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206화 (206/297)

# 206

현질 전사

-9권 7화

최희를 압박하고 있던 이모탈 삼인방은 그 외침을 듣고 동작을 그쳤다.

최희도 싸우기를 멈추었고, 주위가 조용해지자 리즈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정대식에게로 다가가 그를 힐난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결국 광필두가 도망쳤잖아요.」

「누구라도 자신을 죽이려 든다면 도망치는 게 당연하죠.」

「왜 그를 도와줬느냐고 탓하는 것은 이미 소용없는 일이겠죠.」

「나 또한 왜 광필두를 자극했느냐고 탓하진 않겠습니다.」

「그는 이미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어요.」

「근거 없는 두려움이 사람을 죽이는 핑계가 될 순 없어요.」

「근거가 없다니요? 그는.......」

「그래요. 그는 이능 파괴의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능력을 자의로 쓴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믿나요?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가 그 능력을 써서 각성자들을 해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겠죠. 그가 7성 무구를 모으려 하는 한은 말이에요.」

정대식은 더 이상 대답하기를 관뒀다.

리즈와 말씨름을 해봤자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을뿐더러,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답 없는 문제였다. 정대식은 리즈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가 내게 경고했습니다. 자신이 세상의 종말이 될 거라고.」

「종말, 종말이라고요?」

리즈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가운데 정대식은 말을 이었다.

「난 마기전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가 실재하는 위협이 되었으니 돌아가서 거기에 대비해야겠지요.」

Chapter 52. 새로운 목적지

비록 광필두를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원래 목적이었던 마기전을 획득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었다. 제이드가 죽어버려 마기전을 못 가지고 가는 게 아닌가 싶었으나, 정대식이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게 아닌, 한미 양국 정부와 이미 합의된 문제였기에 리즈의 책임으로 레프트 퀴스를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귀국길엔 전용기가 아닌 포탈을 이용하기로 했다. 원래는 하와이로 간 뒤 거기서 대원들과 다시 한국으로 이동할 작정이었으나, 상황이 급박해지는 것 같아 서둘러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정대식은 김태희와 함께 리즈와 이모탈 삼인방의 호위를 받으며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포탈로 향했다.

포탈의 입구에서 리즈는 정대식에게 악수를 청하며 입을 열었다.

「상황이 묘하게 되어버렸지만 아직 정대식 씨를 포기한 것은 아니에요.」

정대식은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올바른 판단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리즈는 고개를 저었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니까요. 당신의 그런 인간적인 면을 개인적으로는 싫어하지 않아요. 영웅이라는 것은 언제나 연민을 갖추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해요. 이로써 광필두가 온전히 본색을 드러내게 되었으니까요. 곧 각성자 연맹에서는 그를 공적으로 지정하게 될 거예요. 그럼 각성자 연맹의 소속인 이상은 그를 발견하면 신고, 체포, 내지는 처단할 의무가 있지요. 그건 정대식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정대식은 광필두가 본색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그를 그런 식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와 해봤자 소용없는 말이므로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그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한 리즈가 재차 말을 이었다.

「광필두가 세상으로 풀려난 데는 당신 책임도 있어요. 다시 그를 마주칠 땐 반드시 그 사실을 상기하시길 바랍니다.」

정대식은 혀를 차고 말았다.

「아무리 그러셔도 저는 이모탈 공격대의 공대장 자리를 맡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광필두를 대적할 테니까요.」

리즈는 묘하게 입술을 끌어올렸다.

「과연 그럴까요? 두고 보면 알겠죠. 그럼, 다시 뵙는 날을 기다릴게요.」

리즈가 뒷걸음질을 쳐 물러나고 정대식과 김태희는 포탈 가까이 접근했다. 그러자 김태희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여잘 믿지 마세요. 이 모든 일을 기획한 게 바로 저 여자니까 말이에요. 필경 광필두를 처치하고 나면 7성 무구나 혹은 그에 준하는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제이드 팔머를 꼬드겼을 겁니다......."

정대식은 코웃음을 쳤다.

"제이드가 그 말을 믿었을까? 그렇게 위험한 무구를 한 사람에게, 그것도 일반인에게 줄 리가 없잖아."

김태희는 어깨를 으쓱했다.

"눈앞의 욕심에 눈이 멀어 올바른 판단을 못 한 거라고밖에는 볼 수 없죠. 결과는 보시다시피 처참하게 되었고요."

"결과가 걸쩍지근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마기전을 빌미로 실컷 이용만 당하다 돌아가게 되었군."

"MFP도 걸려있었겠죠. 한국 정부도 팔머 가에 광필두를 위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예견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마기전을 미끼로 대장님을 보낸 거겠죠. 그 과정에서 여러 이권의 개입이 있었을 거예요."

애초에 MFP나 마기전의 대가는 서펜트와 헤르보르를 처치해 하와이 제도를 탈환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도 광필두를 잡으려는 함정에 정대식을 안전장치 삼아 끌어들인 것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광필두를 놓친 것이 마치 정대식의 탓인 양 말을 하고 있지도 않은 책임을 짊어지우려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언젠간 이 일을 갚아줄 날이 오겠지."

정대식은 차갑게 말하며 포탈로 들어갔다. 마력을 쏟아 넣자 극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확 밝아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최희의 집에 있는 포탈에 도착해 있었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바로 눈앞에 최선이 마중을 나와 있었던 것이다.

"정대식 씨, 돌아오셨군요."

반가운 표정을 하는 그녀에게 정대식은 반사적으로 웃어 보였다. 그러나 곧 김태희, 아니 최희가 따라서 도착하는 바람에 표정이 어정쩡해지고 말았다. 두 여자를 동시에 마주하기 무섭게 여태껏 있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며 기분이 이상해졌던 것이다.

'이런, 어떡하지? 상당히 난처한 상황인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어중간하게 있는 정대식과는 달리, 자매는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었다.

"언니, 갔던 일은 잘됐어?"

"어휴, 말도 마. 더러운 꼴만 실컷 보고 왔지."

"왜? 서펜트와 헤르보르를 처치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래, 거기 일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파견대가 잘하고 있대?"

"응. 최근 파견대 영상이 온라인에서 굉장한 화제가 되고 있어. 지금은 다른 섬을 다 수복하고 빅 아일랜드의 둥지만 남아있는 모양이야."

짧게 하와이 제도의 상황을 전해준 최선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손님을 세워놓고...... 미안해요."

"아닙니다. 전 이만 가보죠."

"네? 벌써 가시겠다고요? 차라도 한잔...... 아니 식사라도 같이......."

"아뇨. 최희 씨도 좀 쉬어야 할 테고, 전 따로 할 일이 있어서요."

할 일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두 여자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아직 그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관계로 괜히 어정거리고 있다간 곤란한 처치가 되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그럼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최선이 차 키를 챙겨들고 나오는 모습에 정대식이 만류를 하자, 최희가 손을 뻗어 한쪽 벽에 좌르륵 걸려있는 차 키 중 하나를 던져주었다.

"이거 타고 가."

정대식은 감사 인사를 한 뒤 그 차 키를 집어 들고 지하에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지하를 온통 차지하고 있는 주차장에는 온갖 비싼 차가 즐비했는데, 하필 최희가 던져준 것은 개중에서도 손꼽히게 비싸 보이는 차였다.

'......이거 부가티 아냐?'

최저 몇십억은 하는 차에 올라타려니 괜히 손이 떨렸다. 그동안 그렇게 돈을 벌어도 이렇다 할 사치는 한 적이 없는 탓이었다.

우우우우웅-!

묘한 흥분감을 안겨주는 슈퍼카를 타고 거리에 나가자 그야말로 모세의 기적이 벌어졌다. 요즘엔 외제 차가 흔해져 어지간한 차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데, 과연 부가티의 위용이 남다르기는 했다.

차를 달려 집으로 돌아온 정대식은 도착하기가 무섭게 엔트로피를 불러냈다.

"엔트로피. 마기전의 나머지 파츠를 추적할 만한 스킬이 없나? 특정 마력 탐지가 있는 거 보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가능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특정 마력 탐지 스킬을 업그레이드하시면 됩니다.>

"어, 그래?"

<특정 마력 탐지 스킬은 레벨이 올라가면 더욱 광범위한 추적이 가능해집니다. 생물뿐만 아니라 무생물에 깃든 마력도 탐지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마력의 양이나 거리에도 구애받지 않게 됩니다.>

선뜻 특정 마력 탐지 스킬의 레벨을 올리라고 말을 하려던 정대식은 멈칫했다.

"잠깐만, 마력의 양이나 거리에 구애받지 않게 된다는 뜻은......."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극소량의 마력이나 매우 멀리 있는 마력도 찾아낼 수 있게 된다는 말이지요.>

"그건 알겠는데,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은 아이템이잖아. 그것도 범위가 대중없다고. 아이템이란 건 이쪽 세상뿐만 아니라 던전에도 있을 수 있는 거잖아? 그럼 그 수많은 던전 중에서 어떻게 그걸 찾아낸다는 말이야? 그것도 하나고 아니고 네 개를. 그 정도 수준이 되려면 특정 마력 탐지 스킬의 레벨이 무지하게 높아야 하는 거 아냐?"

<그렇겠지요.>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게 비효율적인 소비를 할 순 없어. 특정 마력 탐지 스킬은 이차적인 거야. 일차적으로는 대강이나마 마기전의 파츠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고개를 끄덕인 엔트로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비슷한 스킬로 다우징이라는 게 있습니다.>

"다우징?"

<목표한 바를 찾아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럼 특정 마력 탐지 스킬이랑 비슷하지 않아?"

<좀 다릅니다. 이것은 마력과는 상관없이 시전자가 찾고자 하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나침반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용 방식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이 됩니다. 지도를 쓸 수도 있고, 문자판을 쓸 수도 있고, 사물을 가리키기도 하고, 방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아리송한데. 일단 획득해서 사용해보면 확실히 알겠지."

<그럼 다우징 스킬을 획득하시겠습니까?>

"그래, 획득한다."

<다우징 스킬을 획득하고 천만 원을 차감합니다.>

곧 정대식은 간단한 것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시동어를 외친 후에 찾고자 하는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의식을 집중하십시오.>

정대식은 곧장 말했다.

"다우징."

그가 그렇게 말하자 손바닥이 절로 펴지며 가운데서 실 같은 게 뻗어 나왔다. 파르스름하게 빛나는 그 실 끄트머리에 둥근 추가 매달려 있었는데, 그게 흔들거리다 멈춰 섰다. 정대식은 곧 눈을 감고 찾고자 하는 것을 생각했다.

'어디 떨어진 돈이 없나?'

그러기가 무섭게 그 추가 빙그르르 돌더니 어느 지점을 가리켰다. 맞은편 소파를 가리켜 그것을 밀어내자 밑에서 동전 하나가 굴러 나왔다.

"과연.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건지 알겠어."

정대식은 즉시 현질 창을 열어 추가로 필요한 것을 구매했다.

정대식이 있는 차원, 즉 지구의 지도와 거기에 있는 모든 던전들이 표시되어 있는 3D 홀로그램 맵이었다. 그걸 펼치자, 영화에나 보았던 입체 영상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굉장하군. 하긴, 지도 주제에 100억이나 하면 이 정돈 되어야지."

정대식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즉시 다우징을 사용했다.

"다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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