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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 전사-17화 (17/297)

# 17

현질 전사

-1권 17화

* * *

관측 스킬은 과연 놀라웠다.

'돈지랄을 하는 보람이 있기는 해.'

정대식은 콧노래를 부르며 한창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지옥마수를 노려보았다.

놈은 불꽃을 토해 내며 그릉거리고 있었으나 와이어에 묶인 채 옴짝달싹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 놈의 머리 위로는 예전에 못 보던 게 눈에 뜨였다.

<지옥마수 Lv8 생명력 1529/627>

마치 게임의 상태 표시와 같은 거였다.

실시간으로 놈의 목숨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이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의식을 집중하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몬스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약점, 공략법 등을 확인할 수가 있어, 완전히 대박이라는 말밖에 안 나왔다.

'이렇게 좋은 스킬이 고작 천만 원밖에 안 하다니. 정신계 개화 비용까지 합쳐도 2천만 원이잖아! 싸다, 싸!'

정대식은 신이 나 강화를 뿌리며 소리쳤다.

"얼마 안 남았어! 곧 쓰러질 거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원딜들의 공격이 지옥마수의 미간으로 집중되었다.

곧 지옥마수의 생명력 수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이윽고는 완전히 바닥이 되었다.

그러자 지옥마수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상태 표시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지옥마수가 긴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오오오오-"

쿵!

"죽었다!"

"어휴, 끝났다!"

다들 안도의 한숨과 함께 환호성을 내뱉는 와중에, 석우원이 잊지 않고 정대식을 칭찬했다.

"역시, 굉장하네! 버프가 월등해! 지난번에 느꼈던 기분이 착각만이 아니었어!"

덩달아 다른 파티원들까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완전 강화 한 번 받을 때마다 공격이 짝짝 가 붙는데...... 장난 아니던 걸?"

"진짜 죽인다! 최고, 인정!"

다들 엄지를 세우며 정대식을 추켜세워 좀 쑥스러울 지경이었다.

정대식은 턱을 긁적이면서 얼른 짐꾼을 부르자고 말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석우원이 재정비를 재촉했다.

"데인 곳에 드레싱하고, 부상 입은 사람 있으면 말해. 포션 줄 테니까. 휴식은 이동해서 한다. 이 구역을 벗어나서 가볍게 요기한 뒤에, 스크롤로 화염 내성 뿌리고 다시 사냥해 보자고. 다들, 그래도 되겠지?"

"물론이지!"

"아직 팔팔해!"

"오늘 거액 벌어 가겠는데?"

다들 즐겁게 낄낄거리며 상황을 정리하고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비교적 안전한 통로에서 잠시 쉬고 식사를 했다.

그런 뒤 다음 사냥감을 찾아서 발길을 옮겼다.

위험한 지옥마수를 찾아 걷는 와중에도 파티원들은 잡담이 끊이질 않았다.

방금 전 사냥을 반추하며 즐거워했다.

"지옥마수 그거, 입 벌어지는 거 되게 신기하지 않냐?"

"몸에서 불을 뿜는다기에 뭐 어떤 건가 했는데 별거 없던데?"

"화염 내성만 갖추면 충분히 사냥할 만하네."

"근데 다들 지옥마수라고 하면 벌벌 떨더라고."

"지레 겁을 먹어서 그런 거겠지."

"아냐, 우리가 그만큼 강해진 거야. 정대식의 버프 덕이지, 뭐."

다들 그렇게 떠들고 있으니 석우원이 미간을 찡그리고 경고했다.

"조용히 해. 지금 우리는 사냥감을 물색하는 중이다. 철수하는 게 아냐. 정신 차리라고!"

그의 한마디에 좌중이 조용해지고, 파티는 침묵 속에 발길을 옮겼다.

그런 끝에, 일행은 F섹션에 들어섰다.

다소 높낮이가 있는 지형이라 발밑을 조심해 걷고 있노라니, 앞서 가던 석우원이 손을 들어 보였다.

그 수신호에 일제히 발을 멈추고 숨을 죽이자, 그가 아래쪽을 손가락질했다.

그곳에 웬 지옥마수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마침, 위치가 딱 좋았다.

제법 효과 있는 선제공격을 할 만했다.

몬스터를 상대할 때 선제공격은 상당히 중요했다.

선제공격에 성공하면 사냥의 절반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므로, 어떤 명령 없이도 딜러들이 일제히 무기를 장전했다.

석우원의 지시만 떨어지면 곧장 선제공격을 가할 터였다.

정대식도 마찬가지로 자동 소총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옥마수를 겨눈 채로, 무심결에 관측을 해 보았다.

아직 획득한 지 얼마 안 되는 스킬이라 신기한 맘에, 상세 정보를 열어 보았다.

그러자 눈이 번쩍 뜨였다.

그 순간.

석우원이 머리 위로 들고 있던 손을 내리려 했다.

정대식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만!"

그 말에 다른 파티원들이 식겁해 몸을 낮췄다.

석우원도 깜짝 놀라서 그를 낚아챘다.

그리고 강제로 엎드리게 하고 이를 드러내며 속닥거렸다.

"뭣 하는 거야! 놈이 눈치채면 선제공격의 의미가 없잖아!"

정대식은 목덜미를 내리누르는 그의 손을 치워 버리고 말했다.

"공격하면 안 돼."

"무슨 소리야?"

"그냥 지나가야 해."

"이런 좋은 기회를 놔두고 왜......."

"저 녀석은 암컷이야, 잘못하면 다 죽어!"

정대식이 하는 말에 석우원은 멈칫했다.

그는 곧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

그의 질문에 정대식은 말문이 막혔다.

지옥마수는 겉보기로 암수 구분이 전혀 안 됐다.

덕분에 무어라고 설명할 말이 없었다.

그럴싸한 핑계 거리도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정대식은 막무가내로 우겼다.

"그냥 알아."

"대충 대답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

"설명할 말 없어! 하지만 분명해, 저놈은 암컷이야. 그냥 지나가야 해! 공격했다간 후회한다. 내 장담하지."

"......뭘 근거로 그 말을 믿고 이 좋은 기회를 놓쳐?"

"꼭 선제공격할 필요 없잖아. 지옥마수라면 얼마든지 사냥할 수 있어. 그러니 그냥 지나가잔 말이야. 날 믿고 그렇게 해. 난 이런 데서 죽을 맘 없어."

정대식이 이를 드러내고 하는 말을 듣고 석우원이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하, 미치겠네."

그런 둘의 입씨름을 지켜보던 파티원들이 서로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이미 때가 지나갔다고 여겼는지 석우원이 후퇴 명령을 내렸다.

"정대식, 밑도 끝도 없지만 일단은 널 믿어 보겠다. 물러선다."

조심조심, 파티원들은 숨을 죽이고 지옥마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 장소를 벗어났다.

* * *

정대식 때문에 지옥마수 한 마리를 그냥 지나치기는 했어도, 지옥마수라면 또 있었다.

정대식 덕분에 지옥마수를 손쉽게 해치웠고, 연달아 또 한 마리가 나타났다.

다소 위험스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옥마수 세 마리를 잡아서 철수할 수가 있었다.

그로 인해 벌어들인 수입은 총 3억 5천만 원!

정대식이 정산 받은 금액은 1억 500만 원이었다.

사냥 한 번에 번 돈치고는 상당했다.

지난번 케르베로스를 잡을 때처럼 크게 위험하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굉장한 액수였다.

입금 내역을 확인해 본 정대식은 수고했다고 인사치레를 하는 석우원에게 슬쩍 말했다.

"......꼭 30%가 아니라도 괜찮아. 오늘 나 때문에 지옥마수 한 마리를 그냥 보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제 몫을 덜어 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말을 해 본 것도 석우원이 틀림없이 됐다고 말할 게 뻔하다고 생각되어, 예의상 해 본 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석우원은 괜히 속을 떠보는 정대식을 보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필요 없어. 비록 지옥마수를 한 마리 놓치긴 했어도 결과적으로는 상관없었으니까.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네게 목숨을 빚졌는지도 모르지. 그놈이 정말로 암컷이었다면 말이야."

"그런가."

30%를 다 챙겨 가도 된다는 말에 정대식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집어삼켰다.

그러다가 석우원이 연이어 하는 말을 듣고 괜히 뜨끔했다.

"네가 무슨 수로 그 지옥마수가 암컷인지를 알아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상황에서 괜한 헛소리를 하지는 않았겠지."

"......날 믿어 줘서 고맙군."

"앞으로 우리가 계속 함께하려면 이 정도 신뢰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석우원은 그럼 또 보자면서 정대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갔다.

그러나 남겨진 정대식의 기분은 그의 의도와는 전혀 달랐다.

'관측 스킬에 대해 말할 방법이 없으니 난감하군.'

그는 은행에 들러 통장 정리를 했다.

그리고 밥을 먹으러 발길을 옮기며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데.'

차라리 정신계 능력자라는 것을 말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두 가지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면 보수도 더 쳐 받을 수 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 같았다.

헌터 경력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7등급을 넘어서는 실력을 갖춘 것까지야 그렇다 치자.

원딜과 버퍼, 두 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다.

그건 강화라는 그의 능력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정신계 능력까지 갖추었다는 건 아무리 봐도 과했다.

'상대가 모르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괜찮지. 석우원 같은 경우에는 내 능력이 강화계라는 걸 뻔히 알고 있다. 여기서 정신계 능력까지 갖고 있다는 걸 말을 하면 크게 놀랄 게 뻔해. 그가 날 좋게 보고 있으니 기꺼워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새로이 정신계 능력을 얻었다 해도 이상하고, 그 능력을 숨기고 있었다 해도 이상할 테니까 말이야.'

결과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위해선 석우원과 같이 있어선 안 됐다.

매번 새로운 막공을 찾거나, 차라리 솔플을 해서 자신의 능력을 적당히 숨겨야 했다.

'그래도 내 몫을 크게 쳐주는 건 무시하기가 어렵단 말이지.'

잠시 고민하던 정대식은 결정을 내렸다.

'그래, 앞으론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어도 섣불리 말을 하지 말자. 다른 사람들의 원망을 사는 일이 있어도 차라리 산통을 깨는 게 낫지. 그리고 어차피 거절할 생각이기는 했지만, 같이 공격대를 하자는 석우원의 제안도 마다해야겠다. 내 몫을 30% 떼 주는 동안만 같이 다니는 거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해 두었기에, 다음번 석우원으로부터 사냥 제의가 왔을 땐 망설이지 않았다.

주저 없이 승낙했고, 그다음부터는 그의 사냥에 정대식의 참여가 당연해졌다.

석우원은 갈 건지 말건지 딱히 물어보지도 않고 일정을 보냈으며, 정대식도 굳이 간다 만다 말없이 소집 장소로 나가서 사냥에 함께했다.

석우원의 파티와 함께하는 사냥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석우원은 신중파였고 그런 점이 정대식의 기준과도 잘 맞았다.

제아무리 돈이 좋대도 목숨까지 걸고 사냥할 마음은 없었으므로, 무리한 행동은 일절 하지 않는 석우원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돈이 된다 싶어서 사냥에 열 올리는 정대식을 그가 적절히 제지해 주었다.

석우원이 그처럼 안전을 우선하는 이유는 공격대 창설을 위함이기도 했다.

현재 그와 함께하는 파티원들은 오랫동안 막공을 돌아다니며 한 명 두 명, 관계를 쌓아 온 헌터들이었다. 그러니만큼 석우원은 그들을 귀중하게 여겼고, 그만큼 실력이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했다.

정대식도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았고, 이만하면 솔플을 해도 충분하다 싶을 만한 수준이 됐다.

하지만 석우원이 여전히 대답 듣기를 미루고 있는데다가, 당장에 공격대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어영부영 머무르고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30%나 되는 몫을 챙겨 받는 것이 꽤나 짭짤했던 것이다.

"오늘도 수고했어! 네 수고비는 계좌로 넣었으니 확인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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