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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읽는 한의사-139화 (139/150)

환자를 읽는 한의사 139화

-지금까지 정말 가볍게 지나쳤던 증상들이 우리 건강에 위험신호인 걸 알게 됐어요.

-손톱에 생기는 반점, 손바닥에 생기는 반점들 그냥 가볍게 지나쳤는데 병원 갔더니 쉽게 넘길 것들이 아니더라고요.

-무조건 한의원만 찾아갔는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재.

DR.트루 스튜디오에 모여 있는 닥터 군단들을 비롯한 방청객들이 준비된 영상들을 보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4년이라는 시간을 이어 온 DR.트루가 200회를 맞이해 특집 회를 꾸리고 있었다.

어느새 1년 차 새내기 한의사가 아닌 꽤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임상을 경험한 재마는 닥터 군단들 사이에서도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히 80대 시청자의 인터뷰를 본 닥터 군단들은 재마를 보며 빙긋 미소를 보였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과를 홍보하기 위해 방송을 시작하고, 방송을 이어가는데 재마를 4년간 겪어본 의사들이나, 시청자들은 그에게 홍보의 목적만이 있지 않다는 걸 잘 알았다.

병원을 찾기 전, 환자가 자가 진단으로 질병을 추측할 수 있는 자가 진단법을 정확히 알리고 알맞은 과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에 큰 의미를 둔 그의 행보였다.

“DR.트루, 200회 특집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 우리 닥터 군단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역시는 역시다. 라고 생각했네요.”

송 MC의 질문에 가장 연장자인 장 원장이 허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닥터 군단들이 알찬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한 만큼, DR.트루를 시청해 주시는 수준 높은 시청자분들이 잘 이해하시고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자가 진단을 하시고 병원에 찾아가신다니 역시는 역시 아닌가요?”

“하하. 정말 그렇네요. 우리 DR.트루를 시청해 주시는 시청자분들의 수준이 고품격이긴 하시죠.”

송 MC는 시청자들을 한껏 띄우는 장 원장의 말에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200회까지 진행해 오시면서 평소 닥터 군단들의 생활이 달라지신 게 있을까요?”

송 MC는 작가들이 적어준 대본을 숙지한 대로 질문을 닥터 군단에게 건넸다.

그러자 피부과 전문의 이정연이 손을 들었다.

“이정연 닥터, 뭐가 달라지셨어요?”

“저는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의학을 대체 의학이라고만 치부하고 믿지 않았거든요.”

정연은 지난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부끄러운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여기 계신 이재마 원장님과 방송을 같이 하며 한의학적 정보를 많이 습득했어요. 시청자분들도 많이 배우셨겠지만 저야말로 많이 배웠어요. 제가 의대에서 배우고, 환자들을 만나며 쌓아온 지식뿐 아니라 타 과지만 다른 과 선생님들과 협진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고요. 이게 DR.트루를 진행해 오면서 제가 겪은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정연의 고백 아닌 고백에 다른 의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척추전문의인 진중원이 손을 들었다.

“저희 병원도 척추 진료를 해오며 비수술적인 치료 방법인 한방과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의사들도 의아해했는데 협진을 하며 한의학에 관심도 갖게 되었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도 여기 계신 이재마 원장과 손잡고 함께 봉사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머, 원장님도 봉사활동 시작하셨나요?”

“저희 병원 의사분들 중 지원하신 선생님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오 좋네요.”

송 MC는 척추 전문의인 의사들이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외진 시골 마을로 직접 찾아간다는 것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럼 다음 영상으로 우리 닥터 군단이 직접 나서서 준비한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함께 보실까요?”

송 MC는 자연스럽게 다음 코너를 시작했다.

* * *

3주 전, 평소 재마가 한의대 동기들뿐 아니라 이제는 꽤 많은 수의 한의사들과 진행하고 있는 봉사 지역으로 DR.트루 출연진들과 함께 봉사를 다녀왔다.

200회를 함께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봉사활동을 함께 참여하고 싶어도 마음만 가지고 있었지, 쉽게 제안을 하지 못했던 출연진들도 이번 기회에 기회를 만들게 다녀오게 되었다고 들뜬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곳은 평소 이재마 원장님이 봉사를 다니고 있는 요양원과 작은 마을입니다. 일회성 촬영으로 내려온 우리와 달리 이재마 원장님은 이곳에서도 인지도가 상당하시니…….”

CP의 말에 다른 출연진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멋있다. 이재마.”

“역시 이재마!”

“자자 진정들 하시고.”

CP는 마치 수학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들떠 있는 닥터 군단을 진정시켰다.

“감독님, 우리가 무슨 고등학생 수학여행 온 줄 아세요?”

자신들을 학생 대하듯 하는 CP에게 서운하다는 듯 정연은 서운하다는 듯 삐죽거렸다.

복장도, 마음가짐도 모두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들떠 있는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제 눈에는 다 고등학생으로 보입니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심지어 비뇨기과 장 원장은 아이스박스 가득 맥주 캔을 넣어 온 모양새에 PD들은 뒷목을 잡았다.

“이거야, 이따가 봉사 끝나고 피곤한 우리 닥터 군단들이랑 한잔하면서 좋은 시간 보내려고 가져왔지. 뭘 그렇게까지 쳐다보나? 지금 못마땅해하는 스탭들 다 기억했다가 맥주 한 캔도 안 줄 거야.”

나이도 지긋이 먹었지만, 오래간만에 단체로 시골 마을에 오니 대학생 때 의료봉사를 왔었던 것이 기억난다며 한껏 들떠 있는 장 원장이었다.

“그럼 이제 팀을 나눠서 진행하겠습니다. 2명당 PD가 한 명씩 붙을 거고요. 화장실 갈 때 빼고는 일거수일투족 촬영 잘해서 오기로 했으니까 카메라 돌아갈 때만 진료 보는 척하시는 것 안되고요.”

CP는 이왕 봉사활동을 온 것 최선을 다해보자는 듯, 닥터 군단의 의지를 다졌다.

“걱정 말아요. 자자, 우리 걱정 많이 하는 스탭들에게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진짜 보여 줄 수 있는 날이라고. 준비됐지?”

연장자인 비뇨기과 장 원장이 닥터 군단들을 바라보며 소리치자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각각 팀을 이루고, 오후 팀 오전 팀으로 나눠 오전 팀은 먼저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오후 팀은 마을회관으로 가서 마을 주민들을 살피기로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아, 이 원장. 우리를 어떻게 봤을지 모르겠지만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의사들만 모아서 하는 게 아닌가?”

오후 팀으로 마을회관으로 닥터 군단을 이끌고 앞장서는 장 원장에게 재마도 고개를 숙여 잘하고 오길 부탁했다.

장 원장은 이재마의 어깨를 다독인 후, 여섯 명의 의사들과 함께 마을회관으로 나섰다.

“어서 오세요.”

한 달에 한번 방문하는 재마의 봉사팀이 아니고, 이번에는 DR.트루 출연진들이 온다는 소식에 티는 많이 나지 않지만, 좀 더 쾌적하고 따뜻한 분위기인 요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며칠 공들인 요양원장이 밖으로 나와 재마와 닥터 군단을 맞이했다.

“이렇게 저희 요양원을 촬영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골의 작은 요양원인데 의료봉사로 잊지 않고 찾아 주는 것도 고마운데, 방송까지 타게 되었으니 요양원장의 어깨는 한껏 들떠 있었다.

“아닙니다. 좋은 기회로 타 과 선생님들까지 도움을 주시니 오늘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표로 재마가 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요양원을 돌기 시작했다.

요양원에 입소해 있는 어르신들의 대부분이 치매 환자였는데,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환자들도 더러 있었다.

의료봉사를 다녀본 적은 있었지만, 치매 중증환자들을 돌본 적이 없었던 의료진들은 익숙하게 중증환자의 병실부터 들어서는 재마의 뒷모습에 주춤했다.

조금 전 촬영지로 내려와 들떠 있었던 기분은 금세 사라지고, 병실당 여섯 명씩 지내고 계시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니 병실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좋지 않았다.

“2층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중증 치매 환자입니다. 의사소통이 힘든 분들이 많아서 진료를 보시는 데 특히 어려우실 거예요.”

병실로 먼저 들어간 재마가 어르신들을 소개했다.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며 방송 활동에 너튜브까지 바쁜 이재마를 잘 알고 있는데, 의사소통도 힘든 환자들의 상태를 어떻게 저렇게 빨리 파악하는지 환자들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진료를 시작하는 그의 모습에 다들 놀란 모습이었다.

“진료 보시다가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상주하고 계시는 의료진들과 대화를 나누시면 됩니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 닥터 군단은 6명의 환자들을 한 명씩 맡고 진료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의사소통이 힘들어 요양원에 처음 봉사를 온 닥터 군단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진료를 시작할지 애를 먹었다.

서울에서 만나는 환자들과는 또 다른 상황이었기에 진땀만 흘릴 뿐이었다.

“저…… 저기 이 원장님, 김정난 환자 좀 봐주시겠어요?”

피부과 전문의 정연이 재마를 불렀다.

“일단 제 전공인 욕창이 있는지 확인부터 하고 있는데요.”

의사소통도, 거동도 홀로는 이제 더 이상 쉽지 않은 치매 환자에게 욕창은 떼어 놓을 수 없는 병이었다.

재마는 도움을 청한 정연에게 다가갔고, 정연이 담당하는 김정난 환자의 동공을 확인했다.

-동공을 인식합니다.

매번 봉사를 올 때마다 환자 한 명 한 명, 놓치지 않고 동공을 인식하고 그 정보를 기억하는 재마였다.

김정난 환자는 석달 전에 욕창으로 꽤나 고생을 했던 환자였는데, 욕창을 치료하려고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꽤 노력을 했지만, 환자가 거동이 힘든 상태이니 압력이 계속 가해져 치료 후에도 상태의 호전이 쉽지 않았다.

“김정난 환자, 3개월 전부터 미골 주변의 피하조직까지 진행된 욕창 3기였습니다.”

“욕창 3기요.”

정연은 그래도 재마가 이야기하는 욕창 3기보다는 많이 나아진 정난의 상처를 바라봤다.

“피부의 표피와 진피가 손상되고 근육까지 손상되어 노란 부육 조직이 관찰되었지만, 한약 제재인 연고를 이용하여 조금씩 녹여서 세균을 화학적으로 제거했습니다.”

“그래도 치료를 하셔서 그런지 욕창 4기까지 가지는 않았네요.”

욕창 4기는 뼈까지 보이는 정도로, 그 상태면 육아조직이 새롭게 자라나는 것을 거의 기대하기 힘든 상태였다.

지금은 한방 치료제를 바른 지 80일 이상 되어 환부가 유합되기 시작되어 보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한약재 연고에만 의지할 수는 없었다.

환자도 힘들었지만, 그를 돌보는 자원봉사자들도 쉽지 않은 치료 기간일 것이라고 정연은 알고 있었다.

“일단 환부가 깊었던 환자고, 3기였다면 조금만 소홀하면 4기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점 감안해서 물리적인 치료방법을 조금 진행해야겠네요.”

정연은 준비해 온 메스를 꺼냈다.

물리적인 치료는 고통스러울 수 있겠지만 연고로만 치료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었다.

“선생님, 꼭 물리적인 치료방법까지 필요할까요?”

지켜보고 있던 213호 전담 간호사가 안타까운 눈으로 재마와 정연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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