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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64화 (164/300)

164화. 괴물 호랑이가 꽤 강함 (2)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아까 전 태운의 적뢰로 붉게 물들었던 하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붉은 빛.

푸슈슈슈슈슛 ― !

부서진 태운의 주먹에서 흩뿌려진 붉은 선혈이 허공을 가득 채운 것이다.

“……!”

화면을 보던 모두가 말을 잃었다.

‘코드 제로가……!’

‘코드 제로가 다쳤어……?’

으득 ― !

가면 뒤 강천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형……!’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아, 안 돼……!”

첸이 쓰러지고 조금 뒤늦게서야 해저면을 클로즈업할 수 있었던 군종 기자들의 카메라.

그 깊은 곳에는 머리가 부서져 죽은 첸을 비롯한 무언가에 타고 짓눌린 듯한 수천 구의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일단 처음 그 시체의 숫자에 놀랐던 사람들은 곧 다시 생각했다.

코드 제로가 그새 혼자서 저들을 모두 처리했구나.

이러다 정말 코드 제로 혼자서 중국의 정예 전력들을 모조리 이기는 것은 아닐까?

이미 몇 번이나 이겼다고 착각했던 사람들은 역시 중국의 물량은 끝이 없다며 첸이 쓰러졌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헌터들이 쳐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조금 자포자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수천 구의 팔룡 길드원들의 모습을 보고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최강자로 등극한 코드 제로.

하지만,

“꺄아아아아아악!”

쩌저적……!

방금 그 희망에 커다란 균열이 갔다.

또 다른 세계급 헌터이자 중국 최초의 세계급 헌터 왕룽.

첸보다 더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는 그였지만,

‘코드 제로라면 왕룽 따위도!’

그래도 코드 제로라면 이길 줄 알았던 국민들이었다.

그도 첸을 손쉽게 이겼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화면 속에 펼쳐진 장면은,

푸슈슈슈슛 ― !

왕룽의 주먹과 부딪히고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코드 제로의 손이었다.

명백히 힘의 우위에서 밀린 모습.

그 모습에,

덜덜덜덜덜……!

‘오빠……!’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 손발을 덜덜 떠는 유린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 * *

“…크윽.”

태운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왕룽과의 거리를 벌렸다.

치이이이이 ― !

순식간에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버린 팔을 회복시키는 태운.

사실 이 정도 상처는 고통만 참으면 헌터에게 그리 큰 부상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밀렸다.’

힘의 우위에서 태운이 밀렸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태운이 누구던가?

무려 비공식 세계 격투기 선수 최강자였다.

심지어 각성 이후 매일 중력 트레이닝과 자가 회복으로 단련된 몸은 그 순수한 신체 능력만으로도 웬만한 헌터의 신체 강화도 능가할 만큼 강력했다.

더군다나 방금 전 뻗어낸 주먹은 중력투법을 사용한 주먹.

일반 신체 강화… 아니, 부분 강화보다도 차원이 다르게 강력한 공격이었음에도 밀렸다는 것은,

‘강하다!’

왕룽의 힘이 엄청나다는 증거였다.

“…고유 능력이 힘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태운은 왕룽을 노려보며 말했다.

“고유능력? 너, 토끼를 상대해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왕룽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모로 꺾었다.

“권능인 게 당연하잖나?”

왕룽이 노아신으로부터 하사받은 권능.

그건 바로 타락한 헤라클레스의 힘이었다.

“뭐, 원한다면 고유 능력도 사용해서 상대해주지. 물론 나는 고유 능력만으로도 강하니까 권능빨이라는 오해는 없길 바란다.”

차르르르 ―

차르르르 ―

태운의 주위로 검회색 가루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치지징! 치지지징!

순식간에 뾰족한 칼날 형태로 변하는 검회색 가루들.

왕룽의 고유 능력, 사철이 발현된 것이었다.

“자, 그럼 다시 간다? 날 좀 더 재밌게 해달라고 코드 제로.”

퍼어어엉 ― !

왕룽이 지면을 박참과 동시에 지면이 터져나갔다.

슈학 ― !

변화무쌍하지는 않다.

정말 정직할 정도로 곧은 직선을 그리며 접근하는 왕룽.

하지만 그래서일까, 그 움직임은 그 어떤 전차보다도 더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헤라클레스의 권능 첫 번째, 초강력의 힘.

올림포스의 12주신들마저 위협을 느끼게 만든 거신 기간테스를 홀로 무찌른 헤라클레스의 힘이 왕룽, 범의 방주의 주먹에 담겨있었다.

슈욱 ― !

태운의 주먹마저 터뜨려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주먹이 재차 내질러지고,

치지징!

태운의 주위를 포위한 사철검들이 섬뜩한 쇳소리와 함께 태운의 전신을 덮쳤다.

“크읏!”

태운의 입가에서 절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키이이잉 ― !

사철검들로 인해 퇴로가 막힌 태운은 재빨리 중력투법에서 다시 뇌신투법으로 전환했다.

[중력투법(重力鬪法)]

[뇌신화(雷身化) ― 청뢰 ver]

치지직!

[뇌신회천(雷神回天)]

태운의 신형이 빠르게 회전했다.

파지지지지지직!

콰르르르르르릉 ― !

태운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청뢰가 태운의 손바닥의 지휘 아래 둥근 돔과 같은 막을 형성했다.

티디디디디디딩 ― !

금방이라도 태운의 전신을 밤송이로 만들어버릴 듯 쇄도하던 사철검들이 뇌전막에 막혀 튕겨져 나가고,

콰아아아아아앙 ― !

가공할 정도의 힘을 담은 왕룽의 주먹이 뇌전막을 후려쳤다.

콰르르르르르릉 ― !

쿠구구구궁 ― !

뇌전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왕룽의 주먹에 담긴 힘이 너무나도 강대했던 탓이었다.

퍼어어어엉 ― !

왕룽이 내지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소리가 뒤늦게 소닉붐을 일으키며 고막을 찢을 듯한 파열음을 일으켰다.

드드드드드드드 ― !

우우우우우웅 ― !

대지가 울리고 대기가 울었다.

그와 함께 태운이 펼친 청뢰의 뇌전막도 울었다.

치직!

곧 그 뇌전막에 금이 가고,

파짓!

결국 그 뇌전막을 뚫고 들어간 왕룽의 주먹이 태운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으읏!”

몸을 회전시키던 태운은 왕룽의 주먹이 안면에 직격하려는 걸 가까스로 피해냈다.

치직!

뇌신회천을 그만둔 태운.

[뇌신보(雷神步)]

파짓!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왕룽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뇌신권(雷神拳)]

그러나,

씨익 ―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몸을 돌린 왕룽은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태운을 향해 주먹을 마주 지르고 있었다.

헤라클레스의 권능 두 번째, ‘초월적 전투감각’이 발현된 것이었다.

그 누구보다 용맹하고 강력했던 싸움꾼이었던 헤라클레스.

그의 감각은 신조차 뛰어넘을 정도였으며, 그 감각은 종종 상대의 몇 수 앞을 내다보기도 했다.

그렇게 수를 읽은 왕룽과 수를 읽힌 태운이 다시 한번 서로를 마주했고,

콰아아아아아아아 ― !

콰아아아아아아아 ― !

일격에 태산조차 뚫어버릴 듯한 가공할 정도의 힘이 담긴 두 주먹이 서로 맞부딪히며 재결전을 치렀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드드드드드드드 ― !

그 충격의 여파만으로,

“……!”

한국의 전 국민이 미약한 여진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 * *

우득 ―

왕룽의 손가락이 부러졌다.

태운의 뇌신권과 맞부딪힌 그의 주먹이 그 충격을 온전히 버티지 못한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대단해! 대단하다고!”

왕룽이 크고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커헉……!”

그런 왕룽을 바라보는 태운은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태운의 발밑으로는,

뚝… 뚝…….

그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흥건하게 고여있었다.

반쯤 날아가 버린 주먹,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사철검들이 꽂힌 등과 팔다리까지.

“허억… 허억…….”

태운의 입에서 거친 숨이 새어 나왔다.

조금 전 왕룽의 주먹과 태운의 주먹이 맞부딪히는 순간, 태운은 어느새 자신의 주위를 빼곡하게 채운 사철검들의 존재를 인지했다.

기껏 뇌신보로 왕룽의 뒤를 잡긴 했지만, 태운의 움직임을 예상한 왕룽이 본인의 뒤편에도 사철검들을 깔아놓은 것이었다.

결국 사철검을 신경 쓴 태운은 공격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또다시 힘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었다.

‘…뭐, 물론 전력으로 부딪혔어도 힘 싸움에선 패배했겠지만.’

온전히 집중했어도 힘 싸움에서 패배했을 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조금은 상처를 덜 입었겠지만 말이다.

“허억… 허억…….”

차르릉 ― 차르릉 ―

태운의 전신에 꽂힌 사철검들이 연신 쇳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태운의 몸속을 파고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치이이이이이이 ― !

태운의 엄청난 자가회복 속도는 그런 사철검들의 체내 침입을 더 이상 단 1mm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허억… 허억… 아, 진짜 씨…….”

툭 ―

태운은 사철검에 의해 찢어진 상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자신의 핸드폰을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태운의 욕설에 왕룽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너무 그리 화내지는 말라고. 나와 힘 싸움에서 내가 상처를 입을 정도라니… 적어도 나와 힘으로 정면 대결을 하면서 내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건 방주 중에서도 없다고?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치이이이 ― !

자신의 손가락을 회복시키며 왕룽은 하수를 칭찬하듯 태운의 힘을 칭찬해주었다.

무려 헤라클레스의 힘이었다.

그런 힘을 뚫고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 어떤 십이방주 중 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강력한 용의 방주도 왕룽과의 정면 힘 대결은 당해낼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허억… 후우…. 뭐래, 닥쳐 등신아.”

태운은 개소리하지 말라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왕룽을 째려보았다.

치이이이이 ― !

반쯤 날아간 주먹까지 회복시킨 태운.

치직!

순간적으로 튀어 오른 번개가 태운의 전신을 한번 휘감는가 싶더니,

파스스스스 ―

태운의 전신에 꽂힌 사철검들을 통째로 태워버렸다.

“…응?”

그런 태운을 바라보던 왕룽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철로 만들어진 검을 태워버린 것도 놀라웠지만,

‘번개의 색이 변했어……?’

지금까지 코드 제로가 사용하던 번개의 색과는 달랐으니까.

붉은색 번개와 푸른색 번개만을 사용하던 코드 제로.

하지만 방금 전 튀어 오른 번개는 분명,

‘…자주색?’

자줏빛의 번개였다.

“하아…….”

단번에 사철검을 지워버린 태운은 한숨을 쉬며 가면을 살짝 들어올려 머리를 쓸어올린 후, 가면을 다시 고쳐 썼다.

톡톡 ―

핸드폰을 주워 액정을 두드려보는 코드 제로.

다행히 액정이 깨진 것 같지는 않았지만,

툭툭 ― 툭툭툭 ―

화면을 손가락으로 계속해서 두드리는 코드 제로의 기분은 뭔가 상당히 언짢아 보였다.

‘…뭐 하는 거지?’

왕룽이 그런 태운을 의아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그때,

“…씨X.”

태운의 입에서 원색적이고도 신랄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배터리가 왜 이리 빨리 닳아…….”

태운은 어느새 배터리가 방전되어 꺼져버린 핸드폰을 쥔 채 한숨을 쉬었다.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포부 넘치게 전 국민 앞에서 관우 흉내를 내며 배터리가 꺼지기 전에 다녀오겠다고 약속했던 태운.

하지만 그 약속이 무색하게도 3% 정도 남아있던 핸드폰은 이미 배터리가 방전되어 꺼져 버렸던 것이다.

‘아… 쪽팔려…….’

괜히 나가기 전에 그런 말을 해가지고.

태운은 문득 생각했다.

‘…몰래 번개로 충전할까?’

조금은 찌질한 생각을 말이다.

어느새 왕룽은 안중에도 없는 태운이었다.

치직!

자주색 빛무리 하나가 태운의 발치에서 조용히 맴돌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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