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00 회: 파트7. 그들처럼 될 수는 없기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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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재 때문이야. 폭도들 때문에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수명개조 풀린 상태에서 검은 재로 다 늙어죽어 버린 거라고.”
시로는 시체 썩은 물로 보이는 미끄덩거리는 액체와 검은 재가 뒤엉킨 흙바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누가 시체를 이리 해 놓은 거지?”
분노에 솟구친 네피가 등에 진 도끼를 빼들며 씩씩거렸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 심리전으로 이런 수작을 벌인 거지 뭐겠어.”
“제발 진정 좀 해.”
“진정이라니! 이 꼴을 보고도 몰라! 빨리 산에 올라가서 이런 짓 해놓은 새끼들을 팥죽으로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고!”
“일단 시체부터 어떻게 해야지. 여기에 본부를 세워야 하는데 이 많은 군인들이 모조리 시체를 짓밟으면서 다닐 수는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망자에 대한 예의가 있는데. 장비나 차량들도 들어와야 하고 위생상 좋지 않아.”
시로가 네피와 자말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빨리 시체 구석으로 치워! 모아놓으면 사역부대가 처리할 거다! 밀폐장치 모두 갖추고!”
자말의 명령에 3백의 선발대 병사들이 투구의 호흡장치까지 모두 조이고 마지못해 시체에 다가갔다. 덥고 갑갑한데다가 냄새나 소리에도 둔감해지다보니 병사들이 모두 꺼렸지만 지금 같은 때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놈의 애물단지 갑옷이 이렇게 쓸모가 생길 줄이야.”
한 발 뒤로 물러난 시로가 합성수지로 된 가벼운 투구의 호흡장치를 점검하며 여전히 뚱해 있는 네피에게 말을 건넸다. 카렐이 이전과는 다른 싸움 양상을 대비해 가디언용 경갑주를 처음 보급했을 때만 해도 갑주 없이 싸우는 데 익숙한 가디언들의 불평이 대단했고, 지금도 여전히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엔 ‘당초 의도와는 조금 달라도’ 제 역할 한 셈이었다.
“빌어먹을, 싸우는 게 차라리 낫지 이게 뭐야.”
가디언들보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갑옷을 입은 병사들은 더위와 빗속에서 썩어 악취가 진동을 하고 흐늘흐늘해진 수많은 시체를 갈 양옆 구석으로 치워내며 입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광장 중간에서 치워진 시체들은 광장 외곽의 건물 벽에 짐짝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광장을 뒤덮고 있던 시체들이 바깥쪽부터 치워지면서 광장 바닥이 조금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흙바닥은 온통 썩은 물로 질척거려 원래 바닥은 보이지도 않았다.
“이봐, 시체가 왜 이리 미끄럽지?”
바깥쪽 시체를 일부 치워내고 안쪽으로 발을 막 내디뎠던 한 고참병이 동료들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썩으면서 몸에서 기름기가 나와서 그렇지. 멍충아, 이런 거 처음 봤냐.”
“그건 아는데 이 시체들은 너무 미끄럽잖아. 뭔가로 흠뻑 젖었어. 전에도 썩은 시체 많이 치워봤었지만 이 정돈 아니라고. 바닥도 좀 이상해.”
병사가 몸서리를 치며 끈적거리는 시체를 바깥쪽으로 힘껏 차냈다. 동료들이 얼른 장교들의 눈치를 보며 그 앞을 슬쩍 몸으로 막아섰다.
“너 미쳤냐! 누가 보면…….”
“잠깐만, 좀 보자고.”
병사가 시체를 유심히 살펴보려 하자 동료들이 기겁을 하며 그를 잡아당겼다.
“이상해서 그런다니까.”
호기심 많은 이 병사는 말리는 동료를 뿌리치고는 시체의 옷 안쪽 안쪽을 슬쩍 만져보았다.
“어엇.”
병사가 멈칫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지금까지도 시체를 나르고 있는 동료들에게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물러나! 시체에서 물러나!”
동료의 고함에 깜짝 놀란 병사들이 일제히 시체를 내버리고 광장 모퉁이로 우르르 모여 방패를 번쩍 쳐들고 자리에 바싹 웅크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영문도 모른 채 일단 방어태세부터 잡았던 병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냐! 빨리 보고하지 못해! 어떤 놈이 소동을 일으킨 거야!”
느닷없는 혼란에 놀란 사관들이 소리를 지른 병사에게 달려갔다. 조금 전의 병사가 시체를 가리키며 더듬거리며 답했다.
“시체에, 시체에 뭔가 발라져 있습니다!”
“뭐?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사관들이 버럭 화를 내려는 순간, 광장 양쪽 건물의 높은 창에서 무언가 번쩍 하는 것이 휙 날아들었다.
“적이다!”
가디언 사관의 찢어지는 외침이 제일 먼저 위험을 알렸다. 소동 덕분에 병사들은 이미 방패 벽을 쌓고 방어태세를 잡고 있지만 양쪽 창에서 날아든 불꽃이 노린 건 그들이 아니었다. 푸른 불꽃을 뿜는 빠른 발사체가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에 날아와 푹 꽂혔다.
“이런!”
자말이 얼른 바닥에 엎드렸다. 시체와 그 밑바닥에 칠해져 있던 강력한 인화물질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광장 중앙을 순식간에 시뻘건 화염이 집어삼켰다.
“모두 나가!”
시가지 중심의 광장에서 흐린 하늘을 뚫어낼 듯 불꽃과 시커먼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시체에서 시작된 불길은 바닥에 고인 액체―지금까지 시체 썩은 물로 알고 있던―를 타고 무섭게 번져 순식간에 광장 전체를 덮었다.
“제기랄! 바닥에도 인화물질이야!”
사격을 막아주는 방패도 무섭게 번지는 불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제야 바닥에 고인 이상한 액체의 정체를 깨달은 병사들이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번지는 불이 그들의 발보다 빨랐다.
“빨리! 빨리 나가!”
불꽃 속에 고립된 병사들이 잠시나마 열기를 막아주는 갑옷에 의지해 필사적으로 광장 밖으로 달렸다. 어디선가 볼트가 마구 쏟아졌지만 사방을 에워싼 불 속에서 혼비백산한 놀란 병사들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동료 챙겨! 옆에 동료가 쓰러지지 않나 챙기라고!”
발 빠른 가디언 사관들이 볼트에 쓰러진 병사들을 짊어지고 앞장서 달리며 부하들에게 악을 썼다. 병사들은 대오니 뭐니 따질 새도 없이 가장 가까운 건물, 골목 아무 곳이나 필사적으로 내달렸다. 호기심 많은 동료병사가 일으킨 짧은 소동 덕분에 발밑이나 코앞에서 불을 뒤집어쓰는 불운을 피한 것이 선발대 장병들에겐 그나마 행운이었다.
“일어나!”
앞에서 쓰러진 사병을 일으키려던 자말도 어디선가 날아온 볼트에 머리 옆을 얻어맞고는 고개가 휙 돌아가며 바닥에 쓰러졌다.
“자말?”
앞서가던 시로가 불을 빤히 보면서도 허겁지겁 되돌아와 자말과 병사를 양쪽 어깨에 함께 불끈 짊어졌다.
“적이 많은 북쪽으로 가지 말고 남쪽으로 오라고!”
시로가 광장 남쪽 대로로 기를 쓰고 달리며 각 부대에 알렸지만 불 속에서 패닉이 된 병사들이 이 말을 따를 수 있는지는 모를 노릇이었다. 갑옷이 온통 그을린 채 가까스로 남쪽 대로로 빠져나온 시로가 빗물이 고인 흙바닥에 몸을 휙 날려 발바닥에 붙은 불부터 허겁지겁 껐다.
“자말!”
바닥에 쓰러진 자말과 병사의 등에는 바닥의 인화물질이 여전히 묻어 타들어가고 있었다. 시로가 휴대용 소화기를 꺼내 뿌리고 나서야 둘의 몸에 붙은 불이 가까스로 숨을 죽였다.
“괜찮아?”
시로가 머리의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잃은 자말의 얼굴을 마구 흔들었다. 그제야 스코프 안쪽 자말의 눈이 가늘게 열렸다.
“예, 예?”
자말의 대답에 시로가 비로소 안심하며 몸을 일으켰다. 자말과 병사 모두 갑옷 외부가 심하게 그을렸지만 내부까지 타들어간 것 같지는 않았다. 뒤이어 불지옥을 빠져나온 장병들도 허겁지겁 몸의 불을 끄기 시작했다. 운이 나빴던 몇몇 병사들은 어마어마한 고열에 갑옷까지 녹아들어가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동료들의 손에 질질 끌려나오고 있었다.
“다들 어디 갔어!”
자말을 구해내느라 잠시 정신을 놓았던 시로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외쳤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똘똘 뭉쳐 조직적으로 움직이던 3백의 선봉대 중 남쪽 대로에 모습을 나타낸 건 많아야 1백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연기와 불꽃 속에서 방향감을 잃은 나머지 장병들은 도망치다가 광장 주변 골목골목에 흩어진 모양이었다.
“건물들까지 타기 시작했습니다! 잘못하면 볼 속에 갇힙니다! 일단 빠져나가야 합니다!”
“선발대 전체에 알린다! 당장 남쪽 대로로 집결한다! 분대장들은 각 분대원의 생사를 책임지고 확인한다! 빨리!”
시로가 각 분대장의 할룩스와 통신을 열고 외쳤다. 그렇지만 통신이 분대 단위로밖에 연락이 되지 않으니 분대장급인 가디언이나 사관들밖에 이 명령을 수신하지 못할 터였다.
“네피! 네피는 어디 갔어?”
시로가 얼른 사람들을 둘러봤지만 그 덩치의 모습이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네피! 네피!”
시로가 몸을 일으키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때, 바싹 치켜뜬 시로의 눈에 불타고 있는 상가 건물 2층에서 살려달라며 옷을 흔들고 있는 웬 노파의 모습이 보였다.
“생존자다!”
첫 민간인 생존자를 본 시로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누구 사다리 갖고 쫓아와! 그리고…….”
뒤를 보며 소리를 지르던 시로는 뒤쫓아오던 어디선가 튀어나온 네피가 갑자기 사자처럼 펄쩍 뛰어 자신의 어깨를 덮치는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네피에게 어깨가 붙들린 채 공중을 한 바퀴 빙 돌아 웬 집 상점 옆에 볼썽사납게 나동그라졌다. 거의 동시에 그가 기댄 기둥 한쪽이 꽝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산산조각 흩어졌다.
“저게 마우저야! 이 멍청아!”
네피의 고함에 병사들이 다시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흩어졌다. 박살난 나뭇조각을 얼굴에 뒤집어쓴 채 잠시 얼떨떨했던 시로가 불타고 있는 건물 옥상을 올려보았다. 민간인 차림새의 누군가가 난간 뒤로 휙 모습을 감추고 있었고, 노파는 바로 그 아래의 창에서 살려달라며 여전히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맙소사.”
시로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껏 그들이 겪어 온 전장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지금 황실군의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불길은 조금씩 그들을 조여왔고, 이들로서는 떠날 수도, 안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후방에 있는 사령관 페로에게서 야속할 만큼 차가운 톤의 목소리가 전달되었다.
“전원 퇴각해라. 생존자는 무시한다. 외곽 주택가로 일단 퇴각해라.”
시내로 진주한 제네르의 황실군들이 시가지에 진주를 시작했을 때, 황실군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주둔하고 있는 이그나토 가의 자칭 ‘제후 토벌군’도 그곳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끝낸 장병들은 임시 울타리 주변에 와글와글 모여 황실군의 시가지 진주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검은 안개 때문에 검은 실루엣이 시가지로 다가가고 있는 정도만 보일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남의 일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제기랄, 저 새끼들 이주민들 다 죽이는 거 아냐?”
병사들이 근심에 가득한 얼굴로 시가지를 응시했다. ‘외지인’인 황실군이 같은 영지민들의 폭동을 진압한다며 도시에 진주하는 것이 그들 눈에는 마치 침략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기랄, 죄 없는 민간인까지 다 죽일지도 몰라.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야?”
몇몇 격한 장병들이 위험천만한 말을 꺼냈지만 놀라거나 나무라기는 고사하고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마자리크 님도 저기 계신다던데 설마…….”
“쉿.”
동료 병사들이 얼른 입조심을 시키며 주변 눈치를 보았다. 지금 이들에게 ‘마자리크 경’의 이름을 입에 담는 건 금기 중의 금기였다. 많은 장병들이 아직 마자리크를 기억하고 있는 현실에서 ‘새 제후’ 류한이 군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힘으로, 당근으로 입을 틀어막는 것뿐이었다.
그렇기는 해도 이번 폭동 사건을 접하는 이그나토 가 주민, 군대의 분위기는 제국의 다른 곳과는 사뭇 달랐다. 이곳에 막 진주한 이그나토 가 장병들이 처음 본 건 개척민들의 힘들게 가꾼 옥수수, 감자밭을 황실군이 태우고 갈아엎어버린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물론 불량한 곡물의 씨를 없애기 위한 작업이었지만 영문도 모른 채 도착한 이그나토 가 병사들 눈에는 황실에서 폭동을 일으킨 농민들을 처벌하기 위해 ‘멀쩡한 밭’을 태워버린 것으로만 알려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장병들의 황실에 대한 적개심은 점점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소문을 통해 떠돌고는 있지만 적개심에 휩싸인 장병들에게는 쉽사리 먹히지는 않았다. 실종된 이주민과 친인척 혹은 이런저런 지인 사이로 얽인 장병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같은 영지민이라는 결속감만은 여전했다.
“우리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야?”
몇몇 고참병들이 지휘부가 있는 숙영지 위쪽을 올려보며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경계중인 부대를 제외해도 수천이나 되는 장병들이 불에 탄 밭까지 우르르 몰려나와 현장을 구경하고 있다 보니 평소 결집력과 군기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남부보병대의 숙영지가 맞나 싶을 만큼 무질서하고 혼란스런 분위기였다.
평소라면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이라면 기겁을 하던 지휘부도 무슨 생각인지 이번만은 그런 장병들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군단장님, 저대로 놔둬도 되겠습니까?”
숙영지 중간의 탑 위에서 여유롭게 아침 홍차를 마시던 이그나토 가 1군단장 테나스 이그나토 장군은 옆에서 자꾸 참견을 하는 참모진에게 슬쩍 눈을 흘겼다.
“그럼 어쩌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자칫…….”
“심상치 않기는 뭐가? 좋기만 하고만.”
테나스는 쿠키를 씹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마자리크의 손녀이고 류한의 외동딸인 테나스는 제국의 첫 황후로 한때 정계를 주름잡았던 큰할머니에게서 이름은 물론이고 미모와 야심까지도 그대로 물려받은 가문 제일의 재원이었다.
둘째아들 혈통으로 태어나 야심을 삭여야 했던 그가 가문 후계자로 자신의 지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는 우유부단한 아버지를 설득해 할머니를 배신하도록 만들었고, 정식 후계자였던 삼촌이 호드르 산에서 죽은 직후에는 아버지의 허락도 없이 본가로 쳐들어가 집에 있던 어린 사촌들에게 강제로 유서를 쓰게 한 후 목을 매달기까지 했다.
“괜찮으니 실컷 구경하게 놔둬.”
테나스는 다리를 반대로 꼬고 앉으며 다시 차 한 모금을 삼켰다.
길고 풍성한 머리칼, 타고난 미모를 도드라지게 하는 화사한 화장, 볕은 본 일도 없을 것 같은 뽀얀 피부와 날씬한 몸매를 보아서는 장군이라는 그의 지위에 웬만한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하임달의 결전, 5차 혼란기의 노예폭동 진압에까지 참전한 일 있는 베테랑 무장이었다.
30여년 전, 당시까지 가문 군대의 실세였던 할아버지 류한이 황제의 손에 죽은 후, 그는 누구나 1순위로 꼽는 가문 군 사령관 후보였다. 그렇지만 제후인 할머니 마자리크는 황제 측근 수하였던 가디언 네피를 난데없이 남편으로 삼아 그 자리에 앉혔고, 가문 실세로 등극하려던 그의 꿈도 함께 날아가 버렸다. 이번은 진짜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그의 두 번째 기회였다.
“아참, 어제 말했던 군량은 어찌되었어?”
테나스가 손가락을 까딱거려 군수참모를 앞으로 나오게 했다.
“가져온 식량이 달랑 이틀치밖에 없다는 거 알아? 병사들이 그거 알면 뒤집어져.”
“지금 제후께서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계신 줄로 압니다.”
“하여간, 아버지도 답답하시긴……. 델루지 가에서 주는 곡물 10분의 1만 빼돌려도 될 걸.”
테나스가 입가를 씰룩거리며 달콤한 쿠키와 차를 입에 흘려 넣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그 짓을 왜 하신담.”
테나스의 불평에 참모들 몇이 킥킥거리고 웃기 시작했다. 군수참모가 그들을 얼른 진정시키고는 말을 이었다.
“다행히 이번에 새로 도착하는 곡물이 있어서 민간의 창고에서 군량을 징발할 수 있었습니다. 내일 저녁이면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 삽질이라는 거 아냐.”
테나스는 눈에 망원경을 대고 호드르 시가지 쪽을 살폈다. 날이 훤해졌지만 검은 안개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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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900회 자축입니다~~
900회 기념(?)으로 멀쩡히 쓰던 lcd 모니터가 펑 하고 축포(?)를 터뜨렸습니다~ =_=;;;
AS가져갔더니 패널이 완전히 나가서 모니터 값이나 별반 다를 게 없더군요.
축포 치고는 너무 비싸게 먹히게 됐습니다. ㅠ.ㅜ;;;
* 이 글의 출판본이 조아라 프리미엄에서 연재중입니다.
출판본을 원하시는 분들께선 프리미엄을 이용해 주시면 됩니다.
프리미엄은 10회까지는 무료입니다. ^^
뷰어 왼쪽의 [작품]에 보시면
혈맥 The Iron Vein [출판본] - 제1부 : 세상의 중심으로
링크가 있습니다. ^^
* 2011년 9월부터 전자책 서비스도 시작되었습니다. 전자책도 물론 무삭제 출판본 기준이고 표나 삽화, 부록 등이 함께 들어있고, 기간제한없이 영구적으로 소장하고 볼 수 있습니다. 9월 말 현재 4권까지 올라 있고 1달 단위로 2~4권씩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일부 권은 성인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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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 The Iron Vein 팬카페 : http://cafe.daum.net/TheIronV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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