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화. 외전 ― 자식 키우기 쉽지 않음 (4)
“뭐어어어?!”
한 생도의 이야기를 듣던 다른 생도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갑자기 권유성이 3학년 교실로 난입해서는……!”
느닷없이 터진 한 사건으로 인해 헌터사관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는 당연히 권유성이 있었다.
불과 한 시간 전,
콰앙!
쉬는 시간에 갑자기 사관학교 3학년 교실에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으앗! 깜짝이야! 너… 1학년이 지금 뭔… 헉! 너, 너는!
교실 안에 있던 3학년 생도들은 1학년 명찰을 달고 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이를 보고 화를 내려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서 뒤로 물러섰다.
저벅 저벅 ―
3학년 교실을 마치 제집처럼 활보하는 남자.
1학년 최강자이자 얼마 전 2학년 톱을 꺾은 소년, 권유성이 3학년 교실로 쳐들어온 것이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
3학년 공식 최강자이자 사관학교 전체 최강자로 여겨지는 서천은 거침없이 교실로 들어온 유성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척 ― 척 ― 척 ―
서천의 자리를 확인한 유성은 거침없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저, 저……!
생도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1, 2학년 최강 유성과 3학년 최강 서천의 만남이었으니까.
생도들끼리 재미 삼아 상상만 하던 두 사람이 그들의 눈앞에서 맞닥뜨리려 하고 있었다.
―유서천.
꿈틀.
유성의 반말에 서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고오오오 ― !
미간을 잔뜩 찌푸린 서천의 전신에서 무형의 기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찌릿찌릿.
서천의 기운이 유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유성은 그런 서천의 무거운 기운을 느끼면서도,
씨익 ―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왜? 쫄았냐?
쿠우우우우 ― !
유성의 말에 서천보다 주위에 있던 3학년들이 더 먼저 반응했다.
―1학년… 정도껏 해라.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권유성.
―2학년 톱 좀 잡았다고 기고만장해져서는……!
저벅 저벅 ―
유성의 주위로 4명의 3학년 생도가 모여들었다.
3학년 랭킹 2위, 정지훈을 비롯한 TOP 5가 유성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잔챙이들은 꺼져.
번뜩!
유성의 거친 안광이 그들을 향해 빛을 내뿜었다.
섬뜩!
순간 자신도 모르게 두어 발짝 물러서버린 네 명.
지훈도 어느새 한 발짝 물러선 자신의 두 발을 내려다보며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좀 강해졌다 이거냐?
드륵 ―
서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성보다 머리 반 개는 더 큰 키.
파지직!
두 소년의 뜨거운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노려보던 두 사람 사이의 무거운 적막을 먼저 깨트린 것은 다름 아닌 유성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 오후 3시. 제1 대련장.
―……!
―결투를 신청한다. 오겠지?
유성의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서천은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내가 굳이 받아줘야 하는 이유가 있나?
서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또한 유성이 예상한 바였다.
―뭐, 좋을 대로 해.
―……?
―코드 원의 자식이 싸우기도 전에 겁먹고 내뺐다는 꼬리표를 달고 싶다면 말이야.
저벅 저벅 저벅 ―
서천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나가버리는 유성.
드르륵 ― 쾅!
거칠게 교실 문을 닫고 나가는 유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서천의 이마에,
빠직 ―
한 줄의 핏줄이 거칠게 튀어나와 있었다.
* * *
토요일이 되었다.
웅성웅성.
“이게 갑자기 무슨 빅 이벤트람?”
“큭큭큭… 개꿀잼. 이번 주 주말 순삭이겠네.”
“누가 이길 것 같냐? 어?”
이미 소문은 퍼질 대로 잔뜩 퍼져 대부분의 생도들이 대련장으로 몰려온 상태였다.
심지어 그중에는,
“어? 교관님들도 오셨네요?”
몇몇 사관학교 교관들도 와 있었다.
“크, 크흠… 당연하지. 어떤 안전사고가 있을 줄 알고.”
“그, 그래. 다 너희들의 안전을 위한 거야.”
“마, 맞아. 결코 궁금해서 온 게 아니라고!”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교관들.
하지만 생도들은 그냥 한 번 웃어주며 어설픈 거짓말을 하는 교관들의 말에 속아주었다.
그들도 사람인데 궁금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서로 사정 다 알면서 넘어갈 줄도 아는 것이 제자된 도리 중 하나였다.
사관학교에서 가장 두 번째로 큰 제1 대련장.
이제 겨우 두 시 반에 불과한데다가 학교의 공식 행사도 아닌데도 이미 관중석은 절반이 넘게 차 있었다.
“와… 30분도 안 남았다. 희대의 난제가 풀릴 때까지 겨우 27분……!”
“무슨 희대의 난제야. 당연히 유서천이 이기지.”
“뭐? 야, 권유성이랑 진성천 싸우는 거 못 봤어? 권유성 X나 쎄!”
“그래봐야 2학년 수준이지. 유서천은 진짜 차원이 다르다니까?”
대련 시간이 다가오자 생도들의 열띤 토론이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마치 예전 축구 경기를 분석하는 팬들처럼, 어느새 각자 응원하는 쪽에 서서 유성과 서천의 강함을 어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형 능력자로 괴물 같은 자연형 능력자들 전부 꺾어낸 괴물이 바로 유서천이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유서천을 상대로 이변은 없어.”
“그래봐야 일반형이지. 권유성의 능력이 뭔 줄은 아냐? 지금까지 나온 능력만 해도 바람, 불, 번개, 물, 얼음…….”
“아니, 무슨 권유성이 유니크형 능력자라도 돼? 능력 유형 분류 때 초자연형으로 갔잖아!”
“그러니까! 유니크형으로 안 갔으니까 확실히 초자연형은 맞는데, 거의 유사 유니크형 수준이라니까! 예를 들면 뭐… 거의 김천용급?”
“그래서 고유 능력이 뭔데?”
“몰라. 그건 교관님들밖에 모르잖아.”
열띤 토론을 벌이던 생도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유성의 고유 능력 문제에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음?”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한 교관을 발견하고 질문을 던졌다.
“교관님! 교관님들은 아시죠? 권유성의 고유 능력이 뭔지!”
“…어? 어어. 알지.”
“고유 능력이 뭐예요? 알려주시면 안 돼요?”
생도들이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교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돼. 우린 비밀 유지의 의무가 있으니까.”
“아아아아아…….”
교관들은 생도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개인 정보에 대한 비밀을 유지할 의무도 있다.
만약 그 의무를 어겼다간…….
섬뜩.
곧바로 교관의 신분을 박탈당하고 이후 헌터로 활동하는 데에도 심한 패널티를 안고 살아가야 했다.
겨우 고유 능력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심한 처벌을 가하는 이유?
그건 고유 능력에 대한 정보 누설이 아직 다 완성되지 못한 생도들의 약점을 드러내게 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교관은 생도들의 원성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가만히 머릿속으로 유성의 고유 능력을 떠올려보았다.
‘권유성… 코드 제로와 코드 세븐의 아들…….’
유성의 고유 능력을 떠올린 교관은,
부르르 ―
자신도 모르게 전신을 떨었다.
* * *
저벅 저벅 ―
뚜벅 뚜벅 ―
제1 대련장의 한복판.
건장한 두 소년이 서로를 마주했다.
사아아아 ―
두 소년이 나타나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는 대련장 안.
어느새 가득 찬 관중석 사이에서는,
꿀꺽 ―
긴장한 생도들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만이 간간이 새어 나오고 있을 뿐이었다.
“…서로 간의 살수는 금하고, 대련인 만큼 예의를 지키도록. 알겠나?”
이번 대련의 심판을 맡은 교관이 두 사람의 사이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네.”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두 소년이 짤막하게 대답하자,
“…양측 경기장 끝으로.”
교관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대련을 준비시켰다.
척 ―
두 소년이 대련장 양쪽 끝에 섰다.
“대련, 시작!”
심플하지만 우렁찬 교관의 대련 시작 신호가 떨어졌다.
핏 ― !
피빗 ― !
두 소년의 신형이 순식간에 대련장 양 끝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콰앙!
순식간에 다시 대련장 한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낸 두 소년.
꾹… 꾸국…….
두 사람의 주먹이 허공에 맞닿은 채 서로를 밀어내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곧,
꾸구국……!
유성 쪽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설마 나를 상대로 피지컬 싸움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우위를 점한 서천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쯧.”
역시 성장기 소년들 사이에서 2년의 격차는 꽤나 큰 차이인 듯했다.
마력으로 강화한 상태이긴 했지만 역시 서로가 지닌 순수한 신체적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신체적 힘의 우위를 점하지 못한 유성은 힘 싸움을 빠르게 포기한 채 몸을 현란하게 놀리기 시작했다.
타닷 ― !
격투기를 배운 그답게 간단한 보법으로 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유성.
마력을 통한 신체강화까지 더해지니 그의 신형이 서천의 후방을 잡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러나,
키잉 ―
전체적인 몸놀림은 서천이 한 수 위였다.
쉬익 ― 콰앙!
순식간에 날아든 그의 뒤차기가 유성의 가슴팍에 작렬했다.
“……!”
촤좌좍 ―
양팔을 교차해 막아낸 유성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왜 간을 보고 있지? 시간을 끌면 불리한 건 네 쪽일 텐데.”
서천은 오른발을 뒤로 뻗은 채 유성을 째려보았다.
2년의 세월, 신체적 차이가 벌어져 있는 만큼 또 하나 벌어져 있는 것이 바로 두 사람의 마력량.
결국 장기전에 더 유리한 쪽은 서천이었기에 그는 유성이 간을 보는 게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길 자신이 있다 이건가?’
서천에게 유성은 더 이상 친했던 동생이 아니었다.
예전에 좋았던 기억들은 이미 머릿속에서 모두 지워진 지 오래.
그에게 유성은 이제 그저 부모님 하나 잘 타고난 건방진 녀석일 뿐이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코드 제로를 존경하는 서천으로선,
으득 ―
그런 유성의 꼬락서니가 심기가 뒤틀릴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짜증 나. 너 같은 게 코드 제로 님의 아들이라니…….”
키이이잉 ―
서천의 두 손에 쌍검이 생성되었다.
“이번 기회에 이 형님이 최소한의 예의를 가르쳐주마.”
스팟 ― !
쌍검으로 무장한 서천의 신형이 바람처럼 달려들었다.
서천의 무기술 실력은 교관들마저 이길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
일반적인 무투로는 이제 유성이 이길 수 없었다.
“유서천이 무기를 형상화했어!”
“끝이다! 건방진 1학년! 푸하하핫!”
무기를 꺼내든 유서천의 힘을 잘 알고 있는 3학년 생도들이 유성을 향해 비웃음을 쏟아냈다.
곧 처참하게 쓰러지게 될 유성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히죽 ―
유성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아주 짙고 소름 끼치는 미소를 말이다.
‘…유성?’
관중석에 앉아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이서가 불안한 기색을 띠는 그 순간,
쿠우우우우……!
그의 전신에서 기분 나쁠 정도로 짙은 검홍색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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