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272화 (271/1,132)

< -- 272 회: Part 13. 시들어가는 소나무 밑에 연꽃이 피어날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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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지르며 칼을 번쩍 치켜든 솔이 사르키스에게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솔의 살기어린 눈동자에 놀란 사르키스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첫 합을 가까스로 막아낸 사르키스는 그 어마어마한 힘에 밀리며 하마터면 뒤로 자빠질 뻔하고 말았다. 뒤이어 거칠게 올려친 공격에 사르키스는 그만 비명을 질렀다. 손목을 계속해 강타한 충격에 사르키스의 손이 반쯤 마비되어 버린 상태였다. 솔은 방어동작 따위는 생각에도 없는지 미친 듯이 칼을 휘두르며 외숙부 사르키스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 이런......”

칼을 두 손으로 움켜쥔 솔은 사르키스의 칼을 있는 힘껏 내리쳐버렸다. 순간 쨍 하는 소름끼치는 울림과 함께 솔의 칼이 산산이 부서지며 공중에 흩어졌다. 순간 당혹한 솔의 얼굴이 파랗게 변해버렸다. 언젠가 카렐의 지적대로, 힘 조절을 잘못한 때문인 것이 확실했다.

“으, 윽,”

힘이 실린 그 살인적인 검격에 밀려 자리에 주저앉았던 사르키스 역시 벌벌 떨리는 오른손에서 칼을 떨구며 손목을 움켜쥐고 자리에 쓰러지고 있었다. 솔은 그가 떨어뜨린 시미터를 재빨리 집어들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사르키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솔에게 칼집을 내던졌다.

“내가 졌다......이겼으니 네가 가져라.”

사르키스의 검은 눈동자가 죽은 여동생 마리안을 그대로 빼닮은 솔의 그 선한 얼굴을 잠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뒤로 휙 돌아선 솔은 앞을 가로막는 세호 가 경호원을 칼집으로 쳐 쓰러뜨리고는 다시 담에 기어오르고 있었다.

세호 가와 델루지 가를 떠나 결국 다시 도망치는 솔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르키스는 얼얼하지만 마비될 정도는 결코 아니었던, 저려오는 오른손목을 가볍게 풀어주며 혼자 중얼거렸다.

“잘 살아야 된다. 솔. 그 칼이 지켜줄 테니......”

2억 골드의 지참금에 눈먼 자신의 가문을 철저하게 실망시킬 자신의 이번 선택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그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응?”

담에 기어오른 솔이 갑자기 사르키스를 휙 돌아보았다. 외숙부가 자신을 일부러 풀어주었음을 그제서야 깨달은 솔은 그에게 잡혀온 이래 처음으로 웃음을 내비치고 있었다. 자신을 망연하게 바라보는 외숙부의 선한 얼굴을 잠시 응시하던 솔은 담 반대편으로 뛰어내리며 결국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놈들이 감히 남의 신부를 도둑질해!”

경비병과 함께 달려온 제롬 공이 칼을 뽑아들고는 전사단 가디언들에게 거칠게 달려들었다. 네피와 붙어 싸우느라 정신이 팔려있던 베흔은 그의 무모한 공격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물러나십시오! 이놈들은 가디언들입니다!”

“가디언도 잡은 일 있어! 썅!”

“제발! 안됩니다!”

보다못한 베흔은 네피와의 싸움을 일단 접고 아들에게 허둥지둥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장검을 치켜든 제롬은 자신보다도 훨씬 작은 체구의 조페가 제일 만만해 보였는지 그에게 대뜸 칼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썅, 오지 말란 말이야!!”

네페티 부인으로부터 ‘어떤 일이 있어도 제롬을 해치지 말라’는 신신당부를 들은 조페는 그의 ‘정신없는’ 행동에 경악하며 순간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겁먹어서 물러서는 것으로 착각한 제롬은 더 저돌적으로 조페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었다.

“각하! 그놈은 특등급가디언입니다!”

베흔이 처절한 고함을 지르며 제롬의 옆을 거칠게 떠밀었다. 막 칼을 휘두르려던 제롬은 베흔이 거칠게 떠미는 힘에 밀려 부하들 한중간으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쓰러진 아들을 살피느라 잠시 주의가 풀린 베흔의 가슴을 향해 조페가 힘껏 칼을 내질렀다. 뒤늦게 조페의 칼을 피하려던 베흔 역시 중심을 잃고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 하고 말았다.

“이때다! 달아나!”

네피의 고함에 전사단 가디언들이 뒤로 돌아서며 먼저 도망간 솔을 쫓아 바깥쪽 담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메스가 탄 차가 집 주변을 빙 돌아 이들 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루사 평원의 하마탄에서 얻은 교훈이 이렇게 쓸모있을 줄이야.”

숲 속에 숨어있는 차 안에서 베아트릭스와 함께 피곤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카렐이 손에 익은 자신의 카타나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서부 테나토에서 바로 이곳으로 달려온 그는 ‘이젠 엔간하면 직접 나서지 말고 몸조심하셔야 한다’는 제네르의 간언에 종가를 기습할 가디언들의 탈출로를 미리 확보해두는, 비교적 덜 위험한 일을 수행해놓은 차였다.

“끝났습니다. 에너지장벽 포스트 5개가 무력화되었습니다.”

차 문을 열고 뛰쳐들어온 시로가 웃음 띤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잘했어. 후훗, 주변 풍경 한 번 볼만하군.”

델루지 종가뿐만이 아니고 집 주변의 무려 열 군데에서 동시에 피어오른 연기로 종가 일대의 시계는 단 몇십 발짝 앞도 제대로 분간되지 못할 절도로 최악의 불량한 상태였다. 게다가 바람 한 점 없는 새벽의 안정된 기층은 이 짙은 연기가 다른 곳으로 번지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두는 역할까지 해 주고 있었다.

“오호, 이제 슬슬 몰려오는군.”

스캐너를 살핀 카렐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자기와이어 영역이 50스타디아정도 될 테니까 죽기 싫으면 거기까지는 차로 도망가야지. 셔틀사고는 이제 정말 질색이야.”

“아메스 경의 차입니다.”

베아트릭스의 목소리에 푸른색의 표시가 나타난 스캐너 화면을 보며 카렐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뒤에 무려 6대의 다른 차가 달라붙어 맹렬히 쫓고 있었고 그나마 베흔이 모는 1대는 아메스 차의 꽁무니에 이미 바싹 달라붙어 있었다.

“뭐이리 느려!”

옆자리에 앉은 네피가 운전을 하고있는 아메스에게 연신 잔소리를 퍼부어 대고 있었다. 솔을 구해 종가를 빠져나온다는 계획은 일단 성공했지만 그 망할 베흔 녀석에게 들켜서 시간을 끈 덕에 종가 주변 장애물들이 작동되면서 결국 쉽게 도망도 못 치고 이렇게 쫓기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나한테 그러지 말고 차한테나 땍땍거리라구욧!”

스코프를 끼고 가까스로 운전하던 아메스가 옆에서 자꾸 귀찮게 구는 네피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대꾸했지만 네피 역시 덩달아 언성을 높였다.

“누가 이런 똥차 끌고 오래?”

“이게 무슨 똥차라구 그래요! 신경 쓰이니까 조용히 좀 하라니까요! 어엇!”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에 아메스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장애물에 왼쪽 옆구리가 받히면서 하마터면 도로 옆의 도랑으로 빠질 뻔했던 차는 가까스로 다시 방향을 잡아 달리기 시작했다. 떨어져 나가버린 한쪽 문짝으로 바람이 무섭게 몰려들어왔다.

“제기랄! 이 썩을 놈의 똥차!”

아메스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옆쪽이 통째로 떨어져나가면서 중요한 배선이라도 끊겼는지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부서진 틈새로 머리를 디밀었던 조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충전기가 두 토막 났는데?”

“아이! 썅!”

아메스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뒤를 돌아본 조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대로 가면 잡힐텐데......잠깐, 저기 오는 게 전하 차 아냐?

아메스의 차에 무언가 이상이 생겼음을 알아챈 카렐이 아메스의 차 오른쪽에 자신의 차를 바싹 붙였다. 두 대의 차는 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나란히 질주해가고 있었다.

“먼저 옮겨 타!”

네피가 아메스의 조종간을 대신 움켜쥐며 그를 옆으로 밀쳐냈다. 오른편에 붙은 카렐의 차 옆문이 활짝 열리더니 안에서 나타난 시로가 아메스를 향해 급히 팔을 뻗었다. 발 밑을 스치는 무서운 속도에 아메스가 잠시 움찔 했다.

“빨리! 내가 받아줄 테니까!”

시로의 고함소리에 용기를 얻은 아메스가 다리에 힘을 주어 옆 차로 힘껏 뛰어들었다. 아메스의 허리를 재빨리 낚아챈 시로가 그를 급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카렐이 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가디언들부터 넘어오라고 해라.”

부상을 입은 가디언이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가까스로 이쪽 차로 건너오자 나머지 가디언들은 빠른 속도로 차례차례 이쪽 차로 옮겨 타고 있었다. 카렐의 중형차 안은 순식간에 이 많은 사람들로 빼곡이 차 버리고 있었다. 차례가 온 솔이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다.

“제발! 빨리 좀 넘어가란 말이야!”

솔은 차례가 온 것을 잘 알고있었지만 아직까지 차마 넘어갈 생각을 못한 채 벌벌 떨고있을 따름이었다. 그 때 옆 차 문 밖으로 시로 대신 다른 사람이 불쑥 나타나 팔을 내밀었다.

“솔, 빨리 이리 와라. 네 다리로 말이다.”

차 옆에 매달린 채 한 팔을 뻗은 카렐이 최대한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오랜만에 카렐의 얼굴을 본 솔의 표정이 금새 환하게 밝아졌지만 여전히 그의 두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자, 빨리. 내가 잡아줄 거다. 다른 사람 아무도 네게 손 안 댈 거다. 내 손을 잡아,”

베아트릭스가 두 대의 차를 최대한 바싹 붙여 달리고 있었다. 솔이 용기를 내어 문 앞에까지 다가갔지만 차마 뛰어넘지는 못한 채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카렐의 날카로운 눈이 솔의 겁에 질린 얼굴을 똑바로 향했다.

“빨리, 솔......조페! 밀어!”

카렐의 느닷없는 고함소리에 조페가 눈 깜짝할 새 솔의 등뒤를 거칠게 떠밀었다.

“아악!”

비명을 지른 솔이 중심을 잃으며 앞으로 넘어지자 카렐이 그의 뒷덜미를 재빨리 움켜쥐었다. 바닥에 무릎이 스치면서 솔은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비명을 지르는 솔을 한 팔로 번쩍 들어올린 카렐은 그를 품에 힘껏 껴안고 차 안으로 나동그라졌다. 뒤이어 베흔을 떨구어낸 조페가 온몸에 작은 부상을 입은 채 그 위로 다시 뛰어들었다.

“네피! 됐어! 넘어와!”

시로의 고함소리에 운전석 옆문을 발로 차 부수어 버린 네피가 마지막으로 카렐의 차 안으로 몸을 날렸다.

“아욱!”

제일 밑에 깔린 카렐이 결국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카렐 위에 솔, 그 위에 조페와 네피까지 무려 세 명의 덩치들에게 깔려버린 카렐이 숨을 캑캑거리고 있었다. 위아래로 사람들에게 짓눌린 솔은 발작을 하고싶어도 못할 지경이었다. 차는 어느새 자기와이어 영역을 거의 벗어나 있었다. 에너지장벽이 있는 10스타디아정도 전방에는 주변에서 몰려든 델루지 가 1군단 병사들이 길목을 가로막은 채 이쪽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됐어!”

베아트릭스로부터 운전석을 다시 넘겨받은 카렐은 차 방향을 홱 틀어 길에서 벗어나 물이 얕게 고인 수로에 뛰쳐 들었다. 한구석이 부딪힌 차가 요란스럽게 진동하자 가뜩이나 북적거리는 차안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건 또 뭐야!”

위치가 뒤집어져 조페에게 깔려버린 네피가 소리를 꽥 질렀다.

“나만 믿어.”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카렐이 사방으로 물을 흩뿌리며 차를 가속하기 시작했다.

“건기 중순에 델루지 종가 인공호수 수로의 수심은 반 척이 채 안되고 수위조절을 위한 저수지 수심은 12척 정도. 보병이 뛰어들긴 거지같은 깊이지만 차가 달리기에는......뭐, 달리지는 못하겠지만 당장 가라앉을 정도는 아니겠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제기랄, 그래, 너 잘났다, 너 여기 7년이나 있었구나. 아휴, 좀 비켜,”

네피가 입을 삐죽거리며 가슴을 타고누른 조페를 힘껏 밀어냈지만 조페 역시도 갈 곳이 없이 낑낑대고 있었다.

“베네루스! 저수지와 수로와 연결되는 지점에서 호버링 상태로 대기해!”

대기 중이던 셔틀에 연락을 띄운 카렐은 멀리 보이기 시작한 저수지물을 향해 차를 무작정 가속시켰다. 어느 순간, 수로의 물이 조금씩 깊어지기 시작하는 듯 싶더니 차는 요란스런 물보라와 함께 깊은 저수지에 빠져들고 있었다.

셔틀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제네르와 우베는 온몸이 흠뻑 젖은 채 가까스로 셔틀에 기어오른 카렐에게 힘있게 경례를 올렸다. 저수지 물 속에 빠져 아우성치던 가디언들이 와이어를 붙들고 차례대로 셔틀에 뛰어오르고 있었다.

“제기랄! 안 가라앉는다며! 뛰어들자마자 가라앉았잖아!”

물에 빠진 생쥐가 된 네피가 셔틀에 기어오르자마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 네피에게 역시 흠뻑 젖은 카렐이 물을 털어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미안해. 내 체중을 계산 안했어.”

카렐에 뒤이어 안에 들어선 아메스는 뚱한 표정이었다. 차에서부터 내내 솔만을 챙겨주던 카렐은 이곳 셔틀에 오를 때도 솔을 품에 안은 채로 제일 먼저 올랐던 터였다. 그런 모습을 꽤나 불만스럽게 바라보던 아메스는 우베가 솔에게 내민 쥬스잔을 중간에서 냉큼 낚아채 혼자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이럴 때 보면 속 좁기는......”

무어라 더 떠들려는 우베의 옆구리를 제네르가 살짝 꼬집었다. 이곳 바로 옆까지 일행들을 쫓아온 베흔 일행에게 저수지 물에 가라앉아 가는 빈 차 한 대만을 선물로 남겨둔 일행은 바로 셔틀에 옮겨 타고 수면을 박차며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조금씩 멀어져 가는 비엔의 아름다운 풍광을 잠시 멍 하니 내려다보던 베아트릭스는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렐을 바라보았다. 어깨에 담요를 덮은 솔이 카렐의 가슴에 안긴 채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카렐이 떨고있는 솔의 어깨를 연신 어루만지며 무어라 계속 속삭여주는 모습에 얼굴이 더 일그러든 아메스는 결국 입을 삐죽거리며 조종석 쪽으로 가 버렸다. 베아트릭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결국 입을 열었다.

“그런데......솔이 웬일이죠?”

“으, 응?”

베아트릭스의 지적에 비로소 이상함을 깨달은 카렐이 얼른 솔을 내려다보았다. 그제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솔은 잠시 쭈뼛거렸지만 결국 다시 눈을 감으며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말았다.

“어쨌든 다행이다. 이젠 다 좋아질 테니.....”

밝은 표정으로 솔을 바라보던 카렐의 시선이 그의 허리에 꽂혀있는 긴 시미터에 멎은 건 그때였다.

“처음 보는 칼이구나?”

카렐이 손을 내밀자 솔은 차고있던 칼을 끌러 그의 손에 내주었다. 화려하게 조각된 단단한 호두나무칼집에 싸인 푸른빛 칼날에는 ‘태자 주페 세호 리쿠 - 사촌동생 사르키스에게’ 라는 주페 태자의 친필문장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칼날을 꼼꼼하게 살펴본 카렐이 웃으며 말했다.

“외숙부가 정말 귀한 걸 선물했구나. 네 당숙의 유품이니 소중히 간직하도록 해라.”

“예.”

카렐이 칼을 돌려주자 솔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카렐은 여전히 퉁퉁 부은 얼굴로 쥬스잔만 신경질적으로 들이키고 있는 아메스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짚었다.

“라마단 휴가 전반부를 이렇게 힘들게 보내고 말았군요. 하지만 아직 17일이나 남았으니 아깝게 여기실 건 없을 겁니다.”

그제서야 못이기는 척 짐짓 뾰로통한 표정으로 카렐에게 다가선 아메스는 자신의 어깨를 짚고있는 카렐의 큰 손에 뺨을 부비며 솔 보라는 듯 카렐에게 바싹 붙어섰다.

카렐 말마따나 이 기분 좋은 라마단의 거의 절반을 이렇게 최악으로 보내고 말았으니 나머지 절반은 반드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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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파트 13이 끝이군요. ^^;;

파트 12, 13의 현재 이야기가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에피소드에 가까운 부분이었다면 이후 3개 파트는 이제 다시 본 이야기의 분위기로 조금씩 돌아가게 됩니다.

다음 파트의 안내입니다.

파트 14 : 매화는 봄을 기다린다.

현재 이야기는 서부에서 큰 사건(?)이 벌어지면서 지금까지의 제위경쟁의 판도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라마단 나머지 기간을 다루는 내용입니다. 앞으로 벌어질 3개의 큰 반전을 이루는 사건의 첫번째입니다.

과거 이야기는 4차 혼란기의 끝과 카렐의 출생, 자이센 가에 넘겨지기까지 카렐의 아기 시절이 다루어집니다. 그리고 4차 혼란기를 다룬 옛 이야기가 대단원을 내리게 됩니다.

매화는 고난을 이겨낸 오랜 기다림을 상징합니다.

파트 15 : 밀집꽃을 짓밟지 말지어다.

현재 이야기는 라마단이 끝나고 다시 탈라스의 전장으로 무대가 옮겨집니다. 3개의 큰 반전 중 두번째의 사건이 벌어집니다. 아마 제 소설에서 '짧은 시간의 단일 에피소드'를 다루는 부분 중에서는 가장 긴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과거 이야기는 이제 훨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 90년대 세나우스 1세가 죽고 세나우스 2세가 새로운 황제로 오르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밀집꽃은 "과거를 잊지 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파트 16. 내 아버지 곁의 고결한 소나무

드디어 1부의 대단원입니다. 내용은......^^;;

과거 이야기는 세나우스 2세가 오르마즈와 베흔, 이 양 날개를 이끌고 강력한 전제군주 '철의 유평대제'로 등극하는 피의 역사와, 로노, 주페를 비롯한 태자들의 출생에 관한 내용을 다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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