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화. 불곰이 너무 강함 (2)
드르르르르르륵 ― !
마탄을 쏟아부으며 드미트리를 밀어붙이는 강천의 두 눈에 실핏줄이 올라왔다.
‘뭐지……?’
주륵 ―
강천의 볼 위로 땀방울들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지친 것은 아니었다.
세계급에 오른 강천의 마력은 무한하다시피 한 바다와 다름이 없었으니까.
고작 몇 분 개틀링건을 퍼부은 것 정도로는 결코 지치지 않는 위치에 오른 강천이었다.
주르륵 ―
그가 계속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이유.
그건 바로,
‘왜… 왜… 이기는 것 같지가 않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찝찝함 때문이었다.
드르르르르르륵 ― !
세계급에 오른 강천의 마탄 세례는 강력했다.
마탄 하나하나가 A급 헌터 하나를 절명시킬 수 있을 정도.
방어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S급 헌터, 박대상이 와도 그의 마탄 수 발이면 피를 토하며 쓰러질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세계급 헌터 드미트리도 마찬가지.
퍼버버버버벅!
온몸에 바람구멍이 슝슝 뚫리고 있는 그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크아아아아악!”
분명 괴로운 듯 비명도 지르고 있었다.
당연히 괴롭고 아플 것이었다.
온몸이 뚫리고 있는데 아프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전력으로 강화한 두 팔로 머리만을 겨우 막고 있을 뿐, 드미트리의 몸은 그 짧은 순간에 구멍이 나고 회복하기를 벌써 수십 수백 번은 반복한 상태였다.
치이이이이이……!
자가회복을 하느라 계속해서 희미한 연기를 피워내고 있는 드미트리.
놈도 아직 마력에는 여유가 많이 남은 듯 자가회복의 속도는 처음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드르르르…….
자꾸만 드는 이상한 불안감에 강천은 개틀링건을 멈추었다.
키이이이이… 치이이이이……!
개틀링건으로 변했던 강천의 양팔이 희뿌연 연기를 토해내며 멈춰 섰다.
마탄 세례가 멈추자,
치이이이이…….
드미트리는 순식간에 전신을 회복했다.
뚝 ― 뚝 ―
상처에서 흘러내렸던 핏물이 온몸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
“…….”
두 사람 사이의 정적이 흘렀다.
“…다 쏜 건가?”
번뜩!
두 팔을 들어 머리를 감싸고 있던 드미트리가 두 팔을 살짝 내리며 불곰의 매서운 안광을 발했다.
“너… 뭐야…….”
강천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찝찝함의 근원을 해결하고자 드미트리에게 목적 없는 질문을 던졌다.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묻는지를 모르는 상황.
그래도 강천은 그냥 물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으니까.
“…내가 뭐냐고……?”
그리고 그런 강천의 불안한 예감은,
“큭큭큭큭큭큭……!”
단번에 들어맞았다.
씨익 ―
어느새 가드를 내린 채 불곰의 형상으로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드미트리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코드 원… 네놈도 방주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너도 하와이에 있었으니까 말이야.”
“……!”
드미트리의 말에 강천의 안색의 혈색이 살짝 옅어졌다.
어찌 모르겠는가.
그만한 장면을 직접 보았는데 말이다.
‘나는… 도명조의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그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강한 방주 여러 명을 홀로 상대하다 못해 역으로 격파한 그의 대장이자 의형, 태운.
하와이 전투 이후로 강천의 태운에 대한 존경심과 선망은 더더욱 크기를 키운 상태였다.
“서, 설마…….”
강천의 머리에 퍼즐 조각들이 끼워 맞춰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뜬금없이 나타나 신약개발단지를 공격한 드미트리.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노아즈 아크 잔당들과 몬스터들의 남침.
“너… 노아즈 아크의 방주가 된 거냐……!”
강천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드미트리를 바라보았다.
“크크크크큭! 아주 눈치가 없진 않군!”
드미트리는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까지 마탄에 온몸이 뚫려 너덜너덜했던 이로는 도저히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러면 이것도 알고 있겠지? 노아즈 아크의 방주들은 각자 신의 권능을 지니고 있다는 걸 말이야……!”
“……!”
강천의 두 동공이 크게 확장되고,
“내 권능, 한번 맛 좀 볼래?”
드미트리는 허공에 주먹을 뻗었다.
* * *
드미트리를 비롯한 세계 7대 헌터는 푸르바에 의해 설득(?)당한 바 있었다.
그들 모두가 처음엔 방주가 되길 거부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방주가 되기를 수락했는데, 그 수락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노아신이 내려준다는 신의 권능이었다.
그들이 노아신에게서 받은 권능은 다음과 같았다.
천공과 바람의 신, 오딘의 권능을 받은 잭.
천둥과 번개의 신, 토르의 권능을 받은 다니엘.
바다와 폭풍의 신, 스사노오의 권능을 받은 마쓰무라.
귀신과 싸움의 신, 아수라의 권능을 받은 데런.
밤과 침묵의 여신, 닉스의 권능을 받은 카트린.
하나 같이 굉장한 권능과 신위를 지닌 신들의 힘을 이어받은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하필 그들과 가장 잘 맞는 신들이 올림포스의 신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조금은 안타깝군. 올림포스 신들이 아니라니…….
6명의 세계급 헌터가 받은 신의 권능을 확인한 도명조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었다.
―올림포스의 신이 아니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문제라고 해야 하는 건가…? 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문제가 될 수 있겠지.
―뭔데 그래?
―권능에 적응하기가 더 어렵다.
―…어?
도명조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6명의 세계급 헌터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신들이 왜 존재하는 줄 아는가?
―신들이야 그냥 신이니까 존재하는 거지. 뭐 다른 이유가 있나?
데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그러나 도명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신들은 인간이 믿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신이면서 동시에 신인 거지.
―뭔 개소리야. 그건 너희 한자권 나라나 그런 거고.
다니엘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뭔가 있어 보이게 설명해보려던 도명조는 그 점을 미처 간과했는지 무안한 듯 큼큼거렸다.
―크흠… 어쨌든 신의 힘이 인간의 믿음과 직결된다는 건 사실이야. 믿음이란 즉, 사람들이 얼마나 그들을 알고 기억하고 있느냐로도 설명할 수 있지. 안다는 것은 곧 존재를 인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그렇다는 말은… 즉, 유명해야 한다는 거군.
잭의 대답에 도명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올림포스 신들이 나오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화 중 하나지. 가장 유명하기도 할뿐더러 남아 있는 자료도 가장 많아. 해당 신과 그 신이 속한 신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을수록 그 권능을 더 빨리 많이 익힐 수 있다.
―기독교와 불교는 그럼 뭔데?
―여기 기독교나 불교 신화와 관련된 신 소유자는 없지 않나.
―아수라가 불교 신화의 신 아닌가?
데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도명조는 고개를 살살 흔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인도 신화다. 조금 달라.
그러자 이번엔 카트린이 손을 들었다.
―닉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 맞지 않아?
―닉스는 너무 비주류 신이야. 굳이 신화 속 서열을 따지자면 올림포스 위의 가이아와 동급이지만 신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떨어져.
그런 도명조의 설명에 루카스는 전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요점은… 유명하지 않은 신들의 힘은 익히기가 어렵다, 이 말이잖나?
―맞아. 다른 때라면 상관없었겠지만 거사를 앞둔 지금은 조금이라도 권능을 빨리 익힐 수 있는 신의 권능을 받은 자가 유리하지.
도명조는 말을 하다 말고 드미트리를 바라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드미트리 너는 상당히 운이 좋은 편이야. 가장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 소속 신인 데다가 그중에서도 12주 신 중 하나이니까. 게다가 전투 계열로 유명한 신이라니… 아마 한 달이면 대부분의 권능에 적응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한 달 뒤, 그리스로 가기 전 도명조는 드미트리에게 말했다.
―한국을 맡기겠다. 드미트리.
―크큭! 걱정 마라. 놈이 아끼는 건 모조리 망가뜨려 놔줄 테니까.
드미트리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미트리가 하사받은 권능.
그 힘의 정체는,
―지금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전쟁과 파괴의 신, 아레스의 권능이었다.
* * *
아레스의 첫 번째 권능, ‘고진감래(苦盡甘來).’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신체에 축적된 데미지를 모두 신체 능력으로 바꾸는 아레스의 첫 번째 권능이 발현되었다.
꾸우우우우웅……!
어마어마한 거력이 불곰의 앞발에 몰려들었다.
아레스의 ‘고진감래(苦盡甘來)’는 데런이 사용했던 아수라의 권능 ‘광란혈투(狂亂血鬪)’와 비슷한 듯 다른 힘이었다.
광란혈투는 게임 속 광전사처럼 상처를 입을수록 신체 능력이 올라가는 것.
반면, 고진감래는 받은 공격의 데미지 자체를 모두 신체 능력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광란혈투는 상처가 남아 있는 이상 계속 상승된 신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고진감래는 피해로 인한 데미지인 상처마저 모두 치환하여 신체 능력으로 바꾸기 때문에 단발성의 힘이라는 차이가 있었다.
즉, 현재 드미트리는 자가회복으로 사용한 마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꾸우우우우우웅……!
드미트리가 주먹에 힘을 주자 대기가 벌벌 떨려왔다.
오싹!
그 주먹에 담긴 거력을 눈치챈 강천의 안색이 새하얘졌고,
“시식 좀 해봐.”
드미트리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힘을 준 주먹의 손가락 하나를 튕겼다.
그러자,
터엉 ― !
어마어마한 지풍이 강천의 개틀링건이 만들어낸 헐벗은 산을 타고 올라갔다.
한데 뭉친 바람이 눈에 보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거센 돌풍이 순식간에 강천을 덮쳤고,
“…크윽!”
퍼어어어어엉!
강천이 서 있던 능선 일대가 터져 나갔다.
“쿨럭!”
제때 몸을 강화해서 방어했음에도 강천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손가락을 튕겼을 뿐인데……!’
오싹오싹.
만약 드미트리가 바로 주먹을 내질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치익……!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재빨리 내상을 회복하는 강천.
하지만,
“맛있었지? 그럼 이제 메인도 맛봐야지!”
드미트리는 그가 숨을 고를 시간도 주지 않았다.
후욱 ―
불곰의 거대한 앞발이 휘둘러지고,
투확 ― !
돌풍… 아니, 태풍이 일며 거대한 충격파가 전방위로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골짜기 한쪽 벽을 담당하던 산, 장군산이 사라졌다.
쿠구구구구구……!
코드 원이 있던 공간에는 먼지와 잔해들만이 하늘 가득 비가 되어 떨어지고 있을 뿐.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골짜기 아래에서 그 모습을 보던 연구원들은,
“아아아……!”
자신들도 모르게 양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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