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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00화 (200/300)

200화. 동해를 토벌함 (2)

울릉도와 독도까지 들른 이후, 동해 토벌 1단계인 동해 수색이 끝났다.

발견된 던전은 울릉도에 나타난 B급 던전 하나.

그 던전 안에 들어선 서아는 상당히 기세등등한 상태였다.

“…나 진짜 지켜만 본다?”

강천이 불안한지 다시 한번 되물었다.

“믿고 지켜만 보라니까? 이 누님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게!”

그래도 A급에 오른 지 시간이 꽤나 지난 서아였다.

청룡에서 레이드를 할 때도 대부분 후방에서 원거리 공격을 지원하는 포지션이었기에 거의 마력 수치를 손실하지 않으며 착착 마력 수치를 쌓아 올리던 서아.

그래서일까, A급에 오른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서아는 벌써 1만 6천에 육박하는 마력 수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나 진짜 끼어들지 마?”

“괜찮대도? 나 혼자 가능해!”

거의 매번 청룡 길드원들과 A급 던전을 드나들다 보니 이제 B급 던전은 손쉽게 느껴지는 듯한 서아였다.

그러나 서아의 등 뒤에 선 강천은 좀처럼 불안한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

‘이거… B급 중에서도 최상위 던전인데……’

울릉도에 생긴 던전의 마력 수치가 B급 최상위에 해당했던 탓이었다.

그냥 B급 던전과 B급 최상위 던전은 난이도 자체가 다르다.

들어서는 인원수에 따라 A급 던전만큼이나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 바로 B급 최상위 던전.

지금 이 던전에 들어온 인원은 강천과 서아 둘뿐인데다가 그녀 혼자서 하겠다고 하니 아마 평범한 A급 던전을 파티를 이루어 레이드하는 것보다 어려울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나 진짜 할 수 있어!”

강천에게 훌륭한 헌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서아에게 이미 그런 점들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녀가 그저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인가?

그건 또 아니었다.

그야 능력적인 면으로 보나 실력적인 면으로 보나, 그녀의 힘은 일반 A급 헌터보다 강했으니까.

실제로 최근 청룡 길드 소속 A급 헌터 3명과의 모의 대전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었던 서아였다.

그 강력하다는 자연계 능력을, 2가지나 자유자재로 적재적소에 맞게 다룰 수 있게 된 그녀의 강함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커다란 문제가 있었으니,

“금방 정리해주지!”

동해 토벌은 사전 조사 없이 진행되는 즉석 토벌이라는 것이었다.

* * *

던전 안은 정글이었다.

스스슷 ―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두꺼운 정글의 식물 이파리들이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와… 엄청 후덥지근하네.”

“그, 그러게…….”

습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울창한 정글의 나무들 덕에 딱히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것도 아니었지만,

주르륵 ―

엄청난 습도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몸 밖으로 새어 나오던 미세한 땀방울들이 단 한 방울도 증발되지 못하고 두 사람의 피부를 타고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

“…….”

엄청나게 찝찝해진 기분 탓에 두 사람의 말수가 급격하게 줄어 있었다.

축축 ―

두 사람의 옷이 금세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슥 ―

흠칫!

서로의 몸이 스치자 화들짝 놀라 떨어지는 두 사람.

서로에게 자신의 땀 냄새가 풍길까 두려워하는 커플이었다.

“그… 무, 물 뿌려줄까? 어차피 우리 다 젖었는데…….”

“아… 응.”

쏟아지는 장대비라도 맞은 듯 옷이 완전히 젖어버린 두 사람.

서아는 곧바로 능력을 전개하여 자신과 강천의 몸 위로 물을 뿌렸다.

솨아아아아 ―

허공에 생성된 물방울 덩어리에서 물뿌리개처럼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허어… 시원해…….”

강천은 답답했던 숨을 토해내며 서아가 만들어준 물로 세수하고 머리를 쓸어 넘겼다.

반짝!

은발을 쓸어올리는 강천의 외모가 빛을 발했다.

화악 ― !

새삼 다시 그에게 반한 서아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추며 자신의 머리 위로 물을 쏟아부었다.

촤악 ― !

“……!”

놀란 강천이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쏟아진 물이 서아의 전신을 덮치며 그녀의 옷이 전신에 착 달라붙은 탓이었다.

쿵! 쿵! 쿵!

얼떨결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녀의 몸매 라인(?)을 봐버린 강천은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칼날 면이 넓은 작은 단검 하나를 만들어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댔다.

치익……!

차가운 금속의 온도가 달아오른 그의 볼을 빠르게 식혀주었다.

“…….”

“…….”

그렇게 초짜 커플이 서로 민망해져 각자 고개를 돌린 채 열을 식히고 있는 그때,

“구어어어어어……!”

어디선가 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퍼뜩!

그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순식간에 눈빛이 날카롭게 되돌아오는 두 사람.

방금 전까지 민망해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헌터로서의 진중한 눈빛을 장착한 두 남녀는,

끄덕 ―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파앗 ― !

울음소리가 들려온 정글 깊은 곳으로 몸을 날렸다.

* * *

철벅! 철벅!

정글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두 남녀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이익!”

늪에 발이 빠져버린 서아가 발을 빼내려 힘을 주었다.

‘이거, 힘들겠는데?’

마찬가지로 갑자기 나타난 늪지대에 자꾸 발이 빠져 힘들게 이동하던 강천이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사람이 있는 근방 전체가 늪지대였다.

아무래도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는 울창한 풀밭은 던전 초입이 전부였던 듯했다.

‘그나저나… 몬스터는 어디 있지?’

미간을 찌푸린 강천의 시선이 주위를 헤집듯이 둘러보고 있었다.

분명 소리가 들린 근처까지 왔음에도 주변엔 몬스터는커녕 그 어떤 기척조차 나지 않고 있었으니까.

“이이익!”

주변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오로지 늪에 발이 빠진 서아가 끙끙대고 있는 소리뿐이었다.

“…도와줄까?”

늪에 발이 빠진 채로 낑낑대는 서아를 보며 강천이 물었다.

강천은 어느새 근처 나무 위에 갈고리를 걸어 공중에 매달린 채 대롱대롱

떠 있는 상태였다.

“괜…찮아……!”

힘을 주는 서아의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져 있었다.

힘이 든 것도 있었지만 혼자 하겠다며 큰소리쳤는데 몬스터는커녕 늪지대에 발이 빠져 낑낑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져 창피했던 것이다.

기이잉 ―

서아의 발아래에서 마력이 꿈틀댔다.

[대지융기(大地隆起)]

쿠구구구 ―

서아가 발을 딛고 선 지면이 뿔처럼 높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늪이란 매우 탁하고 찐득한 물웅덩이이자 진흙처럼 축축하게 젖어버린 땅.

저 밑으로 내려가다 보면 결국은 딱딱한 대지가 있기 마련이었다.

쿠구구구구 ― !

서아의 발밑 지면이 융기하며 서아의 신형이 점차 높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

어느새 나무에 갈고리를 매달아 떠 있던 강천보다도 높이 솟은 서아의 신형.

그런데,

“뭐, 뭐야? 왜 안 빠지는데?”

지면이 융기하면서 떨어져 내려야 했을 물과 진흙들이 여전히 서아의 발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이이익!”

손으로 자신의 발을 붙잡고 빼내려 애쓰는 서아.

그런데 그때,

“구어어어어……!”

서아의 발이 잠긴 물웅덩이의 표면에서 두 개의 기포가 나타났다.

“……!”

기포가 아니라 눈이었다.

자신의 발이 잠겨 있는 웅덩이에서 갑자기 나타난 두 눈에,

“으헉!”

서아는 자신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흠칫!

그와 동시에 사방에 널린 몬스터의 기척을 느끼는 강천.

“와… 이거 대박이네.”

강천의 시선이 늪지대 전체를 향했다.

꿈뻑 ― 꿈뻑 ―

“구어어어어…….”

늪지대 전체에 존재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수의 기포.

그 모든 기포가 몬스터들의 두 눈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쉽지 않겠는데?”

강천은 높이 솟은 땅 위의 서아를 올려다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 * *

퍼어어엉!

휘리리릭 ―

고압의 물줄기를 쏘아 지면 채로 웅덩이를 터뜨린 서아가 솟아올랐던 땅 위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떨어졌다.

“으아아앗!”

아무리 마력과 능력을 다루는 법이 일취월장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몸을 움직이는 건 서투른 서아.

키이이잉 ―

철벅!

신체강화를 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넘어지는 추태를 부리지 않고 지면 위에 착지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서아.

슬쩍 ―

“…….”

여전히 강천은 갈고리에 매달린 채 이 모든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치잇.”

뭔가 혼자 제대로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시작부터 꼬여버린 서아는 혀를 차며 자신이 융기시킨 땅 위를 바라보았다.

“구어어어어……!”

불룩 ― 불룩 ―

서아가 융기시켜놓은 대지가 꿈틀대며 더욱 높게 솟아올랐다.

불룩 ― 불룩 ―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이 던전의 몬스터.

‘…진흙?’

아직 헌터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처음 보는 몬스터였다.

마치 늪 그 자체인 듯 물과 흙이 잔뜩 섞여 형체도 일정하지 않게 꿀렁이고 있는 몬스터의 모습.

그래, 마치 진흙 그 자체인 듯한 모습이었다.

방금 전 고압의 물줄기마저 견뎌낸 듯한 녀석이 그녀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구어어어어어어……!”

울음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엄청나게 낮고 웅장했다.

우우우우우웅 ―

놈의 울음소리에 서아는 자신의 전신이 같이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깊은 동굴 안에서 커다란 배의 뱃고동 소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으윽… 느낌 이상해…….”

심장이 불쾌하게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은 서아가 표정을 찡그리며 능력을 전개했다.

퍼펑!

그녀의 손에서 쏘아진 수탄이 몬스터의 안면에 적중했다.

단단한 바위마저도 부수는 그녀의 수탄이었다.

하지만,

“구어어어어……!”

놈은 형태가 잠시 일그러졌을 뿐 다시 원래 모양을 되찾고 있었다.

“하필 왜 이런 몬스터가……!”

온몸이 진흙 그 자체여서 그런 것일까.

물은 통하지 않았다.

금세 상성상 자신에게 굉장히 불리한 싸움이라는 것을 깨달은 서아는 유일하게 남은 능력인 흙을 조종하려 했다.

그런데,

키이이잉 ―

“으그그그그극!”

평소처럼 지면의 흙을 조종하려 했던 서아는 넓고 깊은 늪지대로 인해 평소의 힘으로는 택도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씨!”

덕분에 평소의 배는 더 넘는 마력을 들여서야 늪지대의 겉으로 흙을 빼내는 데에 성공한 서아.

허공에 흙이나 돌을 생성하는 것은 지면 위의 것을 조종하는 것보다 마력이 수십 배는 더 많이 들었기에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주륵 ―

늪지대에 물에 젖은 흙이 생각처럼 딱딱하게 뭉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치겠네, 진짜!”

서아는 늪지대 바깥으로 꺼낸 흙을 있는 힘껏 뭉쳐서 걸레 짜듯이, 모조리 물기를 짜냈다.

덕분에 직접 흙을 생성하는 마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마력을 추가로 더 사용하고 나서야 단단한 흙 송곳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여기… 진짜 상성이 안 맞네!”

서아는 크게 투덜댔다.

3차 각성을 하여 S급이 되어서 불이나 공기를 추가로 다룰 수 있었다면 훨씬 상대하기에 수월했을 테니까.

서아는 얼른 S급이 되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잡으며 흙 송곳을 놈에게 날렸다.

퍼억!

서아가 쏘아 보낸 흙 송곳이 놈의 몸통을 꿰뚫었다.

일반 몬스터였다면 최소 피를 흘리거나 일격에 죽었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이 진흙덩이 몬스터는,

스스슥…….

오히려 서아가 쏘아 보낸 흙 송곳을 몸 안으로 흡수해버렸다.

“구어어어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전히 아까와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뱉고 있는 녀석.

츠츠츠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아는 문득 무언가 자신의 발을 빨아들이고 있는 듯한 느낌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끔뻑 ―

서아의 발밑에서 기포 같은 두 눈을 끔뻑거리고 있는 또 다른 몬스터 한 마리.

“허억!”

당황한 서아는 뒷걸음질을 치려다 진작에 붙잡혀버린 두 발로 인해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철퍽!

온몸에 머드팩이라도 칠한 듯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린 서아.

문제는 그녀가 넘어진 늪 웅덩이 위에도 기포가 끔뻑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화악!

순식간에 서아의 전신이 늪지대에 집어삼켜졌다.

한순간에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어버린 서아는 그제서야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앞으로는… 등급이 낮다고 사전 정보도 없는 던전에서 까불지 말자…….’

그렇게 깨달음(?)과 함께 서아의 의식이 저 밑바닥으로 침전하려는 그때,

후욱 ― !

그녀의 몸뚱이가 늪지대 바깥으로 들어 올려졌다.

촤르륵 ― !

쇠사슬 갈고리를 나무 위에 건 채 마치 타잔처럼 나무를 타고 있는 강천이 서아를 끌어 올린 것이었다.

촤르르륵 ―

탁 ―

서아의 허리를 감싸며 가볍게 나무 위에 올라선 강천이 온통 진흙으로 범벅이 된 서아를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아직도 끼어들지 마?”

“…짜증 나.”

화악 ― !

서아는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있는 힘껏 강천을 끌어안았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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