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화. 외전 ― 자식 키우기 쉽지 않음 (3)
전방으로 손이 뻗어졌다.
“…….”
나뭇더미를 향해 손을 쫙 뻗고 있는 한 청년.
키이이잉 ―
마력이 요동치는 공명음이 퍼지는가 싶더니,
피비비빗 ― !
그의 손끝에서 푸른 마력이 갖가지 형상으로 튀어나오면서 나뭇더미를 순식간에 난도질했다.
스스스스 ―
나뭇더미에서 터져 나온 각종 가루와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고,
“후우…….”
단순히 손을 뻗은 것만으로 나뭇더미를 톱밥처럼 갈아버린 청년이 참았던 숨을 길게 토해냈다.
짝짝짝짝짝.
“크으… 대단한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청년의 친구가 감탄을 토해내며 작게 박수를 쳐댔다.
“…넌 왜 네 훈련 안 하고 여기 있는 거야?”
청년, 유서천이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그러자 서천의 가장 친한 친구, 정지훈이 킥킥대며 대답했다.
“말했잖아. 네 훈련 보는 게 나한텐 최고의 훈련이라니까?”
휘이이잉 ―
어디선가 한 줄기의 바람이 불어왔다.
휘오오오 ―
형상이 보일 정도로 두터워진 바람 한 줄기가 서천의 전신을 훑으며 지나갔다.
사라락 ―
그와 함께 그의 옅은 하늘색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검지를 들어 올린 지훈은 그런 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천이 움직임 분석 중~”
고유 능력 ‘바람’을 지닌 사관학교 공식 2인자 정지훈.
그는 자신의 고유 능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터무니없이 잘 활용하는 괴물 중 하나였다.
기타 다른 바람과 관련된 능력을 지닌 능력자들은 단순히 풍속과 풍압을 조절해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바람 권역에 있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공기의 흐름 변화를 통해 해당 존재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읽어 다음 움직임까지 예측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심지어 겨우 1차 각성 상태에서 말이다.
“…괴물 같은 놈.”
“…그 말, 좀 흘려듣기가 힘든데? 진짜 괴물이 누군데.”
서천의 말에 지훈은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보다 더한 괴물이 자신에게 괴물이라고 말하는 꼴이었으니까.
자연형 능력자인 데다가 엄청난 응용 능력을 지니고 있는 지훈을 압도적으로 꺾어내는 인간.
그게 바로 서천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결국 할 일 없다는 소리지? 계속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면 말 나온 김에 대련이나 한판 하자.”
“…어? 아, 아니… 너랑은 별로 하고 싶지 않…….”
“그럼 간다!”
“자, 잠깐만! 야! 잠깐 타임!”
일반형 고유 능력자인 서천.
1차 각성 이후 마력 유형화가 가능해진 서천의 전투력은,
슈확 ― !
다른 일반형 능력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으헉!”
파앙 ― !
갑자기 달려드는 서천의 움직임에 놀란 지훈이 바람을 박차고 뒤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촤르르르 ―
어느새 서천의 두 손에서 뻗어 나간 기다란 마력사슬이 지훈의 후방을 점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일반형 능력자들이 마력 유형화로 검, 방패, 창 등 단순하고 짧은 형태의 무기만을 유형화시키는 것과 다르게 꽤 복잡하고 기다란 형상의 무기인 사슬까지도 구현해낸 것.
마치 고유 능력 ‘무기’의 1차 각성 능력인 ‘냉병기(冷兵器)’만을 사용하던 소싯적의 강천의 모습이 겹쳐 보일 만큼 능수능란한 모습이었다.
콰악!
“크윽!”
순식간에 사슬에 몸이 걸려버리는 지훈.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당하고만 있을 지훈이 아니었다.
번뜩!
지훈의 두 눈에서 백색 안광이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휘오오오오 ―
그의 발밑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며 그의 몸을 붕 띄워주었다.
키기긱 ―
사슬을 매단 그대로 공중부양을 시작하는 지훈.
대롱
대롱
―
그 탓에 서천은 밟을 수 있는 지지대를 잃고 자신이 만들어낸 마력사슬에 매달린 꼴이 되어버렸다.
“하하핫! 이게 한 두 번이야? 네가 또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고!”
키이이잉 ―
위를 점한 지훈이 폭소를 터뜨리며 마력을 전개했다.
[칼바람]
쉬시식 ― !
작은 초승달 형태의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들이 서천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발판이 사라져 위치를 옮길 수 없는 서천에게는 완전한 체크메이트나 다름없는 상황.
그러나,
훅 ―
서천은 오히려 사슬을 확 잡아당겨 지훈과의 거리를 좁혔다.
쐐애액!
서천의 몸이 딸려 올라가면서 지훈이 떨어뜨린 바람의 칼날과의 거리가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졌다.
바람의 칼날들이 그의 상체를 난자하기 직전,
키이이잉 ― !
카가가가각!
금방이라도 서천의 몸뚱이를 너덜너덜하게 만들 것처럼 날아들던 바람의 칼날들이 무언가 거친 긁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쳇, 이것도 예상했던 거긴 하지만…….”
지훈은 서천의 몸을 뒤덮고 있는 푸른 장막을 보며 혀를 찼다.
그의 공격이 서천의 방어기술, ‘마력전신갑주’를 뚫지 못하고 빗겨나간 것이다.
쉬익 ― !
칼바람을 뚫어내고 순식간에 지훈의 코앞까지 도달한 서천의 신형.
부웅 ― !
어느새 그의 양손에 덧씌워진 거대한 마력 건틀렛이 지훈의 전신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콰과과광!
“크헉!”
지훈은 전신을 거대한 망치로 마구 두들겨 맞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파파파파파앙 ― !
마력 유형화로 발밑에 발판을 만들어낸 서천은 공중에서 발판을 박차고 수직으로 강하하며 추락하는 지훈을 쫓았다.
“크윽… 야, 이 무자비한 새끼야……!”
대련을 시작하면 결코 봐주지 않는 서천.
그런 그의 성향 탓에 가장 친한 지훈을 비롯해 모두가 그와의 대련을 꺼렸다.
“너 이 새끼 또 이럴 줄 알았지……!”
휘오오오오 ― !
가장 친한 탓에 서천과 가장 많은 대련을 해왔던 지훈은 입술을 꽉 깨물며 자신을 중심으로 최대한 공기를 모았다.
그리고 그의 몸이 지면에 닿기 직전,
퍼어어어엉 ― !
공기포처럼 바람을 사방으로 터트렸다.
바람폭탄의 위력으로 중력을 상쇄한 지훈은 바닥에 처박히는 꼴을 면했고,
“흡!”
두 눈을 번뜩이며 벼락이 내리치듯 지훈을 쫓던 서천의 신형은 살짝 밀려나 조금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키잉 ―
서천은 곧바로 양손에 기다란 장검을 유형화시키며 다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야야! 그만! 그만! 항복이다, 이 새끼야!”
지훈은 더 했다가는 진짜 험한 꼴이 날까 싶어 냅다 바닥에 드러누우며 항복을 선언했다.
“…뭐야? 벌써 끝이라고?”
“이 새끼야! 누구 죽일 일 있어? 네 눈을 좀 봐!”
“……?”
지훈의 말에 서천은 품 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화르륵 ― !
어마어마한 투기로 가득 찬 그의 두 눈.
움찔.
자신의 눈빛을 확인한 서천은 본인도 조금 놀랐는지 살짝 몸을 움찔거렸다.
“봤지? 눈빛 봤지? 이 나쁜 놈아! 내가 너한테 뭐 죄지었냐? 대체 어떤 놈이 대련을 그렇게 죽기 살기로 해?”
“…….”
지훈의 잔소리에도 서천은 말없이 핸드폰 화면 속 자신의 두 눈빛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일렁 ―
핸드폰 화면에 비치는 자신의 눈빛에서 서천은 누군가의 눈빛을 겹쳐보고 있었다.
“…있어.”
“뭐?”
“있다고. 대련을 죽기 살기로 하는 놈.”
휙 ―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갑자기 몸을 돌려 훈련장을 나가버리는 서천.
“…뭐, 뭐야 갑자기?”
지훈은 그런 서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소리쳤다.
“사춘기라도 왔냐! 같이 가 이 자식아!”
* * *
최근 사관학교에는 한 가지 열띤 토론 주제가 생도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누가 이길까?”
그건 바로 사관학교의 최강자에 대한 것.
군림하는 태양인 유서천이냐 아니면 떠오르는 초신성인 권유성이냐.
두 사람은 공통점이 굉장히 많았다.
두 사람 다 육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엄청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고,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학년을 제패했으니까.
또한 그것도 모자라 그 위의 학년까지 제패한 이들이 바로 두 사람이었다.
거기다가,
“둘 다 혈통도 대박이잖아?”
“사실상 헌터계의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들이긴 하지.”
무려 각각 코스모스의 일원들의 자녀였다.
심지어 코스모스의 최강이라 불리는 쌍룡, 코드 제로와 코드 원의 아들!
두 사람과 함께 사관학교를 다녔던 이들의 증언(?)으로 인해 이미 두 사람의 사관생도 시절의 이야기는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유명해진 상태였다.
“과연 유서천은 아버지의 한을 풀 것인가!”
“뭐, 한이라고 할 것까지야… 애초에 두 사람은 스타트 지점부터가 달랐잖아?”
“하긴… 겨우 전국구 수준이랑 세계 챔피언 수준은 차원이 다르긴 하지.”
“그냥 애초에 코드 제로 님은 인외라서 비교가 불가능함.”
“코드 원 님은 인간계 최강이고, 코드 제로 님은 신이지. 음음.”
“가슴이 웅장해진다… 세계 최강 1, 2위가 우리나라에 둘 다 있는 거 실화냐?”
“2위는 김천용이지!”
“뭐래. 코드 원이거든.”
“아, 어쨌든! 1, 2, 3위가 다 있는 건 확실하잖아. 갑자기 왜 너희가 싸워?”
어쨌든 모든 헌터의 우상이자 영웅이나 다름없는 두 사람의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입학했으니,
“야, 개재밌겠다. 사실상 코드 제로랑 코드 원의 대리전 아니야?”
사관생도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마치 코드 제로와 코드 원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기분에 빠져 있었다.
툭하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생도들의 이야기에,
“…….”
유성은 들으려 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그 이야기를 듣고 의식하게 되었다.
“야이씨! 다른 데 가서 이야기 안 해? 왜 여기서 지랄들이야!”
퍽퍽 ―
“마녀가 화났다!”
귀를 움찔거리고 있는 유성을 본 이서가 버럭 화를 내며 근처에서 저희끼리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던 생도들을 내쫓아버렸다.
평소에도 유성의 주위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불같이 화를 내며 난리를 치는 탓에 마녀라는 별명까지 붙어버렸다.
“흥! 까불고 있어!”
씩씩대며 생도들을 몰아낸 이서가 거칠게 콧바람을 내뱉었다.
그래도 사촌 누나의 역할 하나는 톡톡히 하는 이서였다.
“누나가 다 쫓아버렸다! 잘했지?”
이서는 괜히 조금 더 밝은 텐션을 유지하며 유성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나,
“…….”
유성은 말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뭔 맨날 누나 드립이야.
―흥, 누나는 무슨.
하는 등 까칠한 듯 덤덤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었을 유성.
그런 유성의 낯선 반응에,
“…야! 왜 아무 반응이 없어?”
이서는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스윽 ―
유성의 앞자리로 가 그를 마주 바라보고 앉은 이서.
그리고,
“…헉.”
이서는 볼 수 있었다.
이글이글……!
엄청난 경쟁심으로 불타고 있는 그의 두 눈을 말이다.
“…야, 너 설마…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이서는 불안함을 애써 감추며 그에게 물어보았으나,
“…….”
히죽 ―
입을 꾹 닫은 유성의 입가에는 어느새 불길한 미소가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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