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59화 (59/297)

# 59

현질 전사

-3권 9화

마침내 정체를 드러낸 상대는 D팀이었다.

정대식은 자동 소총을 등 뒤에 걸고 주먹을 말아 쥐며 근딜들을 손짓했다.

"목숨만 붙여 놔!"

"예썰!"

정대식을 필두로 양옆으로 뛰쳐나간 근딜들이 D팀의 근딜들과 맞붙었다.

"강화!"

기철민과 목여길에게 강화를 쏴 주고 정대식 역시 앞서 뛰어나오는 D팀 탱커와 맞붙었다.

솔직히, 상대 팀의 탱커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꽤나 근육을 부풀린 거한이었으나 정대식의 주먹 한 방에 안면이 내려앉아 기절하고 말았다.

정대식은 그를 쓰러트리고는 곧장 화살을 쏴 대고 있는 원딜과 버프를 걸고 있던 버퍼에게 덮쳐들었다.

전투 능력이 약한 그들은 정대식을 마주하자 곧장 희게 질려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하, 항복!"

그들을 내버려 두고 뒤돌아보니 근딜들도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다.

강화를 받은 만큼, D팀의 딜러들과는 게임이 되질 않았다.

코피를 흘리거나 부상을 입고 쓰러진 딜러들과 기절한 탱커, 저항하지 않는 힐러와 버퍼를 포박했다.

그들은 다 틀렸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이럴 줄 알았어! 다른 팀을 공격하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랬잖아!"

"당신이 언제 그렇게 말했어요?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리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다고 동의해 놓고선......."

"골라도 하필 C팀이야? 여기 홀로그램 룸을 부순 괴물이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어요?"

"알았으면 C팀을 습격했겠어요? 설령 다른 팀부터 먼저 공격했다 하더라도 그게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시끄럽게 짹짹거리는 그들을 향해 정대식은 질문을 던졌다.

"보아하니 다른 팀을 습격해서 승률을 올릴 생각을 한 모양인데, 우리 팀을 제일 먼저 공격한 겁니까?"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앉은 탱커가 부러진 코를 움찔거리며 말했다.

"그래요. 가까이에 있는 팀이 이 팀이라 공격한 겁니다."

"그럼 다른 팀은 보질 못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뭐, 우리 팀을 습격한 거야 테스트 때문에 그랬을 테니까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신네 팀의 표식이나 내놔요."

정대식은 D 글자가 새겨진 도장을 받아서 부숴 버렸다.

이걸로 D팀은 몬스터를 잡는다 하더라도 수익으로 올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정대식은 그들의 주머니를 꼼꼼하게 털었다.

어차피 돌려줘야 할 거 같으니까 개인 무구는 내버려 둬도, 그들이 타이탄 공격대로부터 지급받은 보급품은 몽땅 갈취했다.

그리고 두 손을 탈탈 털며 허리를 일으키고는 말했다.

"그럼 C팀, 이동하자."

그 말에 D팀 탱커가 소리쳤다.

"잠깐만! 우릴 이대로 버려두고 갈 참입니까?"

정대식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 설마 우리가 던전 입구까지 에스코트라도 해 주길 바라는 건 아니겠죠?"

"여기 묶여 있다가 몬스터의 습격이라도 받게 되면 어떡하라고......!"

"어차피 이 구역의 머시룸은 약해서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밖에서 이 상황을 다 모니터링하고 있을 텐데, 설마 죽도록 내버려 두기야 하겠습니까?"

정대식은 그들을 내버려 두고 팀을 이끌어 그 구역을 벗어났다.

한 구역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총성과 함께 악다구니 쓰는 소리가 들렸다.

필시 버섯 따위를 처치하느라 나는 소리는 아닐 테다.

다른 팀들이 서로 맞붙고 있는 모양이었다.

정대식은 혀를 쯧, 차고 말했다.

"보아하니 다들 다른 팀을 처치하고 던전의 수익을 독식할 참이군."

기철민이 그 말에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사람 생각이 다 똑같지, 뭐."

"안 되겠다. 우린 일단 가급적 몬스터와 다른 팀을 피해서 대왕 버섯을 찾아 지하 4층으로 이동한다. 우선 옐로 스톤을 확보해 놓고 나중 일은 그때 고민해 보지."

C팀은 정대식의 인솔 아래 빠르게 움직였다.

간혹 줄무늬 버섯, 야광 버섯, 광대 버섯, 얼룩 버섯 등등이 출몰하기는 했으나, 가급적 상대하지 않고 길을 트는 방향으로 해서 이동했다.

그렇게 지하 4층에 다다라,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해 있는 구역에 이르렀다.

갑자기 공간이 넓어지면서 사방이 야광 포자로 둘러싸인 광경이, 딱 봐도 보스몹이 등장하게끔 생긴 장소였다.

정대식은 헤드 랜턴의 불빛을 밝게 키우면서 말했다.

"명색이 보스몹이니까 제아무리 버섯이라 해도 꽤 강할 거야. 방심하지 말고 일단은 대왕 버섯을 쓰러트리는 데 집중한다!"

다들 침묵으로 긍정하는 가운데, 불빛에 이끌린 대왕 버섯이 등장했다.

"쿠오오오!"

대왕 버섯은 말 그대로 크기가 매우 컸다.

거의 5m는 가까워 보이는 길이에 폭은 수천 년 된 아름드리나무만큼이나 굵었다.

게다가 여타 버섯들과는 달리, 머리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여러 개였다.

쉽게 설명을 하자면 송이버섯처럼 생긴 게 아니라 느타리버섯처럼 생겼다고 해야 하나?

굵은 밑동에 여러 개의 버섯 머리가 붙어 있는 식이었다.

"버퍼! 독을 쓸지도 모르니까 방어막 쳐! 선공은 내가 한다! 원딜, 엄호해!"

정대식은 강화를 입은 채로 화염탄을 발사했다.

콰아아아아!

불길이 대왕 버섯에게 쏘아져 나가며 버섯 구워지는 냄새가 났다.

버섯이니만큼 당연히 불길에 약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표면이 검게 그을린 대왕 버섯이 흉폭한 소리를 내뱉었다.

"뀌에에에엑!"

곧 대왕 버섯의 머리가 무럭무럭 자라더니만 여러 개로 분열되었다.

순식간에 대왕 버섯이 세 마리로 늘어나 정대식은 자신이 판단을 그르쳤음을 알고 낭패한 표정이 됐다.

'이런! 버섯 주제에 불 속성의 몬스터였나? 관측을 썼어야 하는 건데!'

정대식은 뒤늦게나마 서둘러 스킬을 가동했다.

"관측."

곧 눈앞이 밝아지는 기분이 들면서 대왕 버섯의 머리 위에 여러 정보가 떠올랐다.

남아 있는 대왕 버섯의 생명력은 가득했다.

그건 분열된 다른 대왕 버섯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정대식이 쓰러트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저 정도 생명력이면 강화를 할 필요도 없겠군. 강력권 한 방씩이면 그냥 쓰러지겠어.'

그때 머릿속을 퍼뜩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잠시만! 설마, 이게 제3의 방법인가?'

정대식은 짐꾼으로 일하면서 이런저런 경우를 많이 보았다.

던전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에 대한 소문도 여러 가지를 들었다.

개중에는 보통 잘 알려지지 않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같이 일하던 동료인 홍만기가 한철민과 떠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아니, 보스몹이 나오는 구역으로 들어가 잔뜩 긴장해 있었다는데, 글쎄 웬 자그마한 흙 인형이 걸어 나오더라는 거야. 설마 이게 보스몹은 아니겠지 싶어서 금방 치워 버리려고 공격을 했더니,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점점 커지더라는 거지. 나중에는 엄청나게 커져서 하마터면 파티원들이 몽땅 죽을 뻔했다더라고. 근데 간신히 쓰러트리고 보니 대박이더라, 이 말이야. 기껏해야 레드 스톤 정도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블루 스톤이 나왔다지 뭐야?'

'겨우 흙 고렘 하나 쓰러트렸는데 블루 스톤이 나왔다고?'

'뭐, 추측하기로는 같은 보스몹이라도 똑같지는 않다나봐. 즉, 단번에 쓰러트리지 않고 보스몹을 더 강하게 만들어서 쓰러트리면, 보스몹이 강한 만큼 마정석도 더 좋은 게 나온다는 거야.'

'아하, 그렇구먼. 그거 참 신기하네!'

'던전엔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니까.'

'그럼 최대한 흙 고렘을 강하게 키워서 쓰러트려야겠네?'

'문제는 적당한 때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 주제도 모르고 마냥 흙 고렘을 강하게 만들었다가는 쓰러트리지도 못하고 당하기 쉬우니까. 그렇다고 빨리 처치해 버리면 돈이 안 되는 거고, 그런 거지.'

그 대화를 상기해 낸 정대식은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 되었다.

'그래, 맞아! 이 대왕 버섯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던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방법 역시...... 옐로 스톤이 아닌 더 높은 등급의 마정석을 얻는 것이겠지!'

정대식은 자신의 생각을 시험해 보기 위해 소리쳤다.

"아직 공격하지 마! 확인해 볼 게 있어!"

정대식은 다른 팀원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고 스킬을 사용했다.

"적의 집중."

그런 뒤 화염탄을 한 번 더 쏘았다.

콰르르르르!

"뀌에에엑!"

정대식에게 어그로가 끌린 대왕 버섯은 세 마리가 몽땅 다 정대식을 공격하려 들었다.

그러다가 불길을 맞고 검게 그을렸다.

"꾸에에엑!"

불길이 가 닿자마자 대왕 버섯들의 머리가 또다시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네 마리로 분열되었다.

그 광경을 보고 팀원들이 어이가 없는지 소리를 질렀다.

"팀장, 지금 뭐 하는 거야!"

"보스몹을 늘리고 있잖아!"

"더 늘어나기 전에 처치해야 해!"

그들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정대식은 다시 한 번 관측으로 놈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역시! 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본체의 생명력 역시 증가했어! 이놈들은 분열을 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거다...... 아마 강해질수록 더 좋은 마정석을 토해 내겠지.'

정대식은 견제 사격으로 대왕 버섯을 물러서게 한 뒤, 팀원들에게 말했다.

"본체는 머리가 가장 높은 중간의 저놈이다! 일단은 저놈을 빼고 다른 놈을 공격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철민이 소리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분열하는 놈들은 본체를 가장 먼저 처치해야 한다는 거 몰라?"

"본체는 더 분열하도록 놔둬야 해. 본체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좋은 마정석을 얻을 수 있다. 그것만이 우리가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야!"

팀원들은 상황을 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정대식은 길게 설명하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내 말을 들어! 반드시 우리 팀이 이긴다!"

정대식의 확신을 보고 기철민이 내뱉듯이 말했다.

"젠장, 아니면 다 네 탓이다!"

기철민은 분열된 다른 대왕 버섯을 처치하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그 기세에 떠밀려 다른 팀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대식은 도발과 적의 집중 스킬을 적절히 섞어 가며 어그로를 끌었다.

그동안 다른 팀원들이 본체를 빼놓고 분열된 대왕 버섯을 한 마리씩 처치해 나갔다.

그들의 수가 줄어들기를 기다렸다가 정대식은 다시 한 번 화염탄으로 대왕 버섯을 분열시켰다.

또다시 대왕 버섯이 늘어나자 본체의 생명력이 더 늘어났다.

본체 대왕 버섯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좋았어! 쑥쑥 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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