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52 회: 파트 6. 신께서 쥐신 검은 튜울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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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디브 아크반이라고 합니다.”
근위대 지휘관 회의가 열리고 있는 베흔의 막사에 사복 차림으로 들어선 그 타르서스 직할군 장교는 주변에서 도끼눈을 부릅뜨고 있는 근위대 장교들의 모습에 이미 기가 눌린 듯 벌벌 떨며 베흔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긴 널 뒤쫓는 동맹군 놈들도 없는데 왜 그리 떨고 있지?”
“그저.......말로만 들었던 근위대장님의 위풍당당함에.......”
베흔은 그의 빤히 보이는 유치한 아부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의 냉소적인 반응에 디브가 당황한 듯 베흔의 참모들을 급히 돌아보았지만 그들 역시 철저하게 무표정했다.
“그래, 황도에 다시 돌아온 감상이 어떠신가.”
베흔이 막사 창문 너머로 보이는 황성을 가리키며 히죽거렸다.
“저 성벽 너머가 네놈이 날 보고 오줌 지리며 도망쳤던 바로 거기다. 이틀 후에 나와 함께 들어가야 할 곳이기도 하고.”
“저, 저도 꼭 가야 합니까?”
디브가 겁에 질린 듯 묻자 베흔이 입가를 씰룩거리며 그에게 대번 쏘아붙였다.
“네 아비가 한 말은 그게 아니던데?”
“그건 아버지께서 제게 묻지도 않으시고.......”
황성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파랗게 질린 디브가 자리에 냉큼 꿇어앉으며 애원하듯 말했지만 베흔의 차가운 표정은 여전했다.
“그럼, 너 같은 배신자놈이 준 정보만 달랑 가지고 나와 용맹한 근위대가 저 안에서 꼭 목숨을 걸어야 하겠나?”
베흔의 공격적인 말투에 디브는 감히 대꾸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최소한 시시비비는 분명했던 평소의 베흔답게, 그는 적군에서 도망쳐 온 이 배신자를 사람답게 대접해 줄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베흔은 디브의 멱살을 움켜쥐며 그 매서운 초록빛 눈동자를 크게 부릅떴다.
“그래, 물론 약속은 지키지. 네놈을 공신에 봉해주고 네 아비와의 약속도 지키겠다. 하지만 정신 차려라. 이번 작전에서 성공하기 전까지는 네놈은 공신은 고사하고 배신자 찌끄러기에 불과할 뿐이야. 그리고 난 언제든 네 모가지를 비틀어 뽑아내버릴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라. 저 황성 안에 들어가서도 말이야.”
베흔은 파랗게 질려있는 그 사내를 바닥에 동댕이치며 침을 퉤 뱉었다.
“예.......”
이제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디브는 바닥에 꿇어앉은 채 훌쩍이는 울음을 억지로 꾹 눌러 참았다. 모든 것은 그 끔찍하던 날, 먼저 도망치는 제대장을 따라 그가 무기를 버리고 황성의 불타는 적치장에서 비겁하게 도망치던 그 순간 결정된 것이었다. 그리고 아들을 이용해 얼토당토않은 욕심을 품은 가문의 책임이었다.
“내가 말한 대로 배는 구했나?”
경멸어린 눈길로 디브를 쏘아보던 베흔은 옆에 연결되어 있던 쿠베에게 사무적으로 물었다.
“아크반 가에서 2척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1척은 적군 수송대에 편제된 평범한 수송선입니다. 거기에 우리 가디언부대 200명을 태우고 아케메니아 포구에 접안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배에 함께 실릴 무동력선 1척은 황궁 지하수로를 통해 잠입할 가디언 7, 8명 정도를 태울 예정입니다.”
“나와 함께 들어갈 7명을 구해 놔라. 10등급 이내의 정예 가디언 중에서 수영 실력이 특별히 좋은 놈들로.”
‘나와 함께’ 라는 말에 지휘관들은 베흔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바로 깨달았다. 세나우스 2세 시절, 현재의 황궁이 지어질 때부터 관여했던 베흔만큼 내부 구조에 익숙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물론 그들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그리고 타르서스 직할군 중 아크반 가에 충성하는 1개 중대 450명이 우리의 상륙과 동시에 포구에 소요사태를 일으키고 점거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선원들을 협박해서 적들이 1도크에 억류중인 선박 역시 탈취하겠다고 합니다.”
“좋아, 좋아. 가디언부대 2백이 황성 내부에 진입하고, 직할군들이 포구를 점거하면 우리 근위대 정규1군단 선발대 1천이 화물선 10척을 타고 포구에 상륙한다. 1군단 나머지 주력 병력하고 공성장비는 직할군이 탈취한 배를 타고가면 되고.”
쿠베에게 씽긋 미소를 지어보인 베흔이 손뼉을 짝짝 치며 아랫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대장은 고작 7명을 데리고 황궁에 따로 들어가서 뭘 하시려고요?”
쿠베의 걱정스런 물음에 베흔이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글쎄, 7명이 아니고 사실 나 혼자 들어가도 충분할걸.”
“예?”
“가디언부대 200명의 역할은 포구를 점령하는 게 아냐. 그 정도는 근위대 정규군들로 충분해. 난 황궁에 먼저 들어가서 우리 가디언들이 들어올 길을 열어주겠다.”
‘황궁’이라는 말에 긴장한 쿠베가 입술에 잔뜩 힘을 주었다.
베흔이 지도상의 황궁 모형을 쓰러뜨리며 명랑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가디언 2백을 데리고 황궁을 휘젓는 동안 1군단은 포구를 통해 남서문을 공략해서 무너뜨려. 그럼 전투는 끝난다.”
사뭇 밝은 표정의 베흔이 지도상에 표시된 황도 남서문을 가리켰다.
“포구와 연결된 황도 남서문은 포구의 검문 목적으로 세워진 것이지 정규군의 대규모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성문은 아니야. 일단 포구를 차지하고 우리 근위대 정규군이 제대로 공성전을 벌이면 어렵지 않게 뚫을 수 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각 부대는 누가 이끌 예정입니까?”
쿠베의 질문에 베흔이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탄현성에서 카렐에게 죽은 수에보, 이암댐에서 자이납에게 목숨을 잃은 아리엘의 빈자리가 이토록 아쉽기는 처음이었다. 그의 휘하에 특등급 중에는 제파, 쿠베, 셈이 아직 남아있었지만 제파는 포로가 되었고, 지난번 카렐에게 다리가 잘린 셈은 다행히 바로 접합수술을 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한 달은 작전에 동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오시안트를 지키고 있는 보안국장 쿠베를 불러올 수도 없었다.
“누군가의 어려움은 누군가에겐 기회이기도 하지. 그래, 이번엔 너희들의 능력을 시험해봐야 하겠다.”
베흔은 이번에 특등급으로 승급한 2명의 가디언, 타크마와 드루그를 번갈아 돌아보며 입가에 웃음을 품었다. 승급으로 의욕이 충만해진 그 둘은 서로를 잠시 돌아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베흔이 그 둘의 눈동자를 살피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
“다행히 지휘관은 둘이 필요해. 가디언부대 2백을 이끌고 포구를 통해 황궁에 진입해 나와 합류할 하나하고, 포구에서 1군단 정규군을 지휘해 남서문을 공성할 또 한 명. 어느 쪽을 원하지?”
“제가 1군단을.......”
거의 동시에 손을 든 그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자리에 욕심을 낸 이 ‘경쟁자’를 잠시 노려보았다.
“이런, 이런.”
그 둘의 속내를 눈치 챈 베흔이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두 자리 모두 중요성이 높았지만 결과에서는 크게 달랐다. 가디언들을 이끄는 지휘관의 임무는 부하들을 황궁까지 무사히 데려가는 것뿐이었고, 그 뒤는 다시 베흔의 지휘를 받아야 할 터였다. 그러니 작전이 성공한다 해도 공은 결국 베흔의 차지였다.
그에 비하면 1군단을 이끌고 공성전을 펼쳐 ‘손쉬운’ 남서문을 뚫는 건 승전의 한 축에 당당히 이름을 새기는 큰 명예가 될 터였다.
“타크마, 넌 7세대인 드루그보다 선배니 황궁 내부에는 더 익숙하지?”
‘황궁 내부’라는 말에 그 둘 중 날씬한 사내가 얼굴을 붉히며 격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군의 지휘경험 역시 드루그보다는.......”
베흔의 속셈을 알아 챈 6세대 타크마가 볼멘소리로 말했지만 베흔은 그런 불만을 다 받아줄 정도로 자비롭지는 않았다.
“조용히 해라. 결정은 내가 내리고, 이번 일에는 경중이 따로 없다.”
대번 눈을 부릅뜬 베흔은 이 젊은 가디언의 과욕을 바로 눌러버렸다. 그리고는 그 옆에 말없이 앉아있던 건장하게 떡 벌어진 가디언 드루그를 힐끔 돌아보았다.
“어차피 너희 둘 다 여러 보직을 두루 거쳤고 지휘력은 모두 검증받았으니 중요한 게 아냐. 지금 너희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황궁 내부에 익숙하냐의 문제지.”
“하지만 전 파견군에서 대규모 전투를 많이 치렀고 공성전 지휘도 여러 번 해 보았습니다. 심지어 하임달에서도 지휘관으로.......”
“조용히 하라고 했다. 타크마.”
베흔이 이를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얼굴이 붉어진 타크마는 결국 입을 다물었지만 조금씩 씰룩거리는 입가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사실 베흔은 시로와 제파의 예에서 보이듯, 지금껏 6세대 가디언들을 중용한 일이 별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6세대는 세나우스 2세 집권 초기, 마구 찍어내다시피 한 ‘전반적으로’ 열등한 세대였다. 그나마 그들 중 상당수가 아메샤 스펜타에 소속되어 있었다보니 지금은 절반 가까이가 근위대에 칼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황제와 베흔의 명을 받아 선배인 3, 4, 5세대 X들을 도살해야 했던, 혹은 그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당사자들이었다. 그렇다보니 이후의 다른 세대처럼 베흔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기에는 ‘본 게 너무 많다는’ 점 역시 문제였다.
당연히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도 언제든 당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에 베흔을 믿지 않았고, 베흔 역시 소수이나마 특등급까지 오른 6세대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를 실감한 타크마는 지금까지처럼 모든 것을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베흔이 타크마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타크마 너는 나와 함께 가디언 200명을 이끌고 아케메니아 포구를 통해 황도 내부로 잠입해. 타크마가 황도에 잠입하고 타르서스 직할군들이 사보타지를 일으키거든 드루그가 1군단 정규군을 지휘해서 포구에 상륙하도록 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임무를 받은 타크마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 선에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베흔은 그런 그의 불만 따위에는 별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 부대는 어떻게 황도와 황궁에 잠입합니까?”
타크마가 힘없이 물었다.
“황궁 지하구조라면 내가 훤해. 거기는 옛날 사교 시절에 만들어진 황궁 지하 카타콤베하고 연결되어 있지. 하지만 거기 구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세상에 나뿐이라는 게 문제라고나 할까.”
베흔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가슴을 툭툭 쳤다.
“지난번 황궁을 빼앗길 때 이놈이라도 가져올 수 있었으니 정말 다행이야.”
베흔이 꽤 오래된 듯 보이는 크고 낡은 지도를 쫙 펼쳐보였다.
“이건.......”
쿠베가 눈에 힘을 주었다.
누군가 급한 손놀림으로 얼기설기 그려놓은 그 지도에는 거미줄처럼 얽힌 복도와 계단, 하수구의 구조가 빼곡하게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아니면 정보가 부족해서인지, 모퉁이와 중간중간 몇 부분은 얼렁뚱땅 마무리되어 있던지, 지워졌거나 내용이 빠져있었다. 지도 구석에 찍힌 ‘특급 기밀’이라는 도장 역시 오래된 듯 잔뜩 변색되어 있었다.
“이거 작성자가......”
쿠베가 쓴웃음을 지었다. 지도의 아랫부분에는 ‘이마530년, 특무대 제1팀장 중령 오르마즈 카파키’라는 글씨가 그의 서명과 함께 남아있었다.
“그놈이 야푸르 대신관을 암살하고 작성한 보고서 중에 일부를 내가 몰래 사본을 떴거든. 그래서 연호도 이렇게 구식이야. 이마 530년이면 기원 41년이지.”
옛 생각을 떠올린 베흔의 눈이 초승달처럼 가늘어졌다. 그런 그에게 제일 먼저 의문을 표시한 건 눈치 빠른 쿠베였다.
“그놈이 41년에 대신관을 암살했던 건 지금의 남극성당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보고서에 왜 아케메니안 궁 도면이 포함되어 있죠?”
“뭐?”
평소 당황하는 법이라고는 없던 베흔이었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그는 쿠베에게 이유도 없이 버럭 화를 냈다.
“몰라. 그 보고서 전문은 나도 못 봤으니까. 작전 도중에 입수한 자료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대장은 오르마즈 놈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셨는데.......”
“그래서?”
“아, 아닙니다.”
험악해진 베흔의 표정에 당황한 쿠베가 일단 질문을 접었다. 민병대에 있던 시기, 베흔이 ‘출세한’ 결정적인 계기가 오르마즈와 함께 야푸르 대신관을 암살했다는 것이었다. 쿠베는 그런 베흔이 이 지도의 작성 경위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의문이 들었지만 더 이상 질문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베흔이 굳어졌던 표정을 일단 풀고 설명을 이었다.
“세나우스 2세 선황께서 황궁을 신축할 때 지하구조물을 모두 철거하자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는데 그러자니 그 넓은 황궁 컴플렉스 일대를 모조리 엎어야 하겠더군. 이전 아케메니안 궁 기초를 보강해서 다시 쓰는 걸로 공사비를 절감할 참이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결국은 돈이 문제였군요.”
쿠베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행동들이 속을 파헤쳐보면 다 그렇듯이 말이야.”
베흔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카타콤베가 황궁과 통하는 길목들만 일단 폐쇄하고 구조물 자체는 그냥 놔뒀어. 그것만으로도 경비에는 별 문제가 없었고, 어차피 보통 사람들은 존재를 모르는 거니까 없앨 바엔 만일의 경우에 써먹자는 거였지.”
“하지만 다행히 아직 쓸 일이 없었죠.”
쿠베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베흔이 유달리 빨라진 말투로 지도의 한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봐봐. 욱리하에서 지하 수로를 타고 죽 들어가면 끝나는 곳에 옛날 에아 신전이 있지. 에아 신전은 카타콤베의 기점이기도 해. 거기서 남쪽으로 이어진 긴 회랑을 따라 끝까지 내려가면 여기에 다른 출구가 있지.”
베흔은 옛 지도 위에 현재의 황궁 지도를 겹쳐놓았다. 순간 가디언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살짝 깨무는 모습들이 보였다.
“보다시피.......회랑 끝부분의 지상에는 황궁 남문이 있어. 회랑의 지상 출구 위에 남문 위병소하고 경비중대 숙소를 지어서 감춰버렸지. 출입구는 두께가 1촌(3cm)이 넘는 강철문으로 되어있는데 바깥에서는 여는 게 불가능하고 안쪽에서만 가능해. 내가 안에 잠입해서 이 문을 열 테니까 타크마 너는 그동안 남문을 공격해서 위병소를 장악하고 있어.”
드루그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여전히 무표정한 타크마를 돌아보았다.
“대장이 안쪽에서 열어만 주면 되니 형님 일은 식은 죽 먹기로군요.”
드루그의 묘한 빈정거림에 타크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베흔이 지도를 차곡차곡 접어 다시 품속에 넣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동맹군 놈들은 그 많던 가디언들이 순식간에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니 기겁을 하겠지.”
“그렇게 없어졌던 적들이 어느 순간 황궁 안에서 쏟아져 나오고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101층의 황궁 제어실만 차지하고 황성의 방어 시스템을 모조리 해제해 버리면 다 끝이지. 그놈들이 우리한테 몇 달 전 했던 그대로.”
베흔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손바닥을 비볐다. 이제 모든 계획은 완벽했다. 그가 생각하는 황궁에 대한 두 번째 공격은 1차 공격 같은 처절한 공성전이 아니었다. 대신 소수의 근위대 가디언들, 그리고 같은 시각 플라칼 가를 묶어놓을 예르마크 경의 활약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정보싸움이 될 터였다.
그리고 그는 ‘정보’에서는 한발 앞서는 연합군 측이 이길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아랫사람들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를 쳤다.
“오르마즈 그놈도 지가 만든 지도 때문에 조카가 몰락하게 되리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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