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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88화 (188/300)

188화. 팬티를 벗기기 시작함 (1)

푸스스스스 ―

용의 방주, 제이슨의 머리가 눈으로는커녕 현미경으로 보아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슈우우우우우…….

탁.

공중에 떠오른 채 던전 게이트의 입구를 등지고 서 있다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앉은 태운.

‘도명조는…….’

태운은 눈을 감고서 아직 펼쳐져 있는 자기중력장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벌써 전부 빠져나갔나.’

이미 도명조의 존재는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아주 그냥… 도주의 달인이로군.”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은 없었다.

‘놈의 고유능력을 알아낸 걸로 만족해야 하나.’

놈이 사라진 방향이 여러 군데였으니까.

여태껏 모두가 불인 줄로만 알았던 도명조의 고유능력.

그러나 그 불은 헤파이스토스의 금속을 제련하는 권능의 일부였다.

‘분신? 아니, 분열인가?’

뇌구를 막는 순간 잠시 도명조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던 태운이었다.

얌전히 여러 가지 신기를 만들고 있는 건가 싶던 도명조.

헤파이스토스의 권능을 가진 방주답게 그 짧은 순간에 놈이 만들어낸 신기는 여러 개였지만 종류는 모두 한 가지였다.

‘분명 죄다 투구였지.’

하데스의 투구이자 신기인 ‘퀴네에’.

착용자를 투명화시키며 존재감과 기척을 사라지게 하는 하데스 신의 신물이었다.

여러 개의 투구를 만들어내더니 돌연 본인의 몸에서 자신과 똑같은 이들을 뽑아내기 시작하던 도명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외형이 똑같아 보이던 도명조들은 각기 하나씩 퀴네에를 머리에 쓰고 다른 방향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급하게 만든 레플리카라서 그런지 투명화가 이루어졌음에도 허공이 약간 일렁였지만,

―‘미친.’

뇌구를 막아내느라 바빴던 태운으로서는 허공이 일렁인다 한들 각기 다른 방향으로 퍼져서 달아나는 도명조 중에 누가 진짜인 줄 간파할 수도 없었을뿐더러, 모조리 잡을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제일 가능성이 큰 목적지는 일본이겠지만…….’

놈의 성격상 이미 일본에서조차 자리를 정리하고 거취를 옮겼을 가능성이 컸다.

애초에 일본 내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데 지금 가서 뒤져봐야 소용은 없으리라.

“후우…….”

털썩 ―

상당히 지쳤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은 태운은 벌러덩 잔해더미 위에 드러누웠다.

비록 도명조는 놓쳤지만 12명의 방주 중 범과 토끼까지 합하여 총 11명을 죽였다.

겁 많고 제 목숨 챙기기에 바쁜 도명조 혼자서 앞으로 무언가를 해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 노아신이라는 존재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방주들이 모두 당하는 와중에도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의외로 무력이 아닌 상징적인 존재일 수도 있을 것이었다.

방주들의 얼굴과 정체도 전부 확인했겠다, 이제 노아즈 아크의 존재를 전 세계에 공개하면 이제 노아즈 아크는 제대로 된 활동도 힘들어질 터.

“…이제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고 봐도 되는 건가?”

태운은 바닥에 드러누워 가면을 살짝 벗어서 얼굴 옆에 두었다.

한결 후련해진 태운의 표정.

생각보다 더 환해진 얼굴이 방주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어서만은 아닌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한 번씩 몸을 풀어줘야 한다니까.”

오랜만… 아니, 태어나 거의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 싸워본 태운은 속이 시원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마력이 조금만 더 많았어도… 쩝. 아쉬워라.”

그가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싸움이 앞으로 어디 있겠는가?

만약 있다면 그건 노아즈 아크 이상의 재앙이 닥쳤을 때뿐일 것이다.

‘그런 일은 없을 테고, 또 없어야 하니까…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었던 건가.’

태운은 미소를 지은 채로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아아아아… 아쉬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물 밀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전력을 마음껏 부딪쳐보고 싶은 태운.

그는 뼛속까지 격투기 선수였다.

* * *

한편, 전 세계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에 의해 하와이에서 대규모 다중 브레이크가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태평양 연안의 국가들은 비상 상태를 선포한 상태였다.

콰르르르릉!

콰아아아아아 ― !

“막아!”

퍼어어어어어엉!

하와이에서 벌어진 거대한 전투.

그 전투로 인해 태평양 전체로 퍼진 여파가 태평양 연안 국가에 거대한 쓰나미 세례를 안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헌터들을 총동원하여 쓰나미를 막으려 해보았지만 하와이에서부터 불어난 거대한 파도는 아무리 초인이라 불리는 헌터들이라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헌터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나마 쓰나미의 위력을 줄이는 것뿐이었다.

퍼어어어어엉!

“으악!”

“쓸려가지 않게 조심해!”

해안에서 쓰나미를 막아내던 헌터들이 파도에 휩쓸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우르릉 ―

결국 헌터들을 뚫고 지나간 파도가 해안가의 건물과 각종 시설들을 무너뜨렸다.

“이런 씨X… 대체… 어느 정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태평양 연안국들의 헌터가 짠물을 뱉어내며 연신 혀를 내둘렀다.

전투의 여파만으로 S급 헌터들마저 휘청이게 만드는 쓰나미를 만들어내다니.

“…역시 코드 제로와 제이슨인가?”

다중 브레이크가 발생한 현장에 있다고 알려진 여러 헌터 중에서 단연 손꼽히는 코드 제로와 제이슨.

둘 다 세계급 중에서도 최강자의 자리를 다투는 인물들인 만큼 그 누구도 그들이 다중 브레이크에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 다중 브레이크가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모든 국가에까지 그 전투의 여파가 미치느냐였다.

“이 정도면 다중 브레이크 중에 S급이나 EX급 던전도 있는 거 아니야?”

“하긴, EX급 헌터 중에서도 최강자인 2명이 갔는데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정도면…….”

이미 수 시간 전에 뉴스를 통해 공개된 사진 한 장.

바로 하와이 상공을 찍은 인공위성 사진이었다.

하와이의 수백 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폭풍우가 하와이는 물론이고 태평양의 일부를 뒤덮고 있는 사진.

그 폭풍우가 어찌나 강력하던지 실제로 다중 브레이크 전투를 촬영하기 위해 하와이로 향하려 했던 전 세계 기자들은 하와이는커녕 폭풍우의 반경 바깥에서부터 접근을 포기해야 했다.

워낙 바람도 거세서 드론조차 비행이 불가능했기에,

쿠우우우우우 ― !

“X나 궁금하네 진짜.”

헌터들은 자꾸만 덮쳐오는 거센 파도에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먹구름으로 인해 시커멓게 변한 바다 끝 수평선 너머를 연신 힐끗거렸다.

콰아아아아아아 ― !

그때 또다시 덮쳐온 집채만 한 파도.

“으아아악!”

파도를 제대로 막지 못한 B급 헌터 서너 명이 그 파도에 휩쓸려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촤아아아아아……!

“으엑! 에퉤퉤퉤퉤!”

간신히 넘어지지 않고 부둣가를 지키던 헌터들이 짠물을 한 바가지나 삼키고 헛구역질을 해댔다.

“칙쇼…! 응?”

눈과 코에 물이 들어가 눈코가 둘 다 빨개진 일본의 한 헌터가 구역질하며 욕설을 내뱉다 무언가를 목격했는지 우뚝 움직임을 멈추었다.

“쿨럭… 으엑… 이 우라질 놈의 바닷물…! 응…? 뭐야? 왜 그래?”

그 헌터가 멍하니 아무것도 없는 지면을 바라보고 있자 다른 동료 헌터 중 하나가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아니… 방금 지면이 일렁였던 것 같은데… 마치 아지랑이같이…….”

그의 대답에 동료 헌터는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장난하냐? 이렇게 파도가 치고 비바람이 부는데 무슨 아지랑이야, 아지랑이는! 확 마 바다에 밀어버린다?”

“아, 아니! 진짜라고! 방금 뭔가 사람 같은 형태로 일렁였다니까? 심지어 그 부분만 빗방울도 안 떨어졌어!”

터업 ―

동료 헌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야, 들어가 쉬어라. 바닷물을 너무 먹어서 맛이 가버린 건가, 이거… 뭣하면 자가회복 한번 해보던가.”

“아니, 진짜라고!”

“가만… 북해에서도 예전에 방사능물질 누출이 있었나? 바닷물 몇 바가지 먹은 것 치고는 증상이 심각한데…….”

“칙쇼! 데메! 코로시뗴아루!(시X! 네놈! 죽여주마!)”

“으헉! 다스케떼!(으헉! 살려줘!)”

무언가를 봤다는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던 두 헌터가 실랑이를 벌이고,

“어이, 어이! 야메로!(어이, 어이! 그만둬!)”

“데메라! 이마 나니시떼루노?(너희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주변에서 함께 파도를 막던 헌터들이 두 사람의 다툼을 막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쓰나미 저지선이 어수선해진 틈을 타고,

차박… 차박…….

투명한 두 존재가 느린 발걸음으로 빗속을 뚫고서 일본 시내로 모습을 감추었다.

* * *

서울의 한 헌터 전용 주거형 오피스텔.

쿠르르릉 ―

일본 열도 덕에 직접적인 쓰나미 피해는 피할 수 있었지만 다른 태평양 연안국처럼 비바람에 뒤덮인 한반도였다.

쏴아아아아 ―

서울 하늘에서는 연신 미약한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한 여인이 방 안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오피스텔 창문 쪽을 바라보며 몸을 단련하고 있었다.

한 손으로 팔 굽혀 펴기를 하는 건 물론이고,

타닷!

벽에 대지도 않고 물구나무를 서더니 그 자세로 재차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여인.

천천히 한 10개 정도 했을까.

이번엔 다리를 양쪽으로 쫙 찢으며 바닥에 엎드려 고난도 요가 자세를 취했다.

“후우… 후우…….”

뚝 뚝 ―

먹구름으로 뒤덮인 어두운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여인의 턱 끝에서도 연신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후우… 후우… 후우우우…….”

운동을 마무리하려는 듯 정좌 자세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양 발바닥을 맞댄 채 발을 가랑이 쪽으로 쭉쭉 당겨주는 여인.

운동신경도 굉장히 뛰어난 데다가 강인해 보이는 여인이었지만,

덜덜덜……!

여인의 전신은 시종일관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

추워서?

아니, 그렇다기엔 오피스텔 내부는 그녀가 운동을 하며 내뿜은 열기로 인해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비가 많이 와 창문마저 열지 않은 탓에 상당한 습기까지 느껴질 정도.

콱…….

그녀가 호흡을 하다 말고 입술을 깨물었다.

‘뭐라도 해야 해.’

커다란 무력감을 느낀 그녀는 운동을 마치자마자 그 자세로 그대로 마력 호흡을 단련하기 시작했다.

“스읍… 후우… 스읍… 후우…….”

헌터가 3시간에 1 마력 수치라는 극악한 효율로 유명한 마력 호흡을 하다니.

일반적인 헌터들이 보았다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파르르 ―

그녀로선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의 멘탈로 레이드를 뛰었다간 파티원들에게 민폐가 될뿐더러 자신까지도 크게 다쳐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마력 호흡을 단련했을까.

두 시간 정도 지나자 마력 호흡에 집중하며 그나마 심신이 안정된 그녀였다.

그렇게 잠시나마 걱정을 잊어보려던 그때,

우웅 ― 우웅 ― 우웅 ―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단위 시간 3시간에 살짝 못 미치는 시간.

지금 이 순간 그만두면 앞의 2시간이 허무하게 날아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파박!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침대 위에 있던 핸드폰을 찾아 달려갔다.

그리고 전화를 받자마자,

“오빠!”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이제 막 끝났어.}

왈칵 ―

유린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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