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295화 (293/1,132)

< -- 295 회: Part 15. 밀집꽃을 짓밟지 말지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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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방어가 용이한 바툴 가 인근 슈카른 계곡을 루사에서 이동해 온 동부연합군 주력군에게 넘겨주고 조금 떨어진 나지크 산악지대로 이동해 온 전사단 사람들은 라마단을 끝내고 거의 한 달만에 돌아온 귀한 손님을 맞느라 조금 분주한 분위기였다.

“어서 오십시오. 태자전하.”

부장이며 새 적장자가 된 탈란과 나란히 선 카이두 바툴 경이 셔틀에서 내려선 카렐에게 고개를 깊이 숙였다. 카렐과 함께 셔틀에서 내려선 하심은 카렐보다도 더 큰, 이 ‘거인’의 모습에 깜짝 놀랐는지 어깨를 들썩하고 말았다. 하지만 하심의 모습에 그들 역시 깜짝 놀랐기는 매한가지였다.

검은 무명포에 파예드 아카데미 교리의 머플러를 두른, 하심의 지금 복장은 유학자들과 학교의 성향에 관해 조금만 학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 있기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는 누구나 알 수 있을 터였다.

아니나다를까 하심의 모습에 탈란이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건 카이두 경과 함께 서 있던 페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렐과 가벼운 포옹을 주고받은 페로는 함께 온 제네르에게 제일 먼저 시선을 주었다.

“제네르 경 애꾸를 떼었군?”

“이젠 많이 나아졌습니다.”

페로가 아는 척을 해 주자 제네르가 기꺼이 허리를 굽혀보였다. 애꾸를 떼어낸 왼쪽 눈에는 전과 같은 선명한 파란색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지만 이마부터 눈 위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뺨과 턱까지 이어진 한 뼘이나 되는 선명한 도끼자국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실 당장 지울 수 있는 이 흉터를 그대로 놔둔 건 흉터를 전공처럼 치는 탈라스 특유의 전통에 덧붙여 ‘기사단장다운 강인한 인상’을 주기 위한 일종의 쇼맨쉽이기도 했다.

골절도 거의 나아가고 있는 왼쪽 팔에 아직 간이프레임을 댄 자이납 역시 페로의 관심을 끌어보려 나름대로 무진 애를 썼지만 페로는 카렐과 어깨동무를 한 채 겔 안으로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있었다.

“쳇,”

입을 삐죽거린 자이납은 페로에게서 받았던 큰 화극과 짐을 둘러메고 배정된 겔 안으로 들어서며 영 달갑지 않은 새 ‘룸메이트’를 힐끔 쳐다보았다.

“내 팔자야.”

서부에서 자란 자이납에게 ‘상전’인 원리주의 유학자 하심과 한 겔을 쓰는 것이 편할 턱이 없었다. 게다가 ‘즐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즐긴다’를 모토로 삼고 사는 그에게 입만 열었다 하면 ‘학장님께서 말씀하시길~’ 혹은 ‘공맹께서 말씀하시길~’을 입에 달고 사는 저 앞뒤 꽉꽉 막힌 처녀 유학자 교수님---그것도 자이납보다 무려 3배나 더 오래 산---이 혹시 남자에겐 털끝만큼도 관심 없는 암수한몸 외계인이 아닐까 싶은 얼토당토않은 상상까지 드는 건 그다지 이상한일도 아니었다.

물론 그 덕에 ‘사모하는’ 학장님 사생활에 관해 짬짬이 듣는 건 그나마 수확이라면 수확이랄 수도 있겠지만.

“여기엔 내 직속병력인 슈로 기사단하고 슬레이프니르, 에키트 경보병대가 함께 주둔하게 될 거야. 주력이 있는 슈카른 계곡까지 3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근접거리고 모두 단시간에 공략은 불가능한 산악지대니까 상호 견제해주는 게 어느 모로 봐도 유리해.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네가 슈카른에 동부주력군 쪽을 맡아 줘.”

카렐의 말에 페로가 행성 지도를 돌려보며 되물었다.

“그럼 언제까지 수세전략으로 나가는 거지?”

“지원병 2만이 실전 배치되는 타이밍하고, 서부 분위기하고, 근위대쪽을 살펴서 결정해야겠지. 아마 한달 반 이내에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올 거야. 대공세는 5월 중순이나 말 정도 생각하고 있어.”

“그래, 그 동안만 눈 딱 감고 버텨낸다......”

페로가 손바닥을 비비며 단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남부 델루지 가는 어쩌지? 이제 델루지 가까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타이밍이 충분히 됐어. 근위대에서도 널 ‘반역자’로 공식 선포했으니......”

“플라칼 가가 그랬듯이,”

카렐이 지도를 제국 전체로 확장시키며 대답했다.

“플라칼 가가 실패한 샤레이에 재침공할 수도 있겠지만.......이곳에서 서부와 함께 동부를 무너뜨린 후에 마지막으로 서부와 결전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그때를 위해 아껴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남부 나머지 가문들은......”

페로가 조금 얼굴을 찡그리며 남부 지도를 확대시켰다. 남부의 각 가문별 세력권을 살핀 페로가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남부 3제후 호지 가로서는 입장이 난처하겠군. 넌 그쪽 손녀고, 코리온 녀석도 그 가문 손자니 갈수록 태산이지.”

페로에게 자신이 주페 태자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당장은 차마 말해줄 수 없는 카렐은 조금 굳은 표정으로 제네르를 힐끔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페로는 여전히 혼자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세닉 가 역시 상황이 애매하기는 매한가지야. 코리온 그놈이 걸려있거든, 물론 옛날에 남부를 버리고 서부로 가 버린 사람이기는 하지만 세닉 가 군 사령관인 예르마크 경이 그놈 아버지니 꽤나 골아픈 입장이겠지. 5제후 이그나토 가는 별로 얽힌 곳이 없으니 델루지 가와 함께 할 가능성이 높겠지?”

자신을 돌아보는 페로의 믿음직한 모습에 카렐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지난 몇 달간을 전장에서 계속 보낸 페로의 가무잡잡한 피부는 전보다 더 그을려 건강한 빛을 띠고 있었다. 페로가 동부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덕에 카렐이 그간 북부와 서부에까지 신경을 쓸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존재 자체에 새삼스러운 행복감을 느낀 카렐은 이 동지이며 친구, 연인이기까지 한 이 강인한 남자와 가벼운 눈웃음을 주고받았다.

“아메스는 이제 전장에는 내보내지 않기로 했어. 안전한 슈트란 종가에 계속 머무르라고 했어.”

셔틀로 돌아가던 페로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네르와 함께 그를 배웅하기 위해 나오던 카렐은 페로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페로가 말을 이었다.

“녀석들도 이제 아메스의 지위를 어느 정도 눈치챘을 테니......이젠 최대한 보호해야겠지.”

“그 성격에 가만히 안 있었을 텐데.”

카렐의 질문에 페로가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웬걸, 길길이 날뛰고 난리 났지. 그래도 어쩌겠어, 누구 닮아 성격이 그 모양인지.”

“풋, 너 지금 나 웃으라고 하는 소리냐?”

카렐의 대꾸에 옆에서 듣던 제네르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누가보기에도 ‘그 아버지에 그 딸‘인 아메스가 정작 아버지인 페로 눈에만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참, 그리고 두 달 후에 종친회가 열릴 거라고 그러네? 그 때 네 혼인도 통과시켜야 할 것 아냐. 알아보니까 황족의 정실 혼인을 종친회에 상정하려면 유전자 비교표를 첨부해야 한다는군.  둘 사이에 일치하는 열성 유전 질환이나 숨은 근친관계 같은 거 혹시 없는지 말이야. 모렌 박사가 네 건 이미 가지고 있는데 아메스 자료는 없다고 그래서 어제 샘플 보내줬어.”

생각 없이 끄덕거리던 카렐이 갑자기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카렐의 태도에 깜짝 놀란 페로가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왜 그래?”

“아, 아냐......”

자신의 리쿠르고스 셔틀에 도착한 페로는 배웅해주는 카렐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며 문을 닫았다.

페로의 셔틀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확인한 카렐은 갑자기 안절부절하는 얼굴로 자신의 겔로 달려갔다. 그를 따라간 제네르는 겔에 들어선 카렐이 급히 할룩스를 작동시키는 모습을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전하, 웬일이십니까?”

자다 만 얼굴의 모렌 박사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카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게 짐짓 웃음을 지어보인 카렐이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하고 아메스하고 유전자 비교표 작성한다고?”

카렐의 느닷없는 질문에 모렌 박사가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거리며 비몽사몽간에 대답했다.

“아아, 예. 종친회에서 혼인 동의안을 통과시킬 때 의례적으로 거치는 단계입니다. 50년 전인가......그때 대공주저하 의견으로 추가된 내용이죠. 뭐, 별 신경은 안 쓰셔도 됩니다. 유전될 질환이 있다고 해도 어차피 미리 손보면 되니까......그냥 예방과 점검차원에서 보는 것 뿐입니다. 심각할 정도의 근친간만 아니라면 이걸로 문제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공주저하 의견으로?”

카렐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의 이종 오빠 주페와, 아들인 코리온과 있었던 그 사건에 학을 뗀 레곤 대공주가 결국 종친회장으로 권한을 발휘해 신설한 규정인 모양이었다.

갑자기 심각한 표정이 되어버린 카렐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근친도도 들어간다는 뜻인가?”

“아, 물론입니다.”

모렌 박사의 대답에 뒤에서 보고있던 제네르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 하고 말았다.

“근친도 얼마더라?.......아아, 기준수치 1.4이하면 문제삼지 않죠. 그러니까.....완전사촌간을 넘어서면 별 문제 없다는 거죠. 절반사촌부터는 근친을 문제삼지 않으니까 그걸로는 걸릴 일이 없겠죠.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메스 아씨하고 전하 혈통과는 완전 남남 아닙니까.”

“그, 그래......그렇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은 카렐은 형상 속의 모렌 박사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탁 있는데, 나와 아메스 사이에 보고서가 완결되면 그 즉시 내게도 전송해주겠나? 그냥 보고싶은 게 있어서......완결되는 즉시 말일세. 다른 사람 보여주지 말고.”

“알겠습니다. 어려운 일 아니죠.”

모렌 박사와의 통화를 끝낸 카렐은 거의 사색이 다 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네르를 힐끔 돌아보았다. 카렐에게 다가온 제네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6촌 재종형제지간에도 근친도가 잡힙니까?”

“당연하지......할아버지 라바니 경하고 아메스 할머니인 뤼렌 부인이 친남매지간인데......높지는 않아도 드러나기엔 충분할 거야......누군가 그 내용을 알아본다면......이걸 어쩌지?”

카렐이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싸쥐었다.

족보상으로만 보아서는 절대 근친이어서는 안될 자신과 아메스 사이가 근친임이 밝혀진다면 누군가 이 문제를 파고들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뜻밖의 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만 카렐은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 없어 보이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머릿속이 아찔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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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트가 끝나면 설문조사 전면 리뉴얼하겠습니다. ^___^

1. 주연급 인기캐릭터 : (후보) 오르마즈, 페로, 코리온, 주페 태자 (카렐은 일부러 뺐음)

2, 남자조연급 인기투표 : (후보) 네피, 네자드, 라스, 토로, 시로

3. 여자조연급 인기투표 : (후보) 제네르, 베아트릭스, 하심, 자이납, 솔, 아메스, 레곤 대공주

4. 최악의 캐릭터 : (후보) 베흔, 샤드니, 샤자한, 제롬, (?)

<추가하고픈 캐릭 있으시면 리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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