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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81화 (281/300)

281화. 신을 협박함 (1)

콰드득 ― !

푸슈슉 ― !

바알의 목에서 시커먼 핏물이 높게 솟구쳤다.

최강의 악마, 바알의 최후답게 그의 목구멍에서 하늘 높이 치솟은 대량의 검은 핏물은,

솨아아아아 ―

검은 비가 되어 마계의 땅을 적셨다.

쿠르르릉 ―

바알의 죽음에 공명이라도 한 듯 마계의 하늘이 스스로 천둥을 토해냈다.

그와 함께,

솨아아아아아 ―

정말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쑥 ―

태운은 바알의 가슴 안을 뚫었던 자신의 손을 빼냈다.

슈우우우우우 ―

쿵!

시체가 된 바알의 몸뚱이가 마계의 지면에 처박혔다.

초힘의 힘으로 영혼 자체를 죽였기에 바알이 다시 회복하는 일은 없었다.

“…….”

투두둑 ― 투둑 ―

마계의 비가 태운의 정수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마를 걸쳐,

주륵 ―

눈가를 지나,

또르르 ―

볼을 타고 턱 끝에 잠시 머무르다,

똑…….

그의 얼굴과 작별 인사를 하며 재차 떨어져 내렸다.

투두둑 ― 투둑 ―

“…….”

태운은 가만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을 쫙 펼치자,

또옥 ―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 살짝 고이며 회색빛 물웅덩이를 만들어냈다.

투두둑 ― 투둑 ―

검었던 비의 색이 점차 흐려지고 있었다.

우우웅 ―

문득 들려오는 어떠한 힘의 파동에,

스윽 ―

태운은 힘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마신성 내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입술을 파르르 떨며,

싱긋 ―

힘겹게 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는 예수가 마계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고 서 있었다.

그의 힘이 마계의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정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고…했습니다.”

예수의 진심 어린 감사와 위로가 담긴 말이 지친 태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수고…라…….”

주르륵 ―

태운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에 검은 핏물을 모두 흘려보내며 중얼거렸다.

“정말로… 이제 다 끝난 건가?”

주르륵 ―

빗물이 아닌 물이 태운의 두 눈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 * *

“허어…….”

옥황상제가 어느새 다시 곱게 자라난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감탄을 토해냈다.

“정말 대단하군. 태초신님의 힘은…….”

적수가 없을 것 같던 바알의 공격을 가볍게 튕겨내지를 않나, 어이없이 기습당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상황을 허무할 정도로 단번에 역전시키지를 않나.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도 압도적이면서도, 동시에 참 불합리한 힘이었다.

옥황상제의 말에 그의 옆에 서 있던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의 분노가 저희를 향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염라대왕의 말에 옥황상제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이미 우리에게 분노하시지 않았나. 다만, 우리는 한 번 더 기회를 받은 것뿐이야.”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또 실수할 뻔했군요.”

염라대왕은 우주신의 싸늘했던 눈빛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벅 ―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신에게 어느새 새하얀 날개를 되찾은 이랑이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옥황상제님과 염라대왕님을 뵙습니다.”

“너……!”

이랑을 보자마자 염라대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바알에게 굴복하여 쇠사슬에서 벗어났던 이랑이었다.

결코 곱게 보일 리가 없을 터.

허나 염라대왕과 달리 옥황상제는 한쪽 무릎을 꿇어 이랑과 시선을 맞추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고생이 많았네. 대장군.”

“상제시여… 저는…….”

“알고 있네. 다 알고 있어.”

툭 ― 툭 ―

이랑의 어깨를 두드리는 옥황상제의 손길에 따스함이 묻어나왔다.

“그대가 단순히 고통을 이기지 못해 바알에게 굴복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네. 오히려 자네가 아니었으면 여기 남은 신들도 금방 타락해버렸을 수도 있었을 거야.”

수십 년 동안 바알의 고문에 시달려야 했던 신들.

바알이 자러 들어간 마계의 밤마다 십자가에 매달린 신들을 향해 축복을 내리던 이가 바로 이랑이었다.

바알에게 굴복했을지언정 타락하지 않은 이랑 덕분에 신들은 밤이 되면 이랑의 축복을 받아 조금씩이나마 정신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주… 아니, 태초신님을 모시고 와 우리를 구한 것도 자네의 공이지 않은가? 수고했네. 그리고 정말 고마워.”

주륵 ―

이랑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부들부들……!

무려 천계의 대장군인 이랑이었다.

대악마인 바알에게 굴복하며 얼마나 큰 수모를 감수해야 했겠는가.

염라대왕을 비롯한 동료 신들에게 험한 말이란 험한 말은 모두 들어가며 묵묵히 신들의 뒤를 받쳐주었다.

“…흥.”

염라대왕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지만, 이랑이 그들을 도운 것 또한 사실이었기에 더 이상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아주 놀고들 있으시네.”

뭔가 기분이 나빠지는(?)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울렸다.

스륵 ―

마치 귀신처럼 미끄러지듯이 지면을 밟으며 다가오는 한 노인.

바로 환인이었다.

“환인……!”

말발 한정으로는 그 천신보다도 위인 환인의 등장에 염라대왕의 얼굴이 방금 전보다 더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뭐라고 하셨더라? 태초신님의 힘이 대단해? 우주신님을 모시고 와줘서 고마워?”

평소였다면 인자한 얼굴로 쏘아붙였을 환인이지만,

후욱 ― 후욱 ―

지금만큼은 환인도 꽤나 열받은 듯 씩씩대고 있었다.

“지, 진정하시게. 환인. 어찌 이리 화가 나셨나?”

이랑을 위로하던 옥황상제가 환인을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탁 ―

환인은 옥황상제의 손길을 쳐내며 그와 염라대왕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습니까?”

“뭐, 뭐……?”

눈을 부릅뜨는 염라대왕에게 환인은 오히려 그를 잡아먹을 듯이 눈꼬리를 치켜세웠다.

“당신들 그리고 우리를 구한 건 저 아이입니다. 근데 왜 정작 우리를 구한 저 아이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고, 엉뚱한 우주신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습니까?”

“아, 아니… 결국 저 아이가 한 것이 바로 우주신님의……!”

“개소리도 진짜 적당히 해야지.”

환인이 두 눈에 불을 켰다.

“우주신이 한 게 뭐가 있습니까! 갑자기 나타나서 폼만 잡고 사라진 게 다지! 딱 하나! 십자가를 부수고 쇠사슬을 풀어준 거 말고! 한 게 뭐가 있단 말입니까!”

“화, 환인! 그게 지금 무슨 망발인가!”

“당장 우주신님께 사죄드리도록 하게!”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은 물론이고 근처에 있던 다른 신들도 깜짝 놀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주신을 욕할 줄이야.

조금 전 우주신의 힘을 피부로 느껴보았던 신들은 혹여나 다시 우주신께서 강림하진 않을까 연신 주위를 살피며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망발?”

지금 환인의 두 눈엔 뵈는 게 없었다.

“저 아이의 공을 모조리 다른 이에게 돌리는 건 망발이 아니란 말입니까?”

“화, 환인!”

“또다시 진실에서 눈을 돌릴 작정입니까?”

“……!”

환인의 말에 모든 신들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우주신의 말을 상기했던 탓이었다.

이 모든 건 자신들의 욕심과 방관 그리고 나태함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는 말.

그런 우주신의 일침은 이미 대못처럼 신들의 마음속에 박혀 있었기에, 환인의 말을 들은 신들은 크게 동요했다.

환인의 다음 말을 듣기 직전까진 말이다.

“지금 우리 애가 한 일에 대해 칭찬하고 감사를 표하지 못할망정!”

“……?”

신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우리 애……?’

‘환인의 자식은 분명 환웅과 단군일 텐데……?’

신들이 의문을 가지는 그 순간,

“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말씀 한번 잘하셨습니다! 할아버지!”

신들의 무리 어딘가에서 환인과 묘하게 닮은 두 신이 뛰쳐나왔다.

바로 환웅과 단군이었다.

“우리 애가 이룬 업적을 왜 다른 이한테 돌려?!”

“물에 빠진 놈을 건졌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 아닙니까!”

두 부자 신이 환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나왔다.

특히 둘 중에서도 단군신이 조금 더 흥분해 있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더니!”

“…단군아, 네가 그 속담을 써도 되는 것이냐?”

“…헉.”

환웅의 말에 단군은 식겁하여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신들의 무리 속 어딘가에서,

째릿 ―

한 여인이 그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헉! 아, 아닙니다! 어, 어머니! 제 말을 좀……!”

호기롭게 나왔던 단군은 나오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되어 그의 어머니인 웅녀신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꽈악 ―

웅녀신은 그리 자비롭지 못했다.

“으아앗……!”

웅녀신의 손이 단군신의 귀를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감히 네놈이 이 어미를 욕해?!”

“아, 아닙니다! 어머니! 그게 어머니를 욕한 것이 아니라……!”

“시끄럽다! 내가 너 같은 놈을 낳으려고 그 긴 시간 동안 마늘과 쑥만 먹고 버틴 줄 아느냐?”

“어, 어머니!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결코 그런 뜻으로 말을 한 게 아닙……!”

짜악!

“끄악!”

웅녀신의 매운 손이 단군신의 등짝을 두드렸다.

“닥치고 따라오너라! 내 오늘 단단히 너의 잘못을 훈계할 터이니! 어떻게 이리 나이를 처먹고도 철이 없는 것이야!”

질질질……!

그렇게 웅녀신에 의해 단군신이 끌려가고,

“…….”

“…….”

잠시 달아올랐던 신들 사이의 공기는 순식간에 머쓱해진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멍한 표정의 신들 사이에서,

“크흠!”

환인은 살짝 목을 가다듬으며 제 할 말을 마쳤다.

“어, 어쨌든! 우리 애의 공을 다른 이가 가져가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

신들의 시선이 저 위에 떠 있는 태운과 눈앞의 환인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아…….’

‘쟤가 한국인이었구나.’

그제야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도발 능력이 상당하더라니.’

‘하여간 팔불출 민족신 아니랄까 봐.’

그렇게 신들 사이의 소란이 얼추 가라앉은 그때,

슈우우우우 ―

마신성 상공에 떠 있던 태운이 천천히 신들 사이로 내려앉았다.

탁 ―

우주신 없이도 신들과 비교해 전혀 꿇릴 것이 없는 격.

태운을 눈앞에서 보게 된 신들이 저마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스윽 ―

태운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신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

멍하니 서 있던 염라대왕과 두 눈이 마주쳤다.

“염라대왕.”

“…그, 그래.”

그의 기세에 눌려 신명을 함부로 부른 것에 대해 차마 질책하지 못한 염라대왕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저벅 ― 저벅 ―

염라대왕에게 다가가는 태운.

주춤.

염라대왕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태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반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뭐, 뭐냐?”

긴장한 염라대왕의 두 눈이 살짝 흔들리는 순간,

꾸벅 ―

태운의 허리가 그의 앞에서 굽혀졌다.

“부탁이 있다.”

“……?”

태운의 행동에 염라대왕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사람들을 되살려줘.”

곧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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