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47 회: 파트9. 그의 마지막 꿈이 있는 곳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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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갈 곳도 없으니 식은 죽 먹기다. -
카렐은 선착장의 적에게서 빼앗은 마우저를 들어 공터 안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는 헤네티들을 겨누었다. 황제로서 적의 무기를 쓰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숨을 곳 하나 없는 이 넓은 공터에서 방어도 없이 널브러져 있는 적을 때려잡는 데는 이만한 무기가 없었다.
해가 지는 것을 본 카렐이 손가락을 들어 사격 준비를 지시했다.
바로 그때 낭떠러지 건너편, 버섯 모양 바위 쪽에서 기다렸다는 듯 다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곧 궁전과 이곳이 연결될 모양이었다.
“뭐야, 저건?”
카렐이 경악했다. 공터에 고립되어 있는 헤네티들을 여유롭게 쏘아 잡겠다던 그의 계획이 엉망이 되고 있었다.
해가 지고 다리가 이어지기만 초조하게 기다리던 사카와 헤네티들은 낭떠러지 건너편에서 덜크덩 하고 윈치 돌아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제야 됐네.”
무료하게 시간만 죽이고 있던 헤네티들은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건너편에서 기계가 다리를 조금씩 당겨 올리는 중이었다.
“밖에 두고 온 다섯 놈들은 언제 오는 거야?”
사관 하나가 시계를 보며 짜증을 냈다. 다리는 연결될 참이지만 데이에게 불러 달라 말했던 바깥의 다섯 동료들이 아직 돌아오는 기미가 없었다.
“몰라, 재미 보기 싫은가보지.”
“여기서 내일 아침까지 캠프파이어나 하고 있으라지 뭐.”
헤네티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그런데 이게 건너도 되는 다리 맞아요?”
몇몇 헤네티들이 부실해 보이는 다리를 가리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다리는 100척(30m) 정도 길이의 밧줄 2개 밑으로 외나무다리가 역삼각형을 이루고 매달려 있는, 군대 유격훈련장에나 등장함직한 모양새였다. 그렇다보니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딱 한 명씩 지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럼 여기 있던가.”
사카가 다리 앞으로 다가가며 퉁명스레 말했다. 다리가 올라가는 속도는 지난번 이곳에 일행을 데려온 데이의 걸음 못지않게 지지리도 느린 것이 저 속도로는 5분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헤네티들의 관심과 시선이 모두 다리로만 쏠려있던 그때, 반대편 담 쪽에서 무언가를 느낀 사카가 뒤를 휙 돌아보았다.
“엇.”
예민한 그는 영문도 모른 채 바닥에 무조건 몸부터 날렸다. 바로 그의 앞에서 멍하니 다리를 보고 있던 부하의 목이 무언가에 절반 통째로 뚝 잘려나가는 모습에 그가 경악했다. 누군지 몰라도, 바로 그를 겨누었던 것이 분명했다.
“담 쪽이다! 적에게 마우저가 있다!”
고함을 지르던 선임 사관도 벌려진 입에 무언가가 정통으로 맞고는 입과 뒤통수에 동시에 피와 살점을 쏟으며 절벽 밑으로 추락해 사라져 버렸다. 이번엔 마우저보다 위력이 조금 약한 황실군의 개량석궁이 분명했다.
“황실군이다! 방패수와 사수가 팀을 짜서 흩어져!”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배후 기습을 당한 헤네티들이 모래밭 공터 곳곳으로 혼비백산 흩어졌다. 하지만 이곳엔 딱히 몸을 숨길 곳도, 도망칠 곳도 없었다.
“방패수 둘이 사수 하나를 막아! 마우저는 배낭으로 막아!”
방패수들이 서둘러 담을 쌓았지만 적이 마우저를 탈취했다면 이것도 안전치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마우저에 맞은 방패수 하나가 방패와 몸이 동시에 찢기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개량석궁에 맞은 방패수는 충격에 뒤로 주저앉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다시 사수 동료 앞을 막아섰다.
“담 위에 세 놈이다!”
다리가 내려오는 기둥 뒤에 어렵사리 몸을 숨긴 사카가 마우저 사수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절벽 위에 사수들 절반을 남겨두고 왔다보니 이 자리에 마우저를 든 사수는 다섯밖에 되지 않았고, 그나마 이미 셋이 시작부터 쓰러져 죽었으니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는 지난번 페스트의 전투에서 수로에 갇혀 전멸 당했던 그 끔찍한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멍청하게 당할 수는 없었다.
“빌어먹을, 사바브 놈들! 또 시작이냐!”
사카가 이를 갈았다. 헤네티들 이곳에 두고, 뒤이어 황실까지 끌어들인 저들의 속셈을 이제 알 것 같았다. 이전에 교단 모두에게 적이 되었던 그때처럼, 이번에도 양쪽에 싸움을 연출해 중간에서 심판이 되려 하는 이전 습관을 또 튀어나온 모양이었다.
“싸우지 마라! 여기서 싸워 줄 필요 없다!”
오기가 난 사카는 부하들에게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배낭 등에 메고 다리 건너가! 어차피 우리가 가면 쫓아올 거다!”
사카는 더 이상의 싸움은 접고 황급히 다리 쪽으로 돌아섰다. 괜히 사바브 교단의 손에 놀아나 턱도 없이 불리한 이런 곳에서 싸움 쇼를 벌여 줄 맘은 추호도 없었다.
“5분이다! 5분만 버티면서 못 건너오게 하면 돼!”
사카와 헤네티들이 기습에 놀라 혼비백산하고 있던 그 때, 담 위에서 헤네티들을 쏘고 있는 카렐도 마찬가지로 불안해하고 있었다. 시간은 저들의 편이었다. 그가 쓰고 있는 마우저는 헤네티들에게 어느 정도 통했지만 베흔이 쓰는 개량석궁은 방패에 흠집을 내고 적을 넘어뜨리는 게 전부였고, 세데스가 쓰는 보통 석궁은 함부로 나다니지 말라는 위협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시간이 없다.’
카렐은 배낭 위로 머리를 내민 헤네티 하나를 다시 쏘아 쓰러뜨렸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아래쪽에서 날아온 여러 발의 마우저 탄이 그에게 쏟아졌다. 사실 이런 사격전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꾸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핏줄기까지 시야를 가로막았다.
“익!”
카렐이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움츠렸다. 담벼락에 맞은 마우저 탄에 사방으로 크고 작은 돌조각이 튀기면서 그의 얼굴과 손도 자잘한 상처로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저 새끼들이?”
카렐은 다리 쪽으로 도망가고 있는 적을 발견하고는 방아쇠를 당겼지만 반응이 없었다. 다시 보니 마우저 총열 아래쪽이 돌조각에 제대로 맞아 금이 쩍 가 있었다.
“빌어먹을! 내 스타일이 아니라니까!”
자존심을 구긴 카렐은 부서진 마우저를 짐 속에 쑤셔 박아 버렸다. 궁전에 있는 건너편 버섯모양 바위 위에는 이미 다리 반대편이 기둥에 걸리고 있는 참이었다.
“놈들이 도망가고 있습니다!”
다급해진 베흔이 밑을 가리키며 악을 썼다. 고작 열 명 남짓 남은 적들이 방패와 배낭으로 뒤를 가린 채 다리 쪽으로 황급히 도망가는 중이었다.
“건너가면 다리를 끊을지도 모릅니다! 어쩌죠?”
베흔의 다급한 외침을 들은 카렐은 갑자기 과일나무가 있던 숲 쪽을 돌아보았다. 3명 정도의 기척이 헐레벌떡 뛰어 그의 일행을 뒤쫓아 다가오고 있었다.
“어쩌긴 뭘 어째!”
회심의 미소를 지은 카렐이 방패 대신 쓸 큰 배낭을 담 밑으로 휙 내던지고는 칼을 빼들고 훌쩍 뛰어내렸다.
“배울 건 배워야지. 저놈들 하는 것처럼 배낭으로 마우저를 막아!”
그 모습을 본 베흔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젠장, 내 이럴 줄 알았지!”
베흔도 어쩔 수 없이 배낭을 던지고 뒤따라 담에서 뛰어내리며 짜증을 버럭 냈다.
마우저를 쥐고 막 다리를 건너려던 사카는 담에서 무언가 시커먼 형상이 뛰어내리는 모습에 고개를 휙 돌렸다.
“설마……?”
사카가 다리를 건너가려다 말고 주춤거렸다. 피투성이가 된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있지만 체형이나 움직임으로 보아 분명 황제였다. 한 손에 칼을, 한 손에 배낭을 든 카렐은 제일 후미에서 그들을 견제하던 헤네티의 목을 단칼에 날려버리고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중간에 황제다!”
사카는 다리를 건너 도망가야 할지, 맞서야 할지 갈등에 빠졌다. 당초 다리를 건너간 후 밧줄을 끊고 건너편에서 사격으로 적을 잡으려 했던 것이었지만 세데스라면 몰라도 지금 돌격해오는 상대는 이렇게 도망치기엔 너무도 군침이 당키는 큰 미끼였다. 게다가 그의 감각에 담 밖에서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는 X들의 느낌이 전해져오고 있었다.
“밖에 있던 동료들이 돌아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부하의 말에 사카는 결국 처음 계획을 접고 뒤로 휙 돌아섰다. 상대가 황제라면 사바브 교단이 원하는 대로 장기판 말이 되어준다 한들 손해 볼 건 없어보였다.
“황제를 죽일 기회다! 밀집해!”
다리 쪽으로 물러나선 십여 명의 헤네티들이 얼른 방향을 돌려 다시 황제 쪽으로 밀집했다. 그리고는 방패로 앞을 가리고 카렐과 베흔, 세데스에게 맞섰다. 웬만해선 복잡한 지시를 내리지 않던 사카가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워낙 빠른 놈이니 첫 돌격만 받으면 된다!”
사카가 마우저로 카렐을 똑바로 겨누었다. 지금은 마우저도 있고, 숫자에서도 분명 우세하니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헤네티들이 함성을 지르며 방패 틈새로 칼날을 내밀었고, 사카와 4명의 헤네티들이 그 사이로 마우저를 내밀었다.
“발사!”
헤네티들이 달려오는 카렐을 향해 마우저를 당겼다.
“이크!”
카렐은 물건이 가득한 큰 배낭을 방패삼아 그들의 사격을 받아내려 했지만 5발의 위력을 받아내지 못하고 중심을 잃으며 옆으로 벌렁 쓰러지고 말았다.
“씨이!”
팔뚝의 지독한 고통에 카렐이 이를 악물었다. 짐이 가득 든 몸뚱이만한 배낭 한구석을 터뜨리고 관통한 마우저 탄에 왼팔이 찢겨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보이는 사바브 교단의 궁전 앞에서 이제와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물론 사카도 황제를 잡을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포위해! 몸통만 겨누지 말고 따로따로 겨눠!”
카렐이 쓰러져 있던 사이, 헤네티들이 후다닥 더 접근해왔다.
“그래! 쏴 봐!”
카렐이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 배낭으로 앞을 가리고 다시 몸을 벌떡 일으켰지만 헤네티들도 재빨리 벽을 쌓고 다시 마우저를 겨누었다. 카렐이 공중으로 훌쩍 몸을 날려 몇 발을 피했지만 바닥의 돌을 맞고 튕겨 오른 도탄 파편 하나가 허벅지에 푹 박혔다.
“우윽!”
바닥에 착지하며 디디려던 카렐이 다리가 꺾이며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표적이 휘청거리는 것을 본 헤네티들이 마치 먹이를 본 맹수처럼 순간적으로 눈을 켜며 카렐 하나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
“잡혔다!”
헤네티들의 승리의 환호와 동시에 그들의 견고하던 대오도 우르르 무너졌다. 그들은 평소 훈련받은 대로 본능처럼 일제히 적에게 몰려들었고, 그 광경에서 문제를 깨달은 건 사카 하나뿐이었다.
“지금은 자리 지켜!”
카렐의 행동이 부하들을 유인해 대오를 무너뜨리려는 미끼임을 읽어낸 사카가 목이 찢어져라 외쳤지만 상황은 나빴다.
카렐이 다리를 건너려던 사카의 헤네티들을 유인해 공터에 잡아놓은 사이 자이납과 2명의 가디언들이 밖에서 잠겨 있던 문을 열어젖히고 뛰어드는 참이었다. 담 밖에서 오고 있는 것이 절벽 위에 두고 왔던 부하들이라 생각했던 사카는 순간 아찔해졌다.
“이런!”
사카가 얼른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이 황제라는 미끼에 홀려있는 동안 베흔과 세데스가 양옆을 빙 돌아 이미 다리 입구를 차단하려 달려들고 있었고, 자이납과 2명의 상등급 가디언들도 육중한 양손검을 빼들며 달려오는 중이었다. 오라는 동료는 소식이 없고, 도리어 셋인 줄 알았던 적이 2배로 불어난 순간이었다.
“이제 3분 남았습니다! 건너가야 합니다!”
부하 한 명이 악을 썼다. 다급해진 사카는 결국 황제를 죽이려는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물러나! 시간이 없다!”
보통의 가디언들이라면 충분히 1대 1이상 상대해 줄 수 있지만, 카렐이 있다면 시간을 끌수록 불리했다.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헤네티들이 사카의 재빠른 결정에 얼른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자 휘청거리는 듯 싶던 카렐이 나머지 한쪽 다리로 벌떡 몸을 일으켜서는 막 돌아서려던 헤네티의 얼굴 중간을 칼로 정확히 푹 꿰뚫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카렐이 다리에 힘을 붙여 물러나는 헤네티를 쫓으려 했지만 도탄이 박힌 다리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헤네티들은 절룩거리는 그를 놔둔 채 헐레벌떡 다리 쪽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새끼들 못 건너가게 막아!”
카렐이 양옆에서 달려드는 베흔과 세데스에게 악을 썼다. 막 도망가려던 헤네티 중 한 명이 뒤에서 자이납이 쏜 마우저에 머리를 명중당하며 쓰러졌고, 또 한 명은 카렐이 던진 손도끼에 목 뒤가 쪼개지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밥값은 해야지!”
베흔도 그에 질세라 양손검을 휘두르며 그들 옆을 덮쳤다. 그에 맞서 상대방 쪽에서도 한 명이 불쑥 나섰다.
“안 죽었었군.”
“오호, 너 정도는 되어야 재밌지.”
상대가 헤네티 여단장 사카라는 것을 확인한 베흔이 실실 웃으며 거대한 플람베르주을 힘껏 올려쳤다. 양손에 짧은 검을 하나씩 빼든 사카는 두 칼을 X자로 엮어 그의 칼을 교묘하게 옆으로 휙 비켜내며 이 거친 사내에게 바싹 달라붙었다.
“악!”
비명소리는 베흔에게서 먼저 났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를 무기로 베흔의 측면을 순식간에 파고든 사카가 그의 옆구리를 베어내고 뒤로 재빨리 빠져나갔다. 베흔의 큰 칼이 공중을 휭 돌았지만 이 재빠른 사내는 이미 사정거리 살짝 밖에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옆구리에 흐르는 피를 보고 약이 바싹 오른 베흔이 칼날 중간을 손으로 덥석 잡고 마치 창처럼 앞으로 향한 채 악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사카는 이번에도 그의 칼끝을 비껴내며 베흔의 옆으로 휙 돌아섰지만 베흔도 이번엔 같은 수법에 당하지 않았다. 그의 수를 미리 읽고 있던 베흔은 이번엔 칼자루로 사카의 턱을 사정없이 올려쳤다.
“웁!”
턱에 충격을 받은 사카는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른 채 그의 괴력에 공중을 붕 날아가 바닥에 뚝 떨어졌다. 베흔과 한 번씩을 주고받으며 독기가 오른 그는 찢기고 얼얼해진 턱을 움켜쥐고 비틀비틀 일어나 베흔과 다시 맞서려 했지만 곧 지금의 상황을 직시했다. 그가 베흔을 막고 있는 동안 이미 부하들은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고, 머뭇거렸다가는 다리가 도로 끊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빨리 달아나!”
분노를 죽인 사카는 앞에서 실실 쪼개며 다시 달려들라 유혹하는 베흔을 놓아둔 채 급히 다리로 뒷걸음쳤다. 그 사이, 세데스를 막고 있던 또 한 명의 부하는 옆에서 달려든 카렐의 칼날에 목이 달아나며 맥없이 바닥에 주저앉고 있었다. 이제 헤네티는 그를 포함해 6명이 전부였다.
“빨리!”
다리에 뛰어든 사카는 한 손에 칼을, 한 손엔 배낭을 방패 대신 주워들고 제일 후미에서 엉금엉금 뒷걸음을 치며 쫓아오는 적들을 향해 겨누었다.
헤네티들이 다리를 건너가는 것을 본 다혈질의 세데스가 고함을 지르며 다리에 달려들었다. 그때, 사카가 기다렸다는 듯 칼을 번쩍 쳐들었다.
“다들 꽉 잡아!”
세데스가 다리에 뛰어들기가 무섭게, 사카는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2개의 밧줄 중 하나를 힘껏 내리쳐 끊어버렸다. 다리가 출렁 하면서 기겁을 한 세데스가 얼른 땅으로 물러나왔다. 하지만 한 줄로 아슬아슬하게 다리에 매달린 헤네티들은 큰 배낭으로 앞을 가린 채 줄 하나와 그 밑에 매달린 나무토막을 밟고 계속 건너편으로 멀어져갔다.
“젠장! 따라가면 저놈들이 아예 다리를 끊어버릴 거야!”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고 멀어지는 사카의 모습에 잔뜩 열이 오른 베흔이 다리에 뛰어들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다리를 끊어도 저들이야 늘어진 줄에 매달려 기어오르는 방법으로 어차피 반대편 절벽에 오를 수 있을 테지만 이쪽에선 아예 건너가는 길을 영영 잃는 셈이었다.
“어쩌죠?”
베흔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뒤늦게 온 카렐에게 물었다. 그때, 그의 입보다 누군가의 손발이 먼저 움직였다.
“먼저 가서 저쪽에서 끊으면 되지!”
세데스의 고함이었다. 조금 전, 북쪽 절벽에서 쓰려다가 실패했던 리프트 케이블을 다시 뽑아든 세데스가 이번엔 건너편 구름다리 기둥에 대고 쏘고 있었다. 실처럼 가는 케이블 끝 고리가 건너편 절벽 꼭대기에 박힌 순간 그의 위험천만한 계획을 눈치 챈 베흔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다.
“미쳤어! 저놈들은 이미 절반이나……!”
세데스는 베흔의 고함을 들은 척 만 척 줄을 쥐고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줄 하나에 의지해 낭떠러지에 뛰어든 그의 검고 날렵한 몸이 거대한 시계추처럼 큰 호를 그리며 100척의 긴 거리를 가로질러 날아가 건너편 절벽으로 꽂혔다. 위쪽이 더 튀어나온 희한한 절벽 모양 덕분에 그의 몸은 그네를 타듯 절벽 바로 밑을 휙 지나 더 안쪽으로 붕 날아올랐다.
“이익!”
벽에 닿은 세데스는 강하고 탄력 있는 양 다리로 절벽을 크게 튕기며 줄을 쥐고 위로 후다닥 올랐다.
“하긴, 저 방법밖에 없겠어.”
뒤이어 고개를 든 카렐도 세데스를 뒤따라 같은 곳에 리프트를 쏘아 걸었다. 그리고는 베흔이 말릴 새도 없이 한 손으로 줄을 쥐고 세데스처럼 낭떠러지로 휙 몸을 날렸다.
“젠장! 도대체 누굴 닮은 거야!”
‘두 손녀들’이 모두 절벽으로 뛰어드는 모습에 창백해진 베흔도 어쩔 수 없이 뒤따라 리프트를 쏘려 했지만 그의 리프트 케이블 끝은 북쪽 절벽에서 망가져 쓸 수가 없었다. 줄을 타고 절벽 밑으로 내리꽂힌 카렐은 공중을 크게 맴돌며 다치지 않은 한쪽 팔만으로 느릿느릿 줄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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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자로 3부 3, 4권 출판본 예약마감이 있습니다. (3부 4권은 연재분보다는 진도가 앞서가고 있습니다.)
예약기간 주문주신 분들께는 할인이 있으니 아직 주문 못 하신 분들께선 내일까지 주문해 주시고요, 예약기간 후에도 물론 구매는 가능합니다. ^^;;;
다음주는 출판본 마지막 마무리와 인쇄, 배송 문제로 사정상 연재가 좀 어려울 것 같고요(하필 이 부분 중간에 짤려서...하하하;;; (삐질))
크리스마스 전주에 다음 스토리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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