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화. 외전 ― 자식 키우기 쉽지 않음 (完)
{…뭐라고?}
전화 너머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성의 목소리는 조금 놀란 듯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성이가 쓰러져?}
“응. 지금 병원이야. 다행히 크게 이상이 있거나 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
여성, 유린이 파르르 떨리려는 손끝을 애써 버텨내며 전화를 붙잡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유성이가 폭주했으면 다른 생도들이나 교관들의 상태는…….}
남성, 태운은 아들이 쓰러졌다는 소식에도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상당히 매정하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 모든 사건은 유성의 폭주로 인해서 벌어진 일.
유성은 이번 일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가해자이기도 했으니까.
“다행히 생명에 지장 있는 사람들은 없어. 교관님들 통솔하에 다른 생도들은 빠르게 대피했고, 서천이도 기절하긴 했지만 팔목이랑 허벅지가 골절된 정도야. 교관님들도 비슷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이고 부상이겠지만, 골절상 정도야 자가회복이 가능한 헌터들에게는 종이에 베인 상처 수준.
자가회복에 필요한 마력 수치도 그리 크지 않아 피해는 경미하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기절한 상태에서 유성의 후속 공격을 받기 전에 유린이 나타나 막았기에 망정이지만 말이다.
{…다행이네. 알았어. 사관학교 측에 말 좀 전해줄래? 이번 피해와 관련해서 전부 우리가 배상하겠다고.}
“응. 안 그래도 사관학교장님께 말씀드렸어. 그리고 이번에 유성이 때문에 다친 사람들한테는 잃은 마력 수치의 배에 해당하는 마석으로 배상하겠다고도 했어.”
유린의 말에 전화 너머의 태운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네. 잘했어, 여보. 걱정 마. 유성이도 금방 깨어날 거야. 내가 한번 다녀올게.}
“…조심해야 해.”
유린의 걱정스러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는 태운.
툭 ―
전화를 끊은 태운은 허리를 살짝 뒤로 젖히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애 키우기 참 힘드네.”
어느덧 불혹을 넘긴 태운.
외모는 거의 달라진 점이 없었지만 전보다 미세하게 더 두꺼워진 몸과 훨씬 더 묵직해진 듯한 근육은 그동안 그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메피스토라 했지?”
꾸득 ―
생물의 격을 초월한 밀도의 태운의 팔근육이 꿈틀거리며 살살 불어오던 바람을 훼방 놓기 시작했다.
* * *
“크흐흐흐…….”
천지가 검홍빛으로 물든 세상.
거대한 마신성 권좌 위에 붉은 장발의 남자 하나가 옆으로 누워 있었다.
스윽 ―
거의 헐벗다시피 한 몽마들이 그의 옆에서 무언가를 쟁반 위에 두고 내밀었다.
꿀꺽 꿀꺽 ―
탁.
“크으… 그래, 술은 역시 마성주지!”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농축시켜 만든 마성주.
마계 전체가 한차례 궤멸하다시피 하면서 한동안 추출해내지 못했던 마성주를 최근 다시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한 남자가 시원한 감칠음을 토해냈다.
붉은 장발의 남자가 마성주를 즐기고 있는 가운데, 한 몽마가 그에게 읍하며 말했다.
“마신이시여.”
“응?”
“죄송하지만… 이 마성주가 마지막 병이옵니다.”
“…뭐? 벌써?”
남자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남자의 얼굴에 짜증이 깃들었다.
그러자 몽마는 더 깊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 그래서 말이옵니다만… 최근 마신께서 확보하셨다던 마신님의 화신체는 어떻게 되셨는지 여쭙고 싶사옵니다. 그 화신체를 통해 중간계의 부정을 대폭 늘리실 예정이라고 들었사온데…….”
몽마의 말에 남자, 메피스토펠레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아아, 그랬지. 다만 화신체가 될 아이가 아직 약해서 말이야. 더군다나 그 녀석 옆에 붙은 부모가 꽤 강하더라고. 지금의 화신체로는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이번엔 물러났어.”
“그, 그러면 부정의 생산은……?”
“그건 걱정 마. 어차피 시간문제니까.”
딱 ―
메피스토가 손가락을 튕겼다.
촤르르 ― 촤르르 ―
그러자 마계 하늘에서 내려오는 검홍빛 쇠사슬.
마신의 권좌에 앉은 이에게 내려지는 마신의 권능인 통제의 쇠사슬이었다.
그리고 그 쇠사슬에는,
추욱 ―
웬 영혼 하나가 묶여 있었다.
“크흐흐흐… 참 편리한 권능이란 말이지.”
하늘에서 내려오는 쇠사슬을 바라보며 메피스토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본래 먼 옛날, 타락천사 출신으로 전 72 대악마의 제1위계 대악마였던 메피스토펠레스.
파우스트라는 인간과의 내기에서 지면서 격의 일부를 손상당했을 때, 당시 대악마도 아닌 일반 악마로 지내며 힘을 숨기고 있던 바알에게 기습당해 무저갱에 처박힌 바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을 구속하던 바알의 힘이 사라지고 풀려나게 된 것.
“크흐흐흐흐……!”
거의 멸망하다시피 추락했던 마계가 이만큼이라도 복구된 건 모두 전 마신이었던 메피스토의 부활 덕분이었다.
“인간……!”
“인간의 영혼이다……!”
쇠사슬에 묶인 채 나타난 신선한 인간의 영혼에 몽마들이 하나같이 얼굴을 붉히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퍼덕 ― 퍼덕 ― 퍼더덕 ―
금방이라도 영혼을 향해 날아들 것처럼 날개를 퍼덕이는 몽마들.
그러나,
“다들 닥쳐. 이건 내 거니까.”
메피스토의 한마디에 몽마들의 날개짓 소리로 시끄럽던 마신성 내부가 단숨에 조용해졌다.
“이 녀석이 화신체의 영혼이다. 내 마기로 이놈의 격을 조금 강화해줄 예정이지. 그래야 빨리 클 거 아니야?”
큭큭큭……!
메피스토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혀를 할짝거렸다.
“자… 그럼 어디… 개조해보실까?”
스윽 ―
메피스토의 검은 마수가 쇠사슬에 휘감긴 영혼을 향해 뻗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감히 어디에 그 더러운 손을……!”
꽈지지지지직 ― !
그 손보다도 더 검은빛이 마신성 전체를 집어삼켰다.
* * *
―네가 부러워.
만나는 이들마다 유성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어린 유성은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코드 제로 님과 코드 세븐 님의 아들이라니!
―정말 대단해!
자신은 그저 태어난 것만으로도 칭송받았다.
왜?
부모님 두 분 모두가 너무나도 대단한 분이셨으니까.
특히 아버지는 세계의 영웅을 넘어 신격화될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었다.
―‘나도 아빠처럼…….’
유성은 아버지를 존경했다.
존경했기에 닮고 싶었고, 아버지의 옆에 서고 싶었다.
아버지만큼은 될 수 없을지언정 적어도 그 뒤를 뒷받침해줄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유성은 아버지의 행적을 파고들었다.
―우리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너희 아빠는 어렸을 때부터 최강이었어. 헌터가 되기도 전에 최강이었다니까?
아버지의 역사는 그야말로 믿기 힘들 정도였다.
헌터가 되기 전엔 격투기 세계 챔피언.
헌터 각성 이후엔 사관학교 최단기간 졸업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혁명가이자 영웅.
썩어 문드러진 상태였다던 예전의 세계를 단번에 뒤바꿔놓았고, 국가 재해급의 수많은 사건을 막아내고 이겨내셨다.
―…헉.
아버지의 일대기를 모두 공부한 유성은 숨이 턱하고 막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그의 머릿속에 처음 들었던 생각.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다.
아버지를 따라갈 엄두가 안 났으니까.
하지만 곧 유성은 깨달았다.
자신의 생각이 어떻든,
―잘하겠지. 누가 뭐래도 코드 제로 님의 아들인데?
이미 자신은 코드 제로의 대리자가 되어 있었다.
―역시 코드 제로 님의 아들이라니까?!
―유성이가 1등? 당연하지. 누가 뭐래도 유성이는 코드 제로 님의 아들인걸.
자신의 모든 행동 결과 하나하나에 아버지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그때 유성은 깨달았다.
앞으로 자신의 모든 성공은 부모님의 덕이 될 것이며,
―뭐야… 코드 제로 님의 아들인데 왜?
그의 모든 실패는 오로지 자신의 잘못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유성에게 1등은 그저 본전치기, 2등부터는 모조리 실패나 다름없었다.
터억 ―
어떤 일을 할 때도 태산 같은 부담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자신과 비슷하게 뛰어난 서천의 존재가 거슬리게 느껴진 것은.
자신과 비슷한 재능이지만 뭐든지 자신보다 2년 더 오래 했을 서천.
그에게 패배한다는 것은 곧 아버지의 패배이기도 했으며, 그의 인생이 실패한다는 의미였다.
―‘강해져야 해…….’
유성은 자신의 고유 능력 ‘강신’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해서 더 강한 신을 찾아 나섰다.
―‘누구라도 좋아. 나한테 더 강한 힘을 줘! 어떤 시련이든 통과해줄 테니까!’
그렇게 자신의 이면 세계에서 더 강한 힘을 빌려줄 신을 찾아다니던 유성.
그런 유성의 앞에,
―[힘이 필요하느냐?]
달콤한 목소리를 지닌 한 존재가 나타났다.
* * *
스윽 ―
유성의 두 눈이 떠졌다.
‘여긴……?’
콰르르릉……!
검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검은 벼락이 갈래갈래 찢어발기고 있는 세상.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던 유성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자신의 몸이 누군가의 옆구리에 안겨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
하얀 영혼 상태인 자신을 옆구리에 매단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유성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잠시만 기다려보거라.”
우득― 우드득 ―
아버지, 태운의 손엔 웬 붉은 장발의 사내 하나가 멱살을 붙잡힌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를 알아본 유성의 두 눈이 더욱 크게 떠졌다.
“너, 너는……!”
“켁… 케켁……!”
바알 이전의 마신이자, 멸망한 마계를 부흥시키던 당대의 마신 메피스토펠레스가 아버지의 손에 멱살이 붙잡혀 있는 꼴이라니.
오싹!
대체 어떤 상황인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성은 아버지의 강함이 감히 인간의 수준으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감히 내 아들을 유혹해 일을 꾸미려 했겠다……!”
“크으윽… 네놈은 누구냐… 이 기운은 분명 인간이거늘, 어째서 그 격은……!”
“쓸데없는 소리.”
꽈지지직 ― !
태운의 팔에서 검은 번개가 튀어 올랐다.
“사라져라.”
파사사삭……!
“끄윽……!”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허무하리만치 사라져버리는 메피스토펠레스.
“…….”
대마신이라 불리는 그의 허무한 소멸에 유성은 그저 두 눈을 멍하니 끔뻑거렸다.
탈탈탈.
마치 더러운 것이 묻었다는 것처럼 메피스토를 잡았던 손을 서너 번 털어낸 태운.
스윽 ―
그리고는 옆구리에 안아 들었던 유성의 영혼을 자신의 앞에 세웠다.
“…본의 아니게 너의 기억을 읽었다.”
“…네?”
“…그리고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미안하구나.”
“…….”
유성은 어떠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그저 멍하니 있었다.
아버지의 사과에 대한 묘한 벅참과 자신의 기억을 들킨 것에 대한 창피함 등 갖가지 감정이 동시에 차오르고 있었으니까.
스윽 ―
아버지의 강인한 손이 유성의 영혼을 쓰다듬었다.
그 손은 너무나도 강하고 굳건해서,
스르륵 ―
자신도 모르게 기대고 싶은 그런 손이었다.
“유성아.”
“네.”
“너의 부담은 잘 알았다. 하지만… 네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는 알고 있겠지?”
“…네.”
태운의 말에 유성은 고개를 숙였다.
지금껏 자신의 부담과 분노를 괜한 사람에게 털어놓았다는 걸 인지한 것이다.
서천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유성은 지금 당장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만나거든 사과하거라.”
“…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아들을 바라보는 태운의 두 눈에 흐뭇함과 챙겨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함께 어렸다.
스윽 ―
아들의 영혼을 쓰다듬던 태운의 손이 살짝 떨어져 유성의 이마 앞에 멈췄다.
“아들.”
“……?”
“집에서 보자.”
따악 ― !
태운의 딱밤이 유성의 이마에 작렬하는 순간,
“허억!”
병원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유성이 벌떡 일어났다.
* * *
며칠 뒤.
“하하하하!”
실로 오랜만에 유성의 집이 복작거렸다.
아버지가 서천의 가족을 집으로 초대했기 때문이다.
“…미안했어. 형.”
유성은 아버지의 말에 따라 서천에게 곧바로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의외로 서천은 꽤 쿨하게 유성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래도 형이라고 확실히 유성보다는 성숙한 듯했다.
그런데,
“근데, 말로만?”
서천은 무언가를 원하는 눈치였다.
“…뭘 원하는데?”
“크, 크흠… 미안하면 여, 여소라도 해주든가…….”
“여소?”
유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게는 딱히 여사친이 없었으니까.
“아니… 그… 이, 이…….”
뭔가 말하기가 힘든지 말끝을 흐리는 서천.
하지만 유성은 은근히 눈치가 빨랐기에 서천이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곧바로 캐치해낼 수 있었다.
“설마… 이서?”
“…….”
“미친… 아니, 잠깐만. 왜 내가 굳이 소개해줘야 해? 둘이 아는 사이잖아?”
어린 시절 몇 번 함께 놀았던 세 사람이었다.
유성과 서천의 사이가 틀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꽤 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색해졌지. 당연히. 거의 10년 가까이 왕래를 안 했는데.”
“아니지…? 그게 문제가 아니지. 그런 애를 왜……!”
“이서가 뭐! 인마! 네가 이서의 매력을 알아?!”
서천은 얼굴이 벌게진 채 대뜸 버럭 화를 냈다.
아무래도 진심인 듯했다.
그리고 그런 서천의 모습에,
“…풉.”
유성은 도저히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 *
서천의 가족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간 그날 밤.
차랑 ―
청아한 잔소리가 유성이네 집 안을 울렸다.
꼴깍 ―
실로 오랜만에 모인 세 사람.
평소엔 기숙사 생활을 하는 유성과 일로 바쁜 태운, 유린이 모처럼 한데 모여 술을 한잔 걸치고 있었다.
물론 미성년자인 유성은 무알코올 맥주였지만.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라 조금 어색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분위기가 좋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유성의 잘못을 언급하지 않았고, 그 덕에 유성은 편안한 기분으로 그동안 부모님과 하지 못했던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머, 시간이 벌써…….”
“이제 자야겠네.”
어느덧 시간은 자정이 지나 새벽이 되어 있었다.
이제 자야 할 시간이었다.
내일부터 다시 현장으로 복귀해야 하는 부모님은 물론이고 유성도 다시 사관학교로 돌아가야 했으니까.
머뭇…….
하지만 유성은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인 이 시간이 못내 아쉬웠는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드륵 ―
그런 유성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버리는 유린.
유린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태운도 남은 술잔을 비우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아, 아빠.”
유성은 며칠간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응?”
우물쭈물하고 있는 유성을 바라보는 태운.
그는 아들이 무언가 묻고 싶은 바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일어나려던 엉덩이를 다시 자리에 붙였다.
“왜? 뭔데 그래?”
태운의 물음에 유성은 한차례 심호흡을 하며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아, 아빠는… 얼마나 강한… 아니, 그게 아니라…….”
목을 가다듬었지만 질문이 정리되지 않았는지 횡설수설하는 유성이었다.
메피스토펠레스라는 대악마를 손쉽게 소멸시켰던 아버지.
유성은 그런 아버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지만 아버지를 더 알게 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거리감이 느껴질까 봐 두려웠다.
그때,
터업 ―
아버지의 강인한 손이 유성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스윽 스윽 ―
유성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버지.
고개를 들어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니,
씨익 ―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아버지가 여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용기를 되찾은 유성.
마지막 심호흡을 한 뒤 냅다 질문을 내뱉었다.
“…아빠는 대체 정체가 뭐예요?”
유성의 질문을 들은 아버지, 태운은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껏 여러 번이나 들어봤던 질문이었으니까.
그리고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너무 강한 협회 직원?”
태연하고도 장난스럽게 그 질문을 흘려넘겨버렸다.
그리고 그 대답에,
빠직 ―
“…저 잡니다.”
유성의 사춘기가 재발했다.
툭 ―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태운의 손을 쳐내며 쌩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유성.
“…아.”
그제서야 태운은 자신이 커다란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자식 키우기 쉽지 않네.”
긁적.
태운은 무안하게 퇴짜 맞은 손으로 가만히 볼을 긁적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캄캄한 밤하늘을 홀로 은은하게 밝히고 있는 보름달.
씨익―
어느새 태운의 입가엔 그 달빛과 같은 은은한 미소가 걸쳐져 있었다.
<‘외전’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