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71 회: Part 13. 시들어가는 소나무 밑에 연꽃이 피어날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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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오늘이 제 결혼식이온데......“
제롬이 잔뜩 불만에 찬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네페티 부인은 그런 아들에게서 쌀쌀맞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가 무엇 때문에 내 허락도 없이 네놈 멋대로 올리는 결혼식에 참가하겠느냐?”
해도 뜨기 전의 꼭두새벽부터 차비를 차리고 있는 부인은 사실 베흔이 테나토 행성계에서 자신을 찾아오고 있다는 소식에 서둘러 빠져나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물론 아들이 솔과 억지로 올리는 결혼식 따위에 얼굴을 내밀 생각 역시 털끝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퉁퉁 부은 얼굴의 제롬은 이곳을 떠나는 어머니를 야속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네페티 부인을 호위하며 셔틀에 오르던 네피는 저 망할 원수 같은 놈을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았지만 대놓고 제롬에게 험담을 쏟아놓거나 난동을 피우지는 않고 있었다.
‘웬일이야.’
다혈질에 단순우직한 네피의 성격을 익히 들어 잘 알고있던 제롬은 그의 뜻밖의 침착한 행동에 조금 의아해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저 신경쓰이는 놈이 사라져주는 것만으로 어머니가 혼례에 참석하지 않는 섭섭함을 애써 달래보고 있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어머님, 세데스를 데리고 타르서스에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부인 오르테가 어머니에게 속보일정도로 친근하게 배웅을 하는 모습에 제롬이 입가를 씰룩거렸다. 어쨌든 판과 네피를 동반한 네페티 부인은 개인 셔틀에 올라 이곳 델루지 종가를 떠나고 있었다.
“쳇,”
제롬이 입을 삐쭉거리며 뒤로 돌아섰다. 오전 10시에 예정되어있는 혼례는 천상 두세명의 가까운 친척들과 세호 가에서 온 뤼렌 부인 모자만으로 단촐하게 치러야 할 모양이었다.
“그래, 아무렴 어때, 그냥 첩인데. 혼례를 치러주는 것만도 감지덕지지.“
“아씨, 아씨.”
조페가 차 안에서 더러운 야전담요를 돌돌 말은 채 곯아떨어져 있는 아메스를 툭툭 건드려 깨웠다. 가까스로 일어난 아메스가 눈곱을 떼며 피곤한 눈을 비비적거렸다.
“시간 됐습니다.”
“엉, 그래?”
담요를 돌돌 말아 가방에 챙겨넣은 아메스는 함께 온 가디언들을 불러모았다.
“네피 대장이 설치한 교란장치 15개가 작동을 시작하는대로 침투한다. 각자 임무는 잘 알고있겠지?”
“예!”
조페를 비롯한 7명의 전사단 가디언들이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피를 동반한 네페티 부인이 종가에 위험을 무릅쓰고 먼저 들어간 건 제롬의 혼인을 말린다는, 가망없는 일을 시도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네페티 부인을 호위한다는 명목으로 종가를 ‘활보’하고 다닌 네피는 종가의 경비상태를 미리 정탐한 것은 물론이었고 그곳에 15개나 되는 감지장치를 모두 무력화시키는 회로를 설치해놓은 후였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 에너지장벽을 파괴할 가디언 6명도 이미 각자의 위치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번에 아메스가 맡은 임무는 델루지 종가 진입계획을 총지휘하는, 꽤 중요한 일이었다. 지난번 달리 플라칼을 생포하면서 나름대로 지휘부의 신임을 얻은 아메스로서는 자신에게 내려진 이 ‘의미있는’ 임무가 만족스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자신들의 핵심지역이 뚫렸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이 이후 남부녀석들의 사기에도 치명타를 줄 것이 확실했다.
“라마단중인 것을 잊지 마라. 이번 임무를 순수하게 가디언들만으로 진행하는 이유를 알겠지? 이번 임무는 솔을 구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전하의 장태자발표 전에 우리의 힘을 과시하는 정치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
“물론입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조페가 따라온 6명의 가디언들과 함께 종가 담장 쪽으로 잽싸게 접근해가기 시작했다. 가디언 1명과 함께 차에 남은 아메스는 카메라와 스캐너를 통해 그들을 지켜보며 긴장된 눈을 부릅떴다. 동서방향으로 족히 50스타디아는 넘게 길게 늘어진 이 저택 서쪽에는 거대한 본채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동쪽으로 산책로와 숲, 잔디밭으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정원, 그리고 첩들이 사는 별채와 하인, 경비병들의 숙소 등이 배치되어 있었고, 이 모든 시설은 2중으로 탄탄하게 만들어진 단단한 강화 석조 담에 보호되고 있었다. 네페티 부인이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솔은 지금 저곳 별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3월 13일, 제롬 공과 솔의 결혼식이 예정되어있는 이 기분나쁜 날의 아침은 이렇게 긴장된 분위기에서 밝아오고 있었다.
밤새 한잠도 이루지 못한 솔은 멍 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혼례를 위해 준비된 화려한 옷들이 탁자위에 늘어져 있었지만 그 역시도 오늘 주인공의 관심사 밖이었다. 그의 침실에 들어온 뤼렌 부인이 사뭇 사무적으로 말했다.
“네피는 새벽에 네페티 부인과 함께 떠나더구나.”
아버지가 가버렸다는 절망적인 소식에 솔이 두 눈을 꼭 감고 말았다.
“이젠 녀석도 널 버렸으니 포기해라. 이제 최고제후 첩으로 풍족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거다.”
외할머니의 말에 눈을 갑자기 부릅뜬 솔이 밋밋한 톤으로 대답했다.
“그 남자는 제 원수입니다.”
뤼렌 부인이 솔의 여전한 태도에 굳은 표정으로 그대로 뒤로 돌아서고 말았다.
“저자는 그 댓가를 반드시 치를겁니다. 이미 열번은 죽었을 제가 자살하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솔의 살기어린 말에 뤼렌 부인과 사르키스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하고 천사같기만 하던 솔이 근 며칠새 완전히 딴사람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있었다. 이젠 보는사람마다 돌려보내달라며 애원하지도 않았고 걸핏하면 눈물을 보이던 나약한 모습도 이젠 찾아볼수가 없었다. 사르키스는 솔의 이런 변해버린 모습이 내심 가슴아픈지 옆으로 돌아서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솔은 별채가 있는 정원 남쪽에서 본채로 이어지는 긴 산책로를 청소하고 있는 누군가를 멍 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디언의 피를 물려받은 그의 밝은 눈은 이제 겨우 햇빛이 조금 비치기 시작한 어슴푸레한 새벽공기 속에서 또렷이 보이는 그 하인이 어딘지 눈에 익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잠시 떨리던 솔의 눈빛은 곧바로 안정을 찾고 있었다. 솔이 뤼렌 부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산책 좀 하고 싶습니다.”
“마음대로.”
셔틀에서 허둥지둥 내린 베흔은 본채 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어머니를 배웅하고 막 들어와 앉아있던 제롬 공은 벌개진 얼굴로 응접실에 뛰쳐들어온 베흔에게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어머니 방금 가셨네.”
순간 허탈해진 표정의 베흔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버리고 말았다. 테나토에서 카렐을 놓치고, 서둘러 달려왔던 그는 결국 네페티 부인마저도 놓쳐버린 셈이었다. 제롬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는 베흔에게 웃는 낯으로 말을 건넸다.
“자네라도 왔으니 다행일세 그려. 10시에 솔과 내 결혼식이 있을 테니 증인 자격으로 얼굴이나 디밀어주게나.”
“예. 그러죠.”
베흔이 마지못해 대답하고는 응접실 안락의자에 힘없이 몸을 기대고 앉았다.
제롬이 무언가 생각난 듯 찻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네피 녀석이 와서 질겁을 했었는데 그놈 생기긴 뭣같이 생겨서 생각 외로 얌전하대? 그런 놈한테서 어떻게 저런 미녀 딸이 태어났나 모르겠어.”
“네피가 왔었다구요?”
순간 질겁한 베흔이 갑자기 큰 소리로 되물었다.
“응, 어머님 호위하고 왔던걸. 근데 딸 얼굴 한 번 보더니 그냥 순순히 돌아갔어. 왜?”
“이, 이런......”
베흔이 갑자기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당장 종가주변 폐쇄하십시오! 녀석들이 딴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무슨 딴생각?”
“이곳을 기습하려 함이 확실합니다!”
칼을 움켜쥔 베흔은 놀라 달려나가는 제롬과 함께 급히 본관 밖으로 향했다. 소식을 들은 경비대장이 급히 제롬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이곳 보안장치는?”
유사시 사용하기 위한 4000급 에너지장벽이 반경 60스타디아 외곽에 설치되어 있고 종가를 경비하기 위한 간이형 에너지장벽은 외곽 담을 따라 설치되어 있습니다! 자기와이어 방어영역은 군용셔틀에 대해서는 반경 50스타디아정도 됩니다!“
베흔이 얼굴을 찡그렸다. 외부에서 내부로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에너지장벽은 범위 내에 이미 적들이 들어와 있다면 언제든 파괴할 수 있는 무용지물인데다가 외부로의 통신까지 두절시켜버리는 꽤나 심각한 부작용이 문제였다. 하지만 자기와이어가 깔려있다면 셔틀을 이용한 적들의 강습이나 도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일단 어느 정도는 안전을 확보하는 셈이었다.
제롬이 경비대장에게 큰 소리로 지시했다.
“언제든 작동시킬 수 있도록 준비 갖춰놓도록 해라! 그리고 현재 동원 가능한 경비병은 총 몇 명이지?”
“가디언 35명과 정예 보병 400명, 개인경호원 40명입니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1군단 사령부가 있으니 언제든 보강할 수 있습니다.”
“모두 위치로 보내고 1군단 병력은 종가 외부 반경 60스타디아의 에너지장벽을 따라 배치하도록 한다!”
“예!”
제롬의 명령을 받은 경비대장이 급히 달려나가자 베흔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만일을 대비해 인근에 있는 근위대 남부 파견군 병력을 동원하는 것이......”
“됐어. 여긴 델루지 가 종가일세.”
제롬이 자존심이 조금 상한 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제롬은 본채 뒤, 멀리 떨어진 정원 한쪽에서 어깨에 숄을 두른 채 산책을 나와있는 솔을 문득 바라보았다.
새벽산책을 나온 솔의 뒤에는 여느때처럼 2명의 델루지 가 가디언들이 시선을 놓지 않은 채 뒤따르고 있었다. 시무룩한 얼굴의 솔은 청소를 하던 하인이 한쪽에 잔뜩 쌓아놓은 낙엽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새벽비가 내려서 날이 춥습니다. 작은 마님. 낙엽도 젖었구요.”
자신을 ‘작은 마님’이라고 부르자 솔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하지만 솔은 전혀 가디언답지 않은 작은 체구의 그 하인이 평소 ㅤㅋㅞㄹ크의 본부마을을 지키던 카렐의 근위가디언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었다.
“젖은 낙엽을 태우면 좋은 냄새가 날 겁니다. 한번 다가와 보세요.”
솔이 낙엽더미에 바싹 다가가자 하인이 낙엽더미에 불을 가져갔다. 하인의 눈짓을 받은 솔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얼른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하인 역시 불을 붙이며 얼른 눈을 감았다.
“저게 뭐야!”
솔을 바라보고 있던 제롬이 소리를 꽥 질렀다. 하인이 불을 붙인 낙엽더미에서 갑자기 시커먼 연기가 폭발하듯 치솟아 올랐다. 베흔 역시 거의 폭음에 가까운 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경비병! 경비병!”
솔을 감시하던 두 명의 가디언이 입을 감싸쥐며 쓰러지는 모습을 끝으로 그쪽의 시야가 완전히 막혀버리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연기가 델루지 종가의 정원 일대를 새카맣게 뒤덮으며 번져나갔다. 베흔은 주머니에 차고있던 스코프를 급히 꺼내썼지만 가디언들의 질식해 쓰러지는 모습을 보아서는 자칫 접근하는 것조차 위험할수도 있었다.
“마스크 가져와! 마스크!”
갑주를 챙겨입은 보병들은 투구의 사이트를 내리며 급히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평소 투구와 같은 방어구를 이용하지 않는 가디언들은 접근하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여ㅤㄱㅣㅆ습니다!”
경비병이 내민 마스크를 쓰고 뒤늦게 정원으로 달려가기 시작한 베흔은 채 서너 발자국 앞조차 제대로 분간되지 않은 이 아수라장 속에서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군데군데 이 지독한 연기에 졸도한 하인들과 집안사람들만이 눈에 띌 따름이었다.
“그 계집을 찾아! 가디언들은 내부를 수색하고 경비병들은 외부를 폐쇄해라!”
칼을 뽑아든 베흔이 할룩스에 대고 악을 쓰며 외쳤다. 누군가 앞을 뛰어가는 모습에 놀라 칼을 치켜들었던 베흔은 하마터면 델루지 가 가디언의 목을 벨 뻔 하고 말았다.
“제기랄!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베흔은 갑자기 북쪽에서 들려온 경비병의 목소리에 그쪽을 휙 돌아보았다.
“여기다!”
안쪽 담을 뛰어넘으려다가 경비병들에게 들키고 만 조페는 소리를 지른 녀석을 단숨에 걷어차 쓰러뜨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하 녀석이 ‘연기’를 피우기만 기다리고 지켜보고 있던 조페는 연기가 나기가 무섭게 달려들어 솔과 부하를 끄집어내 이곳까지 도망쳐오던 참이었다. 펄쩍 뛰어오른 솔이 사람 키의 두 배는 될 담에 급히 기어올랐다.
“네놈이었구나!”
귀에 익은 목소리에 순간 당황한 조페가 얼른 칼을 치켜들었다. 두 명의 델루지 가 가디언과 함께 나타난 베흔이 오래 전 달아난 이 배신자에게 그 큰 플람베르주를 똑바로 겨누고 있었다.
“미안, 대장, 나 좀 바빠서,”
가디언치고는 유난히 작은 체구의 조페가 놀라운 탄력으로 담을 붙들고 홀쩍 뛰어넘어 달아나자 베흔 역시 그에 질세라 담을 넘어 뒤쫓아가기 시작했다.
“여기 정원 중앙부 북쪽의 안쪽 담과 바깥쪽 담 사이다! 적은 여기 있다!”
몇 초 못 가 조페의 뒤를 따라잡은 베흔이 그의 등뒤에 거세게 칼을 휘둘렀다. 하마터면 등을 베일 뻔했던 조페는 뒤로 휙 돌아서며 시미터 두 개를 양손에 뽑아들었다.
“이 배신자새끼!”
베흔이 내리찍은 플람베르쥬를 가까스로 막은 조페는 강력한 힘에 밀려 몇발짝을 밀려나고 말았다. 숨돌릴새도 없이 계속해 몰아치는 베흔의 공격에 조페가 계속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다.
“아악!”
베흔과 함께 달려온 델루지 가 가디언에게 뒷덜미를 잡힌 솔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벌렁 넘어지고 말았다. 적은 베흔까지 3명, 이쪽은 가디언 2명과 솔 뿐이었다. 그리고 몇 초 이내로 적들이 더 몰려올 것이 확실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담이 높아 내부에 있던 경비병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문으로 돌아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놔요! 놓으라구요!”
악을 쓰며 저항하던 솔은 가디언의 손목을 물어뜯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체중으로 내리눌러오는 가디언에게 제압당한 그는 팔이 비틀린 채 지저분한 흙바닥에 내리 눌리고 말았다.
“젠장!”
조페가 소리를 꽥 내질렀다. 설상가상으로 십여 명의 델루지 가 가디언들이 다시 안쪽 담을 넘어 달려오고 있었다. 베흔에게 일방적으로 밀려나고 있던 조페의 얼굴에 절망이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뒤질세라 반대편 담 안에서도 7명의 전사단 가디언들이 뛰쳐들어오고 있었다. 바깥쪽 담을 훌쩍 뛰어넘어 들어온 7명의 전사단 가디언들의 선두에는 유난히 크고 우람한 덩치의 도끼잡이 하나가 서 있었다.
“이 우라질 놈의 새끼가 누굴 감히!”
그는 솔의 뒷덜미를 잡고있던 델루지 가 가디언을 그 무지막지하게 큰 발로 사정없이 걷어차 버렸다.
“솔! 괜찮냐!”
가까스로 풀려난 솔이 그제서야 표정을 펴며 너무도 반가운 아버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베흔 이 새끼야! 넌 나랑 싸우자!”
휘청거리는 조페의 앞을 막아선 네피가 침을 퉤 뱉으며 베흔을 향해 거대한 도끼를 번쩍 치켜들었다. 안쪽 담과 바깥쪽 담 사이, 매캐한 검은 연기가 가득한 이 좁은 공간은 20명에 가까운 가디언들의 난투극이 벌어지면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젠장! 또 와!”
십여 명의 델루지 가 경비병들이 양쪽에서 몰려오고 있는 모습에 크게 놀란 조페가 솔을 밀어내며 소리쳤다.
“넌 먼저 달아나!”
담을 향해 급히 달려가던 솔은 재빨리 쫓아온 델루지 가 가디언에게 또다시 발목을 잡히며 흙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에잇!”
바닥에 뒹구는 칼집을 움켜잡은 솔이 자신의 발목을 결사적으로 붙들고있던 델루지 가 가디언의 머리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 이 약해 보이는 아가씨의 뜻밖의 반격에 제대로 막을 엄두도 못내 본 채 정수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가디언은 그대로 정신을 잃으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기회를 잡은 솔이 얼른 담에 기어올랐다.
“어딜!”
담에 매달렸던 솔이 또다시 육중한 저항감에 얼른 밑을 돌아보았다. 동쪽에서 세호 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온 외숙부 사르키스가 솔의 발목을 결사적으로 움켜쥔 채 끌어내리고 있었다.
“안된다! 가긴 어딜 가!”
“전 갈거라구요!”
버둥거리며 악을 쓰던 솔은 세 명의 병사들이 차례대로 그를 붙들면서 결국 담에서 또다시 떨어져 흙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사르키스가 칼끝을 대뜸 솔의 목에 들이댔다.
“움직이지 마라.”
“절 죽이기라도 하시게요?”
솔이 사르키스의 눈을 매섭게 째려보며 물었다. 솔의 이런 태도에 놀란 사르키스는 잠시 움찔 하고 있었다.
“순순히는 안 잡혀드릴 겁니다!”
솔이 사르키스의 칼을 맨손으로 거칠게 쳐내버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솔은 피가 흐르는 손으로 옆에서 덤벼드는 세호 가 경호원의 얼굴을 힘껏 후려쳐 자리에 쓰러뜨리고는 그의 시미터를 냉큼 빼앗아들었다.
“절 죽이고 시체나 가져가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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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편발송분 절반 발송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내일아침 발송할 예정입니다.
오늘 발송된 분들 명단과, 등기번호는 게시판에 곧 올리겠습니다. 인터넷우체국에
가시면 배달조회하실 수 있습니다. ^^;;;
(오늘 휴가까지 내서 하루종일 포장하고 발송하느라 완전 파김치인데도 올립니다.
흑흑, 추천 안해주고 가시면 밉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