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보스가 너무 강함 (4)
“말의 방주!”
“알았다!”
파앗 ― !
도명조의 외침에 5개의 아이기스(레플리카 ver)를 든 말의 방주, 필립이 고유능력을 전개했다.
키이이이이잉 ― !
고유능력 ‘가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필립의 움직임이 곧 음속을 돌파했다.
퍼어어어어엉 ― !
광속을 넘나드는 태운과 제이슨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속도였지만 다른 방주들에 비하면 그 누고보다 빠른 속도.
9개의 아이기스 중 도명조와 그를 지키던 개의 방주, 돼지의 방주 그리고 방금 죽은 닭의 방주의 것을 제외한 5개의 아이기스가 제 주인을 찾아갔다.
“받아라!”
파바바바밧!
순식간에 아이기스의 분배가 끝났다.
우우우우웅 ―
제 주인들을 찾아간 아이기스가 방주들의 손에 닿자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몇몇 방주들의 몸을 잠식했던 자뢰들이 무언가에 밀려나듯 방주들의 몸에서 떨어져나왔다.
최고신의 신기가 자뢰를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커헉……!”
태운의 자뢰와 제이슨의 금뢰에 동시에 휩쓸렸던 뱀의 방주, 올리비아가 단말마에서 벗어나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치이이이이이이 ― !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온 신경계가 엉망진창이 된 올리비아의 몸에서 저절로 자가회복이 시전되었다.
‘진짜로 죽을 뻔했어……!’
닭의 방주가 죽었다.
그렇다는 건 이번에 죽었다면 정말로 다시는 되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뜻.
정말로 저승의 문턱까지 다녀왔다는 생각에 올리비아의 안색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덜덜덜……!
올리비아의 어깨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떨리기 시작했다.
죽음이 이리도 무서운 일이었던가?
애초에 자신의 죽음 따위는 상상해본 적이 없던 그녀였다.
자신은 방주.
노아신과 함께 이 세계에서 인간을 구원할 존재.
신의 권능을 하사받아 노아신의 밑에서 영생을 약속받은 존재.
분명 그랬을 터였다.
“코…드 제로오오……!”
하지만 한 존재의 등장이 그 모든 약속을 깨버릴 뻔했다.
아니, 이미 약속은 깨졌다.
닭의 방주가 방금 영원한 죽음을 맞이했으니.
노아신이 없는 이상 그들의 최후의 보험이었던 닭의 방주가 죽자,
쿠우우우우우우 ― !
잠시 겁에 질려 있던 방주들이 곧 제정신을 차리고 하나같이 분노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반드시 죽인다……!”
“한꺼번에 달려들어!”
“더 이상 네놈의 번개는 안 통한다!”
방금 되살아난 양의 방주가 눈에 불을 켜며 권능을 전개했다.
데메테르의 권능 두 번째, 대지의 힘.
콰가가각!
순식간에 솟아오른 뾰족한 돌산과 같은 거대한 석순이 제이슨과 대치하고 있던 태운의 발밑에서 솟아올랐다.
치직!
가볍게 보법을 전개해 양의 방주의 공격을 피해내는 태운.
자줏빛으로 물든 태운의 눈이 저마다 신의 방패를 든 방주들을 살폈다.
‘자뢰가 안 통한다라… 모두가 왕룽처럼 사자 갈기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헤라클레스의 신기, 네메아의 사자의 갈기를 덧입어 자뢰를 막아냈던 범의 방주, 왕룽.
히죽 ―
그때의 전투를 회상한 태운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올랐다.
“…너무 아쉬운걸.”
중얼.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태운의 뒤를 점한 개의 방주가 이를 갈며 달려들었다.
‘단숨에 죽여주마!’
사아아아악……!
소리 없이 공기를 가르는 개의 방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데스의 신기, 도깨비감투 퀴네에.
자뢰가 통하지 않게 해주는 아이기스까지 든 개의 방주가, 착용자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고 존재감과 기척을 지우는 상당한 사기템까지 장착한 것이었다.
화아아아악 ― !
개의 방주의 손이 흑빛으로 물들었다.
하데스의 권능 첫 번째, 죽음.
닿은 자의 목숨을 거둬가는 죽음의 손길이, 소리 없이 은밀하게 태운의 목덜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이 일대는 태운의 자기중력장 영역에 포함된 상태.
자기중력장이 전개되기 전이었으면 또 모르는 일이었으나,
“왔어?”
“……!”
공간 내 모든 자기와 중력의 변화를 미세하게 감지하고 있던 태운에게 투명화와 존재감을 죽이는 것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슉 ― !
태운이 손을 뻗었다.
일렁 ―
무형의 어떠한 기운이 덧씌워진 태운의 손 주위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허공에 손을 내지르는 태운을 보며, 개의 방주가 하데스의 신기를 사용해 달려든 것임을 눈치챈 제이슨이 뭔가 불안한 느낌에 입술을 깨물었다.
“개! 조심……!”
뒤늦게나마 경고를 던지려 해보았지만,
퍼석……!
그의 목소리가 닿기 전, 태운의 손과 개의 방주의 손이 먼저 닿았다.
“……!”
개의 방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죽음의 기운을 덧씌웠던 자신의 손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런 미……!”
뭐라고 말을 채 내뱉기도 전에,
촤악 ― !
태운의 손은 개의 방주의 팔을 쭉 타고 올라가 그의 상체마저도 지워버렸다.
상체가 지워지고 하반신만 남겨진 개의 방주의 육체가 태운이 손을 휘두른 허공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툭 ―
하데스의 신기마저 일부가 소멸된 채 땅에 떨어졌고,
터엉 ―
그가 들고 있던 아이기스도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
저마다 힘을 끌어올리고 달려들려던 방주들의 표정에 경악이 깃들었고,
“아쉬워. 너무 아쉬워.”
태운의 가면 뒤 표정에는 권태가 가득 깃들었다.
* * *
퍼석……!
방주들은 자신들이 느낀 경악을 수습할 시간도 없이 거대한 재앙을 맞이하고 있었다.
파지지직!
자줏빛 섬광이 번쩍일 때마다 방주들이 하나둘씩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아아악!”
자신의 눈앞에서 자줏빛 섬광이 터져 나오자, 양의 방주는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먹혀 자신도 모르게 평범한 여인처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퍼석……!
태운의 주먹에는 자비가 없었다.
개의 방주와 마찬가지로 양의 방주의 머리가 그녀의 탈과 함께 통째로 지워졌다.
“이 새끼야아아아!”
코드 제로가 태양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몸소 깨달은 바 있었던 쥐의 방주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재빨리 권능을 전개했다.
아폴론의 권능 세 번째, 질병.
스아아아아아……!
신체를 약화시키는 온갖 질병의 기운들이 태운의 전신을 잠식했다.
그러나,
“뭐야, 이건?”
치이이이이 ― !
몸이 이상해지는 감각을 느끼자마자 자가회복을 전개한 태운은 비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질병의 안개 속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왔다.
모든 질병은 소리 없이 악화되었을 때 위험한 법.
팔다리가 날아가도, 아니 심장과 뇌만 남아 있다면 몸 전체가 날아가도 마력만 충분하다면 회복할 수 있는 헌터였다.
그런 헌터에게 아무리 심각한 질병이라고 한들 초기 증상에 불과한 질병들이 소용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퍼석……!
소멸, 그러니까 ‘약력’의 기운을 머금은 태운의 다리가 단번에 쥐의 방주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번쩍!
지체하지 않고 신형을 이동시키는 태운.
퍼석……!
퍼석……!
죽음을 경험하거나 경험할 뻔했던 돼지의 방주와 뱀의 방주가 태운의 손에, 순식간에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괴, 괴물이… 드디어 전력을……!”
퍼석……!
태운의 정보를 통찰한 바 있었던 원숭이의 방주마저 숨이 끊어지자,
“흐아아아아악!”
또다시 패닉상태가 되어버린 말의 방주가 고유능력 ‘가속’을 전개하여 바다 위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
슈욱 ― !
태운의 신형이 재빨리 말의 방주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이익!”
바다는 말의 방주의 홈그라운드.
콰아아아아아 ― !
콰아아아아아 ― !
해수면 여기저기서 솟아오른 용과 같은 물기둥들이 태운의 앞길을 막아섰다.
하지만 바닷물이라고 해도 분쇄를 넘어 소멸에 가까운 성질을 지닌 태운의 ‘약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촤악! 촤악!
물기둥이 솟아오르든 말든 상관 않고 일직선 그대로 돌진하는 태운의 신형이 아무것도 없다는 듯 물기둥들을 통과하며 쇄도했다.
“히이이익!”
전력으로 마력을 전개한 필립의 속도가 음속과 초음속을 돌파해 거의 뇌속에 다다랐을 즈음,
파직!
마찬가지로 속도를 가속화시킨 태운의 스피드는 어느새 초광속에 도달해 있었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제이슨을 따라잡고 넘어서기 위해 태운이 번뜩이는 기지로 고안해낸 초신속의 이동수법.
[뇌신화(雷身化) ― 자뢰 ver]
[입자가속(粒子加速)]
비록 자기중력장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한계는 있었지만,
번쩍!
[광뢰신(光雷神)]
태운은 잠깐이나마 우주에 존재하는 그 무엇보다도 빠른 존재가 될 수 있었다.
퍼석……!
자줏빛 섬광이 번쩍이는 순간 지워져버린 필립의 상체.
퍼버버버버버벙!
번개의 속도에 다다를 정도로 빠르게 해수면 위를 달리던 필립의 몸뚱이는 물수제비처럼 기다란 상흔을 남기다가 하체만 남은 채로 바다 밑으로 잠겨버렸다.
번쩍!
말의 방주의 목숨까지 거두고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순식간에 하와이로 돌아온 태운.
“…….”
커다란 충격에 빠진 채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제이슨이 덜덜 떨리는 눈으로 자줏빛 섬광과 함께 나타난 태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덜덜덜덜……!
이제 열 명 중 단둘만 남은 방주.
제이슨과 함께 유일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도명조가 전신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이제 두 놈 남았네? 아쉬워라~”
태운은 아쉬움과 즐거움이 동시에 담긴 눈빛으로 두 먹잇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퍼뜩!
한편, 태운의 말에 정신을 차린 제이슨.
‘이게 무슨 추태란 말인가……!’
방주 열 명이 한데 모인 데다가 수없이 많은 브레이크까지 일으켜놓고 이런 꼴이라니.
만에 하나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더라도 노아신을 볼 낯이 없었다.
뿌드득 ― !
부서져라 이를 갈던 제이슨이 도명조를 향해 소리쳤다.
“소! 신기를 제작해라!”
움찔!
용의 방주의 외침에 도명조는 몸을 움찔 떨었다.
“신기를 제작하라고…? 뭘……?”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다 죽을 텐데?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던 신의 방패, 아이기스마저 저 이상한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아무리 복제품이었다지만 신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소멸하지 않았는가?
이제 와서 다른 어떤 신기를 제작한다고 한들, 아이기스만 한 방어력을 지닌 신기는 있지도 않을뿐더러 제이슨과 자신 둘이서 다 쓸 수도 없었다.
그렇게 도명조가 몸을 덜덜 떨며 망설이자 제이슨이 버럭 화를 냈다.
“정신 차려라, 소! 언제까지 그렇게 한심하게 있을 거야!”
한심하다.
그 단어에 도명조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한심하다고?’
웃기는 소리.
한심한 건 죽은 녀석들이다.
일단 살기만 하면 훗날을 도모할 수 있지만 죽으면 그다음이 없지 않은가?
‘나는 이런 데서 한심하게 죽을 수…….’
이미 전투 의지를 상실한 도명조가 홀로 변명을 생각하던 그때,
“최후의 비기를 쓸 것이다! 어떻게든 최대한 버텨볼 테니 신기들을 제작해!”
제이슨이 최후의 비기를 사용하겠다며 소리쳤다.
“……!”
용의 방주의 최후의 비기.
그 정체를 알고 있는 도명조는,
“…알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망치를 다시 꽉 쥐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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