었고 그게 트롤의 몸에 가 박혀 있는 상태였으나 트롤의 경이적인 회복력에는 상대도 안 됐다.

트롤의 피부가 꾸득꾸득 식칼을 도로 밀어내는 가운데 놈이 청년의 머리통을 두 손으로 붙잡고 깨부수려 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청년의 눈에서 피가 솟아나고 정대식은 눈이 뒤집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것만으로 트롤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터져 올랐다.

퍼억!

동시에 트롤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지며 청년이 아래로 쓰러졌다.

정대식은 청년의 몸 위로 쓰러지려는 트롤을 밀쳐버리고 그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즉시 치료 스킬을 사용해 급한 처치를 하고 엔트로피에게 포션을 꺼내라고 하여 들이부었다.

"으으......."

청년이 가는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자 정대식이 질문을 던졌다.

"이봐요, 괜찮습니까?"

"으으...... 트, 트롤은요?"

"죽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어!"

정신없는 와중에 청년은 정대식이 누구인지를 알아보았다.

"다...... 당신은 정대식 아닌가요?"

"예, 그렇습니다."

"7, 7성 무구를 가지고 도망갔다던데."

정대식은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그런 소릴 해요?"

"다들 그러던데요."

정대식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그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대피소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아, 예. 그렇지만 사방이 몬스터인지라 대피소도 안전한지 어쩐지......."

"대피소는 군인과 경찰, 각 지역구에 있는 헌터들이 지키고 있을 텐데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까운 곳에서 요란하게 총성이 울려 퍼졌다.

타다다다다당!

곧이어 비명이 섞인 소란이 들려와, 정대식은 청년과 함께 그쪽을 향해 뛰었다.

그러자 대피소로 여겨지는 지하 주차장 입구에 경찰들이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아직 군인이 당도하지 않았는지 헌터로 보이는 남자 둘이서 떼거리로 모여든 드레이크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크아악! 죽엇!"

드레이크에게 물린 헌터 하나가 악다구니를 쓰는 사이 다른 헌터가 마력 화살로 그 헌터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러나 곧 다른 드레이크가 궁수인 헌터의 뒤를 덮쳐들었고 한 번에 서너 마리나 되는 놈들이 떼거리로 그를 잡아먹으려고 들었다.

정대식은 망설일 것 없이 손을 휘둘렀다.

그러기가 무섭게 드레이크 놈들의 몸이 조각나서 흩어졌다.

퍼버벙!

후드득.

드레이크의 잔해가 쏟아지고 그 피와 살점을 뒤집어쓴 궁수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를 일단 놔두고 정대식은 다른 쪽의 헌터를 도와주었다.

그 헌터는 검사인 듯 살벌하게 생긴 칼을 한 쌍 들고 있었는데 어깨를 물린 와중에도 드레이크의 모가지를 쑤셔대고 있었다.

그러자 다른 드레이크 여러 마리가 그 검사를 공격하려고 들어, 정대식은 그들을 날려버렸고 검사도 드레이크 한 마리를 끝내 작살내 놓았다.

"크악, 젠장."

죽은 채로도 어깨를 물고 있는 드레이크를 떼 내고 검사는 거칠게 욕설을 퍼부었다.

정대식은 그에게 다가가 치료를 시전하며 말했다.

"괜찮습니까?"

정대식이 힐과 비슷한 능력을 쓰는 것을 보고 검사가 반가운 듯 눈을 크게 떴다.

"당신, 힐러입니까?"

"힐러는 아닙니다만, 간단한 상처는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거 참 편하네. 그나저나 낯이 익은데......? 우리 막공에서 본 적 있죠?"

미간을 찌푸리며 그자가 하는 말을 듣고 궁수 쪽이 투덜거렸다.

"넌 눈이 삐었냐? 저 얼굴이 어딜 봐서 막공에 돌아다니게 생겼어?"

"으응?"

"TV에서 본 얼굴이잖아! 올인원 정대식이라고!"

궁수가 하는 말을 듣고 검사는 크게 놀랐다.

"어어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정대식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보는 그 헌터들에게 지하 주차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에 시민들이 있습니까?"

두 헌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여기 아파트 사람들이 다 피신해 있습니다. 우린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거주민이고요. 근데 실력이 별 볼 일 없어서......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대식은 미리 사서 재두었던 스크롤과 포션을 되는대로 아공간에서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일단 이걸 가지고 버티고 있으면 조만간 새로운 지침이나...... 지원군이 올 겁니다."

"고맙습니다."

"일대의 몬스터는 제가 소거해놓고 가겠습니다."

정대식이 하는 말을 듣고 그들은 눈을 끔벅거렸다.

"소거라고요?"

정대식은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근처에 어중간하게 서 있던 청년을 대피소로 밀어 넣고 즉시 몸을 돌렸다.

그는 허공으로 몸을 날려 아파트 꼭대기로 올라섰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자 주위의 상황이 한눈에 보였다.

주택가와 시가지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몬스터들이 떼를 지어 몰려가는 광경이 보였다.

이따금 비명이나 고함도 들려와 정대식은 즉시 스킬을 사용했다.

"창조."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앗!

그가 만들어낸 것은 새로운 종류의 서번트였다.

그것은 크기가 강아지만 했는데, 눈은 없고 예리한 후각을 가진 코와 얼굴 대부분을 차지하는 커다란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하게 생긴 만큼 그 수가 많았다.

정대식은 천 마리의 짐승형 서번트를 만들어내어 단순 명료한 명령을 내렸다.

"가서 몬스터들을 족쳐!"

"크르르르릉!"

"캬르르르릉!"

서번트들은 즉시 으르렁거리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곧 그들이 몬스터들을 물고 뜯는 광경이 보였다.

몬스터들은 저항했으나 한 마리에 떼거리로 덤벼들거나, 정 안되면 자폭을 했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저 정도면 이 근방의 몬스터들은 대충 처치할 수 있겠지."

정대식은 먼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런 자잘한 놈들은 일반 헌터들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던전에서 튀어나온 보스몹들이 문제일 텐데......."

<천리안을 사용할까요?>

"그래."

천리안은 정대식이 최근에 획득한 능력으로, 말 그대로 먼 곳을 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레벨을 30까지 높여 놓았기에 지하와 같은 막힌 곳뿐만 아니라 적외선 카메라처럼 살아있는 생명체를 구분할 수도 있었다.

거기에 마력으로 발휘하는 능력인지라 몬스터와 인간을 분간하는 것도 가능했다.

반경은 무려 300km!

그 정도면 어지간한 건 모조리 꿰뚫어 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엔트로피 역시 똑같이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정대식이 굳이 스킬을 발동시킬 필요도 없었다.

엔트로피는 곧장 천리안을 사용하고 말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