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93 회: 파트 4. 아카시아, 창을 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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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테르에게 찔리고도 이틀이 넘게 버티어냈던 카렐이었지만 결국 다음날까지 버티어주지는 못했다. 평소 같았다면 이 정도 상처는 별다른 치료도 없이 저절로 나았을 카렐이었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그는 며칠간을 지독한 고열 속에서 시달리던 끝에 결국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
지금껏 곁에서 카렐을 버티어 준 니사였지만, 이번만은 그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더러운 쇳조각에 베인 카렐의 팔은 이미 검게 썩어들어가 근육까지 훤히 보일 지경이었고, 말에서 떨어지며 다친 무릎 역시 썩은 살점을 도려내면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폐하, 폐하.”
줄곧 그의 병상 곁을 지키던 니사가 큐비클 안으로 손을 밀어넣어 카렐을 흔들었지만 그는 가쁜 숨만 몰아쉴 뿐 눈을 뜨지 못했다. 니사가 안되겠다는 듯, 유리벽 밖에 대고 손을 저어보였다.
어제 새로 설치된 유리벽 밖에는 다친 몸으로 제파와의 협상 결과를 가져온 제네르, 그리고 안부를 물으러 온 페로와 릴라크의 근황을 들고 온 루토, 북부에서 온 신형 수성 장비의 입고소식을 전하러 온 밀리타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들 모두 아침부터 이미 몇 번이나 알현을 시도했지만, 어젯밤 쓰러진 황제는 반나절이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저녁때 다시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니사의 말에 페로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에우테르 그 개새끼.......지금 어디 처박아 놨어?”
페로의 살기에 찬 시선에 보안국장 루토가 잠시 당황했다.
“폐하의 명에 따라 지하 9층 유리방에 가둬놓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대군’인데 영빈관 특별실에 가둬두는 게 낫지........”
“특별실 좋아하시네.”
제네르의 불평에 페로가 대놓고 역정을 냈다.
“조만간 지하 12층에 처박아서 내 손으로 사지를 찢어죽일 테다.”
페로의 적대적인 태도에 당황한 제네르가 루토에게 눈짓을 주었지만 루토 역시 그의 기대대로 움직여주지는 않았다.
“광장에서 공개처형해야지 고작 그 정도로 만족하실 겁니까.”
제네르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그의 생각에도, 이번 일로 카렐이 어떤 식으로건 전과는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물론, 베흔 못지않게 잔혹한 성격의 루토를 보안국장에 중용한 것에서 보이듯, 지난 요동에서의 배반사건 이후로 그가 조금 변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소한 ‘식인 가디언’ 이라는 악명 위에 너그러운 가면을 덧씌우려는 노력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내의원에서 폐하의 팔과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루토가 니사를 가까이 불러들이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니사가 데데해진 얼굴에 애써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미 알아야 할 분은 다 아시는 것 아닙니까.”
“정말로 절단해야 할 정도입니까.”
“상황을 봐서는 절단하는 게 맞지요.......더 이상 걷잡을 수가 없으니.......”
니사가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의 매서운 시선은 밀리타의 파랗게 얼어붙은 표정 위를 매섭게 스치고 있었다.
“무릎은 당장이라도 절단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팔은.......절단하는 즉시 폐하의 호흡도 함께 끊어지게 됩니다. 총리께서 잘 아시겠지만.”
페로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보통의 가디언들은 팔이 잘려도 팔찌를 재설치할 동안은 살아있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지만.......폐하의 팔은 절단되고 신호가 끊기면 1시간을 못 넘기고 사망한다더군........이유는 나도 몰라. 베흔도 그걸 모르고 잘랐다가 일을 저지를 뻔 했으니까. 바로 접합했기 망정이지.”
“저 빌어먹을 팔찌를 아예 제거할 수는 없고요? 총리 각하의 수련장에서 설치한 것 아닙니까?”
“우리가 한 건 아냐. 좀 특별한 케이스라고 황궁에서 나온 의사들이 했으니까. 어떤 놈들인지 잡히기만 하면.......”
페로가 이마를 싸쥐었다. 니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상태는 다리보다 팔이 더 심각합니다. 의도적으로 오염된 쇳조각에 긁혔으니.......다리만 절단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입술을 깨문 채 내내 말이 없던 제네르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어쨌든.......다리만이라도 먼저 절단해야 하겠군.”
“결정권을 지니신 황상께서 의식이 없으시니 황태후 폐하와 4비빈 분들에게서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씨발. 에우테르 그 씹어먹을 개새끼.”
페로는 더 이상 이런 대화를 하기가 괴로운지 얼굴을 찡그리며 휙 돌아서고 말았다.
잔뜩 불만어린 표정의 제네르와 페로, 루토가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밀리타는 여전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니사가 퀭해진 눈을 치켜뜨며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들어오시겠습니까.”
니사의 뜬금없는 물음에 밀리타가 별 이유도 없이 움찔하며 놀랐다.
“지금 애간장이 바싹바싹 타고 있지 않습니까.”
니사는 밀리타의 속을 모두 읽는 듯 입가에 잠시 미소까지 지으며 손을 닦았다. 그는 가운을 벗으며 유리벽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온 니사가 유리벽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들어가십시오. 어차피 내명부 어르신들과 상의할 일도 있고.......잠시 자리를 비워드릴 테니. 황비께서도 30분 후에나 오실 겁니다.”
“날 믿는 거냐?”
밀리타가 사나운 얼굴로 물었지만 니사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스메르디스님도 어쨌든 의사 아니십니까. 의학에서만 따져도 6개 분야에 학위를 갖고 계시던가요? 후훗, 제 신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당신은 학계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젊은 명의셨죠. 설마 의사께서 의식도 없는 환자를 어찌하시겠습니까.”
니사는 밀리타에게서 대답도 듣지 않은 채 홀홀히 방을 비웠다.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밀리타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소독하기 시작했다.
“폐하, 폐하.”
니사를 대신해 카렐의 침소에 든 밀리타는 마찬가지로 카렐을 살살 흔들어 보았지만 그에게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다만 보통 사람이었다면 버티지 못하고 쇼크사했을 뜨거운 열과 흠뻑 젖은 땀이 그의 축축해진 몸에서 느껴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카렐의 몸을 덮은 얇은 담요를 조심스레 걷어냈다. 순간, 지독한 약 냄새와 무언가 썩어가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흐음.......”
곧 잘리게 될 지도 모르는 카렐의 다리, 그리고 썩어가는 상처를 차마 볼 용기가 나지 않은 밀리타는 결국 다시 담요를 덮고 말았다. 그는 옆에 있는 소독약으로 손을 닦고는 담요 밖으로 나온 카렐의 여윈 손을 꼭 쥐었다.
“간택자 스메르디스, 오직 하나의 존재, 그리고 그의 분신만을 영원히 따를지니......”
보안경이 그의 눈물로 어느새 뿌옇게 변해가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지난 후, 밀리타가 눈을 번쩍 떴다. 카렐의 손끝이 마치 경련처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카렐의 바이탈사인부터 살폈다. 조금 전보다 훨씬 빨라진 심박수가 제일 먼저 들어왔고, 거의 바닥 수준이던 혈압도 어느새 정상인 가까운 수치까지 올라 있었다. 순간, 짧은 통증을 느낀 밀리타 역시 가슴을 쥐며 움찔거렸다.
“설마.......”
잠시 숨을 가다듬은 밀리타는 그에게서 손을 떼고는 얼굴에 맺힌 땀을 조심조심 닦아주었다.
“그래.......몸으로는 내 정체를 이미 알고 있군. 너 역시.......”
밀리타의 입가에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이 흘렀다. 붉게 달아오른 카렐의 얼굴을 말없이 응시하던 밀리타는 무언가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릴라크의 투항과 제파의 생포를 비롯해 동맹군에는 계속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지만 황궁의 분위기, 정확히는 동맹군 수뇌부의 분위기는 여전히 무거웠다. 카렐과의 만남에서 허탕을 치고 난 후, 아침 회의에 힘없이 든 페로 역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메스 황후께서 절단을 반대하고 계신다고요?”
슈벨 부총리의 물음에 페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메스의 고집 때문에 니사가 카렐의 썩어가는 다리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이미 수뇌부 사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어차피 다리를 절단해도 팔을 자르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고는 하니까......”
페로가 일단 딸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그 역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아메스의 이런 ‘쓸데없는 고집’은 유독이 오래가는 그의 독감 때문에 카렐의 처소 출입이 불가능해진 데서 온 심술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을 제외한 네페티와 2명의 황빈들에게서 ‘다리 절단’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불쾌해했고,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그분 몸에 손끝 하나도 못 댄다’며 계속 역정을 내고 있었다.
“아직 콜록거리는 분께서 황상의 상태를 꼭 직접 확인하겠다고 고집하시니........”
슈벨 수반이 편치 않은 듯 눈가를 찡그렸다. 그리고 말 할 자리, 안 할 자리 가리지 않는 원리주의자 법무대신 두겐이 대놓고 입을 열었다.
“몸조리는 안 하시고 매일밤 술자리에, 파티에, 사람 만나고 놀러 다니시는 데 바쁘시니 그 독감이 어디 떨어지겠습니까? 저희가 감히 드릴 이야기가 아니니 총리께서 황후폐하께 따로 언질을 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상께서 몸져 누워계시는데 황후폐하께서 처신을 그리하시니 저희들로서도 난감합니다.”
평소 같았다면 ‘무엄하다’며 길길이 날뛰었을 페로였지만 이번만은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었다.
“상께서 하실 접대를 대신 하시다보니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겠는가.”
페로가 조금은 궁색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황실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황후 폐하가 아닌 황상이십니다. 그런 면에서 황후께선 그 도가 지나치신 것이 아닌가 합니다. 총리께선 황후께 그 도리를 알려주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능한 그런 접대는 황후 폐하가 아닌, 총리 각하와 황태후 폐하께서 대신해주시고, 황후 폐하께서는 내명부를 이끄는 본래 역할에 보다 충실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각의 의견입니다.”
슈벨 부총리가 질세라 페로를 몰아붙였다. ‘황태후 폐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서부 출신들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얼굴을 붉혔지만 하는 수 없다는 듯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들의 언쟁은 나름대로 다 명분은 가지고 있었다. 페로의 말대로, 카렐이 쓰러지면서 제후들을 비롯한 외빈 접대는 모두 아메스의 몫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적당하게 ‘황후의 얼굴만 알리는’ 선에서 조절할 수도 있을 이 접대가 아메스의 워낙 놀고 마시기 좋아하고 강압적인 성격, 그리고 그의 유별난 야심 때문에 매번 폭음에 질펀한 술판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매일 술독에 빠져 사는 아메스의 독감이 떨어질 리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정작 알현을 원하는 사람들, 특히나 북부나 서부 사람들은 잘난 체하기 좋아하고 불같은 성격에 신경질적인 아메스보다는 차분하고 ‘현 황후보다 훨씬 더 황후다운’ 풍모를 갖춘 세네피스 황태후, 혹은 항상 나긋나긋하고 친절한 황비 네페티 쪽을 더 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문제는 내 황후 폐하와 따로 상의하도록 하겠소.”
당혹해진 페로가 급히 상황을 정리하며 안건을 넘겨버렸다. 페로가 제네르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 그 편이 낫겠군. 그런데.......사로잡은 가디언 제파는 어찌된 건가? 그녀석도 ‘투항’은 절대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며?”
“뭐, 원하니 그리 해 줘야죠.”
제네르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대신 지금 포위망 안에 있는 ㅤㅋㅞㄹ크 토벌군 출신 1만군을 항복하도록 하겠다니 손해는 아닙니다. 근위대 1만의 전력이면 사실상 웬만한 제후군 3만의 수준 그 이상이니까요. 뭐 지금은 죽거나 부상을 입어서 성한 놈은 6천도 채 안 되긴 하지만.”
계속 좋은 사안만 오가고 있었지만 회의실 분위기는 여전히 무거웠다. 페로가 이런 분위기에 또 한 번 찬물을 끼얹었다.
“날씨가 생각보다 빨리 추워지고 있어. 늑대섬의 적 보병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번에 적이 다시 도하를 해 온다면.......”
“이젠 강에서 막는 것도 한계가 온 듯 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제네르가 바로 쐐기를 박았다.
“첩보에 따르자면, 사오시안트에 있던 근위대장 베흔이 탄현성으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데마반드 분지에 고립된 근위대 원정군 1만5천을 직접 지휘하려는 것 같습니다. 데마반드 분지는 욱리하와 지척이니 지난번처럼 군대를 둘로 나누어 연합군과 근위대 양쪽을 모두 막으려 시도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합니다. 지난번에는 적의 두 부대 사이에 그나마 거리상의 여유가 있었지만 이번은 그렇지 못합니다. 욕심을 부리다가 어느 한 쪽이라도 밀릴 때는 자칫 둘 사이에 끼어 수비군 전체가 전멸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페로가 양손을 깍지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전략상 후퇴를 해야 한다........그럼 이제 수성전이군. 어차피 염두에 두고 있기는 했지만.......”
페로는 이제 거의 복구가 끝난 황도의 높은 성벽과 즐비한 수성장비들, 그리고 성벽 위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쪽을 한참동안 내려다보던 페로는 신성에서 연결되어 있는 조페, 그리고 제네르를 돌아보았다.
얼마 전까지 탄현성을 지키던 조페는 성을 근위대에 내준 이후, 그 남쪽에 자리잡은 관산수변의 신성에서 복수의 준비를 치밀하게 다져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휘하에는 탄현성에서 퇴각한 동맹군 북부보병대 최정예 1군단이 배속되어 있었다. 황도의 수성전이 시작된다면, 그들이 황도 밖에서 공성군인 연합군과 근위대를 위협할 최강의 병력이었다.
“황도의 수성전은 내가 직접 맡도록 하겠네. 제네르 경은 제파의 일이 처리되고 적들이 도하를 시작하는 즉시, 지금 이끌고 있는 병력과 함께 신성으로 가서 다음 지시를 기다리도록 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내각 사람들이었지만, 조만간 공성전이 개시된다는 말에 그들도 하나같이 표정이 일그러졌다.
“폐하만 빨리 건강을 찾아 주신다면 모두 힘내서 싸워줄 터인데.......”
제네르가 아쉬운 듯 말꼬리를 흐렸다. 전쟁이 큰 전환점을 맞이한 지금, 카렐은 여전히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밀리타 레즐린 부장이 웬일로 안 보이는군?”
다친 몸으로 여전히 힘겹게 앉아있던 제네르가 빈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보안국장 루토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집안에 아주 급한 일이 있다고 혼자 나가더군요.”
“급한 일이야. 좀 만났으면 좋겠어.”
회의까지 접어둔 채 황궁을 나선 밀리타는 다급한 걸음을 옮기며 할룩스를 작동시켰다. 호위 가디언과 차까지 모두 내버려둔 채 혼자 나선 그는 황궁 남쪽 포구 주변 번화가를 바삐 걸었다. 연합군의 상륙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의 황궁이었지만 계속해서 들어오는 보급품, 그리고 병사들을 노린 장사꾼들 덕택에 이곳만은 이전보다 더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스메르디스 님?”
화면 안에는 얼굴에 살집이 두둑하게 붙은 한 남자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닥치고 나와. 가진 것들 다 가지고 당장 포구 남쪽 강변으로 와.”
“무슨 일이신지.......”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꾸 말대꾸하면 주둥이를 찢어버릴 테다. 니딘투벨.”
이까지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밀리타의 모습에 파랗게 질린 그는 조금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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