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72화 (72/1,132)

< -- 72 회: Part 3. A China Aster for Me -- >

33.

"3년쯤 전에 펠머슨 가 지역에서 큰 폭동이 있었는데 꽤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하더군요. 컴플렉스 5개가 폭도들한테 점거당했고 나머지 컴플렉스들까지 번질 참이었는데 요행이었는지 공작이었는지 폭동세력 사이에서 갑자기 내분이 생겨서 저희들끼리 치고받고 하다가 진압당했다고 하더군요."

셔틀 안에서 우베가 내준 자료를 읽던 카렐이 무표정하게 되물었다.

"주도세력은?"

"62번 컴플렉스에 있던 윤락업 종사자들이 첫 시발이었습니다. 펠머슨 가에서 윤락종업원 900명 정도에 대한 일방적인 해고를 선언하면서 컴플렉스 노동조합에서 연대파업을 선언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카렐 옆에 있던 아메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럼 왜 분열된거죠?"

우베가 나머지 자료들을 내밀며 약간 자신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글쎄요, 그게 확실치 않아요. 한참 폭동이 기세를 올려가던 차에 광공업 종사자들이 연대투쟁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해버린거죠. 아마 펠머슨 가에서 모종의 분열책동을 쓴 것도 같은데, 황당한건, 그렇다고 결과적으로 펠머슨 가를 도와준 광공업쪽 처우가 나아졌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거든요. 결국 윤락업 종사자 3000명만 해고당하는 황당한 결과가 되고 말았죠. 그 자리는 펠머슨 가가 남부에서 사들인 2천명의 노예가 대신하게 되었죠."

"꿩먹고 알먹었군."

카렐이 씁쓸한 표정으로 키득거리며 대꾸했다.

멀리 창 너머로 꽤 오래된 듯한 낡고 거대한, 전형적인 북부식 위락 컴플렉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무는 고사하고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 한복판의 그 이질적인 공간은 높이만 20척은 됨직한 넘는 탄탄한 강화수지벽으로 사방이 둘러쳐져 있었고 그 벽 곳곳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무장병력이 군데군데 지키고 서 있었다.

거의 갑주 흉내만 낸 듯한 옷과 기본적인 무장만 걸치고 있는 그들은 이 컴플렉스의 주인인 펠머슨 가의 제후군은 틀림없이 아니었다. 갖은 불법과 탈법이 판치는 이 퇴폐적인 컴플렉스를 지키는 데 공식적인' 제후군들은 그다지 적당한 수단이 아니었다.

소위 '용역'이라는 저들은 설사 고용계약을 어기고 도망치는 매춘부를 붙잡아 사지를 부러뜨려놓던, 무전취식객에게 술값 대신 돈도 안되는 손이나 발을 잘라내가건간에, 주인인 제후가 입장에서는 '직접 관계없다'며 내빼버리면 되는, 참으로 유용한 존재들이었다.

어쨌든 그런 기분나쁜 '용역'들과 소름끼치는 현실을 한 번 체로 걸러내고 본 저 위락컴플렉스는 하루에 4시간짜리 어설픈 태양이 비치는 이곳 일상의 대부분을 화려한 색색의 불빛으로 수놓고 있는, 이 황무지의 오아시스같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카렐이 우베를 돌아보며 물었다.

"지금 만날 사람은?"

"폭동 당시 윤락업 노조를 이끌었던 자입니다. 폭동이 진압되면서 그 이후로 쫓기고 있습니다. '갈고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하는데 그 이상은 저도 잘 모릅니다. 어제 제가 잠깐 커튼 너머로 만났었는데 대뜸 전하가 아니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전하를 아는 사람 같습니다."

상대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말에 카렐이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카렐을 호위해온 카토도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심이....."

함께 온 아메스가 목에 힘을 주어 말하자 카렐도 영 내키지 않는지 잠시 무언가 생각하고 있었다.

"따로따로 가지. 카토, 자넨 경호원 2명과 함께 먼저 자리에 가서 주변을 점검해. 난 아메스 아씨, 우베와 함께 먼저 내려서 걸어가겠네. 의심스러우면 싸울생각 말고 곧바로 빠져나오는것 잊지말고."

"우와,"

눈이 휘둥그레진 우베가 입을 다물지 못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위에서 볼 땐 그냥 휘황하기만 한 것 같더니, 직접 걸어보니까 대단하네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를 걸으며 우베는 길 양편에 늘어선 숱한 술집과 도박장들, 동물, 혹은 사람끼리의 매치가 벌어진다는 간판이 커다랗게 붙은 아레나들과 갖은 변태적인 포스터와 이름들로 난무한 '숙박업소'들을 넋나간 채 바라보고 있었다.

"엉뚱한 데 신경쓰지 말고 빨리 따라와."

눈앞을 귀찮게 가로막는 윤락부들을 억지로 뿌리치고 빠져나온 카렐은 아직 여자들에 둘러싸여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우베를 무섭게 쏘아보았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우베가 허겁지겁 달려와 카렐의 옆에 다시 섰다.

"전쟁터가 따로없지......'목표 달성량'에 따라서 다음번엔 개척지 광산컴플렉스로 쫓겨날지, 그나마 처우가 좋다는 이런 위락단지 컴플렉스에 남을지 6달에 한번씩 고용계약에 의한 평가가 내려지니까. 이나마의 직장도 없으면 굶어죽는 건 시간문제겠지만."

무표정하게 중얼거리는 카렐과 나란히 걸으며 아메스는 무심결에 그의 손을 꼭 붙들었다. 평생을 조용한 페로 관이나, 고상한 남극성당에서만 보내온 그는 나름대로 '야무지다'라고 생각했던 스스로의 오만이 얼마나 우스꽝스런 것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닫고 있었다.

"저도 1년이 넘게 수도승같이 사느라 죽을지경입니다."

우베가 볼멘 소리로 중얼거리자 카렐이 씨익 웃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왜? 마을에 원주민 서기아가씨가 자네 꽤 좋아하는 것 같던데? 지난번에 그 아가씨가 자네 속옷빨래 해주고 있던 건 내가 잘못본거였나?"

"농담하지 마세요."

우베가 입을 삐죽거리며 윤락업소 유리창들 앞에 서서 묘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창녀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한 카렐은 위를 한 번 올려보았다. 큰 밥주발을 뒤집어놓은듯한, 눈이 부실정도로 번쩍거리는 화려하고 거대한 술집은 이미 발을 들여놓기도 버거울 정도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입구에서 서성대던 카토가 카렐의 귀에 대고 말했다 뭐 특별히 비밀스러워서라기 보다는 귀에 대고 말하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을 상황이었다.

"별 문제는 없는 듯 합니다. 보시다시피 사람도 많고.....수상한 기미는 없습니다. 만나실 곳은 2층 남측 복도 끝에 있는 별실입니다."

카토를 따라 사람들을 헤치며 겨우 올라간 2층은 즉석에서 매춘이 벌어지고 있는 듯한 밀실들이 죽 들어져 있었다. '업무중'인 방에는 붉은 등과 함께 문이 잠겼다는 표시가, '대기중'인 방에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표시와 함께 안에 있을 윤락부의 얼굴과 도발적인 포즈가 그대로 드러난 홀로그램과 함께 가격표가 함께 붙어있었다. 모든 문 앞에는 '선불'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쓰여진 금전수납기가 잠금장치와 연결되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돈없는 취객의 출입을 사전통제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었다.

이런 곳은 평생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귀공자' 아메스는 머릿속이 많이 혼란스러운지 잠시 자리에 멈춰서서 이런 '자동화된 매춘공장'을 멍 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가시죠."

카렐이 넋나간듯한 아메스에게 다정한 목소리를 건네며 어깨를 짚었다. 한숨을 내쉬며 카렐을 따라 걷기 시작한 아메스의 앞에는 '특별실'이라는 표시와 함께 아무런 홀로그램도 없는 남측복도 마지막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카렐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익숙한 손길로 금전수납기 안에 집어넣자 문은 그제서야 약간의 기계음과 함께 열리기 시작했다.

"우와,"

우베가 침을 꿀꺽 삼켰다. 원형의 특이한 침대와 큰 욕조가 놓인 화려하고 넓은 방 안은 온갖 자극적인 장식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본 카렐은 중앙의 큰 의자에 조용히 자리잡고 앉았다.

"역시, 너였군."

카렐이 얼굴의 후드를 벗으며 나즈막하게 중얼거렸다. 방 한구석에 말없이 서 있던 한 여자가 쓰고있던 망토를 벗으며 웃음띤 얼굴로 천천히 모습을 나타냈다. 매혹적인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 눈동자를 한 전형적인 북부 미녀였지만 놀랍게도 왼쪽 손목에는 손가락 5개짜리 사람의 손 대신 뾰죽한 갈고리가 달려있었다.

지금까지 본 매춘부들과는 그 수준이 틀린 그 모습에 넋이 완전히 나가버린 우베는 자신의 벌린 입으로 침이 흘러내릴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갈고리'가 웃음띤 얼굴로 말을 건넸다.

"30년 만이군요."

"31년 4개월 전이지."

방 중앙의 큰 소파에 자리잡고 앉으며 카렐이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여전히 정확하시군요. 피곤할정도로."

그의 잘린 손목에 잠시 멎었던 카렐의 시선이 그 여자의 매서운 눈동자로 다시 더듬어 올라갔다.

"3년 전에 윤락노조를 이끌었을 때 입은 영광의 상처죠. 재수없게 '용역' 놈들한테 잡혔었는데.....우리편이 몰려오니까 녀석들이 제 손목을 파이프에 매놓고 싸우러 나가더군요."

"그래서, 잘라버리고 도망쳤나?"

카렐이 씨익 웃으며 중얼거리자 여자가 깔깔대고 웃으며 카렐의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 함께 온 우베와 카토에게도 한번씩 그 매혹적인 시선을 던져주었다.

"직접은 차마 못하고, 똘마니 녀석 시켰죠."

"갱단 두목이면 갱단 두목답게 굴어야지. 쓸데없는데 코를 들이미니 그런 일도 당하지."

카렐이 대놓고 그의 코앞에 쏘아붙이자 '갈고리'가 입을 삐죽거리며 앙칼을 부리기 시작했다.

"표현은 똑바로 하시죠. 우리 조직은 갱단이 아니고 조합원을 지키기 위한 자경단이라구요. 물론, 가끔은 주업 외의 일도 하긴 하지만."

"오호, 그러셔?"

빈정거려보인 카렐은 여자의 왼손 끄트머리에 붙은 갈고리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왜 다시 이식 안하고?"

"내키면 언제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개성있지 않나요?"

그의 뾰죽한 갈고리가 카렐의 뺨을 죽 미끄러져 내려갔다. 금속 특유의 그 묘한 냉기에 카렐이 본능적으로 눈을 매섭게 부릅뜨고 있었다.

"이게 아니어도 원래부터 잘 나가는 거물 아니었나? 난 아무한테나 일을 주지는 않거든."

카렐의 한마디에 여자가 다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훗, 그거요? 5천골드짜리 싸구려 일거리? 이름이 뭐였더라? 하긴, 알게 뭐야. 황제령에서 온 늙다리 귀족남자 하나를 딱 한시간만 붙들어달라는 거."

"아센 경."

"당신이 몰래 들어와 그 노인네의 목을 비틀어 죽이면서 우리 계약은 완수된거였죠? 솔직히 말하지만 난 원래는 그정도 헐값에 일하는 여자가 아니라구요. 알아요?"

"지금도?"

"지금은 당연히 더 비싸졌죠. 무슨 수작으로 이 떨거지들까지 주렁주렁 달고 여길 왔는지는 모르지만......"

"별건 아냐."

카렐이 아직 불편한 다리와 옆구리를 붙들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노조하고 길드에 꽤 영향력이 있다는 거 알아. 폭동 분위기 좀 잡아줬으면 좋겠어."

"폭동도 아니고 폭동 '분위기'라고요? 재밌군요."

'갈고리'가 갑자기 킬킬대고 웃으며 긴 소파 위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았다. 여전히 차가운 표정의 카렐이 톤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광공업노조의 협조 없이는 어차피 '폭동'까지 발전하긴 어려운 것 아닌가?"

"후훗, 그 기름냄새나는 자칭 '산업노조' 새끼들요? 그놈들은 우리들을 인간쓰레기 취급하죠. 어차피 똑같이 핍박받고 사는 처지에 녀석들 유일한 낙은 저희들보다더 '더' 핍박받는 우리들 들볶는 또라이짓 하는거죠. 정작 윗대가리한테는 덤빌 자신도 없는 천하의 겁장이들 주제에. 그럼 폭동 '분위기'를 잡아야 하는 이유를 알아도 될까요?"

'갈고리'가 묘한 눈웃음을 보내며 서 있는 카렐을 올려보았다.

"아센 경을 잡아 놓을때도 이유는 묻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카렐의 대답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여자가 카렐의 턱에 양 미간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들이대고는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여봐요, 나도 세상 돌아가는 물정에 깡통은 아니죠. 지난번 그 늙은이는 어차피 황제에게 '팽'당한 퇴물 정치인이었고 당신은 한참 세상을 쥐락놔락하던 페로 자이센 총리의 수석가디언이고 천하가 벌벌 떠는 암살자였죠.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당신의 요구를 거절할 아무 이유가 없었죠."

'갈고리'의 눈을 똑바로 내려다보며 카렐이 다시 되물었다."

"지금은?"

"코아 전사단이라구요? 황제령 ㅤㅋㅞㄹ크에 본거지가 있다죠? 퇴물 황후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나라의 정서상 설마 그 여자가 수장일리는 없고, 아무리 당신네 조직에 관한 정보를 뒤져봐도 그 지도자일 만한 인물은 없더라구요. 내가 기억하는 딱 한사람을 빼고는."

여자가 키득대고 웃으며 뒤로 다시 물러났다.

"그러니 내가 조심스러울밖에요. 여기서 당신과 손잡는 건 이제 나와 내 조직의 운명을 거는 대 모험이 될수밖에 없겠죠? 그러니 내가 이유가 궁금해질수밖에."

카렐이 다시 말했다.

"표면적으로야 북부를 위한 엄청나게 정의롭고 고상한 목적이지."

여자가 다시 얼굴을 바싹 들이대며 내뱉듯 말했다.

"뭐는 안그런가요? 훗, 이유를 물어본 내가 바보지."

"너무 고상하다보니 너희가 '분위기'만 잡아도 잘난 광공업노조에서 주도권 뺏기지 않으려고 먼저 나설걸."

"댓가는?"

여자가 침대 옆으로 조금 물러나며 사뭇 쌀쌀맞은 표정으로 물었다.

"펠머슨 가가 네 수배를 해제할거다."

"겨우? 난 보다시피 지금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다는 걸 모르시나?"

"위락 컴플렉스 총지배인은 수배자 신분으로는 불가능하지."

"훗, 결국 펠머슨 가 발바닥 핥으며 살기는 매한가지군."

"그럼 제후라도 되길 바랬나?"

카렐이 '갈고리'를 쏘아보며 직설적으로 내뱉자 그가 결국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여간......어쩜 저렇게 말이라고 정떨어지게만 하는건지......"

그의 말 내용과는 정반대로 '갈고리'는 카렐에게 방금전보다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보장받죠?"

"내가 아센 경을 죽이고 증거인멸을 위해 너까지 죽이지 않으리라는 건 어떻게 보장받았었지?"

'갈고리'가 아무 말 없이 카렐의 눈을 한참동안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카렐 역시 그의 검은빛 매서운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둘 사이의 눈싸움인지, 말없는 대화인지가 꽤 오랜시간 계속되고 있었다.

"훗, 진심이군."

여자가 결국 뒤로 홱 돌아섰다.

"제가 더 쓸만한 조건을 걸어볼까요?"

"그런 게 있다면 기꺼이."

"저를 북부 길드마스터로 만들어주시죠."

'갈고리'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감돌았다.

소위 '길드'라 불리는 조직은 4개 제후지역과 황제령까지, 총 5개가 존재하는 특이한 지하조직이었다. 높게는 엔간한 규모의 은행들과 투자가들, 낮게는 전문 암살꾼들이나 밀수꾼들까지를 포함하는 이 '길드'는 '뒷골목의 황제'라고까지 불리는 각각의 마스터들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면서 제국을 알게모르게 좌지우지하는 숨겨진 세력이기도 했다.

그의 요구에 눈하나 꿈쩍하지 않은 카렐이 기다렸다는 듯 되받아쳤다.

"내게 돌아올 이득은?"

"제국에서 가장 큰 북부길드의 당신에 대한 충성."

"......"

"어차피 북부제후들을 협박해 군자금을 털어내는 게 당신 목적이라면,"

여자가 히죽 웃음지었다.

"몰락해 힘도 못쓰는 카파키 가보다는 실질적인 세력과 손을 잡는 게 낫죠."

"가능한가?"

카렐은 여전히 감정이 배제된, 밋밋한 톤으로 물었다. 그의 매서운 회색 눈동자는 여전히 이 여자의 마음속을 읽어내고 있었다. 그런 카렐에게 자신의 속을 다 드러내듯 눈을 더 부릅떠보인 '갈고리'가 말을 이었다.

"내 지금 조직과, 약간의 음모와, 당신의 도움 정도면......펠머슨 가에 빌붙어서 길드 망신만 다 시키고 있는 한심한 길드마스터 정도는 충분히 뒤집어엎을 수 있겠죠. 거기에 당신의 '폭동 분위기'만 적당히 첨부해주면......근위대 눈치만 보고 있는 한심한 제후들도 결국 돈지갑을 열수밖에 없을걸요. 이게 '북부식의 장악'이라는거죠."

'갈고리'의 제안이, 그리고 그의 자신만만하고 너무도 솔직한 눈빛이 마음에 드는지 카렐이 키득거리며 웃음짓기 시작했다. '갈고리'가 빈 술잔을 카렐에게 내밀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참, 제 본명은 케스난 오나시스입니다. 당신께 처음 알려드리는군요."

+++++++++++++++++++++++++++++++++++++++++++++++++++++++++++++++++++++++++++++++++++++++++

71회가 아무래도 너무 긴것같아 둘로 쪼갰습니다.

73편 올렸다가 사정상 지웠습니다. 잠시 후 다시 올리겠습니다. 죄송.....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