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
현질 전사
-10권 20화
어떤 공격도 그에게 해를 입히지 못할뿐더러, 설령 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회복되었고, 손괴 신체로 인해 그를 공격하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상대방에게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손괴 신체의 위력이 어떠냐? 이제 넌 날 공격하면 공격할수록...... 아프게 될걸?"
체르노보그는 정대식이 중얼중얼 늘어놓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게 분명했다.
즉시 부러진 손목뼈를 붙인 체르노보그가 이번에는 두 주먹을 한 번에 쥐어 위에서 아래로 정대식을 내리친 것이다.
정대식을 납작하게 짜부라트릴 작정이었겠지만 이 역시도 소용없었다.
도리어 체르노보그의 손뼈가 완전히 아작이 나버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체르노보그는 분노에 찬 소리를 내지르며 정대식을 한 번 더 짓밟으려 했다.
물론, 체르노보그의 정강이뼈만 나갔을 뿐이다.
얼마나 세게 밟았던지 살이 터지고 뼈가 밖으로 툭 튀어나오는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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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안되겠다 싶었는지 체르노보그는 피어를 내지르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 짧은 순간에 부상이 순식간에 완치되는 것을 보아하니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놈을 죽일 수 없는 게 분명해 보였다.
체르노보그도 그 사실을 깨달은 모양으로, 놈이 허공에서 구름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뇌전의 권능을 사용했다.
파지지지지지지직!
주변으로 벼락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정대식은 재빨리 여기저기 쓰러져 의식이 없는 동료들을 마기장으로 감싸 보호했다. 그리고 입술을 비틀며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티르브링어로 손을 뻗었다.
"기껏 진화시켜놓은 무기가 완전히 못쓰게 되어버렸군."
나중에 기철민에게 돌려줄 요량으로 그걸 아공간에 던져 넣은 정대식은 벼락의 폭풍 속에서 산책이라도 하듯이 한가롭게 부대원들을 살펴보았다.
다들 너덜너덜해져 있어 치료와 휴식이 시급해 보였다.
일단 그들을 돌보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정대식은 새로이 획득한 또 다른 스킬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통합."
정대식이 시동어를 뇌이자 허공에 그가 보유하고 있는 스킬의 목록이 떠올랐다.
정대식은 개중 구현과 변화, 조작, 방출, 강화를 한데 모아 그 스킬의 이름을 지정했다.
"창조로 하겠다."
그로써, 정대식은 창조 스킬을 만들어내었다.
"엔트로피, 창조 스킬을 레벨 10으로 업그레이드해줘."
<창조 스킬을 Lv1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90억을 차감합니다.>
통합은 다름 아닌 여러 개의 스킬을 하나의 스킬로 묶어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스킬이었다.
통합 스킬로 창조 스킬을 만들어내었으니, 이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할 때마다 번거롭게 단계를 밟아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정대식은 즉시 창조 스킬을 시험해 보기로 하고 짧게 시동어를 뱉었다.
"창조."
그러자 그의 의사에 따라 눈앞에 만 명의 군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보통 군사들이 아니었다.
정대식의 마력으로 창조되어 정대식의 구상대로 무장했고 정대식의 의사대로 싸워줄, 정대식의 수족들이었다.
체르노보그에 걸맞은 사이즈로 거병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거대 위어베어와 붙여본 결과 그보다는 숫자로 승부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들의 사이즈는 보통의 인간 크기와 같았으므로, 체르노보그가 보기에는 벌레 수준을 못 벗어나는 크기일 것이다.
정대식은 그들을 일제히 돌격시켰다.
"가라! 가서 체르노보그를 처치해!"
만 명의 마력 군사들은 기합성 하나 없이 일제히 체르노보그에게로 돌진해 들어갔다.
체르노보그는 쉴 새 없이 뇌전을 쏴 내리고 발로 그들을 걷어차며 군사들을 없애려 들었으나 정대식이라고 가만있던 것은 아니었다.
"엔트로피!"
<예.>
정대식은 무기화한 엔트로피를 오른팔에 장착한 채 왼팔로는 마기전으로 쉴 새 없이 마기포를 쏘았으며 오른팔로는 엔트로피를 통해 마력탄을 휘갈겼다.
거의 포탑 수준으로 쉴 새 없이 공격을 해대니 체르노보그도 주춤할 수밖에 없을 터.
그 틈을 타 체르노보그에게 가 닿은 군사들이 체르노보그의 몸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흰개미처럼 체르노보그의 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면서 군사들은 마력칼을 체르노보그의 살갗 곳곳이 꽂아 넣었다.
물론 체르노보그의 피부가 어디 보통 피부이던가?
보통은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한 자리를 집요하게 쑤시고 또 쑤시자 틈이 벌어졌다.
정대식이 그 자리를 노려 마력포를 쏘자 체르노보그의 살갗을 뒤덮고 있는 검은 암석이 깨어져 나갔다.
체르노보그는 달라붙는 군사들을 떼어내려 했으나 워낙에 그 수가 많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체르노보그가 두 눈을 시커멓게 불태우더니 별안간 온몸에서 독무와 같이 검은 연기를 확 쏟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군사들이 검은 재로 화해 그 자리에서 녹아버렸다.
잠시 시야가 가려져 정대식도 공격을 멈추었고, 연기가 가시고 난 자리에는 그간의 공격이 수포로 돌아간 듯 멀쩡하게 재생된 체르노보그가 자리해 있었다.
정대식은 그 광경을 보고 이를 드러낸 채 웃었다.
"그래, 이렇게 쉽게 처치될 것 같으면 네가 암흑신이라 불리지는 않겠지...... 어디 가는 데까지 가보자! 으아아아아아아!"
정대식은 미친 듯이 마력포를 쏘아내며 체르노보그를 향해 돌격했다.
* * *
"헉, 허억...... 헉, 헉."
정대식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흐려진 눈을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여기에 갇혀서 체르노보그를 상대로 싸운 것일까?
정대식은 엔트로피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피신시켜놓고 죽기 살기로 체르노보그를 쓰러트리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체르노보그가 정대식을 일격에 쓰러트릴 수 없는 것처럼 정대식 또한 체르노보그를 단번에 쓰러트릴 수가 없었다.
체르노보그는 허물을 벗어내듯 일시에 검은 재를 쏟아내며 자신을 조금씩 깎아내는 것으로 모든 부상에서 끊임없이 재생했다.
정대식 또한 방어력과 관계된 몇 가지의 패시브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로 계속해서 체르노보그와 싸울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둘은 까마득하게까지 느껴지는 시간 동안 계속 싸웠다.
체르노보그는 그 크기가 3분의 1가량으로 대폭 줄어 있었고 정대식도 몇 번이나 감소해가는 마력을 갖가지 방법으로 보충해야 했다.
짙은 피로감이 그를 감싸고 있었기에, 더 이상은 싸움을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정대식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착을 맺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체르노보그를 노려보았다.
'여태껏 상대해온 적들 중에 가장 강대한 적이다...... 하긴, 암흑신이라 불리는 15성급 괴물이니 오죽할까.'
정대식은 한숨을 몰아쉬며 흐려진 두 눈을 비볐다.
'상점을 업그레이드했으니 어떻게든 체르노보그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내 판단 착오였다. 내가 가진 수를 다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어. 조금씩 체르노보그의 전력을 깎아 먹기는 했으나 그만치 내 기운도 내주어야 했지. 이제는...... 끝을 낼 때다.'
정대식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걸지 않고서는 체르노보그를 쓰러트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상점 레벨을 9로 업그레이드하면 모를까, 지금 상태에서는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지 만이, 적을 죽이고 다음 순간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갈수록 태산이군. 10조를 탕진해 레벨을 업그레이드했는데도 이깟 녀석 하나 쓰러트리지 못해 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니.'
정대식은 어쩌다 자신이 이런 신세가 되었나 생각해 보았으나 탄식할 여유조차 길지 않았다.
정대식과 결착을 내고 싶어 하는 것은 체르노보그도 마찬가지인 듯, 딱히 손상된 구석이 없는데도 놈이 스스로 몸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놈의 전신에서 쏟아지는 검은 연기가 놈의 오른팔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칼날처럼 길쭉하게 뻗어 올랐고, 검은 몸체가 마치 공간을 잘라낸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거기에 압축되는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아지랑이가 일듯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이윽고 블랙홀처럼 시커멓게 타오르며 사방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체르노보그가 스스로 몸을 깎아 만든 암흑 검신!
그것으로 끝장을 보려는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응당 정대식도 거기에 걸맞은 일격을 준비해야 할 터.
정대식은 다시 한번 통합 스킬을 펼쳤다.
"통합!"
차르르르르---------
그가 갖고 있는 스킬의 목록이 펼쳐져, 정대식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공격 스킬을 한데 모았다.
"강력권, 무적권, 반격권...... 그리고 손괴 신체에 더해서 강화. 이 모든 것을 합해서 자폭권을 만들겠다."
그가 보유한 스킬 목록에 자폭권이 새로이 생성되었다.
자폭권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 스킬인지는 그 이름이 명명백백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강력권과 무적권으로 그가 가진 공격력을 합치고 거기에 반격권, 손괴 신체가 가지는 특징을 엮어 강화까지 더해 놓았으니 정대식의 모든 마력을 일시에 폭발시키면서 그가 받는 데미지를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스킬이었다.
이건 레벨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어쩌고 할 수도 없었다.
말 그대로 목숨을 내건 일격이기 때문이다.
'자폭권이라니, 이건 완전 미친 짓이야. 여기선 나 구해줄 사람도 하나 없는데, 죽을 짓을 하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정대식은 자신의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하는데 회의를 느꼈으나 방법이 없었다.
체르노보그를 죽이지 않는 한은 여기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고,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죽음을 각오하는 수뿐이다.
'옛 격언을 시험해 볼 때가 왔군......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 했으니 어디 한번 죽어보자고!'
정대식은 이를 질끈 물었다.
그리고 체르노보그가 암흑 검신을 정대식에게 겨누었다가, 달려드는 광경을 보고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를 빌면서 자폭권을 사용했다.
"자폭권!"
우우우우우웅------------------------!
뱃속이 확 뜨거워지는 느낌이 나면서 전신이 불타올랐다.
아니, 온몸이 쪼개지는 것 같았다.
정대식은 그 고통을 무시한 채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자신을 두 동강 내려 날아드는 암흑 검신을 향해 뛰어들었다.
암흑 검신에 가까워지는 것만으로 엄청난 압력과 공포가 느껴졌다. 세상도 집어삼킬 수 있는 블랙홀에 제 발로 뛰어드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정대식의 안에서부터 터져 오르는 엄청난 마력의 에너지에 비할 수 없었다. 정대식은 허공에 뜬 채로 괴성을 터트렸다.
"으아아아아아!"
그러자 그의 두 눈과 귀와 코와 입,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에서부터 마력의 빛이 쏟아져 나왔다.
곧 그의 몸 전신에서, 세포 하나하나에서 전부 마력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이 내리쳐진 암흑 검신과 부딪쳤다.
콰------------------------------!
고막을 찢어발기는 엄청난 굉음과 광원이 주위를 휩쓰는 것 같았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소리조차 날아가고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시야도 날아갔다.
정대식이 터트린 마력과 부딪친 암흑 검신의 몸체가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