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79 회: Part 9. 쓰러진 베로니카를 품에 안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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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353년에 시작된 5차 혼란기는 브라코 발 플레렌 일가의 참극으로 야기되었던 161년의 3차 혼란기와 마찬가지로 계급제가 엄격한 서부제후지역이 또한번 그 도화선이 되었다.
5제후 이스마엘 가문 영지에서 벌어진 관노예에 대한 가혹행위로 촉발된 이 소요사태는 이스마엘 가가 쉬쉬하는 사이에 걷잡을수없이 번져나갔고, 인접한 2제후 세호 가 영지를 거쳐 어느새 최고제후 플레렌 가 영지까지 들썩이고 있었다. 기원 200년 이후로는 별다른 소요사태가 없었던지라 처음에는 그 대응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서부제후들이 뒤늦은 사태수습에 나서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남부제후지역 일부까지 번져나가고 난 후였다.
5차 혼란기의 이 노예폭동은 어찌보면 3차 혼란기 이후 있어온 정변의 잔여세력들이 총집결하면서 벌어진, 제국의 썩어있던 환부가 고스란이 드러난 한 단면이기도 했다. 투모카프 자이센의 공포정치와 4차 혼란기의 태자들간의 전쟁, 291년의 북부제후군과의 전쟁 등에서 양산된 많은 패잔병 전쟁노예들이 주축이 된 이 사태는 3차 혼란기---공인찬성파 TSG와 옛 코메트부대 패잔병 노예들이 집결해 일으켰던---와 여러모로 유사한 면이 많았다.
결국 '노예폭동'이라고는 했지만 이들 역시 한때는 '군인'으로, 혹은 지휘관으로 있었던 자들이었고, 그런만큼 그 조직은 단순히 '폭도'라기보다는 '반군'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했다.
어느정도 세를 규합한 그들은 강력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런 그들은 하임달의 결전에서 생포되어 남부 칼릴의 수용소에 갇혀있던 오르마즈 경의 부장 바스토프 경을 구해내 사령관으로 삼는 기민함을 발휘하기도 했다.
초기에 이들의 기세는 대단해서 서부 5제후 이스마엘 가와 2제후 세호 가의 영지 절반 이상이 통제불능상태에 빠져버렸고, 동부와 남부로까지 번져간 폭동은 동부 5제후 카나 가와 남부 3제후 호지 가의 제후군 절반 이상을 몰살시키는 어마어마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결국 노예 자체가 거의 없어 노예폭동과는 별 관계없는 북부를 제외하고---게다가 이번 노예폭동세력의 상당수가 북부출신이었다.--- 남, 서, 동부 제후들이 한데 모여 전 제국적인 제후 연합군을 구성하는, 역사상 첫 케이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남부 최고제후 테번 공의 장남이며 옛 슈로 기사단 출신 제롬 경을 사령관으로 조직된 총 20만의 연합군은 남부와 서부 경계에 위치한 테나토 행성계에서 무려 18만의 '반군'---물론 이 숫자는 공식적인 것이었고, 포로의 증언에 따르자면 이들 중 8만 이상은 전혀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오합지졸이었다고는 하지만---과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반군'을 만만하게 보고 마구 덤볐다가 큰 피해를 입었던 연합군은 거의 3일에 걸친 고전끝에 결국 사령관인 제롬 경이 직접 나서서 반군 사령관 바스토프 경의 목을 베면서 가까스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4일에 걸친 공방전끝에 석패한 반군은 '노예폭동의 포로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대부분이 그자리에서 참살당했지만 그 뒤부터가 문제였다.
패전 직후 테나토 행성계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대부분의 패잔병들이 다시 북부로 숨어들어 북부 게릴라 세력을 형성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치고, 2만여명의 반군 잔당들이 수송선을 탈취해 다른곳도 아닌 황제령에 숨어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상당수가 옛 북부제후군 소속이었던 이 정예병들은 눈깜짝할새 ㅤㅋㅞㄹ크 지역을 장악해버렸고, 이 '골치아픈 밀림' 지역에서 게릴라전을 개시하면서 제후지역에서 야기된 혼란이 어느새 황제령까지 들썩이게 만든 것이었다.
다른곳도 아닌 황제령 일부가 폭도들에게 점령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세나우스 3세 황제는 무려 2만 명이나 되는 패잔병을 놓친 제후연합군측에 거의 펄펄 뛰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이미 때가 늦은 후였다.
어쨌든 테나토에서 승전을 하고도 그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할수밖에 없었던 제롬 경 대신, 총리대신이던 슈엘러 쉐너 경이 새 연합군 사령관을 맡아 베흔이 이끄는 만여명의 근위대 병력과 합세해 ㅤㅋㅞㄹ크 지역의 잔당 소탕을 위한 2차 전쟁에 불가피하게 들어갈수밖에 없었다.
"휴우~"
ㅤㅋㅞㄹ크 외곽에 마련된 숙영지에 5백여명의 선발대 가디언들을 이끌고 도착한 페로는 무려 21만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군세에 내심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셔틀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그런 페로의 뒤에는 이번에 특급으로 승급한 네피가 큰 도끼를 쥐고 서 있었다.
"이정도 병력이면 제국을 통째로 집어삼킬수도 있겠군."
페로가 허리에 찬 칼을 똑똑 두들기며 그다운 위험천만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넋을 놓고 숙영지를 바라보고 있는 페로에게 안면이 있던 근위대 1급 가디언 쿠베 녀석이 다가와 꾸벅 하고 인사를 올렸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
"15분 후에 사령관 막사에서 작전회의가 있을 것이라 하니 참석해주십시오."
"뭐야, 이제 막 도착했는데.....상황파악도 못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작전회의는 회의가 아니고 일방적인 지시하달일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아는 페로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지만 사령관 주재회의라니 별다르게 뺄 명분도 없었다. 네피에게 선발대 정비를 맡긴 페로는 일단 쿠베를 따라나섰다.
이 대규모 숙영지의 중간에 만들어진 사령관의 대형 막사에는 이미 각 지역 제후군 지휘관들과 사령관인 슈엘러 쉐너 총리가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베흔 근위대장은 조금 늦는다는군."
동부 제후군을 이끌고 온 당숙 아르군 슈트란 경이 오랫만에 본 페로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동안 동부를 제외하고는 여타지역 고위급 인물들을 본 경험이 얼마 없던 페로로서는 이 기회에 각 지역 제후군의 내노라하는 지휘관들이 면면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그 중에는 서부제후군의 손꼽히는 명장인 아쉬드 하지즈 장군과 라바니 세호 경 등의 모습은 물론이었고 남부제후군의 마누엘 델루지 경이나 카산드라 호지 부인 등의 맹장들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제기랄, 빨리오라고 사람까지 보내놓고 지는 늦게오는건 무슨 심보래?"
베흔이 늦게온다는 소식에 입을 삐죽거린 페로가 행여 사령관 슈엘러 경에게 들릴까 조심하며 아르군 경에게 투덜거렸다.
상석에 앉아 지도를 보며 무언가를 궁리하고 있는 총리대신 슈엘러 경은 이런 대규모 작전에 흠잡을데없는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성전의 해'에 오르마즈 경 휘하에서 TSG 민병대 부사령관으로 참전한 그는 베흔과 함께 제2개국공신의 명예까지 받은 제국의 손꼽히는 공신 중 한명이었다. 그 뒤로도 여러번의 혼란기에 많은 경험을 지니고있는 백전노장이었지만 291년까지만 해도 제국 제일의 명장인 오르마즈의 명성에 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던 조금은 불운한 인물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중앙귀족 최고 명문 쉐너 가의 종장으로서, 그리고 제국을 호령하는 총리대신으로서 그 인생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상당수의 군인출신 정치가들이 그렇듯 정치감각 부족과 무대포식 밀어붙이기 정책으로 세간의 빈축을 사고있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내각회의 석상에 비단옷을 걸치고 앉아있는것보다는 지금처럼 시끌시끌한 막사에 갑주 차림으로 앉아있는 편이 훨씬 어울릴 그런 인물이었다.
"근위대장 베흔 님 드십니다."
셈의 목소리와 함께 막사 한쪽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마디씩 불평을 다 늘어놓고있던 지휘관들이 일제히 조용해지고 있었다. 페로 역시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구의 베흔의 출현에 이들 지휘관들의 어깨가 순식간에 움츠러들고 있었다.
엔간한 지휘관들보다 족히 한뼘은 큰, 그의 당당한 체격은 가디언들 중에서도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었다. 가디언들의 '신장 범위'에서도 그 꼭대기를 기록하는 그의 큰 키는 자칫 잘못되었다면 몸을 둔하게 만들수도 있는 약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저 탄력있는 몸매의 가디언은 근력이나 순발력, 지구력 모두에서 다른 모든 가디언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의 예술같은 몸을 바라보며 페로는 자신을 따라온 '덩치' 네피가 베흔처럼 조금만 더 '날렵하게' 생겼다면 훨씬 보기에는 좋았을 것이라며 혼자 말도안되는 상상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그런 베흔의 뒤를 이어, 페로의 상상처럼 꽤나 날렵하게 생긴 한 녀석이 시커먼 망토에 복면까지 한 채 불쑥 들어섰다.
"저놈은 뭐야?"
흠칫 놀란 아르군 경이 페로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얼굴을 살짝 찌푸린 페로가 아르군 경에게 대답했다.
"가디언이면 완전 실패작이구만. 저 허리 개미같이 가는 것 좀 봐. 근데 다른건......"
페로 뿐만이 아니고 이곳에 모인 거의 모든 지휘관들의 시선이 그 기묘한 자에게 모아지고 있었다. 그들이 놀란 건 그 '가디언 예술작품'인 베흔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그 특이한, 아니 괴상하기까지 한 체형 때문이었다. 몸에 붙는 검은 수트 위로 드러난 체형은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베흔과 한치 다름없이 똑같은 엄청난 키는 접어두고라도 거의 베흔만한, 아니 더 넓을 수도 있어보이는 어깨의 선은 마치 지방층을 모두 벗겨낸 해부학 표본같은 완벽한 '근육' 그대로였고, 넓은 가슴 역시 과장되지 않은 완벽한 형태를 그리고 있었다. 게다가 엔간한 사람의 허벅지만한 굵기의 베흔의 팔뚝과 비교하면 얼핏 빈약해보일수도 있는 긴 팔에는 소름끼칠 정도로 선명한 근육이 수트 밖으로까지 드러나 있었다.
게다가 보통의 남자 허리와 굵기에서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이는 가는 허리 아래로는 그 팔처럼 선명한 힘줄이 드러난 날씬하고 유난히 긴 다리가 땅을 딛고 서 있었다.
"고놈 참 가디언치곤 몸매한번 희한하네. 쭉 빠진 게 보기에 죽여주긴 한데 저래서 어디 힘이나 쓰겠어?"
아르군 경이 키득거리며 '품평'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신나게 맞장구를 쳐 주려던 페로는 망토 밖으로 드러난 녀석의 손을 보고는 하려던 말을 딱 멈추고 말았다. 몸에 안어울릴정도로 큰 그 손은 얼핏 보기에도 무척 거칠어보였지만 유난히 긴 손가락과 날씬한 마디는 남자의 손으로는 어딘가 어색했다. 그리고 손목에 차고있는 브레이서 밖으로 조금 드러난 팔찌는 근위대의 상징인 금색이 아닌, 바로 자신의 수련장을 상징하는 파란색이었다.
그 말도안되는 상황에 이미 반쯤 넋이 나가있던 페로는 자기도모르게 시선을 녀석의 눈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눈 부분만 가까스로 드러난 그 복면 뒤로는 남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길어보이는 갈색의 눈썹이 돋아 있었다. 그리고 페로의 시선과 동시에 그가 눈을 치켜떴다.
"허억!"
옆에 있던 아르군 경이 깜짝 놀랄 정도로 자기도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만 페로는 뒤의 벽을 짚고서야 겨우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막사 안의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그 옅은 회색의 특이한 눈동자는 마치 오팔처럼 영롱하고 화려한 무지개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바로 페로가 옛날, 세네피스 황후에게서 보았던 그 눈동자였다.
"페로 자이센 경."
"예."
페로가 사령관 슈엘러 경의 부름에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을 토해냈지만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페로를 부르는 사령관의 목소리에 그 회색빛 눈동자 역시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틀림없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털북숭이 괴물도, 남자 둘을 얹어놓은 거구도, 추악한 살인귀도 아닌, 너무도 아름답고 당당하게 자란 '괴상한 여자아이'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도 자신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래, 내기만 이기면 돼."
베흔과의 '내기'를 걸고 자신만만하게 막사를 나선 페로에게 지금 닥친 문제는 카렐이 30명을 죽이느냐 마느냐가 아니고 행여 적이라도 달려들어 저 약해빠진---아직 옛 환상과 현실을 헛갈리고 있는 페로의 눈에만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카렐에게 상처라도 입히면 어쩌나 하는 그런 것이었다. 페로는 허리에 찬 칼을 단단히 움켜쥐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카렐을 가장 안전한 곳에 두고 자신이 지켜주리라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86년 전, 카렐이 늑대로부터 자신을 지켜주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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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십시오. 장태자 전하."
셔틀에서 내려선 카렐의 앞에 샤자한 공과 제르베 경, 플로브 경이 고개를 숙여보였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장막까지 쳐 놓은 주기장 안에는 몇몇 핵심인물들 외에는 아무도 얼씬하지 못하도록 폐쇄되어 있었다.
"페로,"
다정하게 팔을 벌려보이는 페로와 힘있게 포옹을 나눈 카렐은 자리에 꿇어앉아있는 제네르와 시로도 안아주는 것을 잊지않았다.
"아메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카렐이 물었다.
"조금 다쳤어."
페로가 별것 아니라는 듯 대꾸하자 카렐이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조금 다쳤는데 여기도 못나와?"
"철퇴에 머리를 맞았습니다."
제네르가 즉시 옆에서 덧붙이자 카렐의 표정에서 핏기가 조금 가시고 있었다. 하지만 페로가 왜 그렇게 태연하게 대꾸했는지를 잘 아는 카렐은 페로가 하는 그대로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 하고 있었다.
"이따 가봐야겠군."
카렐을 뒤따라나오는 토로 경의 표정은 평소 그의 그 특유의 엄격한 표정과 비교해도 비장함까지 배어나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플라칼 가 제후군 상황에 관한 자료를 카렐로부터 넘겨받았던 토로 경은 적 기사단 사령관이 슈로 기사단시절 자신을 배신했던 부장 히르직스라는 말에 이까지 빠드득 갈며 노골적으로 살기를 드러냈던 터였다.
그는 아르다가 셔틀에서 내리자마자 옆에 내려선 화물셔틀에서 종자가 끌고나온 자신의 건장한 백마와 갑주, 무기들부터 챙기고 있었다.
그 심각한 표정의 토로 경의 뒤를 이어 전사단 제일의 수다장이 3인방, 네피와 우베, 자이납이 차례대로 모습을 나타냈다.
"캬, 여기도 간만이네."
네피가 크게 기지개를 켜며 동부의 맑은 공기를 가슴깊이 들이켰다.
"솔직히 동부는 미녀들이 없어서 영 별로야. 역시 북부가....."
우베가 옆에 선 자이납에게 투덜거리고 있었다.
"오호, 그러세요? 그런데 북부 여자들도 우베님 보고 그렇게 생각할까요?"
전형적인 서부인인 자이납이 이곳 동부 사람들 눈에게는 참으로 이국적으로 보일 서부식 검은 '터반' 자락을 뒤로 휙 넘기며 대꾸했다. 제네르 역시 자이납의 황당한 '머리쓰개'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뭐긴 뭐겠어요. 쳇. 잘난 천재 유학자선생님 무명포 속에 차고있던 띠죠. 하여간 변태가 따로 없다니깐. 그양반 아마 나중에 옷입으려다가 에지간히 당황했을거야. 옷이라고 딸랑 그거 하나 있는것같던데."
우베가 자이납을 째려보며 '규율부장' 제네르에게 대뜸 고자질하고 있었다.
"리쿠 학장 말이야? 그걸 네가 도대체 어떻게 구했어? 그것도 옷 속에 차는 걸......"
눈이 휘둥그레진 제네르가 무슨 이상한 생각이라도 하는 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자이납은 나름대로 꽤나 흐뭇한 듯 씨익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코리온 녀석은?"
페로가 작은 목소리로 카렐에게 묻자 카렐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갈수록 태산이군."
한숨을 내쉬는 페로의 어깨에 카렐이 가볍게 두팔을 얹으며 억지스러우나마 얼굴가득 웃음을 지어보였다.
"걱정 마. 이제 내가 왔으니 다 잘 될거야."
카렐의 그 자신만만함에 미소를 지어보인 페로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 빛나는 회색빛 눈동자를 올려보며 이유없는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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