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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01화 (101/300)

101화. 두 번째 괴물이 들어옴 (3)

업무 내용이 바뀌면서 A급 던전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 알파조.

일반적인 A급 헌터들보다 더 뛰어난 그들이었기에 B급과 C급 던전만을 조사하게 되면서 상처 하나 거의 나지 않으며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마력 수치 하나도 올리지 못하는 나날들이기도 했다.

다른 전투부서와 달리 인원 자체가 너무 적었기에 알파조는 쉬는 날에도 레이드를 뛸 수 없었던 것이다.

알파조가 되기 전엔 가끔 쉬는 날 자유 용병으로라도 뛰어서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A급 던전은 워낙 귀하기도 하고 애초에 레이드가 가능한 용병 파티가 거의 없었기에 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극악의 효율인 마력 호흡을 하거나 그냥 휴식을 취해왔다.

그동안 너무나도 휴식이 고팠던 탓에 그 휴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지만, 그것도 겨우 1~2주에 불과.

헌터가 된 이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던 그들은 곧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력한 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성장해야 하는데……?’

―‘부, 불안해!’

―‘나 왜 이러고 있지?’

하지만 그 걱정도 잠시.

협회 역사상 두 번째 기밀등급 직원이자, 동급의 헌터 10명분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는 강천의 입사 소식에 세 사람은 잔뜩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제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있는 건가……?’

―‘참으로 길었다… 그 인고의 시간……!’

―‘정체기도 진짜 이런 정체기가 없었지…….’

그중에서도 특히 S급을 코앞에 두고 성장이 정체되어버린 태성이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10명분이 아니어도 좋아! 두세 명분이라도!’

마침내 고대하던 신입과 만나 이동하는 지금, 4인이 된 알파조는 저마다의 기대를 한아름 품고 알파조만의 첫 레이드를 위해 던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저마다의 기대를 안고 A급 던전, ‘아이스 오거 군락지’에 도착한 네 사람.

태운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던전은 수십 개의 아이스 오거 군락이 흩어져 있는 광활한 극지방 지형의 던전이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메마르고 얼어붙은 땅 위에 여기저기 멀찍이 흩어져 있는 아이스 오거의 군락들.

휘이이이이잉 ― !

살을 에는 듯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연신 네 사람의 전신을 때렸지만, A급에 오른 네 사람에게 이 정도 추위 정도는 약간의 마력으로 몸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었다.

“일단은 잘 봐둬라, 신입.”

척 ―

알파조 선배 3인이 그의 앞에 섰다.

신입인 강천을 테스트하기에 앞서서 그들이 먼저 자신들을 증명하려는 것이었다.

“우리가 바로 특임반장 이전의 협회 최대 전력, 알파조다.”

상대방의 증명을 원한다면 스스로 본인들부터 증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사고방식.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알파조의 신입 테스트 과정이었다.

파앗 ― !

세 사람의 신형이 기다란 잔상을 남기며 세 갈래로 갈라졌다.

가장 가까운 군락지 하나를 에워싸고 서로 각기 다른 방향에서 침입하는 세 사람.

“쿠악!”

군락지 안으로 쳐들어온 세 사람을 발견한 아이스 오거들이 괴성을 지르며 세 사람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콰앙!

아이스 오거 두 마리의 주먹과 커다란 망치가 인하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쩌저적!

얼마나 강했는지 그 공격으로 인해 딱딱하게 꽝꽝 얼어붙었던 땅이 얼어붙은 그대로 거미줄처럼 쫙쫙 갈라졌다.

그러나,

“하하핫!”

정작 그 공격에 정통으로 맞은 인하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나한테 평범한 타격은 안 통해!”

고무인간 유인하.

이미 수십 년 전에 완결된 유명한 해적 만화 속 주인공과 똑같은 능력을 지닌 그녀는, 그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 따라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더 잘 다루기 위해, 수천 화에 달하는 그 만화를 여섯 번이나 정주행한 바 있었다.

티잉 ― !

전신을 고무로 변환시킨 그녀의 몸이 아이스 오거의 공격에 밀려 탱탱볼처럼 밀려났다.

촤아아악 ― !

바닥을 짚으며 밀려나는 몸을 고정시킨 인하.

씨익 ―

한 차례 미소를 짓더니,

[기어 세컨드 ― 인하 ver]

전설의 기술을 재현해내기 시작했다.

뚜쿵 ― !

푸쉬이이이이이 ― !

전신이 붉게 달아오르며 전신에서 수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하는 그녀.

그야말로 해적왕의 재림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우와아……!”

멀리서 인하를 바라보는 강천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도 한때 그 만화의 열렬한 팬이었으니까.

쉬식 ― !

기술명답게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족히 2배는 상승한 그녀의 신형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쿠어?”

그녀의 모습을 놓친 아이스 오거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팟!

순식간에 두 놈의 머리 위를 점한 그녀가 양손을 어깨 뒤로 넘겼다.

주우우우욱 ― !

공중으로 한없이 늘어나는 그녀의 양팔.

한없이 늘어났던 그녀의 팔이,

쐐애애애애애액 ― !

곧 고무의 탄성으로 인해 빠르게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제트 바주카 ― 인하 ver]

콰아아앙!

“쿠아아악!”

돌연 머리 위로 내리치는 큰 충격에 아이스 오거 두 마리의 전신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비틀비틀…….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은 듯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는 두 아이스 오거.

하지만 단지 그뿐.

“…쳇.”

두 아이스 오거를 절명시킬 정도의 충격은 아닌 듯했다.

투투퉁 ― !

인하의 신형이 공중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두 다리를 빠르게 튕겨낸 반동으로 공중에서도 방향 전환이 가능해진 것이었다.

슈슉!

순식간에 비틀거리는 두 오거 사이에 자리를 잡은 인하.

촤라라락!

길게 늘어난 그녀의 양팔이 두 아이스 오거의 몸통을 휘감았다.

쩌적……!

얼음장처럼 차가운 두 오거의 살과 맞닿은 인하의 양팔에 살얼음이 맺혔지만,

“끄그그극!”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악문 채 두 오거를 어디론가 냅다 집어던졌다.

“기…성아!”

휘익 ― !

어느새 다른 곳에서 아이스 오거와 힘을 겨루고 있던 기성은 돌연 들려온 그녀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쐐애애액 ― !

기성을 향해 날아오는 두 거체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이렇게 다짜고짜 나한테 던지면……!”

기성은 어쩔 수 없이 일단은 그와 대치하고 있던 아이스 오거를 튕겨냈다.

[철산고(鐵山靠)]

터어어어엉 ― !

“쿠어어어억!”

대치하고 있던 아이스 오거를 마력으로 강화한 어깨로 들이받아 놈을 멀찍하게 물러나게 만든 기성은,

타닷!

곧바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두 아이스 오거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꾸국 ―

거세게 말아쥔 그의 주먹 위로,

지이잉 ―

짧지만 두껍고 날카로운 강철의 창날이 솟아올랐다.

먼 옛날 굵은 나무의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거대한 성문을 단번에 뚫어버린 공성병기, 충차.

그 충차가 그의 손에서 강철의 형태로 개량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야말로 강철인간다운 기술이었다.

[강철충차권(强鐵衝車拳) ― 2연격]

퍼벅 ― !

거창한 소리도 아니었다.

단 두 번에 둔탁한 피륙음과 함께 날아오던 두 아이스 오거의 몸통 한가운데에 기성의 팔뚝만 한 구멍이 시원하게 뚫려버렸다.

푸슈슉!

새하얀 두 몸통에서 새빨간 선혈이 튀어 올랐다.

“쿠어어어어어!”

기성과 대치하다 밀려났던 아이스 오거가 동료들의 죽음에 분노하여 크게 포효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쳇!”

콰아아아아앙!

강철의 충차를 장착한 기성의 주먹과 아이스 오거의 거대한 망치가 정통으로 부딪혔다.

찌리리릿 ― !

거대한 충격이 기성의 주먹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울컥 ― !

주륵 ―

기성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내상을 입은 것이다.

알파조가 강하다고는 해도 결국 그들도 A급 헌터.

인하는 타격에 내성이 있었지만 결정력이 부족했고, 기성은 결정력은 있었지만 타격에 내성이 부족했다.

“크아아앗!”

아이스 오거들이 몰리기 전에 눈앞의 녀석을 끝장내기 위해 기성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강철충차권(强鐵衝車拳) ― 난타 ver]

퍼버버버버버벅!

인하가 던져줬던 힘의 공백을 연타로 메우는 기성.

“쿠어어어억……!”

쿠웅 ― !

기성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한 아이스 오거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짧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쓰러졌다.

“허억… 허억……!”

하지만 역시 연타는 체력 소모가 컸다.

파밧! 스팟!

인하 또한 아이스 오거 사이를 빠르게 누빌 뿐 이렇다 할 치명타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

역시 A급 던전에서의 단독 행동은 두 사람에게 아직 무리인 듯했다.

“…아직도 무리인 건가……!”

신입 앞이라 조금은 폼을 잡고 싶었던 두 사람은 결국 체면을 버리고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인하야!”

“알았어!”

푸쉬이이이이 ― !

인하가 온몸에서 수증기를 내뿜으며 아이스 오거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기 시작했다.

“쿠어어억?”

휙 ― 휙 ― 휘익 ― !

순식간에 어디선가 나타난 기다란 채찍 같은 것에 몸이 휘감겨 던져진 아이스 오거들.

“쿠어어어어!”

퍼버버버버벅!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파악할 새도 없이 던져진 아이스 오거들이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절명했다.

겨우 둘이서 힘을 합쳤을 뿐인데 몇 배는 더 수월하게 아이스 오거들을 상대하기 시작하는 두 사람.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했다.

* * *

한편, 홀로 수많은 아이스 오거들과 대치하고 있는 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있었다.

“크허어어어어엉!”

붉은 머리의 사내, 이태성의 입에서 커다란 포효 소리가 터져나왔다.

“쿠아아아악!”

“쿠어어어억!”

“쿠가아아악!”

그 울음소리에 담긴 힘이 자신들을 상회한다는 것을 느낀 아이스 오거들이 잔뜩 긴장했는지, 그 긴장감을 떨치기 위해 연신 괴성을 질러댔다.

그렇게 잔뜩 소란스러워진 아이스 오거 무리.

스슥 ―

태성은 그 소란스러움을 틈타 신형을 낮추었다.

꾸국……!

스팟 ― !

코끼리의 다리처럼 부풀어 올랐던 태성의 허벅지 근육이 잔뜩 압축되며 그의 신형을 총알처럼 튕겨져 나가게 했다.

사악! 사사삭! 서걱!

어느새 호랑이의 그것으로 변한 태성의 양팔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아이스 오거들의 피부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구어어어어어!”

새하얀 몸통에 여기저기 그어진 새빨간 실선들.

마력으로 강화된 날카로운 범의 발톱은 강철보다 단단하고 예리한 칼날이 되어 아이스 오거들의 단단한 신체를 난자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범의 발톱도 발톱이지만, 다른 헌터들에 비해 특히나 뛰어난 부분 강화 실력을 지닌 태성의 장점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휘릭! 휙! 휘릭!

태성의 엉덩이와 허리 사이에 돋아난 꼬리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균형을 맞추고,

핏! 핏! 핏!

그 덕에 엄청난 속도로 아이스 오거 무리 사이를 누비는 태성은 체력 소모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

파밧!

콰아아아앙!

아이스 오거 한 마리가 던진 거대한 돌덩이가 방금까지 태성이 있던 자리를 덮쳤다.

쫑긋!

태성의 주홍빛 귀가 인간 이상의 청력으로 아이스 오거 무리가 내는 미세한 소리를 잡아내고,

움찔움찔!

동물형 능력자의 2차 각성 능력인 야생의 감각이 묘한 공기의 변화를 시시각각 알아챘다.

휙 ― !

뒤쪽에서 달려든 아이스 오거의 주먹이 태성의 볼 옆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지나갔다.

뒤를 보지 않고도 공기 흐름만으로 아이스 오거들의 공격을 읽어내는 태성.

빙글 ―

촤아아아악 ― !

태성은 몸을 돌리는 동시에 자신의 볼 옆을 지나친 아이스 오거의 팔 깊숙하게 발톱을 박아넣고 그어올렸다.

“쿠아아아아악!”

팔 전체가 너덜너덜해진 아이스 오거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

콰아아앙!

다른 아이스 오거들의 돌진에 아쉽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물러난 태성.

“쯧!”

태성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아무래도 최대한 변신 없이 많은 놈들을 상대하려니 상처만 잔뜩 내고 있을 뿐, 치명타에는 약간씩 못 미치고 있었으니까.

기성과 인하처럼 신입 앞이라 약간 폼 좀 잡아보려 했던 태성.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놈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태성은 빠르게 그 마음을 버렸다.

꾸드득 ― 꾸드드드득 ― !

아직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던 태성의 두 다리와 얼굴이 점차 호랑이의 신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커허어어어엉!”

주홍빛 대호의 머리가 성난 울음을 터뜨리며 일대의 공기를 뒤흔들었다.

아쉽게도 완전한 호랑이가 아닌 머리와 팔다리, 그리고 꼬리까지만 호랑이의 신체로 변신한 태성의 모습.

동물형 능력자의 완전 변신은 S급의 기준인 3차 각성 시점에서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불완전한 모습이긴 했지만,

터어어엉!

“쿠아아아악!”

대호의 앞발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그 공격을 막은 아이스 오거의 신형이 속절없이 뒤로 밀려났다.

“……!”

거의 유일한 강점이었던 근력적 우위를 잃어버린 아이스 오거들이 크게 당황했는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다 덤벼봐라, 이 희멀건 떡대 새끼들아!”

콰아아아아앙!

망설임 없이 무리 사이로 뛰어든 태성과 아이스 오거들이 정신없이 난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A급 최상위인데다가 동급의 헌터들보다 강력한 태성에게 이 정도의 A급 하위 던전의 몬스터들은 딱 땀 빼기 좋은 수준에 불과했다.

한편,

“…이게 A급 헌터들 중에서도 우수한 사람들의 실력이라는 거지?”

강천은 세 사람이 난장을 치고 있는 아이스 오거의 군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세 사람의 전투장면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입가에,

씨익 ―

“…형 말이 사실이었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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