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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읽는 한의사-62화 (62/150)

환자를 읽는 한의사 62화

“원장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유명하신 분을 뵙게 되다니 영광이에요.”

명의 한의원에 인터뷰를 온 김성은 기자는 요즘 너튜브에서 제대로 핫한 이재마를 실제로 본다는 사실에 기대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한의 신문의 국장이 이재마 원장을 인터뷰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연예인을 만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들떴던 그녀였다.

인터뷰 날짜를 잡고, 오늘이 오기까지 날짜를 세고 또 샜다.

“화면보다 실제로 뵈니까 더 젊으신 것 같은데 혹시 실례가 되지 않으면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아, 저는…… 스물여덟입니다.”

“어머, 저랑 동갑이시네요.”

김성은은 동갑내기인 재마에게 악수를 청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환자를 읽는 한의사’ 채널이 처음 개설됐을 때는 전혀 모르고 있던 성은은 정한 한방병원 채널 너튜브를 보며 기사를 쓰다가 우연한 알고리즘으로 채널을 알게 되었다.

처음 채널의 첫인상은 개인한의원으로 유지가 힘들어서 홍보용 채널을 시작하는 초임 한의사라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점점 환자를 읽는 한의사 채널만의 색을 구독자의 눈으로 읽게 된 김성은은 그야말로 재마의 팬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국장님이 제가 한참 보고 있던 채널 운영자이신 이재마 원장님을 인터뷰해 오라고 해서 얼마나 기뻤던 줄 몰라요.”

진료실에 자리를 잡은 성은은 인터뷰 준비를 위해 노트북을 꺼내면서도 이재마를 인터뷰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종종 한의원에 찾아와 팬이라는 환자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첫 인터뷰를 하며 한의 신문 기자에게 팬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조금 민망해진 재마였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요즘 채널 인기는 실감하고 계시죠?”

인기라…… 사실 그런 이야기는 배우가 드라마의 인기가 치솟았을 때나 듣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요즘 재마도 종종 듣는 물음이었다.

동기들 단톡방에서는 이러다 팬클럽이 생기는 것은 아니냐는 동기들의 농담과 진료 봉사를 자처하는 동기들도 꽤 늘어났다.

동기들만의 반응만으로도 채널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인기를 위해 시작한 채널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환자분들을 만나다 보니 몸소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질문은 재마의 답변이 나오자마자 성은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 나갔다.

조금 전까지 기대에 가득 차서 호들갑이던 성은의 모습은 사라지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정말 기자다운 모습이 비쳤다.

“정말 매일 환자들을 만나시니 인기가 피부에 와닿으시겠네요. 환자 수도 많이 늘었나요?”

치솟은 구독자 수만큼 환자 수도 늘었는지, 성은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재마를 바라봤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사실 재마의 인터뷰가 나가면 한의 신문으로 한의사들의 연락이 빗발칠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구독자 수와 신규 환자의 유입 수를 비교한 내용을 궁금해하는 건 아마 성은뿐만이 아니리라.

“사실, 제가 명의 한의원을 인수하면서 우여곡절이 좀 있었습니다.”

“우여곡절이라, 정확히 어떤 면이 힘드셨죠?”

“한의 신문 인터뷰를 하고 계시니 잘 아실 것 같은데, 보통 인터뷰하는 연령층이 어떻게 되시죠?”

“음…….”

되레 질문을 받게 된 성은은 잠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보통 50-60대 한의사분들을 많이 만나죠. 40대 중반만 돼도 꽤 젊은 한의사라고 생각해요.”

“맞습니다. 제가 경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5대째 이어오는 명의 한의원에 환자들이 발길을 뚝 끊은 적도 있었습니다.”

재마는 이 일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니 막막했던 저 자신이 떠올랐다.

“40년 단골이시라던 환자들도 한의사를 믿지 못하니 아파도 한의원을 찾아오지 못하셨었어요.”

“그런 와중에 너튜브를 시작하신 건가요?”

“처음부터 너튜브를 시작할 생각은 없었고요. 잠시 잃었던 환자들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환자들과 좀 더 거리를 가까이했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한의원을 환자들이 좋아하는 부분은 그대로, 변화해야 하는 곳은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했어요. 그 와중에 젊은 신규 환자들의 유입이 조금 있었고 너튜브 채널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추천에 용기를 내서 시작했습니다.”

재마는 자신이 해인동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일부터 점점 넓혀가는 그의 행보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추천받은 너튜브 채널이 그야말로 대박이 났네요.”

“제 노력보다는 제 채널은 환자분들이 함께하시지 않으면 사실 이야깃거리도 없습니다. 모두 함께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죠.”

“최근에 올라온 동영상의 조회수가 폭발적이더라고요. 다소 어려운 내용의 영상이었을 것 같은데…….”

“네. 사실 어려운 영상 맞습니다. 저는 공개할 생각이 없이 찍은 영상이었고요. 근데 보호자 분께서 요청을 하셔서 영상을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요?”

보통 채널 운영자가 영상을 찍고, 후에 영상을 게시하기 전 보호자의 동의를 받았을 것이라 예상을 했던 성은은 의외라는 듯 재마를 바라봤다.

“혹시 성금을 모금한다거나,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영상을 게시하신 건가요?”

민감한 이야기라 그런지 성은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만약 성금을 모금할 계획이 있다면 이 부분은 기사화할 수 없었다.

사실 지순정 어르신의 영상이 2편까지 올라가자, 1편 때보다 반응이 다양했다.

그중에는 지순정 어르신이나 꿈속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성금을 보내겠다는 반응도 있었고, 모두 성금을 위한 영상이 아니냐 후원 요청이냐 하는 댓글도 있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저희는 후원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닌 만큼 성금을 보내시겠다는 분들에게도 정중하게 거절을 드리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재마는 처음 가졌던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굳은 마음을 가졌다.

재마의 곧은 심지에 성은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다소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계셨나 봐요.”

이미 채널의 댓글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온 성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채널의 구독자 수가 늘고 조회수가 늘어나면서 댓글이 다양하게 달리는 것도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일반인으로 너튜브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지 얼마 안 된 재마로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일 수도 있었다.

“한 분의 어르신에 대한 영상이 특수한 상황에서 여러 편 올라가기는 했지만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보호자 분들도 이 영상으로 다른 어르신들도 건강검진이나 평소 식습관, 소화 반응으로 늦지 않게 병을 발견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려달라고 하신 겁니다.”

성은은 재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댓글 반응은 다양했지만, 성은이 느낀 바로는 이 영상이 많은 구독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영상을 올린 재마도,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보호자도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다소 무거운 방향으로 인터뷰가 흘러가자, 성은이 어깨를 으쓱이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럼 이제는 너튜브 이야기를 마치고 한의원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성은은 처음에는 너튜브 중심의 인터뷰를 이어갈 생각이었지만, 실제로 온 명의 한의원의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사극에서나 보던 혜민원에라도 온 기분이 드는 명의 한의원이었다.

“한의원을 인수하신 지 얼마 되시지 않으셨다고 했는데 5대째 이어 온 한의원을 물려받으신 건가요?”

“네. 저희 외조부께서 40년 넘게 진료하시던 한의원입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외조부님 존함도 알 수 있을까요?”

“구철원 원장님이셨습니다.”

“이곳에서 구 원장님께서 오랫동안 환자들을 진료하셨다면 외조부님의 환자분들을 현재 이재마 원장님께서 진료를 하고 계시겠네요.”

여느 한의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에 성은은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환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궁금했다.

“네. 구 원장님을 신뢰하던 환자들에게서 신뢰를 얻기에 살짝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외조부님보다 저를 보고 오시는 환자분들도 많고요.”

재마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새로운 원장을 받아들인 환자들과 예전보다 나아진 상황에 어깨를 으쓱였다.

“앞으로 명의 한의원이 기대되네요. 근데 또 하나 이슈가 있어요. 해인동이 개발이 될 텐데, 그럼 명의 한의원은 이전을 하나요?”

인터뷰를 하러 와서 이렇게 자세하게 묻게 될지 몰랐던 성은은 직접 와보니 궁금한 것이 더욱 늘었다.

이 부분은 개발 예정지에 묶여 있는 사실이 조금 민망해 기사화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궁금증이었다.

“사실 그 부분은 결정된 바가 없습니다. 현재 해인동 시장까지는 개발이 예정되어 있기는 합니다.”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네요.”

성은은 자신이 매료된 명의 한의원이 혹여 개발되어 사라지면 아쉬울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오늘 인터뷰 너무 감사합니다. 원장님.”

“제가 더 감사합니다.”

“원장님과 명의 한의원 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어요.”

‘후, 얼마 만에 또래랑 이야기한 건지 모르겠네.’

항상 연세 지긋한 원장님만 찾아 인터뷰를 하던 성은은 처음에는 또래인 재마의 나이에 놀랐지만, 평소보다 편안하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일보다는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을 해서 사무실로 들어가 인터뷰를 기사화하는 데에도 즐거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김성은 기자의 속마음을 읽으니 걱정했던 인터뷰를 잘 마친 것 같아 재마의 마음도 가벼웠다.

너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과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또 궁금하신 점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어머, 그래도 돼요? 그럼 종종 연락드릴게요.”

성은은 재마의 한마디에 종종 연락하겠다는 대답을 남기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재마는 그런 뜻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는 기자가 생긴 것이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재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웃었다.

진료시간을 마치고 인터뷰를 진행해서 시간이 한참 지나 진료실에서 나오니 주위가 어두워져 있었다.

“늦은 시간 한옥이 참 좋네요.”

의외의 곳에서 한적한 기분을 느낀 성은은 자신을 배웅하기 위해 따라 나온 재마에게 한옥의 매력을 표현했다.

서울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인터뷰를 와서 느낄 줄 몰랐던 성은은 오늘 많은 경험을 하고 가는 느낌이었다.

“혹시 이곳에서 지내시기도 하시나요?”

“네. 숙소를 따로 정하지 않고 한의원에서 지내고 있어요.”

“우와. 진짜 인터뷰할 것이 끊임없이 나오네요. 호호”

다음번에는 한옥 한의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인터뷰를 해도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성은은 한의원을 나섰다.

김성은 기자가 한의원을 나서자마자, 재마의 눈앞에 메시지가 하나 떴다.

[미션, 한의사로서 활동을 넓혀라.]

“후, 너튜브뿐 아니라 무슨 활동을 또…….”

재마는 자신의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또 다른 미션이 생기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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