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7 회: Part 6. 피빛 장미 위의 사마귀 -- >
.
.
.
이상한 느낌에 밖을 내다보았던 카렐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라호르 시의 슬럼가인 북쪽 유흥가 부근이 시끌시끌했다. 그와 함께 호텔에서 각 객실에 보내는 안내방송 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당국의 일제단속으로 라호르 시 전체에 비행금지령이 내려졌습니다. 이륙하는 셔틀이 있을시는 즉시 체포할 것이라는 예고가 있으니 셔틀을 소유하신 투숙객께서는 단속이 종료될때까지 잠시 출발을 미루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매춘부 단속하는 모양이네요. 여기선 노상 있는 일이죠."
우베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자이납이 나가있잖나?"
카렐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제네르가 테라스에 서서 밖을 둘러보았다.
"어쩌죠?"
"어쩔 수 없지......우리도 나가면 위험하긴 마찬가지니......잘 돌아오기를 바라는밖에......"
집 십여채를 셔틀에 들키지 않은 채 용케 뛰어넘은 자이납은 발밑의 골목에 제후군 병사들이 보이지 않자 굴뚝과 난간을 붙들고 원숭이처럼 옥상에서 기어내려왔다.
"가디언 혈통이 맞긴 맞나봐, 캬, 왜 아직까지 그걸 몰랐을까."
먼지묻은 손을 털며 자이납이 스스로의 신체적인 능력에 또한번 감탄사를 늘어놓고 있었다. 군대의 검문망을 벗어났다는 데 다시한번 으쓱해진 자이납은 꽤나 신나는 발걸음으로 어깨를 쭉 펴고 중심가 쪽으로 향했다.
조그만 광장 하나를 가로질러 걷던 그의 앞에 플레렌 가 문장을 단 자그만 셔틀 한 대가 내려서고 있었다. 자이납은 순간적으로 질겁을 했지만 지금 섣부르게 달아나는 건 더 위험한 선택이었다. 태연하게 앞을 향해 걷던 그의 앞에 선 셔틀의 문이 열리더니 흰 무명포에 금색 줄이 꽤나 여러개 달린---제네르의 줄 갯수보다는 조금 적어보이긴 했지만---보라색 머플러를 두른 아름다운 금발머리의 남자가 여러명의 제후군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내려서고 있었다.
그 유학자의 위아래를 둘러본 자이납이 군침을 삼키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후와, 겁나게 잘생겼네."
샤드니의 균형잡힌 얼굴과 가는 선의 콧날, 잡티하나 없는 매끄러운 피부를 넋나간 듯이 바라보며 걷던 자이납은 하마터면 가로수에 이마를 제대로 들이받을 뻔 했다. 서부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자이납은 저정도의 복장을 입은 유학자라면 얼마만큼 대단한 사람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자신들의 뒤를 쫓는 사람들이 유학자들이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그도 이 미남의 출현의 마냥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아주 난리통을 피워놨군. 페데레스 그 망할새끼 일처리하는 꼴이라니......"
샤드니가 얼굴을 가볍게 일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그는 오천여명의 제후군 병사들이 샅샅히 수색을 펼치고 있는 라호르 시 북쪽 슬럼지역의 검문망 바로 바깥에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병사들의 수색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남감상도 좋지만 목숨이 더 소중한 자이납은 종종걸음으로 그의 옆을 스쳐지나고 있었다. 다만 저 남자의 얼굴은 못보아도 목소리에만은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자이납은 이순간 '귀가 밝은' 가디언의 혈통을 물려받은 것을 또한번 감사하고 있었다.
"녀석 일행은 적어도 7명 이상일거다. 지금 갖고있는 리스트만 6명이니까......"
샤드니는 검문하는 병사들 쪽에 여전히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 선명한 파란색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었다. 이 검문의 목적이 자신들을 쫓는 것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은 자이납이 쿵당거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샤드니의 멀찍이를 빙 돌아 걷기 시작했다. 자이납은 난생 처음으로 저토록 잘생긴 미남이 제발 자신를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무시해주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는 단 한번도 성사된 적이 없던 일이 하필 지금 이순간에 벌어진것은 저 잘생긴 샌님같이보이는 남자의 놀라운 눈썰미 탓이라기보다는 자이납 스스로의 바보짓 때문이었다.
긴장한 채 딴생각을 하며 걷던 자이납은 이 조그만 광장에 선 수십의 사람들 중 유학자, 그것도 줄을 무려 네개나 달고있는 고위급 유학자인 샤드니에게 머리를 숙일 생각도 않은 채 고개를 뻣뻣이 들고 신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아직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돌린 샤드니의 눈동자에 생각없이 걷던 자이납이 들어왔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샤드니는 손에 들고있던 리스트를 문득 살펴보았다. 그의 미간에 순간 주름이 잡히고 있었다.
"저녀석 좀 붙들어 봐."
자이납은 짐짓 못들은 척 종종걸음으로 후미진 골목 안으로 접어들려 했지만 명령을 받은 4명의 제후군 병사들이 순식간에 그의 앞뒤를 막아섰다.
"에이, 씨, 뭐야,"
병사들을 밀치고 달아나려던 그의 눈앞에 샤드니가 불쑥 모습을 나타냈다. 지레 놀란 자이납은 흡 소리와 함께 숨까지 멎어버리고 말았다.
자이납은 그제서야 샤드니의 허리춤에 채워져있는 작지않은 크기의 시미터를 보고는 질겁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남자의 외모에서 '무장'같은 느낌은 전혀 풍기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아니 바라건대, 그냥 장식으로 했을수도 있는 일이었다.
"생긴 걸 보니 토박이 서부인이 틀림없는데 감히 줄을 네개나 단 유학자를 보고도 눈알한번 굴리지 않고 뻔뻔하게 지나가다니, 대담한건가? 아니면 천박한 새 동료들 덕택에 유학자에 대한 존경심을 완전히 잃어버린건가? 말해주겠나? 자이나브 카메네이 분대장?"
자이납의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아찔 해 왔다. 태연하게 보이는 데 신경쓰다가 서부인으로서는 당연한 예의인 '유학자에 대한 경의'를 잊어버리는 바보짓을 한 셈이었다.
어느새 창백하게 질려버린 자이납의 양팔을 두 명의 건장한 제후군 병사가 붙들었다.
"페데레스 사령관님께 알릴까요? 심문해서 정보를 캐내려면....."
"눈치빠른 놈들이니 당장 알아내지 않으면 달아날지도 모른다."
샤드니가 벌벌 떨고 있는 자이납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자. 자네 전력은 이 파일에 다 나와있어. 용병으로도 몇십년 있었고 개인 경호원 경력도 화려하더군. 힘든 생활이었다는 것 잘 알아. 밑바닥생활에 지쳐서 녀석들의 달콤한 유혹에 쉽사리 넘어갔을게야. 그런 자넬 탓하진 않을걸세."
샤드니가 그 매혹적인 눈가에 가벼운 눈웃음을 띠며 자이납에게 바싹 다가섰다. 자이납은 체취까지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바싹 다가선 샤드니에게 기가 눌려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팔을 잡고 있는 두 명의 건장한 병사들이 있었다.
순간 자이납이 깨달은 건, 거구의 동료 해적들도 팔씨름에서 쉽사리 꺾어버리던 그 힘과, 불타고 있는 집 안에서 고용주의 두 아내를 어깨에 지고 뛰어나올 수 있었던 그 순발력이 자신의 안에 아직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두 팔을 잡고 있는 큰 덩치의 두 병사들이 뒤로 물러나려 버둥대던 자신 때문에 자칫 넘어질 뻔 했었다는 것을 자이납은 잘 알고 있었다.
"자네가 도와준다면 자네의 이번 잘못은 모두 없던 것으로 해 주겠네. 그래......우리 가문 제후군은 눈치 때문에 곤란할지 모르니 다른 제후군에 비장급 지휘관으로 등용되도록 해 주겠어. 유학자의 약속이니 믿어도 될걸세. 어떤가?
샤드니의 약속이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콤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비장급이면 분대장에서 무려 2계급이나 올라선, 100명이 넘는 보병이나 20여명의 낙타병을 거느릴 수 있는 군의 중추적인 간부이고 서부에서 평민으로서는 엔간해서는 바라보기 힘든 계급이었다.
하지만 가장 '지저분하게 살았다'고 생각되던 해적 시절에도 최소한 자신을 믿는 동료를 두고 배신을 한 적은 없었다. 해적과 용병시절 숱한 배신을 목격해온 그는 동생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네페티 부인을 돕는 일에 기꺼이 나서는 일생일대의 황당한 선택을 했고, 이젠 그 선택이 다시 저울에 올라온 셈이었다.
"빨리 대답해주게. 아니면......나도 내키지않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네."
자이납은 샤드니의 오른팔이 살며시 칼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이납은 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있었다. 그의 칼을 쥔 자세로 보아 제대로 칼을 쓸 줄 아는 놈이 틀림없었다. 그는 칼을 내질러 자신의 몸의 일부를 잘라낼 것이고, 다시 심문을 계속할 것이었다. 제후군에서 흔히 쓰는 '일선 고문'의 방법이었다. 자이납은 녀석들이 '아직' 자신의 단검을 빼앗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다.
"생각보다 뻣뻣한 녀석이군."
샤드니가 팔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자이납이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양팔을 붙든 두 병사를 거칠게 앞으로 떠밀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샤드니가 그들의 몸을 피하며 시미터를 뽑아 급한대로 두 병사의 몸 사이로 빠르게 내질렀지만 베기 전용인 시미터는 자이납의 가슴을 약간 찢어놓은것이 고작이었다. 뒤로 홱 돌아 달아나려던 자이납의 앞을 세 명의 병사들이 가로막았다.
다시 뒤로 돌아선 자이납의 앞을 시미터를 쥔 샤드니가 가로막았다. 선택은 확실했다. 셋을 상대하느니 한명을 뚫고 나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죽여서는 절대 안되는' 유학자였다. 나동그라졌던 두 병사가 일어나기 전에, 뒤에서 칼을 내지르는 세 병사들이 자신의 등에 칼을 꽂기 전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했다.
"에익!"
자이납은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들며 샤드니에게 무조건 돌진했다.
자신의 날카로운 베기 공격을 유연하게 몸을 낮춰 피하는 이 사병의 뜻밖의 몸놀림에 샤드니의 표정이 얼어붙어버렸다. 상대가 그냥 '낙타병 분대장' 수준의, 보통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사병이 결코 아님을 깨달은 샤드니가 급히 칼을 거두어들이려 했다. 하지만 그가 미처 막아볼 기회도 없이 S자로 휘어진 자이납의 예리한 페스카즈 날이 샤드니의 흰 무명포를 그대로 꿰뚫고 들어갔다.
"아악!"
서부인으로서 최악의 금기를 깨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은 자이납은 차마 단검을 뽑을 생각도, 쓰러지는 이 아름다운 남자의 얼굴을 볼 엄두도 못낸 채 허둥지둥 달아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린 샤드니는 들고있던 칼을 떨어뜨리며 옆으로 맥없이 쓰러졌다. 솜털하나 없는 그의 뽀얀 가슴이 거친 호흡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그의 옆구리에 박힌 단검자루 주변으로 붉은 피가 흰 무명포를 타고 번져나갔다.
평소같이 단촐한 점심식사를 하고 난 코리온은 예킨터스 교수가 들고온 보고서를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었다.
"샤드니 플레렌 님에게서 급전입니다."
보고서를 읽던 코리온이 입가에 약간의 웃음을 띠었다.
"라호르 시라......그 천박한 놈들에게 딱 어울리는 곳이네그려.....그런데 두겐 측에선 보고가 없다니. 후훗. 그래, 나한테 다시 알리긴 민망하기도 하겠지. 그래도 괘씸하긴 하군."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보고서를 탁자 위의 촛불에 태워버린 코리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세수를 했다. 그에게 수건을 내민 예킨터스 교수가 약간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수색엔 플레렌 응교님께서 직접 가신다고 합니다."
"자기 앞가림은 하는 사람이라네. 이기회에 신임을 얻을 수 있다면 일석이조겠지."
얼굴을 닦은 코리온이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
"두겐 공께선 조만간 응교님을 신임 사령관으로 임명할 모양입니다."
"그래, 그래야겠지."
형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코리온은 자리로 돌아가 책을 펼쳐들었다. 다른 교수 한 명이 열려있던 문 안으로 사색이 다 되어 뛰쳐들어온 건 그때였다.
"그, 급전입니다! 라호르 시에서 수색작업에 참가하셨던 플레렌 응교님이......칼에 찔리셨다고 합니다!"
예킨터스 교수는 급히 코리온을 돌아보았다. 그 침착하던 학장의 손과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뜻밖의 광경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코리온이 호흡을 멈춘 채 침을 한 번 삼켰다.
"상.....태.....는?"
웃옷을 벗어던진 채 속옷바람으로 방 안에 뛰쳐든 자이납의 모습에 우베를 비롯한 남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조금 붉어졌다.
"뭐야? 뭐야, 자이납?"
제네르가 급히 달려가 그의 어깨에 셔츠를 덮어주었다. 창백해진 표정으로 심하게 떨고있던 자이납이 제네르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어요.....정말이예요, 저도......유학자를 찌르고 싶지는 않았다구요....."
"무슨 일인데 그래? 응? 유학자를 찌르다니!"
제네르가 넋이 나간 듯 중얼거리는 자이납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큰 소리로 물었다. 방 안에 있던 카렐과 네페티 부인이 바깥의 소란에 서둘러 달려나오고 있었다. 훌쩍거리던 자이납이 제네르에게 피로 범벅이 된 자신의 손바닥을 내보였다.
"바깥에 난리났어요! 지금 도시 전체를 이잡듯이 뒤지고 있어요! 저희 일행을 찾고 있어요! 제가 들켰으니.....이제....."
"도대체 어떻게 들킨 거지?"
카렐이 눈살을 찌푸리며 모두를 돌아보았다. 상황을 눈치챈 우베가 카렐의 눈치를 보며 약간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카렐의 성난 시선이 대뜸 그리로 향했다.
"우베. 말 좀 해 봐."
"저어....그게......다른 도시에 가서 팔려고 했는데.....워낙 귀티가 나는 물건이라서.....장물애비들이 안사려고 들어서....."
"그럼, 이곳에서 팔았단 말이야?"
흥분한 카렐의 언성이 높아졌다. 우베가 눈을 꼭 감으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이 이를 악물며 창밖을 홱 돌아보았다. 조금 안정된 듯한 자이납이 몸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셔츠에 피가 묻어서......중간에 벗어놓고 도망쳤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꼴로 와서....."
"잘했다. 수고했어."
카렐이 그때까지 제네르의 품에 안겨있던 자이납의 어깨를 힘있게 두들겨주었다.
"그래서 녀석들이 북쪽 슬럼가를 뒤지고 있군요."
제네르가 카렐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카렐은 잠시 벗고있던 무기벨트를 다시 허리와 어깨에 두르며 대답했다.
"우리가 돈이 궁해서 팔찌를 팔려고 든다 생각했을테니.....당연히 싸구려 숙소들을 중심으로 수색중이겠지. 그나마 다행이군. 수색이 여기까지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테니까......제네르 경 자네한테 감사해야겠는걸. 자이납, 어디 다친 데는 없나?"
"가슴을 좀 스친 것 뿐입니다."
"유학자를 찔렀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사람이 절 잡아내서.....어쩔 수 없었습니다.....먼저 칼을 휘두르려고 해서......"
카렐이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서부에서 유학자들은 이런 '지저분한 일'에는 직접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게다가 유학자가 칼을 휘두른다는 것도 서부에서는 있기 어려운 일이었다.
"유학자가 수색에 참가하고 있다고? 그럴리가 있나? 자세히 설명해 봐."
"누군지는 모르겠고......키가 꽤 큽니다. 오난 장군님 정도 키에 금발이고 파란눈에.....무지하게 미남입니다. 흰색 유학자 옷을 입고 있었는데.......머플러에 줄이 네개나 됐어요. 유학자인데 큰 시미터를 허리에 차고 있었습니다. 칼도 꽤 쓸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시미터'라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카렐이 푸아킨 경 쪽을 홱 돌아보았다.
"설마......"
"샤드니 누라프 플레렌 경......맞습니다......"
푸아킨 경이 침통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코리온 대군마마께서......어떻게 나오실지......."
"죽였나?"
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가셔버린 카렐이 대뜸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챈 자이납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제 단검으로 왼쪽 옆구리를 끝까지 찌르긴 했는데......칼을 뽑지 않고 도망나왔습니다."
자이납이 정확한 위치를 손가락을 가리키자 제네르가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며 말했다.
"왼쪽인데다가 자이납 단검이 크기가 좀 작으니까......도로 뽑아내지 않았다면 즉사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긴 하지만......페스카즈 자체가 워낙 치명적인 무기니......"
"사자 수염을 뽑았군."
카렐이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든것이 철저하게 꼬여가고 있었다.
++++++++++++++++++++++++++++++++++++++++++++++++++++++++++++++++++++++++++++++++++++++++++++
표지그림 바꿨습니다. Having a Dream at Night라는 초현실주의 작품입니다. 강인해보이는 눈동자에서 파편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있는 모습과 적갈색(!!) 눈썹, 밀애를 나누고있는 남녀(?)가 제 글 분위기에 맞는 것 같이 골라봤습니다.
전의것과 비교해서 잘 어울리는지 평가 좀 해주세요. 원래는 포토샵으로 멋있게 제목도 써넣었는데 남의 그림에 예의가 아닌것같아서 ^^;;
(마음에 안들어 하시면 바꾸겠습니다.)
원래는 제가 심심풀이로 그려본 캐릭터 이미지가 있지만 스캐너가 없는 관계로......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