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78화 (178/300)

178화. 왕따를 습격함 (1)

강천이 김 대통령과 함께 화장실로 이동한 뒤,

“후우…….”

태운과 함께 회담장에 남은 두 언론인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피곤한 몸을 스트레칭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두 분은 화장실에 가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아, 저는 괜찮아요. 워낙 먹은 게 없어서.”

“저도 딱히 신호가 없어서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두 사람의 말을 들은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이 길어지거나 언제 특종이 나올지 몰라 최대 5시간까지 화장실을 참아본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이었다.

아직 신호도 없다고 하니 앞으로 최소 몇 시간은 괜찮을 것이다.

그 대화를 끝으로 세 사람은 밀려오는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입을 다물었다.

“…….”

“…….”

“…….”

그렇다고는 해도 적진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던 세 사람은 눈을 감거나 하지는 않은 채 가만히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렇게나마 잠시 휴식을 취하던 세 사람.

저벅 ―

그런데 그런 세 사람에게 갑자기 낯선 두 사람이 다가왔다.

회담장 안에 서 있던 경호 헌터들 중 두 사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갑자기 일행에게 미소를 지으며 접근하는 두 사람.

척 ―

태운은 손바닥을 펴며 그 두 사람의 과도한 접근을 막았다.

“너무 가까이 오지는 마시죠. 무슨 일이십니까?”

태운의 노골적인 경계에 두 사람은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하하하. 이거 불쑥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냥 최근 유명하신 코드 제로님과 인사나 한번 하고 싶어서 왔을 뿐이거든요.”

“…….”

태운은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메르송 헌터 그리고 쿠조 헌터시군요. 반갑습니다.”

태운이 두 사람을 알아보자,

“…오!”

“저희를 아십니까?”

두 사람은 반색을 하며 좋아했다.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두 분 다 브라질과 이집트의 간판 헌터분들 아니십니까.”

브라질의 에메르송 그리고 이집트의 쿠조.

두 사람은 각각 두 나라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S급 헌터였다.

특히 쿠조 같은 경우에는 이집트의 유일한 S급 헌터로서 명실상부한 이집트의 대표 중의 대표였고, 에메르송 또한 겨우 셋뿐인 브라질 S급 헌터 중 리더 격인 인물로 명성이 꽤나 자자했다.

“저, 코드 제로님 영상 평소에 많이 봤습니다.”

“저는 너튜브 채널 구독도 했어요!”

“구독은 나도 했거든?”

태운이 자신들을 알아보자 신나서 떠들기 시작하는 두 사람.

겉으로만 보면 유명한 S급 헌터가 아닌 그냥 평범한 코드 제로의 팬처럼 보일 정도였다.

실제로도 계속 내뱉는 이야기라고는 태운이 영상 속에서 활약했던 이야기들뿐이었고 말이다.

‘후우… 코드 제로 님한테 인사하려고 왔다는 건 정말인가 보네.’

‘…신경 쇠약 걸리겠는데 이거.’

두 헌터의 접근에 내심 깜짝 놀랐던 이상희 기자와 방인성 카메라맨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다시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두 사람과 태운이 대화를 이어 나가기를 몇 분…….

5분 정도 지났을까.

“……!”

태운은 불현듯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 * *

“끄으으으윽……!”

뿌지지직… 푸드드드득……!

변기 칸 제일 구석 자리에 들어앉은 김 대통령이 있는 힘껏 배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기 칸 바로 앞에서는,

“…….”

강천이 가면을 살짝 들어 올리고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코를 부여잡고 있었다.

“…아니, 대체 뭘 드신 겁니까? 냄새가 진짜…….”

강천은 한심하다는 듯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분명 최종 점검 때 상황이 어떻게 긴박하게 돌아갈지 모르니 전날부터는 식사를 최대한 자제하되, 허기짐이 심하면 최대한 부담이 되지 않는 간단한 걸로 하라고 말했었으니까.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김 대통령도 굉장히 억울했다.

그야 그가 어제부터 먹은 것이라고는 물과 식빵 2개가 전부였으니까.

“저 진짜… 억울… 으윽! 합니다…! 먹은 건 물이랑 식빵이 전부… 크윽! 라구요……!”

“윽… 아, 알았으니까 볼일에 집중하세요.”

푸득! 뿌직!

기분 나쁜 방출음(?)을 곁들이며 말하는 김 대통령의 더러운 목소리에 강천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방금 전 그에게 말을 건 자신을 자책했다.

‘우웩……!’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물과 식빵만 먹었다고 하기엔 너무나 고약한 냄새였다.

그 냄새에 강천은 당연히 김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 양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홀로 헛구역질을 참아가며 고군분투해야 했다.

그렇게 그 고약한 냄새에 강천의 후각이 마비되어 어느덧 헛구역질을 멈추게 되었을 때쯤,

‘…음?’

강천은 불현듯 위화감을 느꼈다.

터엉 ―

“……!”

어느새 화장실 안이 텅 비어버린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꺼번에 화장실로 이동한 정상들로 인해 안이 꽤나 북적였던 화장실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한순간에 텅 비어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넓은 화장실 안에 오로지 김 대통령과 자신 둘만 남게 되자, 불길한 느낌을 받은 강천은 가만히 김 대통령에게 말을 걸었다.

“…김 대통령님. 멀었습니까?”

“후우… 후우… 크윽…! 거의… 거의 다 됐습니다……!”

트드드드득!

변기 칸 안에서 뭔가 뜯어지는 듯한 어마어마한 소리가 새어 나왔고,

“푸하아아아아……!”

김 대통령의 시원한 한숨이 뒤이어 흘러나왔다.

슥 스슥 ―

한결 나아진 듯 기분 좋게 뒤처리를 시작하는 김 대통령.

그렇게 일을 거의 다 마친 그때,

“…대통령님.”

변기 문 너머에서 다시 한번 강천의 심각하고도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본능적으로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받은 김 대통령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고,

척 ―

강천은 화장실 입구 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전투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리바이브 꽂으세요. 지금 당장.”

주륵 ―

강천의 이마에서는 어느새 식은땀 한 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장실 입구 쪽에,

씨익 ―

동물 탈을 쓴 한 남자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서 있었으니까.

“…소?”

소의 방주, 도명조의 등장이었다.

* * *

한편 에메르송, 쿠조와 대화를 나누던 태운.

자신의 팬인 것처럼 보였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 나가던 태운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뭔가 비는 느낌인데……?’

주변이 문제였다.

또륵 ―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던 태운의 눈동자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

곧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터엉 ―

회담장이 텅 비어버린 것이다.

물론 김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은 모두 회담장 밖을 나선 지 오래였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화장실 가는 게 무슨 문제겠는가?

그러나,

‘아무도 안 돌아왔어……?’

화장실에 갔던 정상 중 회담장으로 돌아온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두리번 ― 두리번 ―

회담장 곳곳에 서서 회담장을 지키고 있던 헌터들마저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넓은 회담장에 남은 사람은 오직 태운과 JBS의 두 언론인들.

그리고,

“중한 전쟁… 아니, 한중 전쟁이라고 해야 하나요? 하핫! 이거 죄송합니다.”

눈앞에서 태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이 두 사람뿐이었다.

“…….”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가던 에메르송과 쿠조.

태운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뭘 찾으시는 겁니까?”

“뭔가 이상한 거라도……?”

새삼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기 시작했다.

그 모습만 보면 그저 자연스러운 대화의 일환.

하지만,

“예? 뭘 찾으시길래 그렇게 두리번 두리번거리시는지요.”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의 섬뜩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씨익 ―

양옆으로 쫙 찢어진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섬짓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히익……!”

두 사람의 기괴한 표정에 놀란 이상희 기자와 방인성 카메라맨이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착 달라붙었고,

“…너희 뭐야.”

상황을 파악한 태운이 자세를 잡았다.

“…킥킥.”

“눈치가 아주 없지는 않네?”

방금 전까지 해맑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던 에메르송과 쿠조.

누가 들어도 악당인 듯한 대사를 날리며 두 사람이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스윽 ―

그리고 그 안에서 꺼내진 것은,

“……!”

동물의 형상을 한 탈이었다.

“너, 이거 알지?”

에메르송의 손에 들려 있는 원숭이의 탈 그리고 쿠조의 손에 들려 있는 개의 탈.

“…방주!”

두 사람이 방주인 것을 확인한 태운이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이상희와 방인성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에게 붙으려는 그때,

덜컥 ― !

태운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아니,

키잉 ― !

앞으로 당겨졌다.

“어딜 가려고?”

어느새 개의 탈을 쓴 쿠조, 개의 방주가 태운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고,

“킥킥킥!”

원숭이 탈을 쓴 에메르송은,

슈확 ― !

순식간에 이상희와 방인성이 있는 곳까지 다가가 있었다.

‘안 돼!’

태운의 표정이 다급함으로 가득 물들어가던 그때,

쿠구구구구구궁 ― !

회담장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한편, 회담장 바깥.

“…….”

하와이섬 전체가 고요했다.

회담 시작과 동시에 하와이에서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한 측정 불능 던전의 브레이크가 일어날 것이라는 로건의 말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미국으로 대피를 시작했고 일반인들의 대피는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우우우웅 ―

커다란 배 하나가 하와이 선착장에 도착해 있었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어느새 회담장을 벗어나 배에 오른 정상들과 일부 경호 헌터들이 그 배 안에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세계 정상들과 헌터들을 태운 배.

이 배의 주인이자 하와이의 주인인 미국의 대통령, 로건은 그런 배와 하와이 제도를 잠시 번갈아 바라보다가 천천히 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 저벅 ―

스윽 ―

배에 오르지 않고 앞에 서 있는 한 남자, 제이슨을 스쳐 지나가는 로건.

마지막으로 배에 오르며 미국 대통령, 로건은 제이슨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잘 부탁합니다. 반드시……!”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경호를 위해서 온 헌터에게 고개를 숙이는 아이러니한 상황.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제이슨의 정체를 아는 이들이었기에 그 누구도 그 상황에 대해 딴지를 걸지 못했다.

“걱정 마세요.”

제이슨은 살짝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다들 하와이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으시면서 살펴 가시길 바랍니다.”

“예. 그럼…….”

부우우우우우 ―

그렇게 세계 정상들을 태운 배가 하와이 선착장을 벗어나고,

“자, 그럼…….”

제이슨은 손과 목을 풀며 천천히 회담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네놈의 말마따나 사필귀정할 시간이다.”

번쩍!

눈부신 섬광이 번쩍임과 동시에 제이슨의 신형이 선착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잠시 뒤,

“키에에에에엑!”

“쿠어어어어어엉!”

하와이섬 전역에 정체불명의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