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242화 (241/297)

# 242

현질 전사

-10권 19화

정대식은 집중력이 흐트러져 그들이 만들어낸 거대 위어베어가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다행히 그들의 거병을 지켜낼 수는 있었으나, 잠시 후에 나타난 광경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정대식은 이프리트의 공격으로 체르노보그가 멸절하기를 바랐으나 손상된 것은 체르노보그의 날개뿐이었다.

파스스스스---------

이프리트의 공격이 멈추고 이윽고 체르노보그가 날개를 거두어들였을 때, 거기에는 뼈대만이 흉물스레 남아있었다.

이프리트의 불길이 체르노보그의 날개를 모조리 태워버린 것이다.

체르노보그의 몸 곳곳에서도 불꽃이 일어나는 게 보였으나, 본체는 거의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체르노보그는 스스로 망가진 날개를 부러트리며 분노의 피어를 내질렀다.

-----------------------------!

"으아아아악!"

"아아악!"

다들 귀를 틀어막으며 비명을 올리는 새, 정대식은 자신에게 남은 마력을 모조리 밀어 넣어 거대 위어베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거대 위어베어를 체르노보그를 향해 돌격시켰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에 마지막 죽을힘을 짜내어 마력포를 쏘았고, 곧장 티르브링어를 휘두르게 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력포에서 쏘아져 나간 공격이 체르노보그의 어깻죽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놈이 비틀거리는 틈을 타 티르브링어의 검이 놈의 가슴을 갈라놓았다.

번----------쩍!

티르브링어가 광채를 내뿜으며 체르노보그의 살가죽을 찢어놓았고, 시커먼 안개와 같은 피가 뭉게뭉게 일었다.

정대식은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어갔다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쥐고 쾌재를 올렸다.

"됐다!"

그러나 다음 순간, 거대 위어베어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마력포로 변신해 있던 엔트로피가 튕겨 나오고, 그녀가 허공에서 몸을 뒤집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티르브링어를 낚아챘다. 그리고.......

콰---앙!

티르브링어를 품에 안은 채 바닥을 구르는 엔트로피를 체르노보그가 짓밟았다. 그러자 몸이 짓이겨지는 엄청난 충격이 정대식을 강타했다.

"커억!"

정대식은 피를 칵 쏟으며 앞으로 비틀거렸다.

그런 정대식을 허미래가 재빨리 부축하여 힐을 써주었으나 그 효과가 신통찮았다.

마력이 거의 동이 나 버렸는지 짙은 피로감으로 허미래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그것은 기철민이나 이재우, 김송근, 고덕화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프리트의 소환은 해제되어 버린 지 오래. 발록의 심장으로 이프리트를 소환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하나였다.

정대식은 자신이 가진 카드를 다 소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앞까지 치달은 체르노보그를 올려다보았다.

까마득하게 높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놈의 머리 위로 뇌전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쿠오오오오오오---------------

곧, 사방으로 벼락이 쏟아져 내렸다.

쿠과과과과과광! 쩌러러러렁! 콰과광! 꽝! 쩡! 쩌엉!

펜리르 부대를 강타하는 번개의 폭풍에 정대식은 이를 악물고 마기장으로 방어막을 펼쳤다.

그러나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리는 것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정대식은 이를 악물고 링크를 통해 엔트로피에게 말을 걸었다.

'엔트로피.'

<말씀하십시오.>

'마기전을 제외하고 내가 갖고 있는 아이템을 몽땅 다 처분하겠다...... 그걸 정산하고 그 돈으로 체르노보그를 처치할 만한 아이템을 찾아줘!'

<아공간에 있는 아이템까지 전부 다 처분하시겠습니까?>

'그래, 다 처분해! 내 몸뚱이와 마기전만 남기고 다 팔아버리란 말이야!'

<소지하고 계신 약 2,435개의 아이템을 처분하고 잔액은 10조 148억 1천만 원가량입니다. 어떤 아이템을 구매하시겠습니까?>

그 긴박한 와중에, 정대식은 귀가 번쩍 뜨이는 기분을 느꼈다.

'잠깐만! 어째서 잔액이 10조를 넘어가는 것이지?'

<상세한 내역을 말씀드리자면.......>

'지금 상세한 거 듣게 생겼어? 굵직한 것만 말해!'

<진화한 포로녜치의 말린 위장을 판매한 금액이 3조가량, 타이탄 공격대로부터 입금된 금액이 2조가량, 염마의 알이 5조가량입니다.>

'타이탄 공격대에서 입금된 돈이라면, 강영후가 하와이에서의 대가를 받아낸 것인가? 그건 그렇다 치고, 염마의 알이라고? 난 그런 건 가진 적이 없는데. 내 기억이 잘못됐나?'

의아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으나 망설일 때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수중에 10조라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거액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대식은 염마의 알에 관해 설명하려는 엔트로피의 말을 자르고 외쳤다.

'상점을 레벨 8로 업그레이드 하겠다!'

<상점을 Lv8로 업그레이드하고 10조를 차감합니다.>

그러기가 무섭게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던 하늘이 반으로 쩍 갈라졌다.

거기서부터 광원이 쏟아져 내리며 체르노보그와 펜리르 부대 일동이 있던 인공섬 전체를 휩쓸고 지나쳤다.

그 중심에 있던 정대식은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인간의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광대한 정보량이 그의 뇌를 장악하여 완전히 재구성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악!"

정대식은 눈과 코, 귀와 입, 몸에 난 구멍이란 구멍에서 전부 피를 쏟으며 괴로워했다.

바닥에서 몸부림치는 동안 머리가 수십만 갈래로 찢겼다가 도로 붙는 것 같은 충격이 수차례 반복되었다.

이윽고, 에너지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막대한 정보가 정대식의 안으로 갈무리 되어 사그라졌다.

주위를 휩쓸었던 빛도 사라지고, 제자리에 선 것은 오로지 암흑신, 체르노보그뿐이었다. 부대원들은 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태였다.

여태까지의 격전으로 체르노보그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티르브링어의 일격에 당한 여파로 가슴이 갈라져 시커먼 피를 폭포처럼 토해내고 있었으며 어깻죽지도 찢겼으며 날개는 두 짝이 다 사라져버렸다.

조금 전의 영문 모를 현상으로 그의 뿔 주변을 감싸고돌던 뇌전의 권능도 흩어져 버렸으니 다시금 그만한 힘을 모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버러지처럼 버르적거리는 몇 명의 인간들을 처치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대다수가 의식을 잃은 채 나동그라진 상태였고 가장 큰 마력을 품고 있던 인간도 몇 번 비명을 지르더니 고꾸라진 채 꿈쩍하지 않았다.

체르노보그는 엔트로피와 티르브링어를 짓밟았던 발을 들어 올렸다. 엔트로피는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고 티르브링어는 날이 부러진 상태였다.

단순히 발로 밟았을 뿐인데 레전드급으로까지 진화했던 무구가 망가지고 만 것이다.

다시 복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가운데, 체르노보그는 벌레에게 걸맞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남은 놈들도 밟아 죽이기로 하고 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짓밟았다.

* * *

콰아앙----------------!

체르노보그의 발길질에 인공섬이 추락할 듯 극심하게 진동을 했다.

실제로 인공섬 아랫부분의 암석 일부가 그 충격으로 떨어져 나가 아래로 추락했다.

그렇다고 무언가가 부딪치거나 깨부숴지는 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았다. 이곳은 던전 안에 구상된 가상의 공간, 체르노보그가 안배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체르노보그가 전지전능에 가까운 능력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도 되었다.

그러니만큼 벌레 몇 마리를 처치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했다.

체르노보그는 천천히 발을 들어 올렸고 난생처음 불가해함을 느꼈다. 자신의 위대함에 일말의 의문을 느낀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의 발에 짓밟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야 할 인간이, 두 발로 버티고 서 있었던 것이다.

아마 체르노보그가 인간의 표정을 구분할 줄 알았더라면, 그 인간이 웃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챘을 터였다.

정대식은 자신이 흘린 피가 엉겨 붙어 있는 턱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씩 웃었다.

"어휴, 하마터면 진짜 죽을 뻔했네."

평정을 되찾은 그는 안도의 한숨을 팍 내쉬며 잠시 불평을 했다.

"부자로 살기가 참 힘들어."

정대식은 짧게 자신이 참 먼 곳까지 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소망은 지극히 소박했다. 부자로 떵떵거리고 잘 먹고 잘사는 것, 그거 하나뿐이었는데 지금 세상...... 까지는 아니고, 세상의 일부를 구하겠답시고 15성급이나 되는 괴물딱지를 상대하고 있다니.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짧게 회의가 들었다. 그러나 체르노보그를 쓰러트려야지만 마기전을 얻을 수 있고, 그게 있어야지 세상을 파괴하네 마네 하는 광필두를 막아낼 게 아닌가?

그럴 뿐만 아니라 최후의 전쟁도 이겨야 하니, 할 일이 아직도 참 많았다.

이래가지고 언제 부자로 좀 호의호식하며 살아보나, 한탄하던 정대식은 곧 잡념을 접어버리고 말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엔트로피!"

<부르셨습니까, 정대식 님.>

엔트로피는 체르노보그의 발에 밟혔던 게 언제냐는 양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대식의 컨디션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상점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그의 모든 신체 상태가 일시에 회복되었던 것이다.

당연히 바닥났던 마력도 꽉 채워져 있었다.

문제라면 진짜 옷가지 하나 달랑 걸친 맨몸이라는 거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그는 이미 레벨 7단계에서 완전 신체를 얻었다.

어지간한 부상은 모조리 회복해버리는 몸이라는 뜻이다.

거기에 정대식은 패시브 스킬을 하나 더할 참이었다.

"엔트로피, 손괴 신체를 획득하겠다."

<손괴 신체를 획득하고 100억을 차감합니다.>

손괴 신체의 엄청난 효과를 생각하면 100억이 아깝지 않았다.

그것도 이 스킬은 획득하는 것만으로도 MAX를 찍는 스킬이었다.

100억이라고 해도 날로 먹는 수준이었다.

하긴, 레벨 8이 되는데 무려 10조라는 거액을 썼으니 이 정도쯤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10조가 어디 보통 돈인가? 정대식은 미소를 지으며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다음으로 통합 스킬을 획득하겠다."

<통합 스킬을 획득하고 100억을 차감합니다.>

이 또한 획득하는 것만으로도 MAX였다.

이 스킬은 스킬 자체만 놓고 보면 별다른 기능이 없는 스킬이었으나 정대식이 무엇보다 간절히 바라왔던 스킬이기도 했다.

"그거 외에는...... 음, 엔트로피, 네가 추천할 만한 스킬은 뭐 없어?"

<제가 추천드리는 스킬은.......>

엔트로피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체르노보그의 손아귀가 그들을 휩쓸었던 것이다.

콰과과과과과과과각!

체르노보그의 발톱이 바닥을 긁어 올리며 정대식과 엔트로피를 후려쳤다.

엔트로피는 그 충격으로 사라져버렸으나 정대식은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그의 두 발은 부유 신체로 인해 바닥에 깊숙이 가 박혀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두둑.

"크아아아악!"

체르노보그의 손모가지가 분질러지며 체르노보그가 괴성을 내질렀다.

정대식은 입술을 비틀어 올린 채 그 비명을 즐겁게 감상했다.

"겨우 손목 좀 부러진 거로 고함이냐?"

엔트로피가 사라진 여파로 정대식도 몸이 좀 얼얼했다.

그러나 강철 신체에 이어 완전 신체, 더불어 손괴 신체까지 획득한 그의 몸은 금강불괴를 넘어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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