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166화 (166/297)

# 166

현질 전사

-7권 17화

펜리르 부대원들은 전원 정대식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곧장 강영후의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솟구쳐 오르는데, 누가 정대식의 발을 지그시 밟았다.

마치 송곳으로 발등을 찌르는 듯한 아픔에 정대식이 "윽!"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뒤를 휙 돌아본 김태희가 눈은 그대로인 채 입술만 끌어올려 생긋 웃어 보였다.

"어머, 실수."

김태희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으면서 왜인지 힐을 신고 있었다.

평소에는 삼선 샌들이나 다 떨어진 컨버스 운동화를 끌고 다니더니 희한한 일이었다.

덕분에 힐에 찍힌 발등이 얼얼하게 아팠다.

정대식은 아무리 봐도 고의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의문했다.

'한미란 이야기에 맘이 상했나?'

그러나 그 사실을 확인해 볼 여유는 없었다.

오래지 않아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던 것이다.

문이 열리자 비서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들은 비서를 따라 강영후의 사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Chapter 42. 공식 임무

"왔는가?"

강영후는 사무실로 들어온 펜리르 부대원들에게 친히 자리를 권했다.

강영후의 사무실은 널찍해서 그들 모두가 앉기에 충분했다.

곧 상석에 앉은 강영후가 곧장 본론을 꺼냈다.

"오늘 펜리르 부대를 보자고 한 이유는...... 다들 짐작하고 있겠지만 이제 슬슬, 임무를 맡아서 활약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서이다."

정대식은 미리 강영후에게 언질을 받아 놓았고, 어제 펜리르 부대원들에게 소집 명령을 내리면서 공대장을 만나게 될 거라고 말을 해 두었었다.

그런 정황만으로도 펜리르 부대가 단독 임무에 나서게 되리라는 것은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애초에 펜리르 부대를 창설하고자 했던 바는, 남들이 쉬이 접근하지 못하는 위험 등급의 던전을 대상으로 헌터에의 임무, 즉 공략을 목적으로 함이었다. 그것을 위해 부대장이 불철주야, 여러분들을 단련하고 또 단련시켰겠지. 그 결과, 펜리르 부대 전체가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루어 냈다고 들었다."

그동안은 훈련으로 부대원들 전부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등급이 올랐으니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강영후는 펜리르 부대가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했다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더 기다릴 필요 없겠지. 펜리르 부대에 정식 임무를 부여하겠다. 그것은 바로 SJ1던전의 공략이다. 처음이니만큼 간단히 브리핑을 하도록 하지."

강영후는 홀로그램 자료를 띄우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어차피 공략에 앞서 상세한 자료 수집과 사전 답사를 하게 되겠지만, 여태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자면 SJ1던전은 누구도 완전 공략한 적이 없는 위험 등급, 접근 불가 던전이다. 만약 지난 두 번째, 세 번째 몬스터 브레이크에서 이런 던전이 터졌더라면 피해가 이 정도로 끝나지는 않았을 테지. 첫 번째 몬스터 브레이크에 준하는 재난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태껏 참사가 없었다고 안심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누군가는 이런 위험 등급 던전에 들어가 보스몹을 공략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안에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어떻게 보스몹을 죽일 수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가 없다. 그 일을 펜리르 부대, 자네들이 해 줘야겠다."

강영후는 손짓으로 간단히 홀로그램 화면을 전환시키고 말을 이었다.

"이곳은 다른 위험 등급 던전에 비해서 비교적 알려진 바가 많은 던전이다. 정부에서 새로이 설정한 난이도에 따르자면 데인저 수준이지. 그러나 이 기준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보스몹을 대상으로 한 기준이다. 여태까지는 이 던전의 공략에 도전한 헌터들 전부가, 보스몹이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숲까지 가지를 못했다."

홀로그램 화면에는 SJ1D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의 영상이 차례대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 던전은 필드형으로 총 넓이는 확인되어 있지 않다. 상당히 광활하지. 현재 표시된 구역은 총 10군데인데, 주로 위어울프가 나온다. 이놈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고 우두머리를 갖고 있지. 우두머리를 먼저 처치하고 나면 도망을 가기도 하고, 7~9등급 정도라 상대할 만하지.

문제는 울프헤딘이다. 이놈들은 늑대 가죽을 뒤집어쓰고는 있지만 거인의 형상을 하고 있지. 간혹 가다 늑대로 변신하는 거인도 있다는데 상당히 위험하다는군. 정부에서 새로이 발표한 몬스터 도감 형식에 따르자면 5~7성급쯤 되겠다."

강영후는 다시 한 번 손짓을 해서 울프헤딘이 찍힌 짧은 영상을 보여 주었다.

대형종으로 분류될 만큼 거대한 덩치에 커다란 늑대 머리 같은 걸 달고 있는 거인이 문짝만 한 칼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헌터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인간은 울프헤딘 앞에선 난쟁이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아서, 어지간한 공격은 씨알도 안 먹힐 수준이었다.

"보다시피 벌집 모양처럼 보이는...... A부터 F 구역이 맞붙은 초원 지대를 지나고 나면 숲이 나온다. 여기에서 브세슬라브가 출몰한다고 한다."

강영후는 긴장하듯 잠깐 말을 멈추었고, 홀로그램마저 꺼 버리고 말을 이었다.

"브세슬라브 목격담은 여태까지 딱 두 번뿐이다. 한 번은 몬스터 브레이크 때고, 다른 한 번은 그 숲에 고립되어 간신히 목숨을 건진 어느 헌터가 본 것이지. 공식적으로 측정된 바는 없지만, 내 짐작으론 8성급의 극히 위험한 몬스터이다. 브세슬라브는 늑대의 머리와 인간의 상반신과 짐승의 하반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그 크기가 울프헤딘의 서너 배쯤은 된다는군.

숲 목격자의 말에 따르자면 숲 위로 브세슬라브의 머리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고 한다. 키클로페스 정도의 거대 괴수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형종을 능가하는 초대형종이다. 이놈은 한 손에는 양날 도끼를, 다른 손에는 채찍을 들고 있고...... 별다르게 알려진 능력은 없다."

정대식은 질문을 한마디 던졌다.

"알려진 능력이 없다는 것은......."

"이놈의 강력함 그 자체가 능력이라는 거지. 초대형종이라 발에 한번 걷어차이기만 해도 온몸의 뼈가 부서진다. 인간 정도는 한 입에 꿀꺽 삼킬 수 있지. 전신은 질긴 털과 가죽으로 뒤덮여 있는데다가 사력으로 보호하고 있어 쉽게 상처 낼 수 없고, 양날 도끼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집이 두 쪽이 나고 채찍은 회오리를 일으킬 정도라니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매우 강력해. 이놈을 쓰러트리려면 멸절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렇지만 단순하군요."

"그래, 강력하지만 단순하지. 그게 이점일지 아닐지는 싸워 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내가 판단하기로는 펜리르 부대의 첫 임무에 가장 적합한 사냥 대상이라고 본다."

몬스터에 따라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능력을 지닌 경우가 있다.

언데드 퀸처럼 독무를 쏟아 내기도 하고 아스모데우스처럼 환영을 보여 주거나 석션을 해 서번트를 만드는 등, 경우에 따라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뱀파이어 듀크나 그레이브 키퍼 같은 경우에는 강력한 정화 주문이 필요했고, 드래곤 종류는 피어와 브레스 대비책을 갖추어야 했다.

바실리스크나 메두사같이 석화 능력이 있는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그런 몬스터들은 아무래도 상대하기 까다롭고 변수가 많이 작용하는 관계로, 브세슬라브를 고른 모양이었다.

"브세슬라브를 죽이고 마정석을 획득한다. 이것이 펜리르 부대의 첫 번째 임무다. 할 수 있겠나?"

정대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강영후는 곧 시선을 들어 펜리르 부대원 전원을 바라보며 한 번 더 물었다.

"할 수 있겠나?"

"예!"

부대원들이 힘차게 대답하는 가운데, 강영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 임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지원해 줄 테니, 부디 공략에 성공하고 돌아와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를 바라네."

정대식도 자리에서 일어났고, 강영후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임무를 받아들였다.

* * *

다시 펜리르 부대 사무실로 돌아온 펜리르 부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정대식은 그 면면들을 바라보다 문득 미소를 지었다.

"다들 우리의 첫 훈련을 기억하고 있겠지?"

정대식이 꺼낸 서두를 듣고 부대원들이 얼굴에 멋쩍은 기색을 띄웠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별것 아닌 몬스터도 처치 못해 쩔쩔매던 때가 엊그제 같은 것이다.

실제로도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대식을 바라보고 앉은 부대원들의 모습은 몇 년이 훌쩍 지났다고 할 만큼 크게 달라져 있었다.

자신감과 신뢰가 어린 그 얼굴들을 보고 정대식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서로가 함께하리라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펜리르 부대원이 된 후로도 우여곡절이 꽤 많았지. 부대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된 것이 처음이라, 나 역시도 꽤나 서툴렀다. 그런 나를 믿고 여기까지 따라와 준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시하고 싶군."

그러자 이재우가 기세 좋게 외쳤다.

"아닙니다! 감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요."

기철민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누구도 저희의 능력치를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만큼이나 끌어올려 놓지는 못했을 겁니다."

정대식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가진 재주를 펜리르 부대원들과 나눌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올인원이 된 것보다 그게 더 기뻤지."

솔직한 소감을 드러낸 정대식은 곧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고 엄격한 태도로 말을 계속했다.

"드디어 오늘, 우리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하지만 상대는 위험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던 던전의 보스몹, 브세슬라브다!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는 사냥감이니 지금 이 순간부터 잠시라도 긴장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정대식의 경고에 부대원들의 표정이 다시금 진중해졌다.

"브세슬라브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준비 또한 철저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께 새로운 아이템을 지급하도록 하겠다."

정대식은 아공간을 열어 부대원들을 위해 준비해 둔 것들을 꺼냈다.

바로 어제, 정대식은 첫 국가 지원금 300억 원을 입금받았다.

입금 사실을 고지받고 장한나에게 계약금은 따로 없느냐고 능청을 떨었다가 정색을 당했다.

어쨌든 덕분에 첫 번째 임무에 돌입하기 전, 그 돈으로 현질 상점에서 부대원들에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그 아이템의 가격들이 하나같이 만만치 않아, 지금은 수중에 50억 정도밖에는 남지 않았지만, 단순히 상태 증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대원들의 전력 상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었다.

"우선은...... 이재우."

정대식은 이재우를 불러들여 그에게 길쭉한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그걸 열어 보고 이재우는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은...... 펜입니까?"

"그래. 나바호족의 펜이다. 따로 먹물이 필요 없는 마력을 이용해서 쓰는 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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