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678화 (675/1,132)

< -- 678 회: 파트 9. 하나의 가지, 다른 색의 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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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은 평소 그렇게 차갑고 이성적인 세네피스 황태후가 황제에 관한 일에서만은 왜 저렇게 매번 이성을 잃고 돌변해 버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황제의 사망 소식을 접했던 아메스와 솔은 혹시라도 오보이기를 바라며 펑펑 울기는 했지만 황태후처럼은 아니었다. 그 광경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시종들 수군거리던 말을 빌리자면 소식을 접한 황태후가 ‘미쳐 날뛰다가 갑자기 픽 쓰러지더라.’라는 소문이었다.

그렇게 실신했다가 의무실까지 실려가 어렵게 깨어난 황태후는 황제가 다행히 살아 돌아왔다는 말에도 ‘직접 펜지켄트로 가서 확인해야겠다’며 황궁을 한바탕 휘저어 놓았다.

어지간한 일이라면 수습했을 페로 총리도 황제의 부음 해프닝에 심장을 한 번 떼어놓았던 이 막무가내 황태후 앞에서는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는 무작정 가겠다며 짐을 꾸리던 황태후에게 결국 배를 내 주며 ‘기왕 가시는 것이니 상의 시신을 거두러 가는 일행 행세를 해 주십시오.’라는 부탁을 한 것이 전부였다.

뱃머리에 혼자 서서 어딘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시어머니, 황태후의 어딘지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솔도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황태후 폐하?”

솔의 목소리에 세네피스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을 뿐 다시 무표정하게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끔찍했던 밤도 다 지나고 곧 해가 떠오를 것 같았다.

“무슨 일이냐.”

“날이 춥습니다. 따뜻한 선실에 들어와 계심이…….”

“상께서 그 추운 눈밭에서 악전고투하고 계신데 내 혼자 따뜻한 곳에 몸을 기댈 수가 있겠느냐.”

황후의 핀잔에 가까운 대꾸에 솔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덕택에 그 역시 선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브리지 앞에서 엉거주춤 찬 강바람을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솔도, 세네피스도 이 불편한 동행을 굳이 원해서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황후 아메스가 ‘폐하께 저 양반만 보내는 건 느낌이 좋지 않다.’며 동생이며 황빈인 그를 억지로 함께 가도록 등 떠민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아메스는 황태후가 황제를 보는 시선이 어딘지 기분이 나쁘다며 종종 어처구니없는 과민반응을 보이곤 했다. 물론 솔은 언니의 이런 얼토당토않고 난잡한 상상에 함께 말려들고픈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 역시도 이 어색함과 불편함을 감내하고라도 황제의 무사한 모습을 꼭 눈으로 보고 싶었다.

‘결국은 나와 같은 길을 가실 것을…….’

갑판 구석에 웅크려 앉은 솔이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다시 세네피스를 쳐다보았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사심 없이 황제 한 사람만을 바라본다는 면에서는 어찌 보면 세네피스야말로 솔이 가장 믿을만한 ‘윗분’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솔도 황태후가 불편했고, 황태후 역시 솔을 매번 뭣 보듯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솔은 여전히 황태후의 신경질에 시달리고 있었고, 특히나 황제가 처소에 든 날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는 아직 ‘누군가를 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어리고 여린 황빈을 달래주려던 황제를 깜짝 놀라게 하기가 일쑤였다.

사실 솔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포증 때문에 황제의 품에 한 번도 안겨보지 못했고, 치료로 증세가 나아지려나 했더니 지난번 황도 공성전에서 추락하면서 입은 큰 부상으로 한동안 병상 신세만 져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당시 부러진 늑골과 어깨뼈 때문에 왼쪽 어깨와 등에 보조대를 차고 있는 신세였다.

그렇다보니 말이 황빈이지 아직 황제의 승은을 받은 일도 없었고, 황제가 처소에 든다고 해 봤자 그저 같이 누워 잡담만 하거나 사람들 우스갯소리처럼 ‘손만 잡고 잔다’가 고작이었다.

그런데도 그 다음날은 황태후의 긴 눈꼬리가 비수처럼 보일 정도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지내야만 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솔도 날개 단 천사가 아닌 이상, 자신을 짐승 보듯 하는 황태후에게 언제까지 지금처럼 무조건 순종하며 웃음으로 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때, 선실에 있던 시녀가 반쯤 자다 만 퀭한 얼굴로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날도 추운데 왜 여기서…….”

“쉿.”

솔은 수행 시녀에게 얼른 입을 가려보였다.

“내 여기 있을 테니 너희는 들어가 있어. 내 곧 황태후 폐하를 모시고 들어갈 테니.”

“두 분께서 감기라도 걸리시면 저희가 크게 혼이 납니다.”

시녀가 난감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지만 솔은 힘없이 고개를 젓기만 했다. 머뭇거리던 시녀는 결국 입고 있던 두툼한 겨울망토를 벗어 솔에게 덮어주려 했다.

“차라리 그냥 다오.”

망토를 받아든 솔이 쓴웃음을 지으며 뱃머리의 세네피스를 쳐다보았다.

세네피스 일행이 탄 배는 2, 30여명 정도 탈 크기의 작은 여객선이었다. 관산수 강물을 타고 죽 올라온 이 배는 조금만 더 가면 해안에서 황제의 전용셔틀 편에 황제가 있는 펜지켄트로 갈 참이었다. 관산수 하류인 이곳은 동맹군이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수역이다 보니 배에는 북부보병 20여명과 그들을 이끄는 가디언 1명, 시종과 시녀 5명이 전부였다.

시녀들 들여보낸 솔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뱃머리로 다가갔다.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에 지레 놀란 세네피스가 다시 뒤를 휙 돌아보았다.

“접니다.”

세네피스가 그제야 안도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직까지도 세네피스는 황제가 곁에 없을 때는 습관처럼 경계태세에 있곤 했다. 그가 진정으로 편하게 잠이 들 수 있는 건 드물게 황제가 침대맡을 지켜주는 날뿐이었고, 그가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것도 황제가 시야에 있을 때뿐이었다.

황제가 없는 날의 황태후는 지하 감옥에서 당했던 끔찍한 기억을 잠꼬대로 되뇌며 불도 끄지 못한 채로 힘겨운 선잠을 자곤 했고, 혼자 있는 때는 이유 없이 혼자 훌쩍이기도 한다는 것이 시녀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었다.

물빛에 반사된 황태후의 아름다운 그레이오팔 눈동자가 어딘지 텅 빈 듯한 시선으로 어둠 속을 의미없이 향하고 있었다.

“강바람이 춥습니다.”

솔이 망토를 펼쳐 세네피스의 어깨에 조심조심 덮어주었다. 그에게 뭐라 쏘아붙이려던 세네피스는 결국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막 하려던 말을 목 뒤로 삼켜버렸다.

이 강인한 여자를 말없이 쳐다보던 솔은 이 여자에게 이런 광적인 집착이라도 없었다면 어쩌면 그 무서운 과거의 기억들을 이겨내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상께서 황태후 폐하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이렇게 계신 것을 아시면 더 심려하실 겁니다.”

별 생각없이 말했던 솔은 괜한 소리를 했나 싶은 마음에 내심 아차 했다.

“내 생각하는 것의 10분의 1이나 하실까.”

내용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솔은 핀잔 대신 ‘대답’이 돌아왔다는 데 일단 안도했다. 그런 솔을 잠시 돌아보았던 세네피스가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넌 정말 행복한 여자구나.”

“예?”

세네피스의 뜬금없는 한 마디에 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지난밤 해프닝에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세네피스의 말투는 그에게 상처를 주기만 하던 평소에 비해 훨씬 날이 무디어져 있었다. 비록 호칭을 꼬박꼬박 붙여 주는 다른 비빈들과는 달리 그에게는 여전히 ‘너’ 정도의 낮춘 표현을 쓰고 있기는 했지만.

그때, 세네피스가 갑자기 허리춤의 할룩스를 내려다보았다. 세네피스는 솔이 덮어 준 투박한 망토자락을 벗어 팔에 걸고는 유학자답게 옷매무새부터 단정히 한 후에야 할룩스를 켰다.

“황상의 보안비서관 사에나 쉐너 중랑장입니다. 중요한 사안이니 티를 내지 말아 주십시오.”

분위기를 눈치 챈 세네피스가 눈동자를 굴려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갑판 위에는 세네피스와 솔을 빼면 선원과 몇 명의 북부 경비병들이 전부였다.

“북부 출신의 일부 병력이 상을 배신하고 음모를 꾸미는 것 같습니다. 배에 오르신 후에 선장을 보신 일이 있으십니까?”

창백해진 세네피스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저었다. 문득 브리지를 올려보니 이곳에 오를 때 공손히 인사를 올리던 선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선원 중에 북부 억양을 쓰는 사람을 보셨습니까?”

세네피스는 그제야 기억을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에나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 배의 선장과 선원들은 모두 ㅤㅋㅞㄹ크 사람입니다. 북부 억양을 쓸 리가 없습니다.”

이 한 마디로도 똑똑한 세네피스가 상황을 눈치 채기는 충분했다. 그는 경비병들을 슬쩍 돌아보았지만 결코 당황한 티를 내지는 않았다. 사에나가 다시 물었다.

“선원들이나 경비병, 내명부 누구도 믿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배 안에서 어떤 경우에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혹시 있습니까?”

고개를 저으려던 세네피스의 떨리는 시선이 천천히 솔을 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그가 짐승 취급해 온 이 반쪽가디언 뿐이었다.

“황……빈이 바로 옆에 있다.”

자신을 처음으로 ‘황빈’이라고 부르자 솔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에나가 여전히 사무적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황빈께서도 함께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확인해 본 결과 호위선도 수상합니다. 절대 의심하는 기색을 내보이시면 안 됩니다.”

“알았다.”

세네피스가 입가에 어색하나마 웃음까지 지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솔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무언가 이상한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송구하오나, 당장은 도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제가 자이나브 카메네이 중랑과 함께 따라가는 중이고, 신성에서도 조페 대장이 출동했습니다만 언제 놈들이 행동을 개시할지 모르겠습니다. 3, 40분 정도면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우리가 다가가면 자칫 태후 폐하와 황빈 마마를 인질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지.”

세네피스가 다소 억지스런 웃음을 지으며 심호흡을 하는 척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멀리 배 전방에서 무언가 깜박이는 불빛이 보였다. 순간 세네피스의 낯빛이 창백해지자 눈이 좋은 솔이 얼른 대답했다.

“강 중간에 고정되어서 무슨 작업을 하는 배 같습니다. 납작한 배 위에 무슨 집하고 기계도 있는 것 같고…….”

“준설선이겠군.”

세네피스의 눈 사이에 잔뜩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배는 무슨 이유인지 준설선을 향해 똑바로 전진하고 있었다.

세네피스가 몸을 조금 움츠리며 망토를 다시 뒤집어썼다. 그의 손끝이 떨리고 있는 눈치 챈 솔이 그에게 바싹 다가섰다. 세네피스가 경비병들의 동향을 살피며 다시 물었다.

“쉐너 중랑장. 관산수에서 준설작업 허가를 받은 배가 있는지 빨리 알려다오.”

이 질문에 대답이 돌아오기를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어둠 속을 뚫어지게 살피던 솔이 세네피스를 가까이 잡아끌었다.

“저 위에 사람들 10명 정도가 여길 보고 있는데요,……무장한 것 같습니다.”

세네피스는 그동안 모질게도 들볶았던 솔을 짧게 돌아보았다. 이런 황당한 순간이 오리라고는 그도 상상조차 해 본 일이 없었다. 준설선과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졌지만 배는 여전히 방향을 돌리지 않고 속도만 조금씩 늦추고 있었다.

“물에 뛰어들까요? 제가 강변까지 헤엄칠 수…….”

솔의 제안에 세네피스가 냉담하게 대답했다.

“이런 찬 물에서는 10분도 버티기 어려울 거다. 그리고 이렇게 빨리 달리는 배에서 무작정 뛰어내리면 너라고 무사할 것 같으냐.”

솔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세네피스가 바람의 방향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기관에 바로 빨려들 테고, 살아도 네 그 몸으로 쫓아오는 배를 떨치기는 어차피 불가능하다.”

막막해진 솔이 바들바들 떨며 두 손을 꼭 쥐었다. 아직 얼음장 같은 늦겨울의 찬바람이 뱃머리에 선 이 두 여자의 얼굴을 매섭게 때렸다. 이 배 위에서, 서로를 빼면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세네피스가 갑자기 목의 머플러를 고정시킨 핀을 풀었다.

쉬익 하는 차가운 강풍이 몰아치며 배가 조금 흔들린 순간, 세네피스가 중심을 잃은 척 갑자기 뒤로 휘청거렸다.

“아읍!”

짧은 비명소리를 내며 세네피스가 급히 몸을 돌렸다. 그의 긴 대제학 머플러가 강한 바람에 벗겨지며 어두운 하늘 속으로 휙 사라져가고 있었다.

“맙소사!”

세네피스가 깜짝 놀란 척 날아가는 머플러에 손을 뻗었다. 강한 바람을 탄 머플러는 어두운 물 위로 하늘거리며 멀어져가고 있었다.

“조심하세요!”

세네피스가 난간 밖으로 몸을 내미는 모습에 당황한 솔이 재빨리 달려들어 휘청거리는 그의 허리를 한 팔로 꽉 안았다. 하지만 세네피스는 머플러가 사라진 쪽으로 팔을 내민 채 미친 사람처럼 계속 악을 썼다.

“당장, 당장 찾아오란 말이다!”

세네피스가 눈가에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경비병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소동에 놀란 갑판 위의 경비병들과 시녀가 뱃머리로 온통 몰려들어왔다.

“생전의 상께서 몸소 내리신 목숨 같은 물건이거늘!!!”

세네피스가 핀만 남은 무명포자락을 움켜쥐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상을 잃은 것도 가슴을 찢거늘, 그 흔적까지 이렇게 날리다니!”

“황태후 폐하, 제발 진정하십시오. 당장 찾아내겠습니다.”

경비병들이 급히 그를 안정시키려 했지만 세네피스는 갑자기 감정이 폭발한 사람처럼 또다시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황상, 왜 혼자 가시었소! 차라리 날 같이 데려가지!”

이미 황궁에서 ‘미쳐 날뛰는’ 황태후의 모습을 보았던 시녀는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병사들에게도 물러나라고 눈짓을 보냈다.

황태후의 엄명에 병사들이 스코프와 라이트를 켜고 허겁지겁 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반짝거리며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황금색 대제학 머플러를 물 위에서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물 위에 떨어진 머플러는  배가 움직이면서 선미 뒤로 순식간에 멀어지고 있었다.

“배 돌려! 배 돌려! 저쪽에 조명 비추고!”

병사들이 브리지에 대고 급히 외쳤다. 다급히 속도를 늦춘 배가 물 위를 큰 원을 그리며 선회하자 경비병들이 긴 장대나 창을 들고 배 뒤쪽 모서리 난간으로 우루루 몰려갔다.

“저기! 저기다! 모두 와서 도와! 떠내려가잖아!”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머플러를 움직이는 배 위에서 잡느라 그들은 한참을 아수라장 속에서 장대와 씨름을 해야 했다.

어렵게 물과 씨름하며 머플러를 건져 낸 바로 그때, 뱃머리 쪽에서 무언가 풍덩 하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솔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뭐, 뭡니까!”

시녀와 병사들이 급히 뱃머리로 달려왔지만 조금 전까지도 황태후와 솔이 서 있던 뱃머리는 텅 비어있었다. 다만 누군가 벗어놓은 여자 구두만 한쪽에 놓여있었다.

“여기! 여기!”

배 아래쪽에서 솔의 고함소리가 들려오자 병사들이 급히 난간 위로 몸을 내밀었다. 얼음장 같은 물 위에 떠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솔이 배 위의 병사들에게 손을 저으며 악을 썼다.

“황태후께서 물에 몸을 던지셨어! 빨리 와서 찾으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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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9의 남은 부분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나누기 애매해서 이번회는 조금 길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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