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화. 외전 ― 자식 키우기 쉽지 않음 (5)
유성의 고유 능력은 초자연형 능력이었다.
쿠우우우우……!
“오, 이번엔 또 무슨 능력이지?”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매번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능력을 선보이는 유성의 능력에 생도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띠었다.
그러나,
“……!”
교관들의 눈빛은 달랐다.
‘뭐, 뭐지……?’
‘저 불길한 기운은 대체……!’
유성의 고유 능력, 강신.
그 말 그대로 신의 영혼을 몸에 받아 그 힘을 사용하는 능력.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지만 이제 겨우 1차 각성을 이룬 터라 사용할 수 있는 힘의 크기는 아직 작았다.
하지만 신들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능력이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자연의 힘을 다루는 신들의 힘을 빌려 전투했던 유성.
그 예로 얼마 전 2학년이었던 진성천과 싸울 때는 풍신의 힘을 빌려 싸운 전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번엔 감조차 잡을 수 없다……!’
‘대체 어떤 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거지……?’
지금까지 유성이 몸에 담았던 신들과는 또 다른 존재인 듯했다.
‘너… 대체……!’
이서의 두 눈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성과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서는 유성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그의 능력 ‘강신’이 아무런 제한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부럽다. 네 능력은 강력해서.
언젠가 유성의 능력을 부러워했던 이서가 그를 대놓고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서에게 유성이 말했던 적이 있었다.
―…꼭 그렇지만도 않을걸.
기본적으로 신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는 신들이 내리는 시련을 통과해야만 한다고.
그 시련은 항상 꿈속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시련을 통과하기 위해 유성은 매일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유성의 성격이 거칠고 상당히 예민한 기질이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
―주로 시련이 어떤 내용인데?
―…다 달라. 불의 신은 살갗이 타는 고통을 8시간 동안 견뎌보라 했고, 바람의 신은 강풍 속에서 3시간 동안 넘어지지 말고 버티라고 했어.
―…뭐? 그게 뭐야. 신의 힘을 견디라는 거야?
―그렇지. 물론 힘 조절은 해주는 것 같긴 한데… 어쨌든 그래.
―그래도 통과만 하면…….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 아니야. 빌리는 데에 횟수 제한도 있다고. 더 사용하려면 또 다른 시련을 통과해야 해.
―뭐?!
―내가 괜히 잠을 못 자는 줄 알아? 강해지려면 신들의 시련을 계속 통과해서 대여 횟수를 쌓아놔야 한단 말이야.
고오오오오……!
이서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대련장 위에 서 있는 유성을 바라보았다.
‘너… 이번엔 어떤 신의 힘을 빌린 거야?’
그 누구보다 유성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서였지만,
꽈악 ―
이번만큼은 불길함을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톡 ― 토독 ―
이서는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 * *
“너… 대체 그 힘은……!”
유성이 처음 보는 힘을 발현하자 서천도 꽤 당황했는지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크큭… 왜? 쫄려?”
검홍색 기운을 두른 채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유성이 서천을 비웃었다.
울컥 ―
서천은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르는 약 오름과 짜증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개소리하고 있네.”
파앗 ― !
서천의 신형이 자취를 감추었다.
후욱 ― !
그가 나타난 곳은 유성의 머리 위.
쉬익 ― !
그의 기다란 장검 두 자루가 금방이라도 유성의 두 어깨를 베어 가를 듯이 떨어졌다.
하지만,
콰아아앙 ― !
섬뜩한 금속의 충돌음, 아니 폭발음과 함께 서천의 신형이 튕겨 나갔다.
우당탕탕!
“…우웩!”
마력검이 부서지며 속이 뒤집혀버린 서천이 바닥을 구르며 속을 게워냈다.
일반형 능력자의 약점, 마력 무기의 파손으로 인한 반동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일반형 능력자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은 마력의 우위가 철저하게 나뉜다는 것.
서천보다 마력이 적은 유성과의 충돌에서 그가 밀렸다는 건 그 법칙이 깨져버리는 것과 같았다.
“뭐, 뭐가 어떻게 된……!”
서천은 크게 당황한 눈빛으로 몸을 덜덜 떨며 일으켜 유성 쪽을 바라보았다.
히죽 ―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유성.
그의 오른손엔,
화르륵 ― !
기분 나쁜 검홍색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한 자루의 검이 들려 있었다.
“허억… 허억… 뭐야… 대체 무슨 신을 받은 거야, 너……!”
유성의 능력명이 ‘강신’이라는 것 정도까지는 알고 있던 서천.
하지만 지금 유성이 보여주고 있는 힘은,
오싹!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신의 힘이 아니었다.
도대체 그 어떤 신의 힘이 저토록 불길하고 이질적일 수 있단 말인가?
화르륵 ― !
치지직……!
불타오르는 검신에서 마치 용암처럼 떨어져 내린 검홍색 불길이 대련장 바닥을 침식해 들어갔다.
“무슨 신이냐고?”
까딱 ―
어느새 검홍색 안광을 번뜩이고 있는 유성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키득…….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성의 전신이 검홍빛으로 물들어갔다.
마치 소설 속에나 나오는 마기처럼 보이는 기운.
끼기기긱 ― !
어느새 완전한 검홍빛으로 물든 그 기운의 형상은,
“어둠과 파괴의 신.”
마치 악마와 같았다.
* * *
끼이익 ― !
사관학교 정문 앞.
검은 세단 하나가 급히 멈추어 섰다.
타닷 ― !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사람이 차에서 내려 다급히 사관학교의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어어! 함부로 들어오시면……!”
사관학교를 지키는 경비 헌터들이 갑자기 나타난 낯선 이의 접근을 막아서려 했으나,
척 ―
“지나갑니다!”
“허억… 네, 네!”
낯선 이가 내보인 물건에 곧바로 길을 터주었다.
낯선 이가 보여준 물건.
그건 바로 보라색 숫자, 7이 그려진 하얀 가면이었다.
한국과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최강의 전력, ‘코스모스’를 상징하는 하얀 가면.
낯선 이의 정체는 오늘날 총 11명으로 늘어난 코스모스 중에서도 서열 7위에 해당하는 코드 세븐이었던 것이다.
쉬식 ― !
코드 세븐, 유린의 신형이 질풍처럼 내달렸다.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내달리는 유린의 외모는 마흔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20대의 그 시절처럼 젊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인상과 분위기는 여느 20대와는 차원이 다른, 성숙함과 강인함으로 굳게 무장되어 있었다.
그야 지금의 유린은,
‘이 녀석이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책임지고 있는 것이 많았으니까.
코스모스인 것도 모자라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유린.
그녀의 얼굴에 짙은 우려가 깃들었다.
타닷 ― !
이서의 불길한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유린의 신형이 순식간에 제1 대련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
고오오오오……!
대련장 안에서 느껴지고 있는 불길한 기운에 그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대련장 안에서 들려오는 생도들의 비명 소리.
아니나 다를까,
우르르르르!
대련장의 문이 열리며 무언가에 잔뜩 겁에 질린 생도들이 혼비백산하여 뛰쳐나오고 있었다.
슈욱!
쨍그랑!
몰려나오는 인파로 인해 이미 마비가 되어버린 문 대신에 대련장 상층부의 창문을 깨부수고 들어가는 유린.
그렇게 안에 들어가 대련장 안을 확인한 순간,
“권유서어어엉!”
콰아아아아 ― !
가면을 착용한 유린이 전신에서 거대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 *
“커헉……!”
대련장 한복판.
서천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각기 다른 곳에 퍼져 쓰러져 있었다.
바로 유성의 폭주를 막으려던 교관들이었다.
“크큭…….”
곳곳에 쓰러진 이들을 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는 유성.
유성의 몸에서 흘러나온 액체도, 기체도 아닌 검홍빛 기운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치이이익……!
바닥이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그뿐일까.
치이이이……!
검홍빛 기운이 주변을 점점 침식했다.
이미 대련장의 절반이 넘게 그 기운에 물들어버린 상황.
울렁 ―
기운의 여파에 침식된 대련장 바닥은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듯 젤리처럼 울렁거리고 있었다.
“대단해… 대단하잖아……?”
유성은 검홍빛 안광을 번뜩이며 자신이 만들어낸 광경을 둘러보았다.
무려 최소 C급, 높게는 B급에 이르는 교관들이었다.
과거와 달리 사관학교 교관의 수준은 오히려 현직 헌터들보다도 뛰어날 정도였다.
아무리 유성의 재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이제 겨우 D급 수준에나 올랐을 그가 교관들을 한 명도 아니고 무려 여러 명이나 이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마찬가지.
그 뛰어나다는 서천조차 아직 교관을 이겨본 경험은 전무했을 정도니까.
스윽 ―
검홍빛 광기로 물든 유성의 손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관을 향해 뻗어졌다.
끝장을 내려는 것이었다.
“크크큭…….”
이미 거대한 기운에 지배당한 유성은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치이익……!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검홍빛 기운이 정신을 잃은 교관의 살갗을 태우려는 찰나,
“권유서어어엉!”
콰아아아아아 ― !
대련장 위쪽에서 거대한 기운 하나가 터져 나와 그의 전신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
순간 흔들리는 유성의 눈빛.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쿠우우우우우우우 ― !
어마어마한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한 여인, 코드 세븐이 있었다.
“엄…마……?”
유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훅 ―
유린의 신형이 한순간에 그의 앞을 점했다.
곧바로 유성과 두 눈을 마주치며 그 안에 있는 존재를 확인하는 유린.
“넌 뭐야… 대체 무슨 신인데 이딴 더러운 기운을……!”
콰아아아아아 ― !
차마 아들의 몸을 공격할 수 없었던 유린은 마력만으로 유성을 거세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온몸이 속박되어버린 듯이 움직이지 못하게 된 유성.
아무리 이름 모를 신의 힘을 받아 강력해진 유성이라지만, 무려 S급 최상위에 이른 유린의 힘을 감당해내기란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그극… 그그극……!
그러나 곧,
치이이이이익 ― !
그에 맞서 검홍빛 기운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희번뜩!
흰자를 바탕으로 검홍빛 안광을 뿜어내던 유성의 두 눈에서 갑자기 흰자가 사라지고, 온통 시커먼 색으로 물들었다.
{인간 주제에 제법이구나……?}
“……!”
유성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질적인 목소리에 유린의 두 눈에 힘이 들어갔다.
“너… 신이 아니구나……!”
으득 ―
콱!
이를 간 유린의 손이 유성의 목을 잡아챘다.
치이이익……!
검홍빛 기운이 그녀의 몸을 침범하려 했지만,
티디디디디딩 ―
그녀의 몸을 둘러싼 채 미세한 폭발을 무한히 반복하고 있는 척력의 힘이 그 기운을 몰아냈다.
주르륵 ―
낯선 존재의 힘을 감당하지 못했는지 유성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흠… 여기까지인가. 좋아. 숙주가 죽으면 곤란하니까 여기까지만 하지. 그리고 강한 인간이여. 보아하니 이 숙주의 어미인 것 같은데 잘 좀 키워달라고? 크하하하하……!}
“너 정체가 대체 뭐야… 누구냐고!”
유성의 멱살을 잡은 채 그와 두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는 유린.
그런 유린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씨익 ―
낯선 존재가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메피스토.}
그 한마디와 함께,
푸화아아악 ― !
대량의 검홍빛 연기가 유성의 전신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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