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라이벌은 성장에 좋음 (4)
두룡미사가 폭발하기 직전,
파밧!
정태의 외침을 듣자마자 두룡미사의 근처에 있던 호백, 태성, 호성이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도 보고서는 읽은 바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발 늦고 말았다.
퍼어어어어어엉 ― !
그들이 몸을 날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터져버린 두룡미사의 전신.
곧이어 엄청난 속도로 연노란색의 독무가 돔 형태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이이익 ― !
두룡미사 본인의 시체마저 순식간에 녹여버리며 퍼져 나가는 독무.
치이이이익!
두룡미사의 발치에 있던 키가 작은 풀들이 한순간에 부식되어 사라졌다.
“크윽!”
“으윽!”
“으앗!”
주위로 몸을 날린 세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까지 다가온 독무에 짧은 비명을 질렀다.
물론 그 독무에 닿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을 터였다.
그들에게는 자가회복이라는 비장의 수단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거의 100%의 확률로 꽤 많은 양의 마력 수치를 희생해야 할 것이었다.
그들이 굳이 위험한 S급 던전을 자처해서 들어온 이유는 단순 토벌이 아닌 강해지기 위함.
그런데 첫 상대부터 마력을 잃어서야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허우적 허우적 ―
독무에 닿지 않으려는 세 사람의 팔다리가 허공에서 허우적댔다.
그러나 이미 공중에 몸이 떠 있는 상황.
그들로선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후웅 ―
한 줄기의 바람이 불어왔다.
“성가시군.”
휘오오오오오 ― !
바람이 한 줄기, 두 줄기 모여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두룡미사가 있던 자리를 뒤덮는 회오리바람이 생성되었다.
슈우우우우 ― !
사방으로 퍼져 나가던 독무는 중앙으로 빨려 들어가며 회오리바람의 기둥을 타고 하늘로 솟구쳤고,
파지지지직!
어느덧 공중에서 대기하고 있던 거대한 청룡이 발산한 하얀 번개에 의해 모조리 소멸했다.
“…….”
“…….”
하얀 번개를 두른 채 공중에 떠 있는 청룡을 말없이 바라보는 태성과 호성.
반면 호백은,
“…X나 불합리하네. 능력빨 새끼.”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능력빨이라니? 내 실력이다.”
“그럼 나랑 능력 바꿔! 이 자식아!”
“…사양하지. 나만 손해잖아?”
“크아아아악!”
그 짧은 사이에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정호백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천용을 올려다보며,
“흐음…….”
강천은 뭔가 가늠하는 듯 가면 뒤에서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 * *
―나랑 청룡 길드 마스터랑 붙으면 누가 이길 것 같아?
언젠가 강천은 태운에게 질문한 적이 있었다.
태운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의 최강자는 누구인가?
오랫동안 정상을 지켜온 전 최강자 김천용?
아니면 세계 두 번째 유니크형 능력자이자 미친 듯한 성장세로 S급에 오른 코드 원, 유강천?
이에 대해 태운은 이러한 대답을 내놓았었다.
―둘 다 S급인 상태에서는… 아마 7대 3 정도?
―7대 3? 승률 말하는 거야?
―응.
―크흠… 그렇군. 결국 내가 2인자라는 거지? 흐흣…….
―뭐래. 네가 3이거든?
―…뭐?
강천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같은 S급인데도 자신이 김천용보다 약하다는 말인가?
자신의 위에 있어도 되는 이로 태운 외에는 그 누구도 용납할 수 없었던 강천은 강하게 반발했다.
―아니, 등급이 나보다 높은 것도 아닌데 내가 밀린다고? 왜?!
―왜 이리 급발진을 해, 인마. 너보다 강할 수도 있지. 이거 벌써부터 완전 거만해져서는… 쯧쯧…….
―아니, 형. 말 돌리지 말고 빨리 설명해봐. 내가 왜 밀리는데? 나는 동급 중에서도 엄청 강하잖아! B급일 때 A급 던전까지 솔로 레이드를 뛰었다고!
―…그거, 진심으로 네가 했다고 생각하냐?
―무, 물론 형이 많이 도와주긴 했지만… 어쨌든! A급 몬스터를 잡은 건 팩트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그렇게 궁금해?
―당연하지!
―흐음…….
태운은 턱을 쓰다듬으며 강천의 전신을 훑었다.
―우선 첫 번째.
태운은 검지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피지컬적으로 딸려.
울컥 ―
강천의 목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내, 내가 딸린다고?
―어. 많이. 아, 물론 인간 상태일 때야 비슷하긴 한데 그쪽은 인간이 아니라 무려 청룡이라고.
―후, 후후후후, 후후후후후……!
강천은 애써 입가를 끌어올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형이 뭔가 간과한 것 같은데…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때릴 데가 많아지고, 느려지는…….
―두 번째.
태운은 강천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바로 검지 옆의 중지를 폈다.
―기동성도 딸려.
―내가 기동성이 왜 딸려!
강천이 버럭 화를 냈다.
―형이 잘 모르나 본데, 나 사관학교에서 치타로 부분 변신한 민아보다 빨랐거든?
―김천용 씨의 속도는 극초음속에 근접한다.
―……!
과거 이매탈을 쓰고 다니던 시절, 천안에서 뇌룡화를 사용한 천용에게 쫓겨봤던 태운이었다.
신체강화에 뇌신화까지 사용한 태운을 따라잡았던 천용의 속도는 초음속(마하 1 이상)을 넘어 극초음속(마하 5 이상)에 근접하는 속도였음을 태운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너, 음속은 도달할 수 있냐?
―아, 아마도……?
―하긴, 할 수 있겠지. 대신 마력을 무진장 써야겠지만.
S급 헌터쯤 되면 웬만해서는 음속에 도달할 수 있다.
그들은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이 다른 헌터들에 비해 훨씬 많았으니까.
하지만 동물형 능력자처럼 신체적인 기본 보정이나 김천용의 뇌룡화처럼 특수기술 없이 순수강화만으로 음속에 도달하기 위해선 막대한 마력이 요구되었다.
아무리 강천이 유니크형 능력자라고는 하지만 그에게는 기동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능력이 딱히 없었다.
그러니 기동력과 순수 속도로는 천용을 일시적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리 긴 시간 동안 따라붙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세 번째.
―…또 있어?
태운의 팩폭에 이미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강천이 풀이 죽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검지와 중지에 이어 약지를 펴는 태운의 표정은 그런 강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재밌다는 느낌이었다.
―능력의 범용성이 우수해.
―…….
이에 대해선 강천은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
S급인 지금도 벌써 다룰 수 있는 자연계 능력이 3개나 되는 김천용이었다.
강천은 언젠가 서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 길드장님이 진짜 사기라니까? 환수형이면 환수형이지, 왜 자연계 능력을 쓰는 거야? 완전 4원소 능력인 내 고유 능력의 상위호환이라니까? 가끔 열받아 진짜!
물, 불, 바람, 흙을 다룰 수 있는 서아의 고유 능력 ‘4원소’.
A급에 불과해 2차 각성까지밖에 이루지 못한 그녀는 아직 물과 흙만을 다룰 수 있었지만, 결국 자연계 능력을 4가지나 다룰 수 있게 될 그녀의 능력은 유니크형이라 별도로 분류되면서 사기 능력 중의 사기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김천용은 그보다 더했다.
―청룡으로 변신할 수 있는 동물계 능력. 일단 이거부터 사기야. 청룡이면 솔직히 동물 중에서도 끝판왕 아니야? 전설의 동물을 어떻게 이기냐고! 아니, 그거면 됐지! 뭔데 각성할 때마다 자연계 능력이 생기는 건데?
현재 김천용이 다루는 자연계 능력은 세 가지였다.
물, 공기, 번개.
아마 세계급이 되며 4차 각성을 이루면 자연계 능력이 하나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것이 불이 될지 나무가 될지는 여전히 팬들 사이의 커다란 화두 중 하나였다.
태운은 그가 생각해도 엄청나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말을 이었다.
―심지어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김천용 씨는 이미 신체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너도 알다시피 거대화 능력은 동물형 능력자의 4차 각성 능력이잖아? 동물형 능력 하나와 자연형 능력 4개를 동시에 가진 사람만큼 능력의 범용성이 다양한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어, 없겠지.
―그래. 그러니까 네가 지는 거야. 와, 제대로 생각해보니 김천용 씨 능력 대박이네. 그런 능력인데 왜 아직도 S급에 있는 거람?
추욱 ―
혼자 감탄하는 태운의 옆에서 어깨가 추욱 늘어지는 강천.
뭔가 무기력해 보이는 것이 어지간히도 상심이 큰 듯했다.
―…….
그런 강천을 바라보던 태운은,
파바박!
그의 머리를 냅다 헝클었다.
―왜 기가 죽었어 인마. 코스모스가 기죽으면 돼, 안 돼?
―…기죽인 게 누군데.
강천은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피식 ―
태운은 그런 강천을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여기까지는 대련 기준.
―…응?
태운의 말에 강천이 고개를 들었다.
끔뻑끔뻑.
태운을 바라보는 강천의 두 눈엔 어느새 한 줄기의 희망이 들어 있었다.
―둘 다 죽기 살기로 싸우면 아마… 6대 4 정도로 오르지 않을까 싶은데.
―아이씨, 뭐야. 그래도 내가 낮잖아.
―어? 아닌데? 이번엔 네가 6인데?
―…엥?
강천의 미간이 좁혀졌다.
―대체 뭔 차인데……?
―야, 네가 가진 능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
―내 능력이 뭐?
―네 능력은 살상력에 있어서 최강인 능력이잖아.
강천의 고유 능력 ‘무기’.
각종 무기를 모두 소환하거나 신체를 변형시켜 사용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은 사실상 인간이 수천 년간 쌓아 올린 모든 기술의 집합체나 다름없었다.
―현대의 무기가 던전 안에서 잘 통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마력이라는 장벽 때문이야. 하지만 너는 현대 무기들을 가지고 그런 장벽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지.
태운은 오른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강천의 머리에 쏘는 시늉을 했다.
―죽기 살기로 싸우면 너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아마 세계급이 되면 그건 더할 거고.
―…진짜로? 형도 나 못 이겨?
짜악!
태운의 거친 손이 강천의 등짝을 후려쳤다.
―아악!
―이게 나랑 맞먹으려 드네. 야, 나는 어나더 천상계 클래스고 인마. 너네 인간계 중에서는 네가 그나마 봐줄 만하다 이거지!
―…방금 형 스스로 인외종이라는 거 인정한 거 알아?
―뭐 어쩌라고? 어쩌라고? 어쩔 건데? 외계인이라고 신고할 거냐?
짜악! 짜악!
태운의 손바닥이 연신 강천의 등짝을 두들겼다.
―아악! 아악! 야이 미친놈아! 그만 때려!
―아주 키워줬더니 틈만 나면 나를 이기려 드네, 이거!
―이기려 들었지! 이긴 적은 없잖아!
―그래서 잘했다는 거야? 어? 잘했다는 거야?
짜악! 짜악!
부르르 ―
천용을 바라보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강천은 갑자기 등이 쓰라리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도 쓰라린 것 같네 진짜.’
씨익 ―
강천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러나저러나 요즘 좀 거칠어진 감이 없진 않지만 태운은 참으로 든든한 형이었으니까.
‘어쨌든 죽기 살기로 싸우면 내가 이기고, 그 외의 경우라면 내가 진다는 거지?’
하지만 자신이 김천용과 죽기 살기로 싸울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한쪽이 노아즈 아크에 붙어서 민간 학살이라도 벌이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평생 없을 터.
강천이 생각하기엔 결국 자신은 김천용보다 약했다.
‘동급에서 이길 수 없다면 먼저 올라가는 수밖에.’
꾸득 ―
하얀 호랑이 한 마리랑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푸른 용을 바라보며 강천은 거세게 주먹을 말아쥐었다.
‘먼저 세계급이 되는 건 나다.’
스윽 ―
강천은 숲속 너머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을 향해 형형한 눈빛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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