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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36화 (136/300)

136화. 폭풍 직전은 평화로운 법임 (2)

협회 본부 상담실 안.

““…….””

마주앉은 세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으으으으으……!’

한순간에 대역죄인이 된 서아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부, 불편하군.’

마찬가지로 금단의 상자를 열어버린 김천용도 안절부절못한 채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러나,

‘…….’

정작 이번 일의 최대 피해자(?) 강천은 영문도 모른 채 불려와 앉아있었다.

‘왜 이래, 이 사람들……?’

코스 원 가면을 쓴 채 앉아있는 강천.

가면 뒤 그의 눈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서아와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김천용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

멈칫!

홱!

김천용은 눈동자를 굴리다 강천과 눈을 마주치고 당황했는지 고개를 홱 돌려 그 시선을 피해버렸다.

“하아…….”

답답함에 새어 나온 강천의 한숨이 상담실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움찔!

그런 강천의 한숨 소리에 어깨에 잔경련을 일으키는 김천용과 서아.

그런 두 사람에게 강천은 천천히 말을 건넸다.

“…저를 부르셨으면 이야기를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언제까지 이러고 계실 겁니까?”

김천용이 눈치챈 것을 아직 모르는 강천은 이젠 여자친구가 된 서아에게도 공적인 태도로 대했다.

서아가 차마 미리 연락을 주지 못했던 것이었다.

뚝 ―

고개를 숙인 서아의 얼굴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미안해…….”

흠칫!

서아의 말을 들은 강천의 가면 뒤 표정이 삽시간에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었다.

이 두 사람이 왜 이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찾아왔는지.

서아는 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김천용은 왜 자꾸 자신의 눈을 피하는 것인지.

“…내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순간, 강천의 목소리에 짙은 노기가 묻어나왔다.

화들짝!

한순간, 강천과 눈을 마주친 서아가 깜짝 놀라 다시 고개를 수그렸다.

강천의 두 눈이 크게 화난 기색을 가감 없이 표출하고 있었으니까.

강천이 화난 모습은 처음 보는 서아는 더욱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저, 정말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이게… 뭐가 어떻게 되다 보니까…….”

이글이글……!

하지만 이미 눈이 돌아간 강천에게는 서아의 변명 같은 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홱!

강천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김천용을 향했다.

“지금 이 사태에 대해서 설명해보시죠. 청.룡.길.드.장.님?”

하나하나 끊어서 말하며 면박을 주는 듯한 강천의 말투에 김천용은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다 결국 서아처럼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코드 원… 제가 정말 그러려고 그러던 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어쩌다 보니까?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다? 두 분 다 똑같은 변명을 하시는군요.”

기밀로 설정해둔 정보를 누설한 것도, 굳이 파헤친 것도 잘못은 잘못.

강천을 곤란하게 만든 두 사람은 그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연신 자신들의 다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아직 열흘도 안 된 연인 사이였는데……!”

“……?”

“……?”

이어지는 강천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두 사람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뚝 ―

강천의 가면 밑으로 눈물 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헉!”

그의 눈물에 깜짝 놀란 서아가 재빨리 자리를 옮겨 강천 옆에 자리를 잡으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왜, 왜 울어……!”

“놔.”

강천은 매몰차게 서아의 손을 뿌리쳤다.

“난 너한테 더 실망이야. 우리가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사람을 퇴짜를 놔? 그것도 두 자릿수도 안 지나서? 결국 우리가 시작할 때 이미 저 사람한테 감정이 있었다는 거 아니야?”

“어, 어? 그게 무슨……?”

서아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강천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무슨 말이야? 나 바람 안 폈는데? 뭐가 어디서부터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갑자기 함께 찾아온 여자친구와 그녀의 직장 상사.

상담실 안에서도 굳이 강천의 맞은편에 같이 자리했던 두 남녀.

고개를 숙인 채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여자친구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녀의 상사까지.

강천의 입장에선 누가 봐도 오해할만한 상황이었다.

“…코드 원 님, 저희는 바람을 핀 것에 대해 사과드린 게 아닙니다. 애초에 피지도 않았고요.”

이번에도 역시 빠른 눈치의 김천용이 어떻게 된 일인지 간파하고 곧바로 해명했다.

“……?”

김천용의 말을 들은 강천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아니라고?”

어안이 벙벙해진 강천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서아와 어색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는 김천용을 번갈아 봤다.

화악 ― !

가면 뒤 강천의 얼굴이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 * *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청룡길드장님이시니 믿겠습니다. 어차피 아는 사람은 청룡길드장님 한 사람 아닙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김천용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강천을 보며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거냐는 듯 눈빛을 보냈다.

“그럼 됐습니다. 소문 퍼지면 다 청룡길드장님 짓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아마 저보다 제 상사님 눈치 보시는 게 더 좋을걸요? 저희 대장이 굳이 힘들게 기밀 처리한 정보를 파헤치셨으니, 만약 이게 다른 사람 입에 오르락내리락하게 된다면…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나 강천의 코드 제로 언급에,

“저, 절대 무조건 함구하겠습니다.”

김천용은 역시 괜찮은 게 아니었구나 하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럼 동해 토벌은 허락해주시는 걸로? 발생한 수익은 철저하게 반반 나눠서 청룡 측으로 전달하겠습니다.”

그런 김천용의 빈틈을 파고들며 동해 토벌 이야기를 꺼내 보는 강천.

그러나 수익도 별로 나지 않고 시간만 많이 걸리는 동해 토벌이었기에,

“아…! 물론 허락하겠습니다. 코드 원 님께서 도와주신다면 그보다 든든할 수가 없지요.”

김천용은 오히려 고맙다는 기색을 내비치며 흔쾌히 허락했다.

검증된 강자인 코드 원이 동해 토벌을 도와준다면 청룡 쪽에서도 굳이 인력을 낭비하지 않고 다른 던전 토벌에 집중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본래 목적이었던 동해 토벌을 허락받게 된 서아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김천용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서아 씨. 혼자만 그렇게 밝아지기 있습니까? 지금 저만 부담을 잔뜩 지게 된 것 같은데…….”

조금 전과는 너무 다른 서아의 밝은 분위기에 김천용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좀 억울한 상황에 처한 자신의 심정을 내비쳤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 해프닝의 원인은 서아에게 있었으니까.

그리고 자초지종을 들은 강천도 고개를 끄덕이며 서아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다.

“맞아. 서아야. 앞으론 좀 더 말조심해. 알게 되면 곤란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니야. 알게 된 사람들도 코스모스 대장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강천의 주의에,

“미안해…. 앞으론 무조건 설정대로만 말하고 도발에도 안 넘어갈게!”

서아는 다시 한번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며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듯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도발? 무슨 도발? 청룡길드장님이 무슨 도발을 했어?”

“…사관학교를 이제 막 졸업했으면 E급이나 D급 나부랭이 아니냐고…….”

“…그게 일반적인 거 아니야? 그거 도발이라고 볼 수 있나……?”

끄덕 ― 끄덕 ―

다행히 강천이 오해하지 않고 맥락을 이해해주자, 김천용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혼자 바보가 된 듯한 기분에,

“…그, 그런가?”

서아는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았다.

* * *

―그럼 바로 출발할게요!

―…잘 다녀와요. 코… 아니, 강천 씨.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후우우우우…….”

뜻하지 않게 십년감수한 김천용은 길드장실로 돌아와 소파에 허물어지듯 몸을 뉘었다.

“…진이 다 빠지네.”

괜히 커플들 사이에 끼어 생고생한 김천용은 피곤한 표정으로 소파에 누워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니, 감으려 했지만 감을 수 없었다.

벌컥!

노크도 없이 열리는 길드장실 문.

“형!”

전 부길드장, 민호성이 나타났으니까.

“…하아, 노크 좀 해줄래.”

김천용은 피곤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왜, 뭐 때문에 찾아왔냐.”

“아니, 형 진짜 동해 토벌에 서아 혼자 보냈어? 아니, 미친 거 아니야? 아무리 A급에 올랐다지만 걔가 그걸 어떻게 혼자……!”

“남친이랑 같이 갔어. 걱정 안 해도 돼. 남친도 A급이라더라.”

김천용은 강천의 대외적(?) 설정대로 그를 A급 헌터라고 말했다.

“…남친?”

멈칫!

서아에게 남친이 생겼다는 말에 호성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우리 길드?”

“아니 용병.”

“……!”

천용의 말에 호성은 조금 충격을 받은 듯 입을 살짝 벌렸다.

“아, 아니. 대체 언제 용병을 사귄… 아니, 그래서 누군데? A급 용병이면 그리 많지 않을 건데.”

“몰라도 돼. 어쨌든 동해 토벌은 그렇게 되었으니까 너도 안심하고 얼른 성장이나 해라.”

덜덜덜…….

천용의 말을 들은 호성의 전신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서아가 연애라니… 서아가 연애라니……!”

다른 청룡길드원들과 마찬가지로 서아가 17살 때부터 봐온 호성은 꽤나 충격을 받은 듯했다.

“나도 아직 시작 못 했는데……!”

아니, 사실 그쪽이라기보단 그녀가 자신보다 먼저 연애를 시작했다는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별 시답잖은…….”

“나, 나도 고백한다!”

타다다닥!

냅다 길드장실을 뛰쳐나가는 호성.

“…뭐, 뭐? 야야! 갑자기 그렇게……!”

천용이 붙잡아보려 했지만,

휘이이잉 ―

호성은 이미 길드장실을 빠져나가고 사라진 뒤였다.

“몰라. 다 너희들 알아서 해라.”

천용은 갑자기 그냥 모든 게 다 귀찮아졌다.

* * *

청룡길드 행정실 앞.

이 실장이란 직책을 맡은 이혜지가 일하는 공간 문 앞에,

꿀꺽 ―

어느새 도착한 호성이 마른침을 삼키며 서 있었다.

두근 ― 두근 ―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잡은 채 호성은 다시 한번 의지를 다졌다.

‘고백… 그래 고백이다. 언제까지 짝사랑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

벌써 몇 년째란 말인가.

바보 등신처럼 애도 아니고 성인이 되어서 이렇게 오랜 기간이나 짝사랑이라니.

비록 목표했던 S급에서 떨어져 잠시 A급이 되었지만,

‘곧 다시 오를 테니까!’

실제로 S급까지 다시 얼마 남지 않은 수준까지 회복한 호성이었다.

아마 길어봐야 두세 달 후면 S급으로 재승급할 터.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 서아도 연애를 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서아라는 연애계의 다크호스가 호성의 마음에 조바심을 키웠다.

자신감이 없어 항상 조용히 소심했던 아이였다.

그런 친구도 언제 어디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애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 민호성이 뒤처질 순 없잖아!’

활달한 성격에 인싸를 자처하는 본인이 뒤처질 순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후우…….”

호성은 행정실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나, 둘……!’

마음속으로 셋을 세고 들어가려 했던 호성.

‘세……!’

막 셋을 세며 행정실 문을 열려는 그때,

벌컥!

“꺅!”

막 나오려던 이혜지가 문 앞에 떡하니 서있는 호성에게 놀라 짧은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여러 사람들의 오해를 살 뻔한 순간이었다.

“아휴 깜짝이야! 부길드장님? 여기서 뭐 하세요?”

부길드장 자리에서 물러난 걸 알고 있음에도 호성을 부길드장이라 불러주는 이혜지.

다른 길드원들은 이때다 싶어 이름으로 부르고 장난스레 욕도 날리는 반면에 이혜지는 항상 한결같이 그를 부길드장님이라고 불러주었다.

“…이제 부길드장 아니라니까요.”

순간 머리가 새하얘진 호성은 일단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고 보았다.

그리고,

“곧 다시 올라가실 거잖아요? 부길드장은 부길드장님 말고는 할 사람이 없다니까요.”

뚜쿵 ― !

다시 한번 심쿵을 세게 당해버렸다.

머리가 그야말로 백지장이 되어버린 호성.

당황한 그가 할 말을 떠올리려는 순간,

“근데 여기서 뭐 하고 계셨어요? 저 찾아오셨나요?”

이혜지가 정곡을 찔렀다.

“어… 그, 그게……!”

호성의 등이 땀으로 축축이 젖어 들어갔다.

그리고 겨우 내뱉은 말은,

“기, 길드장님이 이 실장을 찾으셔서……!”

결국 회피였다.

“…저를요? 전화하시면 되는데 굳이 부길드장님을 시키셨네. 알았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싱긋 ―

살짝 의아해했지만,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자리를 뜨는 이혜지.

또각 ― 또각 ―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

호성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윽고 그의 시야에서 그녀가 사라지자,

“…등신.”

퍽 ―

호성은 자신의 뺨을 주먹으로 때려주었다.

“…대체 고백 어떻게 한 거야.”

새삼 서아가 대단하다고 느끼며,

“재수 없네, 진짜.”

죽창을 찾기 시작하는 죽창군주였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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