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60 회: 파트 10. 오팔에 핏빛이 드리울 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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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티를 안고 조용히 토닥여주던 릴라크는 숲 바깥에서의 전투를 끝내고 뒤따라 들어온 부장들을 험악스런 얼굴로 째려보았다.
“잘들 한다. 여기 꼴이 안 보이냐? 이제야 와!”
“죄송합니다. 근위대 8군단 일부와 남부 지휘부 참모들의 저항이 극심했습니다.”
“그래서?”
“별궁 주변의 큰 무리는 거의 소탕된 것 같습니다. 흩어져 도망친 무리들만 잡아내면 됩니다. 말씀하신 비상리프트 쪽으로도 적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병력을 일부 보내놓았습니다.”
릴라크는 별궁 주변을 새삼 돌아보았다. 제롬이 죽고 이제 별궁을 장악했으니 시가지와 항구까지 점령하면 연합군은 근거지를 완전히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상께서 바깥만 평정하시면 다 되는 건가.……음?”
릴라크는 성벽이 있는 북쪽에서 갑자기 들려 온 큰 함성, 혹은 비명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북쪽을 돌아보았다. 성벽 너머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고 있는지, 환한 불꽃과 소음이 겨울비로 젖은 북쪽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막 할룩스를 켜고 황제를 찾으려던 릴라크는 갑자기 들어온 ‘긴급 보고’에 짜증을 내며 일단 새로 들어온 연락부터 받았다. 그 안에서 휘하 무장 중 한 명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200명이 넘는 보안국 놈들이 비상리프트를 타고 조금 전 도주했다고 합니다! 별궁에 있던 연합군의 금괴와 귀중품도 모조리 가지고 도망친 것 같습니다!”
“이런 병신들! 그건 보안국 놈들이 아냐! 그럼 놓친 거냐?”
“이미 배를 타고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바다가 험해서 쫓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눈앞이 막막해진 릴라크는 비바람이 점점 거세어지고 있는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항구는 제롬이 남겨두고 온 남부 보병들이 아직 장악하고 있으니 당장 추격할 배를 띄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타고 온 수송선이라도 상관없으니 무조건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배를 보내라고 해!”
“배를 보내도 공격할 병력이 없습니다. 수송선은 거의 비었는데…….”
“알 게 뭐야! 선원하고 장교들 몇은 남아있을 것 아냐!”
릴라크는 험악하게 비를 뿌리고 있는 하늘을 가리켰다.
“비상선착장에 운동장만한 배를 대지는 못했을 거 아니냐? 쫓아가서 들이받아 박살을 내든지, 모조리 수장시키든지 하라고!”
이 단장 스타일에 딱 맞는 ‘화끈한’ 해결법에 부장들이 기겁을 했다.
소수의 부하들에게 ‘뒷정리’를 맡긴 아스탈은 별궁 아래 절벽을 따라 ‘비상용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맘이 편치 않았다. 바람은 갈수록 강해졌고 바다의 사정도 심상치 않았다.
“정말로 배를 띄워도 된다고 했었나?”
선착장까지 내려온 아스탈은 굴 밖으로 보이는 험악한 바다에 얼굴을 찡그리며 특무대장 슈라에게 다시 물었다.
“이 정도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슈라가 일단 대답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처음보다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별궁의 ‘비상 선착장’은 절벽 아래에 입을 벌리고 있는 큰 해상 동굴에 위치해 있었다. 이 배도 원래 제롬을 비롯한 연합군 지휘부가 유사시 탈출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이었지만 아스탈의 치밀한 사전 준비 앞에서는 결국 ‘남 좋은 일’만 시켜준 꼴이었다.
“말씀하신 짐들도 다 실었습니다. 안 그래도 먼저 빼돌리고 있던 참이어서 일이 좀 쉬웠습니다.”
갑판장이 갑판 위에 수북하게 쌓인 상자를 가리켰다. 그 옆에는 배의 간부선원이었던 듯 보이는 몇 명과 짐을 나르던 인부들, 보안국 요원들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
“그런데 배 크기에 비해 사람과 짐이 너무 많아서 걱정입니다.”
갑판장이 걱정스레 말했지만 아스탈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금괴와 보석이 든 상자는 힘이 센 헤네티들도 여러 명이 달라붙어야 가까스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무게였지만 겉보기로는 그리 엄청난 크기가 아니었다.
“그럼 빨리 출발해. 아무래도 갈수록 안 좋아질 것 같다.”
아스탈이 불안한 표정으로 브리지에 출항을 재촉했다. 그의 손짓에 배는 가벼운 너울을 타고 바깥으로 천천히 나서기 시작했다. 동굴을 나서자마자 아스탈을 반겨 준 건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이었다.
“상자 안에 들은 총액은 다 파악했나?”
“정확한 금액은 확인해 봐야 알지만 대강은 이 정도입니다.”
궁 안에서 짐을 실어내 온 신도가 손으로 막 휘갈겨 쓴 목록을 내밀었다. 지금껏 궁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던 듯, 아직까지도 ‘재무부 감사관’ 표시가 붙은 제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최소한 지금까지 우리가 이번 공작에 쓴 비용보다 몇 배는 많은 건 확실합니다. 금괴만 시가로 1억 골드가 넘고 채권은 그 몇 배 이상 됩니다. 대부분 남부와 동부, 서부에서 강제로 징수했던 전비(戰費)입니다. 이걸 모조리 걷어가면 제후들도 앞으로 재정 문제에서 고생 좀 할 겁니다.”
“여차하면 일부는 되돌려줘야지.”
아스탈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궁지에 몰아놓아야 우리 뜻대로 움직여줄 것 아닌가. 채권이야 경우에 따라 휴지가 될 수도 있다고 해도 금만큼 든든한 건 없지.”
번쩍이는 금괴를 눈으로 확인한 아스탈의 표정이 일순간 환해졌다.
돌아간 이후, 그의 계획은 간단했다. 이번 일로 정치적 공황상태에 빠질 남부, 분열된 동부와 서부를 돈으로 자극해 각자의 지역에서 독립을 시도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황실에 남은 페로와 코리온이 아무리 황실을 수호하려 애써도 제국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리고 이번에 가져가는 이 거액의 금과 채권은 각 제후들이 봉기하도록 자극할 씨앗이었다.
“원하시는 대로 사방에서 반란만 일으켜 준다면……. 이크!”
웃으며 말을 하던 감사관은 배가 크게 흔들리는 느낌에 기겁을 하며 난간을 붙들었다. 바다에 나와 얼마 나가지도 못했지만 배는 첫 파도에 마치 공중으로 확 솟구쳐 올랐다가 그대로 물로 내리꽂혔다.
“뭐야!”
기겁을 했던 아스탈도 하마터면 바닥에 맥없이 뒹굴 뻔했다.
“젠장! 예보관 새끼! 돌아가면 살려두나 봐라!”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아스탈이 소리를 질렀다. 계획서에 써 있던 ‘새벽의 맑고 잔잔한 바다’는 종이 위에서나 존재했던 모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계십시오! 위험합니다!”
아스탈 본인보다 더 놀란 특무대장 슈라가 그를 급히 브리지 안으로 밀었다.
“배가 왜 이 따위로 움직여!”
아스탈이 흠뻑 젖은 옷을 털며 버럭 화를 냈다.
“사람도 많이 탔지만 짐 무게가 너무 많습니다. 원래 수면 위로 약간 떠서 가는 배라서 파도 영향을 거의 안 받지만 지금은 너무 무거워져서 흘수선*을 한참 넘었습니다.”
간부선원들 대신 키를 잡은 2등 항해사가 불안한 얼굴로 변명을 했다.
“선체가 너무 많이 가라앉아있다 보니 파도를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바다만 잔잔하면 별 문제 없었겠지만 날씨가 이래서…….”
항해사의 대답에 아스탈이 당혹스런 얼굴로 밖을 내다보았다.
“왜 더 큰 배를 대지 않고!”
“선착장이 워낙 작아서 큰 배는 접안이 되지 않습니다.”
그때, 또 한 번 큰 파도가 몰아치면서 배가 크게 흔들렸다.
“젠장!”
아스탈이 계속 험악해지는 하늘을 올려보며 욕을 내뱉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감사관이 거의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친 해수면을 내려다보여 기겁을 했다.
“너무 무거운 짐들은 차라리 버리고 가는 게 어떨까요.”
“뭐?”
“여기서 위험에 처하느니 차라리 무거운 금괴는 버리고 채권만 가져가는 게 좋겠습니다. 일단 버려놓은 후에 나중에 기회를 잡아서 다시 찾으러 올 수도…….”
“집어쳐라.”
아스탈이 버럭 화를 냈다.
“지금 전쟁 때문에 금값이 폭등한 걸 모르나? 내전이 이어지면 더 폭등할 거고 제후들도 채권 따위보다는 금에 환장을 할 거라고!”
원래 직업인 ‘장사꾼 기질’이 발동된 아스탈이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바로 집어냈다.
“이번에 쓴 돈이 너무 많아.”
아스탈이 입가를 씰룩거렸다.
“우리가 가진 유동자산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는 걸 명심해라. 전임 황제가 디폴트 선언을 했는데 후계자로 나선 놈이라고 알아서 갚겠나?”
아스탈의 지적에 감사관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사실 교단이 가진 재산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수준이었다. 아스탈은 북부의 대규모 생산 조합과 연구소, 은행, 광산을 직간접으로 보유 중이고, 비밀리에 들어오는 신도들의 거액의 지원금도 있으니 앞으로도 제국의 경제를 좌우할 재벌로서의 지위는 여전했다. 하지만 이번에 ‘싸움을 키우기 위해’ 황제에게 직접 빌려준 돈은 물론이고 지금껏 동맹군에게 공급한 각종 군수품 대금도 거의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가 조합과 은행들을 동원해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황제에게 빚 독촉을 하도록 만든 건 제후들에게 연쇄 빚을 얻게 만들어 사후에 후계자의 재기 발판까지 없애려는 속셈이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황제가 유일한 돈줄인 북부의 상공인들을 절대 버리지 못하리라는 예상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황실 관료들은 아스탈이 원하던 대로 제후들에게 돈을 빌리자는 ‘원칙적인’ 해결책을 황제에게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황제는 북부에 대한 채무를 안 갚겠다는 극단적인 선언으로 아스탈의 ‘설마’를 여지없이 깨 버렸다. 덕분에 황실에 대해 그가 가진 거액의 채권도 이제 완전히 휴지조각이 되어 있었다.
“돈으로 그년 목을 조였지만 이젠 디폴트가 우리 목을 조이고 있어.”
아스탈이 마지못해 본심을 털어놓았다. 카렐의 디폴트 선언은 이번 한 번의 결전 승리에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베팅한 벼랑 끝 반격이었던 셈이었다.
“천천히 가도 좋지만 금은 못 버린다.”
아스탈이 키를 잡은 항해사에게 단호하게 명령했다. 항해사는 최대한 조심스레 배를 몰기 시작했지만 바다보다 더 무서운 무언가가 배의 스캐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깜짝 놀란 항해사가 얼른 망원경으로 서쪽 바다를 확인했다.
“다른 배입니다.”
“다른 배라니?”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우리 배보다 큰 대형 수송선입니다.”
“그런 게 어디서 나와?”
깜짝 놀란 슈라가 브리지 밖으로 달려나가 망원경으로 먼 바다를 확인했다. 항해사의 말대로, 지금 타고 있는 배보다 10배는 되어 보이는 대형 수송선과 그보다 조금 작은 중형 수송선이었다.
“젠장, 동맹군들 싣고 온 배인가?”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항해사를 돌아보았다. 이 와중에도 배는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얼마나 떨어졌는데?”
“아직은 거리가 좀 있습니다. 우리 배가 더 빠르니 속도만 조금 내면…….”
‘속도’라는 말을 하던 슈라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항해사가 창백해진 얼굴로 ‘안 된다’며 슬쩍 눈짓을 하고 있었다. 아스탈이 험악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 쪽으로 오고 있나?”
“아직은…….”
그때, 슈라의 대답을 마치 알아들은 것처럼 멀리 있는 2척의 배가 천천히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덩치가 크다보니 느리긴 해도 이 풍랑에 별 문제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차이였다.
“저쪽에서 정지신호를 보내옵니다!”
“속도를 더 내! 모두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해.”
아스탈이 단호하게 손을 저었다.
“이대로는…….”
항해사가 덜덜 떨며 대답하려 했지만 차마 말을 끝맺지는 못했다. 그는 마지못해 속도를 올렸지만 배는 더 극심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거의 앞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좌현에 큰 파도입니다!”
계기판을 살피던 선원의 급박한 목소리가 브리지를 울렸다. 항해사가 급히 키를 돌렸지만 반응은 빠르지 못했다. 항해사가 함께 탄 아스탈 일행에게 소리를 질렀다.
“흔들립니다! 조심하십시오!”
잠시 후, 왼쪽에서 집채만한 큰 파도가 배를 후려치면서 브리지도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 비명과 물건 떨어지는 소리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크!”
배가 기울어지자 기겁을 한 슈라가 비틀거리는 아스탈을 꽉 안았다. 하지만 아스탈이 그를 밀어내며 자리에 똑바로 섰다.
“어차피 지금까지가 모두 도박이었어. 이번이라고 못할 것 없지!”
잠시 중심을 잃고 전복될 뻔했던 배는 가까스로 중심을 찾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그새 동맹군 수송선은 더 가까이 따라붙어 있었다.
“속도 더 내!”
“적 수송선이 더 가까워졌습니다! 5분 후면 따라잡힐 것 같습니다!”
아스탈은 다급히 스캐너를 확인했다. 연달아 거친 파도에 발목이 잡히면서 이 배는 몇 분째 제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고, 그 시간동안 2척의 동맹군 수송선은 느리지만 거의 요동 없이 접근해 오면서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아스탈은 뒤를 돌아보았다. 2척의 동맹군 수송선―안에 누가 탔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에 켠 불빛이 이 폭풍 속에서 육안으로도 훤히 구분될 정도였다.
“몇 놈이 항복하는 척 저 배에 올라타서 납치해. 그 편이 낫겠다.”
아스탈이 재빨리 궁여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헤네티의 고함이 이번에도 그의 예상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우리 배를 들이받으려는 것 같습니다.”
“뭐?”
“그냥 나포한다면 이쯤에서 속도를 늦추고 측면으로 접근해야 하는데……속도를 높이고 똑바로 다가옵니다.”
아스탈은 양쪽 배의 크기를 재빨리 어림했다. 저렇게 큰 배에 받힌다면 전투력이건 자시건 말할 여지도 없이 이 배에 탄 사람은 바닷물에서 몰살이었다.
“제발.”
보다 못한 슈라가 아스탈의 앞에 납죽 엎드리며 호소했다.
“저희가 죽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가 모두 죽어 배가 가벼워진다면 모두 물에 뛰어들어 자결할 준비도 되어 있사옵니다!”
“듣기 싫다.”
아스탈이 비키라며 손을 저었지만 슈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는 대신관님께서 성치 못하십니다! 아직 새로이 깃들 분신도 마련치 못하셨는데 이 황량한 바다에 귀한 31번째 육신을 버리려 하시옵니까!”
“비키라니까!”
“제발, 금을 버려 주십시오! 이후 저희가 목숨을 걸고 다시 되찾으러 올 것이오니 제발 이곳에 버리시고 소중한 육신을 우선 지키시옵소서!”
“또 파도입니다!”
배가 또 한 번 공중으로 확 솟구쳐 올랐다.
“이크!”
선수가 물에 꽂히며 해수면이 바로 코앞에 보이는 아찔한 광경에 안에 있던 사람들은 배가 당장 물에 처박힐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가라앉는 거야?”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다행히 배는 끼익 하며 불안한 소음을 냈을 뿐, 다시 수면 위로 튀어올라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대신관님! 제발 간청드리옵니다!”
슈라가 다시 애원했고, 아스탈은 이번은 조금 전처럼 단호하게 호통을 칠 수가 없었다. 그는 전장에 있는 여단장 사카라면 배가 가라앉든 말든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저승길 동반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앞에 있는 이 헤네티는 그와는 달랐다.
아스탈은 투명한 천정 위로 보이는 험악한 하늘을 야속하게 올려보았다. 공포의 화신이며 하늘을 지배한다는 다하카르가 그의 몸에 깃들어 있다고 믿고 싶었지만 오늘, 아니 지금 당장의 하늘만 보아서는 그가 현신인 자신을 버리고 어디론가 가 버린 것만 같았다.
아스탈이 자꾸 젖어드는 눈을 손으로 가리며 짧게 말했다.
“금괴를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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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흘수선]은 배가 물 속으로 잠길 수 있는 한계선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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