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화. 외전 ― 자식 키우기 쉽지 않음 (1)
투확 ― !
콰아앙! 콰아아앙!
커다란 굉음이 대련장 안을 가득 메웠다.
“우와아아아……!”
대련장 관중석에서 대련을 지켜보던 이들은 하나같이 탄성을 토해냈다.
“저 녀석이 1학년이라고?”
“그게 말이 돼? 상대는 2학년 1등이라고!”
관중석에 앉은 생도들이 하나같이 입을 쩍하고 벌린 채 감탄사를 자아내고 있는 이유.
그건 바로,
“…크윽!”
지금 쓰러진 이가 바로 헌터사관학교 2학년 1위, 진성찬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조금 전의 충격으로 볼썽사납게 넘어졌던 진성찬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비척비척 일어났다.
키잉 ― !
진성찬의 몸에서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의 고유 능력 ‘지면 조작.’
자신이 디딘 지면의 지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이었다.
자연형인 듯 초자연형인 듯 애매한 능력.
하지만,
콰가가각 ― !
그 위력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쉬시식 ― !
지면에서 치솟은 날카로운 돌 가시들이 상대의 발밑을 노렸다.
하지만,
후욱 ― !
상대는 이미 그 자리에서 몸을 감춘 뒤였다.
“……!”
진성찬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상대.
당황한 진성찬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없어……?’
아무리 둘러봐도 상대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위다!”
관중석에서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생도 중 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진성찬과 마찬가지로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고 있던 생도들이 그 생도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후웅 ―
대련장 천장에 발바닥을 붙인 채 다리를 구부리고 있는 한 소년.
꾸구국……
그의 다리가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듯한 용수철처럼 반발력을 장전하고 있었다.
번뜩!
소년의 두 눈이 맹금류의 그것처럼 빛나는 동시에,
파아아앙 ― !
그의 신형이 천장을 박차고 아래로 곧장 떨어져 내렸다.
“이익!”
진성찬이 곧바로 지면을 조작해 막으려고 했으나,
푸화아아악 ― !
거세게 그를 내리찍는 풍압이 그의 전신을 짓누르고 시야를 가로막았다.
“크으윽!”
능력을 사용하는 와중에 무너져버린 신체 밸런스.
어설프게 조작된 지면이 울퉁불퉁 솟아오르며 오히려 진성찬 본인의 중심을 더욱 더 흐트러뜨렸다.
“으악!”
우당탕탕!
2학년 전체를 압도적으로 정리하며 통칭 ‘가이아의 화신’이라 불리던 진성찬이 볼썽사납게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아아앙!
천장에서 뛰어내린 소년의 발이 진성찬의 머리 위로 무자비하게 내리꽃혔다.
쫘좌좌좌좍……!
대련장 바닥 전체에 길게 퍼져 나가는 거미줄 같은 실금.
다행히 소년의 발이 진성찬의 머리 바로 옆에 내리꽃히며 정통으로 직격 당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피이이잉……!
그 충격의 여파만으로도 진성찬은 시야가 뒤흔들리고 속이 울렁였다.
방금 전 내리찍기에 얼굴을 밟혔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거라는 생각에,
덜덜덜……!
진성찬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몸을 떨어야 했다.
“대련 종료! 승자, 권유성!”
진성찬이 전투 의지를 상실했음을 간파한 대련 교관이 재빨리 소년의 승리를 선언했다.
“우, 우와아아아아아!”
그 말도 안 되는 압도적인 승부에, 대련장 관중석에 앉아 있던 생도들이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런 생도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흥.”
소년, 권유성은 진성찬을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 * *
권유성.
헌터육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헌터사관학교로 올라온 엘리트 중의 엘리트.
헌터사관학교에 와서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1학년을 평정하고 나아가 그 위인 2학년 수석까지도 이겨버린 17세의 천재 소년.
하지만 그에게는 그 다른 무엇보다도 더 엄청난 타이틀이 있었다.
그건 바로,
‘코스모스의 아들!’
코드 제로와 코드 세븐의 아들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인 코스모스.
그리고 그런 코스모스의 주축이 되는 코드 제로와 코드 세븐을 부모로 둔 소년.
그게 바로 권유성의 정체였다.
―야, 네가 코스모스의 아들이라며? 운 좋게 금수저 물고 태어난 주제에 잘난 체하지 마라. 너처럼 까불다가 골로 간 헌터 2세들이 수두룩하니까.
―크크큭! 나대지 말라 이거야~
―짜식, 꼴에 좀 생겼다?
서열을 정리하겠답시고 자신을 찾아왔던 몇몇 2학년 생도들.
헌터사관학교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결국 이곳은 학교일 뿐이었다.
게다가 특히 후천적으로 리바이브를 통해 헌터가 된 성인 생도들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헌터 2세들에 대한 견제와 질투가 심했다.
직접적인 폭력은 없었지만 교관들 모르게 괜히 뒤에서 정신적으로 압박하거나 따돌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성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치졸한 행동들이었다.
헌터 2세들은 그런 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그야 그들이 사건에 휘말리면 결국 그 손해는 고스란히 부모에게 돌아갔으니까.
커다란 힘을 가진 만큼 잘못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과 처벌도 엄청났기에 어쩔 수 없었다.
언론은 아직 어린 그들을 믿기보다는 사전에 다 같이 입을 맞춘 성인 생도들의 말을 믿어주었고, 부모의 힘을 빌리려 해도 헌터의 사적제재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헌터진압특수부대인 코스모스가 사관학교에 개입하냐?
그것도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의 신분은 아직 헌터가 아니었으니까.
물론 사관학교를 졸업할 때 그 죄가 드러나면 예외 없이 모두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마지막 기간인 3학년 1년 동안은 얌전히 지내기 때문에 그 죄에 대한 증거가 드러나 처벌받는 경우는 겨우 열 명 중 하나가 될까 말까였다.
사실상의 치외법권의 영역에 있는 존재.
생도들은 헌터사관학교의 2학년 생도들을 그렇게 불렀다.
이제 막 입학해 아무런 힘이 없는 1학년 생도들은 그런 2학년 생도들, 특히 후천적 각성자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골로 가? 내가? 어이가 없군.
―뭐라고?
―누가 골로 가는지 한번 해볼까?
유성은 달랐다.
퍼억 ― !
그의 행동엔 거침이 없었다.
자신을 핍박하려 드는 2학년 생도들, 그것도 성인들에게 반격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부모가 그 누구보다도 유명한 코드 제로와 코드 세븐이니 걸릴 것이 많은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크아악!
―뭐야, 입만 살았던 거였어?
―너… 너…! 네 부모의 명예가 실추되어도 괜찮다는 거냐! 우리가 일을 키우면……!
―내 알 바야? 키워보든가. 근데 그전에 누가 뒈질지는 두고 보자고.
우드득 ― !
―끄아아아악! 미, 미안해!
―당장 꺼져. 앞으로 내 눈에 띄면 죽는다.
입학 후, 한 달 만에 모든 평가과목에서 수석을 차지 그리고 두 달 만에 1학년 2세들을 핍박하던 2학년 주축 세력들을 모조리 꺾어버린 유성.
사관학교 1학년의 헌터 2세들은 그런 유성을 이렇게 불렀다.
“소영웅이다!”
작은 영웅, 소영웅이라고.
* * *
“…….”
2학년의 주축들을 하나둘 꺾다 마침내 2학년의 대장이나 다름없던 진성찬마저 꺾은 유성.
그의 하루는 여느 날과도 같았다.
“훅! 훅! 훅!”
수 시간에 걸친 체력단련과 격투기 수업을 받은 뒤,
“스읍… 후우… 스읍… 후우…….”
마무리로 또 수 시간에 걸친 마력 호흡.
마치 소싯적 태운을 보는 듯한 유성의 촘촘하게 짜인 스케줄은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결코 틀어지는 일이 없었다.
“후우우…….”
3시간에 걸친 마력 호흡을 마친 유성이 긴 한숨을 내뱉으며 그 날 하루의 할 일을 마무리했다.
스윽 ―
사관학교 기숙사 안.
창밖을 보니 이미 해는 완전히 져 캄캄한 밤이 되어 있었다.
‘11시…….’
톡 ― 토독 ―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유성은 잠자리에 들기 전 어디론가 메신저를 보냈다.
[오늘도 훈련 끝. 이제 잡니다.]
총 세 사람이 속해 있는 단톡방.
바로 가족
단톡방이었다.
“…….”
톡을 보내고 10초가 지나고, 20초가 지났다.
그렇게 5분이 넘게 지났지만,
[오늘도 훈련 끝. 이제 잡니다.] (2)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유성의 톡을 확인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두 분 다 지금 시간까지도 바쁘신 듯했다.
“…에휴.”
유성은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뭘 기대했냐는 듯 자조적인 한숨을 내쉬었다.
툭.
스륵 ―
핸드폰을 머리맡에 대충 집어 던진 채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는 유성.
얼마 지나지 않아,
“쿠우우…….”
훈련이 고되었는지 금방 잠에 빠지는 유성이었다.
고요한 그의 기숙사 방 안.
띠링 ―
[아들, 수고했어.]
뒤늦은 어머니의 답신이 어둠 속에서 잠시 깜빡였다.
* * *
다음 날.
“야!”
팍!
자리에 앉아 오전 수업 준비를 하는 유성에게 누군가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
어깨를 맞은 유성은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너 표정 안 펴? 감히 누나한테!”
유성의 또래쯤 되어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서 있었다.
“…뭐래. 겨우 한 달 차이면서.”
여자아이의 말에 유성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쭈? 너 고모한테 이른다?”
여자아이, 한이서가 유성의 앞자리에 앉으며 장난스레 으름장을 놓았다.
“이르든 말든…….”
“친구 없는 것도 말해버려?”
“야! 한이서……!”
유성은 엄청나게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이서를 향해 이를 갈았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거참, 누나한테 되게 까칠하게 구네. 그러니까 네가 친구가 없는 거야.”
“…자꾸 누나라고 하지 마라.”
“누나 맞잖아! 이 나쁜 놈아!”
한이서.
그녀는 한기성과 유인하의 딸로, 유성과는 동갑내기였다.
다만 사촌지간인지라 한 달 먼저 태어난 이서가 유성에게 사촌 누나가 되는 사이.
하지만 유성은 10살 이후로는 절대 이서에게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다.
왜?
그거야 당연히,
“누나라고 부르라고! 누나라고 부르라고! 누나라고 부르라고!”
누나라고 부르기엔 그녀가 평소에 너무 철없는 애처럼 행동했으니까.
우다다다다다 ―
그녀의 두 주먹이 유성의 책상을 마구 두드렸다.
“아씨…….”
이서의 앙탈 섞인 진상 짓에 유성은 품속에서 귀마개를 꺼내 귀에 넣었다.
그러나,
쏘옥 ―
“누나라고 부르기 전까지 안 줄 거다!”
어느새 옆으로 간 이서가 유성의 한쪽 귀에서 귀마개를 빼내 도망가버렸다.
“야이……!”
머리끝까지 짜증이 치민 유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 그 순간,
저벅 ― 저벅 ―
유성이 있는 1학년 교실 복도 밖으로 키 큰 남학생 하나가 지나갔다.
유성보다도 머리 반 개는 더 큰 남학생.
그의 옆얼굴을 보자마자,
“……!”
유성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뿌득하고 갈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유성으로 하여금 분노가 치밀어오르게 하는 존재.
그 남학생의 정체는,
“야, 유서천! 어젠 잘 들어갔냐?”
헌터사관학교 3학년, 유서천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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