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화. 조금 벅참 (2)
쿠아아아아아아아!
대기가 거칠게 비틀렸다.
폭풍과 바다의 신이라 불리는 스사노오 그리고 북유럽 신화 최강의 신이자 천공과 바람의 신 오딘.
두 신의 힘에 의해 어긋난 대기가 태운을 사이에 두고 마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
키기기기기기기긱!
거센 폭풍이 맞부딪치며 마치 금속이 찢어지는 듯한 마찰음이 터져 나왔다.
키잉 ―
[강력피(强力皮)]
태운의 전신을 감싼 강력장이 거친 폭풍을 그의 몸에 닿지 못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으그그그그극!’
루카스의 파괴광선을 막아내다 미처 그 공격을 피하지 못한 태운이 이를 악물었다.
아니, 사실 피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피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 공격을 피한다면 그 공격이 어디로 향할지는 자명했기 때문에.
키기기기기기긱!
마치 두 폭풍의 신이 태운을 잡아 비트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내가… 새우라고……?’
“…크큭!”
태운의 입에서 조소가 흘러나왔다.
무패의 파이터, 케이지 안의 절대자라 불리던 태운이었다.
일반인 시절, 정원준에게 맞아 나가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인생에 단 한 번도 패배를 겪어보지 않은 태운.
그런데,
‘이까짓 것들이… 고래라고?’
지금 태운은 명백히 밀리고 있었다.
아무리 4인의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커다란 핸디캡을 안고 싸우고 있다지만, 마력을 각성한 똑같은 헌터들에게 말이다.
‘하와이에서는 운이 좋았던 건가?’
그전의 방주들이 처음부터 대놓고 강천을 비롯한 이들을 노렸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더 힘들었겠지.’
그때의 방주들은 명백히 지금의 방주들보다 강했다.
바탕이 되는 기존의 등급 자체는 이 7대 헌터들이 강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권능을 완벽히 다루고 있었으니까.
반면 지금의 신 방주들은 여러모로 다루고 있는 권능 자체가 어설픈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권능을 제일 잘 다룰 법한 녀석은 지금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저 자식…….’
폭풍에 갇힌 태운의 시선이 잠시 폭풍 너머의 한 남자를 향했다.
“…….”
아이기스를 받아 자뢰로부터 벗어난 뒤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이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는 토끼의 방주, 푸르바.
만약 그가 이 전투에 참여했다면,
오싹……!
4인의 대통령은 진작에 목이 달아났을 터였다.
지금 7명의 신 방주들의 공격을 막기에도 급급한 와중에 순간이동을 사용하는 푸르바를 태운이 잡아낼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다른 방주들의 공격을 막는 도중 순식간에 치고 들어와 목을 베어간다면 태운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두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
‘잠깐만…….’
거기까지 생각에 미친 태운의 가면 뒤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왜 정말로 가만히 있는 거지?’
놈이 자뢰에 직격당해 감전당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무리 자가회복으로 마력 수치를 일정 부분 잃었더라도 다대일의 전투에 참여하는 것 정도는 무리가 없을 터.
‘놈들의 목적이… 이 네 사람이 아니야?’
그러고 보니 또 이상했다.
아무리 태운이 초광속으로 움직이고 있다지만, 각기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는 방주들의 공격을 막으며 잠깐의 딜레이 정도는 일어나고 있었다.
태운이 초광속이라면 적어도 그들 또한 초음속의 세상에 사는 이들.
그들의 눈에 그런 태운의 빈틈이 보이지 않았을 리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태운이 폭풍에 붙들린 시간이 0.1초를 넘어가고 있었다.
초음속의 세상에 사는 이들에겐 커다란 기회나 다름없는 상황.
그러나,
‘…눈치를 보고 있다?’
놈들은 공격을 이어가지 않고, 일부러 숨을 고르는 척 무언가 타이밍을 엿보고 있었다.
아마 태운이 폭풍을 벗어나는 타이밍을 노리려는 것일 터.
하지만 태운이 폭풍을 벗어나더라도 공격은 네 사람을 향하겠지.
“……!”
무언가를 깨달은 태운의 온몸에 살짝 닭살이 돋아났다.
‘시간을… 끌고 있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지켜야 할 사람들이 사라지면 그들로서는 태운을 감당할 수 없음을.
아마 그래서 푸르바도 나서지 않고 가만히 방관하고 있는 것일 터.
‘날 최대한 지치게 만들어 말려 죽일 셈인가.’
까득 ― !
폭풍에 붙들린 태운의 입에서 이 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변하는 것은 없었으니까.
놈들의 공격은 모두 하나하나가 강력했다.
태운이 막아내지 않으면 단번에 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
태운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 공격을 모두 소멸시키고 파훼하는 것뿐이었다.
‘번개’라는 원거리 공격 수단이 막힌 이상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놈들을 가까이 오게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놈들을 자화시켜 끌어오는 방법이 있긴 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여유가 조금 있을 때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와중에, 몇몇 녀석들을 끌어당기는 동안 다른 방주들이 가만히 있을 리도 없었을뿐더러,
‘그땐 저 녀석이 나서겠지……!’
처음 자기장에 들어섰다 사라졌던 것처럼, 푸르바란 저 남자가 끌려가는 방주를 데리고 뒤로 순간이동을 시전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중력으로 짓누르자니, 방주급이나 되는 인물들에게 제대로 통할 리도 없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저 푸르바란 남자가 자리를 옮겨버리면 그만이었고 말이다.
‘모든 방법이 저놈 하나로 인해 막히잖아……!’
키기기기기기긱!
그렇게 폭풍에 휩싸인 태운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 * *
폭풍이 태운의 몸을 비틀기 시작한 지도 어언 0.2초가 지났다.
‘생각해라. 생각해.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생각해!’
몸놀림 자체가 초광속에 이른 만큼 그의 사고 회로는 그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면서 태운은 짧은 사이에 수많은 생각을 하며 수없이 머리를 굴렸다.
첫째, 번개는 통하지 않는다.
저 때려죽일 도명조 놈이 만든 아이기스 복제품을 모든 방주들이 들고 있으니까.
적뢰, 금뢰, 청뢰는 물론이고 자뢰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근접전이 불가하다.
저번 하와이 전투에서는 재빨리 접근해 아이기스마저 통째로 ‘약력’으로 지워버렸지만, 지금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잠시라도 자리를 비웠다간 대통령들이 몰살당할 것이었다.
셋째, 놈들을 끌어당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저쪽엔 푸르바라는 공간이동 능력자가 있었으니까.
자기력으로 끌어당기거나 중력으로 찍어눌러도 푸르바는 손쉽게 빠져나올 것이고, 마찬가지로 다른 방주들 또한 푸르바가 손쉽게 빼줄 것이었다.
‘결국… 방법은 한 가지야.’
바로 놈들에게 통하는 원거리 공격을 하는 것.
‘약력의 힘을… 원거리에서도 맞출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약력은 강력했다.
그 파괴력이나 위험도만 따져본다면 태운이 가지고 있는 4가지 능력 중에서 가장 뛰어날 정도.
심지어 약력의 상응하는 힘인 강력도 약력과 만나면 그대로 붕괴하기 일쑤였다.
‘강력’에 의해 결합된 자뢰가 약력에 의해 소멸하는 것이 그 증거.
그래서일까.
태운은 번개에 약력의 성질을 담을 수 없었다.
강력을 입힌 자뢰마저도 순식간에 소멸하는데 다른 청뢰나 금뢰, 심지어 적뢰가 약력을 잠시라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잠시만… 잠시라고……?’
생각을 이어 나가던 태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잠시.
그래, 잠시면 되는 일이었다.
번개가 약력을 아주 잠시, 단 1초라도 버텨낼 수 있게 된다면,
치직!
초속 10만 km에 이르는 번개는 전 지구를 타격 범위 내에 충분히 넣고도 남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끼기기기기기긱!
지직……!
폭풍에 갇힌 태운이 가만히 손바닥 안에 작게 번개를 피워냈다.
‘금뢰(金雷).’
금빛 번개 한 줄기.
키이잉……!
그 금빛 번개를 이루던 마력 입자들이 태운의 마력 통제 능력에 따라 서서히 쌍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 순간,
치지직!
금빛을 띠던 번개의 색이 순식간에 푸르게 물들었다.
‘청뢰(靑雷).’
마력 입자가 둘씩 쌍을 이루어 중첩된 형태인 청뢰.
여기까지가 태운의 뛰어난 태운의 마력 통제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최대치였다.
하지만 태운은 여기에서 한 번 더 그의 번개를 발전시켰다.
키이이잉……!
[강력(强力)]
모든 것을 결합시키는 태운의 강력이 청뢰에 입혀지며 청뢰를 이루던 한 쌍의 마력 입자들이 다른 쌍의 마력 입자들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총 4개의 마력 입자가 달라붙으며,
치직! 치지직!
하늘과 바다처럼 푸른 빛을 띠던 청뢰는 어느새 자줏빛으로 변모해 있었다.
‘자뢰(紫雷).’
청뢰와 같이 마력에 달라붙는 성질을 지니면서도 약력이 아니고서는 결코 사라지지도 않는 태운의 비장의 수나 다름없는 기술.
키잉 ―
[약력(弱力)]
그러나 이 자뢰에 약력을 입히자,
츠즈즈…….
그 강력한 자뢰가 순식간에 소멸했다.
‘다시.’
태운은 포기하지 않고 번개를 다시 손안에 만들어냈다.
금뢰, 청뢰를 거쳐 다시 탄생한 자뢰.
치지직!
자뢰 하나가 태운의 손바닥 안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치지직!
그 맴돌던 자뢰의 옆으로 추가로 나타난 두 번째 자뢰 줄기.
지지직……!
두 줄기의 자뢰가 서로를 감싸며 천천히 하나의 실타래처럼 꼬이기 시작했다.
‘하나가 안 된다면 두 개로……!’
지지지지직……!
마치 하나의 밧줄을 꼬아놓은 것처럼 꽁꽁 얽혀버린 두 줄기의 자뢰는 어느새 한몸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키잉 ―
[약력(弱力)]
츠즈즈…….
그러나 순식간에 소멸한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태운은,
“……!”
약간의 미세한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두 개로는 부족하다 이거지?’
꽈악 ―
이를 악문 태운이 폭풍 속에서 초집중 상태에 빠져들었다.
끼기기기기기기긱!
어느새 0.5초나 지난 시간.
일부러 폭풍 속에서 벗어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음을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태운으로선 무언가 이 상황을 타파할 방도를 만들어 나가야 했다.
치지직!
자뢰 세 줄기가 엮였다.
츠즈즈…….
다시 소멸.
네 줄기가 엮였다.
츠즈즈…….
다시 소멸.
으득 ― !
태운은 한 줄기, 한 줄기를 늘려가며 가장 효율적으로 약력을 담을 수 있는 지점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도했을까.
치지직!
어느새 열 줄기나 되는 자뢰가 굵은 밧줄처럼 꼬여 있었다.
키잉 ―
[약력(弱力)]
약력이 덧씌워지자,
지지직……!
츠즈즈…….
아주 잠깐이지만 자뢰 다발이 그 형태를 유지하며 또 다른 색으로 변하다 사라졌다.
‘여기다!’
가장 효율적으로 약력을 담을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한 태운은 속으로 흥분감을 가라앉히며 다시 열 줄기의 자뢰를 손바닥 위로 만들어냈다.
지지지지직!
순식간에 실타래처럼 꼬이는 자뢰 줄기들.
그 위로,
‘한 번 더 엮는다!’
키잉 ―
[강력(强力)]
태운은 그 위에 강력을 한 차례 덧씌워 코팅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그 위로,
키잉 ―
[약력(弱力)]
소멸과 분쇄의 힘이 담긴 약력이 덧씌워졌다.
꽈지지지지지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지직!
자뢰는 여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좋아……!’
마침내 자뢰에 약력의 힘을 입히는 데에 성공한 태운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니, 이제 자뢰라 부르면 안 되겠지.’
꽈지지지직 ― !
무언가 붕괴되는 소리와 번개 특유의 지직거림이 섞인 이질적이고도 소름 끼치는 소리를 들으며 태운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츠즈즈…….
불과 수 초 정도 형태를 유지하다 사라지는 새로운 번개.
끼기기기기기기긱!
태운은 양옆에서 자신을 향해 폭풍을 쏘아 보내고 있는 마쓰무라와 잭을 향해 양손을 들어 올렸다.
‘이 기술의 이름은… 묵뢰.’
키이잉 ― !
한순간에 일련의 기술 생성의 흐름을 체화한 태운이 순식간에 양 손바닥에 새로운 번개를 만들어냈다.
“…이제 내 차례다. 이 새끼들아.”
꽈지지지지직!
검은 묵빛의 번개가 폭풍을 뚫고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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