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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읽는 한의사-71화 (71/150)

환자를 읽는 한의사 71화

┕한의사면 돈 잘 벌지 않냐? 병든 치매 환자로 앵벌이 하네.

┕한의사도 한의사 나름이지. 요즘 밥벌이 못 하는 한의사도 많음. 월세 간신히 내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이재마 한의원 검색해 봐라. 어디 조선 시대에서 나타난 것도 아니고. 돈 많으면 다 쓰러져 가는 한옥에서 한의원 하겠냐.

┕한심한 것. 그건 돈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 거다.

┕일개 한의사 편드는 네가 더 한심함.

“진짜 잘하는 짓들이다. 지들 일도 아니면서 나서서 누가 잘났네, 어쨌네.”

박연아는 자신의 사무실 모니터로 정한 한방병원 홍보팀에서 자료를 넘긴 너튜브 채널 댓글창을 신나게 보고 있는 중이었다.

댓글들을 보고 있으면 개그 프로가 따로 없었다.

마치 이재마를 잘 아는 사람인 양 그의 편을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수라도 진 것처럼 물어뜯는 악플러들도 있었다.

“역시 누가 지시했는지, 편집점 좋고.”

자신이 악마의 편집을 지시해서 정상, 영상 형제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핫 했다.

선플러들과 악플러들의 싸움을 시작한 건, 연아나 다름없었다.

그로 인해 ‘환자를 읽는 한의사’ 채널은 벌집 쑤셔지듯 쑤셔지고 있었다.

모든 영상 댓글에는 돈벌이를 위한 진료 봉사였는지, 이 영상 가지고 수익은 얼마나 났는지 묻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수익 공개를 투명하게 하라는 둥, 한의사가 이렇게까지 너튜브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둥.

너튜브 하면 한의원 수익은 얼마나 느는지 묻는 댓글들도 있었다.

영상이 올라간 지 반나절이나 지나서 지정순 환자의 치료비를 너튜브 수익금으로 정산하는 영상과 입장발표를 했지만, 댓글창에는 무분별한 공격을 하는 댓글들이 끊이지 않았다.

채널 관리자가 댓글을 관리하는 것 같긴 하지만, 물밀듯이 밀려드는 악플러들을 모두 관리할 수는 없어 보였다.

삐-

“김 대리?”

연아는 신나게 너튜브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다가 유리 파티션 너머 있는 김 대리를 호출했다.

“댓글 알바는 어떻게 됐어?”

“네. 팀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어제 채널 모든 영상에 댓글들 완료했습니다.”

“오늘 한 번 더 작업 들어가.”

“네?”

연아는 아직 모자란다는 듯, 김 대리에게 지시를 내렸다.

악플러까지 알바로 고용해 굳이 ‘환자를 읽는 한의사’ 채널에 댓글을 단 것도 모자라, 다시 한번 달라는 연아의 오더에 김 대리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더 달라고. 하루만 하면 화력 확 죽어. 저쪽에서 편드는 댓글들은 계속 나올 텐데 악플은 한 번 싹 휩쓸고 말면 안 되잖아. 오늘 한 번 더 해.”

“네…….”

김 대리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박연아의 지시대로 진행되고 있었고,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었다.

“연아야.”

그때, 연아의 사무실 문을 약혼자인 중기가 벌컥 열고 들어왔다.

연아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중기의 모습에 시계를 바라봤다.

아직 중기는 물리치료실에서 입원환자들의 오후 침술을 하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오빠, 무슨 일이야? 사무실까지 내려오고.”

“이거 네 짓이야?”

“뭐가?”

중기는 하루 늦게야 이재마 채널과 연관된 영상을 확인한 건지 연아에게 휴대 전화를 들이밀었다.

연아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려 미소를 지었다.

어제 일어난 일을 이제야 보다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미소였다.

“그걸 이제 봤어? 정보도 늦다, 오빠도 참.”

“네가 한 짓이냐고.”

“짓이냐니.”

더 이상 그 자리에 있다가는 괜히 자신에게 불똥이 튈 수 있음을 김 대리는 예상했다.

두 사람의 날카로운 말이 오가는 사이, 눈치를 보던 김 대리는 사무실을 슬쩍 빠져나왔다.

“동기들 단톡방에 난리 났잖아. 이재마 녀석 생방송 뉴스 탔다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루머 영상 퍼진 거로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서 그 이야기가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나왔어.”

“뭐?”

중기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시사 프로그램 다시 보기를 틀었다.

오후 시간대에 방영된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는 주제로 변호사가 출연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꽤나 인지도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평소 시사 프로그램에 관심 없는 연아도 알고 있는 앵커와 프로그램이었다.

“이게 왜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까지 나와?”

“악플러들이랑 선플러들이 싸움이 나서 난리가 났으니까 그렇지.”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게 시사 프로그램에 나오기까지나 할 만한 일이야?”

연아는 믿기지 않는 듯 봤던 영상을 다시 되돌려보았다.

마지막에 출연 변호사는 루머일 경우 명예 훼손으로 법적 대응까지도 가능하다며 악플을 다는 댓글러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설마 너 이렇게까지 한 건 아니지?”

중기는 설마 이런 짓까지 했으리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의심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다 알고 왔으면서 뭘 물어봐?”

중기의 휴대 전화로 영상을 보던 연아는 테이블 위로 휴대 전화를 내려놓으며 일이 복잡해졌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뭐?”

“어차피 안 들켜. 너튜버 촉새한테 비밀 유지 계약서 이미 썼어. 무슨 일이 있어도 영상 우리 쪽에서 넘긴 거 밝히지 않는 거로.”

다짜고짜 네 짓이냐고 사무실로 쳐들어와 묻는 남자친구에게 연아는 들킬 염려는 하지 말라는 듯 이야기했다.

“뭐? 영상까지 네가 만든 거야?”

“그럼 일개 너튜버가 어떻게 그 형제를 만났겠어? 정한 한방병원이나 되니까 요양원이랑 노인네 고향 동네 찾아가서 뒤져서 이렇게 금방 찾았지.”

“하.”

최중기는 말도 안 되는 박연아의 말에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는 난감한 얼굴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봐. 이제 이재마 폭삭 망하면 우리 채널 구독자도 더 늘고…….”

“야, 박연아.”

중기는 두 눈을 감은 채, 연아의 이름을 불렀다.

화를 가까스로 참는 듯한 얼굴이었다.

“내가 오빠가 잘했으면 그래?”

“뭐?”

이 모든 일이 중기로 인해 일어났다는 듯한 연아의 말에 중기는 두 눈을 벌떡 떴다.

“내가 채널 하나 살려보겠다고 투자 한 돈이 얼마인데, 그 채널 하나 제대로 못 한 건 오빠잖아.”

“이게 다 나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는 거야?”

“어떻게 해서든 병원 내에서 자리 하나 잡게 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건 난데, 판을 다 깔아줬는데 그거 하나 못 해서. 똑같은 영상을 만들어도 이재마는 되는데 오빠는 왜 안 되냐고.”

“너 그걸 말이라고 해?”

중기는 연아의 전 남친과 비교를 하는 걸 떠나서, 모든 탓을 자신에게 돌리는 연아의 행동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 할까? 채널 망하면 작은아버지 얼굴 어떻게 봐? 오빠는 고개 들고 병원 다닐 수 있겠어? 원장 자리 따낼 수 있겠냐고. 언제까지 물리치료실에서 침만 놓을 거야?”

연아는 의기양양 더 큰소리를 냈다.

“됐다. 할 말 없다.”

중기는 더 이상 연아와 할 말이 없는 듯,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 뒤돌아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이야기하다가 어디가! 어디 가냐고! 야, 너 거기 안 서? 이대로 가면 끝이야. 진짜!”

연아는 사무실 문을 닫고 나간 최중기를 향해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 * *

“자, 한잔할까요?”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 자신과 자신의 채널을 위해 이틀 동안 정신없이 대신 뛰어 준 강산과 김성은 기자, 이인규 기자, 너튜버 유경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재마는 그들의 술잔을 채웠다.

이틀 동안 재마는 채널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그의 본업인 명의 한의원 원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했다.

“수고했다. 강산.”

“수고는 무슨. 네가 환자들까지 보느라 정신없었지.”

가장 수고를 한 강산의 잔을 채우며 수고했다는 이야기하자, 강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건배할까요?”

이번 일의 끝을 보겠다는 듯 의지를 활활 태우는 인규는 채워진 잔을 치켜들었다.

“선배, 진짜 끝을 볼 거예요?”

옆에 있던 성은은 인규를 바라보며 물었다.

인규의 성격은 익히 알았지만, 처음 명의 한의원을 올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김성은. 너 기자 맞냐. 한 번 물은 건 끝까지 파야지.”

“선배. 선배 연예부 기자라며, 너튜버는 일반인이고.”

“얘가 무슨 시대에 어긋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너튜버면 이미 반 연예인이야. 거기에다 뒤에서 세력으로 언론탄압까지 하는 데 내가 이걸 가만두고 보고 있을 것 같아?”

“옳습니다. 기자님. 우리 끝까지 갑시다.”

인규의 이야기에 강산이 잔을 함께 치켜 들으며 맞장구를 쳤다.

“끝까지 가야죠!”

둘은 쿵짝이 맞는 듯, 잔을 부딪치고 가득 채워진 글라스를 시원하게 비웠다.

“원장님, 우리 약속은 지켜지는 거죠?”

“칼럼이요?”

“호호, 잊지 않으셨네요.”

성은은 이번 일에 도움을 주면 칼럼 연재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달라던 일방적인 부탁을 다시 한번 밀어붙였다.

“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아요! 내일 국장님께 말씀드릴게요. 아마 국장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성은은 국장이 먼저 꺼냈던 이야기이니, 문제없다는 듯 활짝 웃었다.

“그나저나 악플러들은 이제 그만할 만도 한데 또다시 화력 붙었나 본데요?”

공식 입장 발표와 오늘 오후 시사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지 변호사의 루머로 양산된 댓글들은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도 가능하다는 발언 이후 잠시 주춤하는 것 같았던 악플들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채널 댓글뿐 아니라 재마의 채널까지 신경 쓰고 있는 유경이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화면을 들이밀었다.

“하, 이거 봐봐. 댓글들도 이거 알바 같다니까.”

“제가 봐도 그런 것 같은데요.”

강산과 인규는 머리를 맞대고 화면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확인했다.

“제가 아는 사이버수사대 수사관 소개해 드릴까요?”

“아이고. 기자님 사이버수사대 수사관도 아십니까?”

“연예부 기자면 그 정도는 기본이죠.”

연예인도 악플러들과의 싸움이 일상이기에 인규의 휴대 전화에는 경찰들의 전화번호도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악플러들 아이피 따면 잡는 거 금방이에요. 이 녀석들 출두하라고 하면 모두 얼굴 가리고 나타나서는 싹싹 빕니다. 죄다 중고딩들일 거예요.”

“허. 그런 알바가 진짜 있긴 하군요.”

“이런 세력들은 보통 알바죠. 간간이 올라오는 인신공격적인 댓글들은 정말 악플만 전문으로 다는 악플러들이고요.”

인규는 자신의 관점에서 보기에 세력이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재마야. 기자님 말씀대로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하자. 나도 얼굴 좀 보자. 이 녀석들 뒤에 누가 있는지. 대체 왜 그러는 지 물어보게.”

“기다려 봐.”

“기다리긴 뭘 기다려.”

강산은 기다려 보라는 재마의 말에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맥주를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

“원장님, 누구 가늠 가는 사람 있으시군요?”

지켜보고 있던 성은이 날카롭게 물어봤다.

“아뇨. 그냥…….”

재마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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